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98)
한국과 몇몇 국가에서만 물건을 팔아먹으면서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도 알아주는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다.
그게 유민택의 꿈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길이 안 보이더군.”
“그렇겠지요.”
유로로 하나로 묶인 유럽은 엄청난 시장이다.
그러니 다들 군침을 흘리며 진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결국 비슷비슷한 방식을 쓸 테고.
‘차이가 없지.’
더군다나 광고를 들이부어서 지명도를 올린다고 해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결국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인지라,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기업보다는 자기네 나라에 있는 기업의 물건을 사기 마련이다.
“기존의 아성을 넘어갈 정도의 광고 전략을 요구하는 건데, 그게 쉬울까요?”
“그러니까 자네에게 물어보는 걸세. 혹시나 방법이 있나 해서 말이야.”
“아니, 그렇게 말씀하셔도…….”
노형진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자신이 능력에 자신이 있고, 몇 번이나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 내부의 일이고, 영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니, 회귀 전에도 한 번도 가지 않은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딱히 무슨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형진은 당혹스러움을 감추면서 고민에 빠졌다.
“일단은 자네가 한번 가서 봐 주면 어떨까?”
“제가요?”
“공식적으로는 담당 변호사로서 가서 관련 업무를 점검하는 걸세.”
“그거야 어려운 건 아닌데…….”
“가서 길이 보인다면 자네가 좀 이야기해 주게.”
“정식 의뢰인가요?”
“당연히 정식 의뢰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식 의뢰라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알겠습니다. 영국으로 가지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나라 영국.
그렇게 노형진의 영국 진출이 결정되었다.
* * *
“비즈니스가 확실히 좋기는 좋네.”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고개를 돌리는 손채림.
영국으로 간다고 하니 대룡에서는 비즈니스를 잡아 주면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게 해 주었다.
“돈이면 뭔들 못 하겠어.”
“하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캐리어를 끌고 바깥으로 나가는 손채림.
노형진 역시 검색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한글로 ‘노형진 변호사님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던 사람이 얼굴을 확인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노 변호사님! 여기입니다! 여기요!”
“어떻게 우리를 알지?”
“뭐, 사진이라도 보내 준 모양이지.”
“하긴.”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유민택이니 그다지 이상한 것은 없는지라 노형진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대룡 영국 지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광현 부장입니다.”
서광현 부장은 노형진의 손을 잡으면서 반가움을 표현했다.
“일단 숙소로 가시죠.”
“그럴까요?”
“리무진을 준비해 놨습니다.”
바깥으로 나오니 기다란 리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걸 본 손채림은 눈을 반짝거렸다.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는 리무진을 이렇게 타게 될 줄이야.”
“일하러 온 건데, 뭐.”
“넌 최후의 순간까지 초를 치는구나.”
툴툴거리는 사이 운전기사가 짐을 차에 실었고, 세 사람은 차를 올라탔다. 그리고 시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오면서 기록을 좀 봤습니다. 실적이 좋다고는 말 못 하겠더군요.”
“그게…….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지요. 해외 진출이 그렇게 쉽다면 기업들이 왜 그렇게 고민하겠습니까?”
하물며 기본적인 정보가 많은 미국도 아니고, 유럽은 미국쪽에 비해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유로로 묶였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 다른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홍보하고 있는데……. 홍보 비용으로만 수천억을 들이부었는데……. 워낙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인지라서요. 한국에서 우리만 진출하려는 것도 아니고.”
“오성그룹에서도 들어오고 있다면서요?”
“네.”
오성그룹.
한국의 1위 그룹이고 절대적 강자이다.
대룡보다 못해도 세 배 이상의 규모를 가진, 터무니없는 강자.
그런 그들조차도 이 유럽에 진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애초에 영국을 시작점으로 잡은 이유도 오성을 피하기 위한 거라…….”
“예상은 했습니다.”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사실 유민택이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기는 했지만 유럽으로 진출하려면 영국보다는 프랑스가 더 유리하다.
아무리 해저터널이 뚫려 있다고 하지만 영국은 섬이고 프랑스는 대륙이니까.
그러나 어쩐 일인지 유민택은 영국을 시작점으로 선택했다.
‘오성이란 말이지.’
오성은 프랑스에서 먼저 시작했으며, 또한 더 많은 돈을 들이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성과 싸워 이기기 위해 프랑스에 가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오성이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대룡이 오성과 한판 해보겠다고 프랑스로 들어가면 오성은 대룡 본사에 온갖 수작질을 할 것이 뻔하다.
아무리 대룡이 성화와의 싸움의 승리자라고 하지만 오성과는 게임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피할 수밖에 없다.
유민택이 자존심 상해서 차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오면서 보셔서 알겠지만, 주요 수출품은 가전제품과 한식입니다.”
“그걸 팔아서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을 텐데요?”
“초반이니까요. 사실 초반에는 다 적자를 각오하고 이름을 알리는 게 우선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출하자마자 흑자를 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오성이 그 점에서는 탁월하지요.”
“그건 인정합니다.”
해외에서 오성에 대해서 물어보면 오성을 한국 기업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미국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중국 기업이라고 하는 사람이 한국 기업이라고 하는 것보다 더 많을 지경이다.
“사업에서 국가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세계적 기업이 한국 기업이니 어쩌니 하는 자화자찬은 결국 의미가 없는 장난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돈을 벌어서 한국으로 가지고 오느냐 아니냐.
그리고 오성은 최소한 한국이라는 국적은 표시하지 않을지언정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곳 중 하나다.
“그래서 대룡도 그 전술을 따라가고 있는데…….”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이 한번 써먹은 방법이고, 성공했으니 다른 곳도 똑같이 하겠지요.”
“그게 문제입니다.”
한번 성공한 전략이라고 다른 곳에서도 다 써먹으니 차별화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래서 도움을 청하고자 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성화와의 싸움에서 통찰력을 많이 보여 주셨으니.”
“거참…….”
노형진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서광현을 바라보았다.
“최선은 다해 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닌 듯했다.
* * *
“모르겠다.”
노형진은 수백 장의 서류를 살피다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내가 무슨 광고 천재도 아니고, 갑자기 영국에 대룡을 어떻게 알려?”
“이건 답이 없는데?”
심지어 손채림도 서류를 집어 던지면서 한숨을 쉬었다.
“다 비슷비슷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서도 특별한 것도 없어.”
“그렇지?”
“너는 방법 없어? 성화 때는 잘했잖아.”
“그거랑 이거랑 같나.”
그때는 성화라는 적이 존재했고, 그들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노형진의 업무였다.
그런데 변호사들에게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니 그다지 어렵지 않게 공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게 없잖아.”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약점을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목적은 단 하나.
대룡이라는 브랜드를 영국인들에게 알려 줘라, 그것도 아주 좋은 이미지로.
“그게 그렇게 쉬우면 다들 고생하지 않지.”
“그냥 자선사업을 해 볼까?”
“자선사업?”
“그래. 영국이나 유럽은 그런 기업들에 우호적이라면서?”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한국 사람들과 유럽 사람들의 차이라고 할까?
한국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곳을 선호하는 데 비해 유럽 사람들은 인권 운동 위주의 기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방법도 벌써 수십 개 기업들이 써먹고 있거든.”
“끄응…….”
“더군다나 대룡이 커 봐야 한국 위주의 기업이야. 이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단계라고. 국제적 자선단체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우우.”
세계적 기업들이 자선기금으로 내는 금액만 해도 어지간한 기업의 1년 매출을 넘는다.
그런 곳들이 수두룩한 곳이 바로 유럽이다.
그러니 그런 곳에 대룡이 끼어들어서 얼마 들이부어 봐야 티도 안 난다.
“말 그대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거라고.”
“그런가?”
“그래. 사람들에게 이슈화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거 없어?”
“있겠냐?”
노형진은 영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물론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뭐라도 나올 수야 있겠지만, 그 기억을 더듬기 위한 일종의 시작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브렉시트? 그건 아직 멀었고……. 그렇다고 큰 사건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아, 돌겠네…….’
노형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은 이만하자.”
“어디 가게?”
“난 그냥 템스강에나 가련다.”
손채림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럼 백화점에 가면 안 되나?”
영국은 프랑스에서 가까운 만큼 명품도 싸다.
물론 손채림이 그런 것에 매달리는 성향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떡하니 와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건 전혀 다른 문제.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쇼핑하고 싶어?”
“어차피 오늘 지나면 야근시킬 거잖아?”
“끄응.”
노형진은 차마 부정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안 돌아가서 산책하러 가기는 하지만 매일같이 그럴 수는 없으니.
“그래, 갔다 와라. 차라리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혼자 템스강 강변을 걸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
“야호!”
외투를 들고 휭하니 나가 버리는 손채림.
노형진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바깥으로 나갔다.
“템스강으로 갑시다.”
임시로 배정받은 운전기사에게 말하자 그는 별말 하지 않고 노형진을 템스강으로 데려가 줬다.
노형진은 강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유럽에서는 없는 것 같은데……. 미국은 그나마 살아 봐서 안다지만 유럽은 관광 말고는 와 본 적이 없으니…….’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던 노형진은 멈춰 서서 멍하니 강 건너편의 런던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런던 아이는 영국에 있는 대형 관람차로, 주요 관광지 중 한 곳이었다.
그걸 타면 런던 대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아, 이놈의 일중독. 진짜 좀 쉬고 싶네.’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형진이 한숨을 쉬는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헤이! 동양인?”
고개를 돌려 보니 가무잡잡한 남자 두 명이 노형진을 보며 빙긋빙긋 웃고 있었다.
보아하니 영국인은 아니고 중동 쪽 사람인 듯했다.
“무슨 일이시지요?”
유창한 영어로 물어봤지만 그쪽이 영어를 잘 못하는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영국에 왜 왔나? 관광? 혼자? 혼자?”
“음…….”
노형진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운전기사가 이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그는 단순한 운전기사가 아니다. 경호원이고, 정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자신이 위험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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