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95)
“그러니까 정확한 처리 규정도 없이 그냥 음식을 모조리 수거해 와서 다시 삶아서 내보냈다? 표준 절차가 있으면 모를까, 표준 절차도 없는데 그걸 조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 귀에는 음식물 재활용으로 들리는데요.”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 변호사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이제 와서 뭐라고 하든 자기변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 회장님이 물러났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황부자네 족발은 개인기업 아닙니까? 재판장님, 여기, 기업에 대한 기록을 제출하는 바입니다. 보다시피 황부자네 족발은 현재 개인 사업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물러나는 것이 가능한가요?”
“전문 경영인을 세우는 거야 가능하지요. 주식회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물론 가능하다.
주식회사의 경우도 회장이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을 세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회사와 개인 사업자는 전혀 다르다.
“전문 경영인을 앞에 세울 수는 있지요. 하지만 전문 경영인이 개인 사업자 아래에서 무슨 의미가 있지요?”
주식회사라면 사고를 친 사장이나 회장을 다른 주주들이 몰아낼 수 있지만, 개인 사업자의 기업은 말 그대로 개인의 기업이다.
황서평이 물러났다고 해도 전문 경영인은 그냥 직원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노형진은 뭔가를 꺼내 들었다.
“재판장님, 이 증거를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며칠간 황부자네 족발 본사의 아침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입니다.”
노형진은 모니터에 USB를 꽂고 동영상을 재생했다.
화면상의 시간은 대략 오전 10시 30분쯤.
갑자기 입구가 부산스러워지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입구에서 우르르 나와서 양옆으로 줄을 서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한 대의 차량이 그들 앞에 서고, 운전기사가 재빨리 내려서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황서평이 나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이후가 가관이었다.
-회장님, 힘내십시오!
마치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두 줄로 선 사람들이 한꺼번에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는 것이다.
“허?”
이런 장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상대방 변호사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촬영 날짜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난 이후에 촬영된 동영상입니다.”
누군가의 제보로 진행된 촬영은 계속해서 거의 매일같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내부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따로 불러다가 연습까지 시킨다고 하더군요.”
“미친…….”
“제정신이야?”
웅성거리는 사람들.
설마 저 정도로 막장 짓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전문 경영인의 신분입니다. 정확하게는 약력이라고 표현해야겠지요.”
노형진은 지금 전문 경영인으로 등록된 사람을 조사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현재 황부자네 족발의 대표로 선임된 사람은 요식업에 있어 본 적도, 기업을 경영한 적도 없습니다. 약력에 따르면 중졸이고 반지하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 알아보니 원래 운전기사였다고 합니다.”
붉으락푸르락해지는 피고 측 변호사.
설마 전문 경영인의 뒷조사까지 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게, 전 직장이 황부자네 족발로 되어 있더군요.”
전직 운전기사에, 이전 직장이 황부자네 족발이라는 것은 결국 답은 정해져 있다는 소리다.
“언제부터 전문 경영인으로 자기 운전기사를 썼을까요?”
사실 내부에서 승진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해라도 할 수 있다. 경험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 경우는 이해도 안 된다.
능력이나 재능을 떠나서, 아예 경험이 없는데 과연 누가 전문 경영인으로 쓰겠는가?
그러나 일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자, 그러면 한 가지만 확인해 보시지요.”
“또 뭘 확인합니까!”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자 소리를 버럭 지르는 피고 측 변호사.
그러나 노형진은 대꾸하는 대신에 아까 보던 동영상을 앞으로 되돌려서 한 곳에서 멈췄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을 꺼내어 그 화면 옆에 붙였다.
“요즘 회장님은 운전기사로 투잡도 뛰는가 봅니다?”
헐레벌떡 차에서 내려 황서평의 문을 열어 주는 운전기사.
그 사람이 전문 경영인이라고 하는 사람과 똑같이 생겼다.
“기업 상황이 얼마나 안 좋으면 회장님이 운전기사로 투잡까지 뛰실까요?”
“풋.”
명백한 비꼼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피고 측 변호사와 웃는 방청객들.
“재판장님…… 휴정을 요청합니다.”
피고 측 변호사는 영혼까지 갈린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런 증거가 나온 상태에서 무슨 싸움을 하란 말인가?
물론 사건 자체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놓고 국민을 속이겠다는 건데, 그걸 좋게 볼 판사는 없었다.
당연히 피고 측 변호사는 일단 재판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노형진은 그런 그를 향해 씨익, 미소를 보냈다.
* * *
“아주 그냥 혼까지 탈탈 털리는구먼.”
“갑질 하는 회장님들의 성격을 너무 만만하게 본 거죠.”
사과? 반성? 그딴 건 없다.
회장이라는 작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사과할지언정 돌아서면 개돼지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고 분노를 쏟아 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나저나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까?”
“뻔하지요. 자를 겁니다.”
“뭘?”
“운전기사요.”
송정한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는 노형진.
확실히 자른다. 황서평은 절대로 이런 문제를 그냥 두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가 되었으니 자르고, 내부에서 적당히 승진시키는 방향으로 가겠지요.”
“흠…….”
“뭐, 그리고 그게 제가 노리는 방향이고요.”
앞으로 뭘 하든, 그들은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 * *
“절 고용한다고요?”
“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직된 운전기사, 아니 전직 회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차피 이제 와서 다른 곳에 취직하는 게 불가능하신 건 아시죠?”
“…….”
“황서평이 어떤 인간인지 충분히 아실 텐데요?”
안다.
얼마나 개판인지 모를 리 없다.
심심하면 구타하고 발로 차고 무시하고…….
“중졸 학력에 기술은 가진 게 없고, 그러니 어디로 가지도 못한다는 거 알고 막 대했잖습니까?”
“…….”
“그리고 이번 사건이 터졌구요.”
그를 대표로 앉혀 두고 그 순간만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노형진이 대번에 알아차리고 드러내 버리는 바람에 그는 회장직에서도 잘렸다.
아니, 회장직에서만 잘린 게 아니라 운전기사로도 잘렸다.
“우리 쪽에서 고용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눈치가 있으니 사건 종료 후에 3개월이 지나면요. 대략 6개월에서 7개월 후에 출근하시는 셈입니다.”
“하지만…….”
우물쭈물하는 남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에 그렇게 쉬면 집안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그냥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진실을 알려 주시면 보상금을 드리지요. 대략 3천 정도면 되겠습니까?”
“헉!”
3천. 그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돈이다.
아니다. 버티는 정도가 아니라 월급보다 많다.
“월급도 올려 드릴 테고요.”
송정한은 노형진 덕분에 생수 수입 기업의 주식을 거래해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직원 복지를 위해서 출퇴근용 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안전과 휴식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때마침 운전기사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물론 버스다 보니 대형 면허가 필요하지만 7개월이면 어렵지 않게 대형 면허를 딸 수 있는 기간이다.
더군다나 그는 평생 운전만 했으니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진실이라고 한다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당하신 걸 그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제가 당한 거요?”
“네, 그냥 당하신 그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가감 없이요. 우리가 요구하는 건 진실을 말하라는 거지,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운전기사는 입술을 슬며시 깨물었다.
“생각 좀 해 보겠습니다.”
“그러시지요. 때로는 그게 가장 힘든 일일 테니까요.”
노형진은 그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그저 기회를 줄 뿐이었다.
그와 헤어지고 난 후에 손채림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설득하는 게 좋지 않겠어?”
“아니. 어차피 저 사람은 우리한테 올 수밖에 없어.”
“어? 왜?”
“운전기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거든.”
개인 운전기사라는 직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운전기사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물며 그는 다른 기술이 있는 사람도 아니야.”
그러니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황서평이 좋은 놈은 아니라는 거지.”
일단 주변에 일종의 압력을 넣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는 얼굴이 팔렸잖아.”
설사 황서평이 압력을 넣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언론에 얼굴이 팔린 상황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고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부담된다.
“아마 그를 고용하는 순간 회장님이 사장님을 모시고 다닌다고 비아냥거림당할걸.”
“아아.”
자기 편하자고 고용하는 게 운전기사인데 구설수에 오를 만한 사람을 고용하려고 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결국은 올 수밖에 없는 거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 * *
얼마 후, 진짜로 그는 노형진을 찾아왔다.
다른 곳에 취업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그가 얼굴이 팔려서 더 이상 이쪽에서 일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듣고는 노형진에게 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건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운전기사로서 전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일해야 했습니다. 황서평 회장은 저를 상습적으로 구타했고 운전 중에 제 운전석 뒤쪽을 발로 차기도 했습니다. 욕먹는 건 다반사였고, 버스 전용 차로로 달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하고 거기로 달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차선 위반으로 걸리면 그 벌금은 제 돈으로 내야 했습니다. 심지어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타고 있던 차량을 추월했다는 이유로 다른 차량에 대해서 보복 운전을 지시해서 어쩔 수 없이 보복 운전을 한 적도 있었고…….
“얼씨구, 좋다.”
자기 함정에 자기가 빠지는 꼴을 보면서 노형진은 싱긋 웃었다.
자기가 편하자고 해직했을 테지만 설마 뉴스에서 기자회견을 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을 것이다.
“자, 이제 이 정도면 아주 영혼까지 털어 낼 수 있겠지?”
안 그래도 시끄러운 추문에 매출이 폭락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건수까지 터졌으니 황부자네 족발의 매출은 바닥을 뚫을 기세였다.
“손해배상은 어렵지 않게 나올 거야.”
회장이 모든 일을 저지른 데다가 그의 개인기업이고, 그로 인해서 명백하게 손해가 발생했다.
그러니 얼마 후 계약 해지를 하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참가하는 곳은 더 늘었어?”
“현재 마흔아홉 개로 늘었어. 아마 우리가 바로 작전에 들어가면 더 늘어날 거야.”
“그렇겠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황서평은 어떻게 해서든 수습하려고 하겠지만 노형진에게 걸린 이상 그는 더 이상 재기할 수 없었다.
“자, 두고 보자고, 후후후.”
* * *
얼마 후, 판결이 떨어졌다.
황서평은 브랜드를 임차하고 그 관리 책임이 있는 자로서 그 브랜드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과 가맹점주들을 속이고 유통기한이 지난 족발을 공급했으므로 계약을 해지하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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