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04)
과거에 어떤 과학자가 아이들 놀이터에 있는, 매달려서 돌리는 놀이 기구를 우물과 연결하는 생각을 했다.
그걸 설치하면 전기세를 안 먹고 아이들이 놀면서 그걸로 우물의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구먼.”
“망할 아이디어죠.”
“뭐? 어째서?”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죠.”
첫 번째 이유는, 그 놀이 기구의 효율이 너무 안 좋았다.
아이들이 매달려서 놀 수는 있다고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놀 수는 없다.
당연히 필요할 때 물을 꺼낼 수가 없다.
차라리 그걸 설치할 돈에 좀 더 보태서 펌프를 설치하는 게 훨씬 편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놀 거라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거죠.”
“잘못된 발상?”
“그게 설치될 곳은 제3세계 국가이니까요.”
가난하고 못살고 제대로 공부도 못 하는 곳이다.
물을 길어 오기 위해서 수 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하는 곳.
그런 곳에 설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거기까지 들은 유민택은 그 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차렸다.
“노동의 형태가 바뀐 것뿐이군.”
“네.”
개발자는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물을 떠 와야 하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개발한 거지만, 정작 그게 설치된 후 아이들은 거기에 매달려서 끊임없이 빙빙 돌려서 물을 퍼내야 했다.
노동강도는 줄었을지언정 노동시간은 늘어난 것이다.
전에는 퍼 오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계속 퍼내야 하니까.
“문제는 그게 펀딩을 했는데 엄청난 게 돈을 많이 모았다는 거죠.”
“허.”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하려다 보니 약간 머리가 멈춘 거죠, 하하하.”
“그래서, 그게 우리가 가격을 올리는 것과 무슨 관계인데?”
“한시적으로 가격을 올려 해당 물품을 파는 겁니다. 그리고 그 수익금 전액을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거지요.”
“기부?”
“직접적인 강간 피해자만 1,500명 이상입니다. 상담 치료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까요?”
“으음…….”
“그리고 그 돈을 우리가 낼 수는 없지요.”
기숙사야 광고비 대신으로 한다고 하지만 상담 치료비 같은 건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대룡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가격을 50% 정도 올리고 확실하게 못 박아 버리는 겁니다, 여기에서 버는 돈은 아이들의 상담 치료비에 들어간다고.”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그냥 옆에 있는 싼 걸 고를까, 아니면 조금의 피해를 입더라도 대룡의 물건을 고를까?
여건이 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룡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욱여넣는 겁니다. 물건을 파니까.”
“허.”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일단 기업 이미지를 박고 좋은 곳이라고 알리는 게 아니라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박아 두고 기업이라고 알리자는 이야기.
“그 두 개는 전혀 다르거든요.”
기업 이미지에서 좋은 곳이라고 해 봐야 베이스는 기업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좋은 단체가 상업 행위를 한다면 나중에도 좋은 곳으로 기억하게 된다.
즉, 같은 물건이 여럿 있더라도 자연스럽게 대룡의 물건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유럽 그리고 미국 같은 곳은 선으로 움직이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물품을 번거롭지만 두 개로 포장하세요. 하나는 기존 물품, 하나는 기부 물품.”
기존 물품은 기존과 비슷한 형태로 유통된다.
하지만 기부 물품은 기존 물품보다 더 비싸지만 더 많은 수익이 아이들에게 기부된다.
“그렇게 하면 확실하게 대룡이라는 기업을 홍보할 수 있을 겁니다.”
최종 목적은 대룡의 브랜드 홍보니까.
“좋은 생각이네. 자네, 여전히 우리 회사에 올 생각 없나?”
노형진은 씩 웃었다.
“저, 연봉 센 거 아시죠?”
“음…… 내가 포기해야겠구먼. 자네를 데려오기 위해서 기업을 팔 수는 없으니 말이야, 하하하.”
* * *
“음…….”
클라라는 슈퍼마켓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대룡이라는 한국 회사에서 나온 물건이 두 종류였기 때문이다.
“왜 그래?”
“아니, 똑같은 게 가격이 달라서.”
똑같은 제품이다.
그런데 한쪽은 10유로, 한쪽은 13유로다.
“아, 이게 그 소문의 상품이구나.”
“그렇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대룡이 기존 상품의 가격을 살짝 올려서 출시한 제품.
처음에는 왜 두 개를 따로 출시했나 했지만 그들의 말을 듣고 나니 다들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기부는 개개인의 선의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존중 없이 기업이 기부를 강제할 수는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같은 모델을 두 종류로 내놓은 것입니다. 기부하고자 한다면 더 비싼 상품을, 만일 아니라면 정상 가격의 상품을 구입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일부 기업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그 이유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역시 그러한 유혹이 있었지요. 그 유혹을 이겨 내기 위해서 이렇게 정상가의 상품을 함께 내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여러분들을 속일 수가 없으니까요.
대룡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왕실 접견을 마치고 나와서 한 말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영국 왕실에 예절 선생님의 파견을 부탁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이렇게 상품까지 판다는 식으로 말했다.
“아오…… 이게 싸기는 한데…….”
슬쩍 왼쪽을 바라보는 클라라.
하지만 왠지 양심에 찔렸다.
한 지역이 그렇게 지옥이 되도록 몰랐다는 미안함과,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노력하는 애들에 대한 자괴감이 묘하게 그녀를 건드렸다.
“아, 거참.”
옆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비싼 물건을 들어서 클라라의 카트에 집어넣었다.
“야!”
“그래 봤자 3유로 차이다. 우리는 그거 없어도 안 죽잖아?”
“그건 그런데…….”
결국 클라라는 마음먹었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물건을 우수수 쏟아부었다.
“헐? 그렇게 많이 사게?”
“그래 봤자 30유로 차이야. 우린 안 죽어.”
친구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전 영국에서 대룡의 재고는 빠르게 줄어들어 갔다.
* * *
“어이가 없군.”
유민택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고서는 대룡의 재고 상황을 표시하고 있었는데, 현재 바닥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물건이 없어서 못 팔고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와 반비례해서 수익은 하늘을 수직으로 뚫을 기세였다.
수년간 뻘짓 한 게 의미가 없을 정도의 반전.
“일부에서는 이미 나간 일반 상품을 회수해서 재포장해서 판매하자고 한다더군.”
“그건 좀 곤란한데요. 한국하고 달라서요.”
“알아.”
물건을 재포장해서 파는 것은 영국에서는 불법이다.
“한국 본사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하더군. 영국 아가씨들 구해 주려다가 우리 직원들이 과로사하겠어.”
유럽 등지에서 갑자기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부랴부랴 만들고 있는 한국 공장은 죽을 맛이었다.
“이쪽 공장을 만드는 걸 좀 더 서둘러야겠어.”
“하지만 문제가 있는 거 아시지요?”
“그렇지…… 끄응…….”
사실 로더럼은 땅값이 싸기 때문에 공장 부지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슬럼가가 이 지경이 될 정도로 정부에서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자신들이 공장이나 물류 창고를 만든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은 두 손을 들어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안 들어온 데에는 이유가 다 있다.
“아직 이슬람 폭력 조직이 문제인데.”
그들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영국 여왕의 관심까지 받았으니 그들이 박멸되기는 할 것이다.
문제는 바로 시간.
“바로 박멸할 수는 없나?”
“정공법으로는 힘들 겁니다.”
어찌 되었건 영국은 인권을 상당히 중시하는 나라다.
그러다가 이 꼬라지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을 무시하면서까지 무슬림들을 몰아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영국 왕실도 마찬가지.
인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왕실의 의견인 만큼 어떻게 보면 더 천천히 진행될 수도 있다.
“정공법이 힘들다라.”
유민택은 씩 웃었다.
“다른 방식이 있다는 거군. 당연히 합법이겠지?”
“일단은요.”
싱글거리면서 웃는 노형진.
“하지만 맨입으로는 안 됩니다.”
“안 된다고?”
“돈에 비해서 너무 많이 해 드린 것 같은데, 보너스 좀 주시지요.”
“으음.”
확실히 그랬다.
이렇게 단시간 내에 유럽에서의 지명도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좋아. 그러면 새론 전 직원의 영국 여행은 어떤가?”
“흠…….”
잠깐 고민하던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정도면 나쁜 보너스는 아니다. 어차피 돈 더 받으려고 한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그걸 아니까 유민택도 저런 보너스를 이야기한 것이고.
“제 방법은 파파라치를 이용하는 겁니다.”
“뭐라고?”
“유럽과 미국에는 파파라치가 무척이나 많지요.”
“그건 알지.”
연예인들의 삶을 찍은 사진을 팔아서 연명하는 사람들.
과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고 당시에 파파라치는 죽어 가는 그를 찍으면서 구조하지 않아서 처벌을 받은 일도 있었을 정도다.
“그들은 대부분 가난합니다.”
“가난?”
“네.”
제대로 찍은 사진 한 장이면 수십억을 번다. 그래서 그거 하나에 매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기회를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의 표적이 될 만한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극도로 조심하는 데다가,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것 같은 일은 아예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용하는 거죠. 그들에게 이 지역 무슬림들의 사진을 찍어 오라고 하는 겁니다.”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사진이야 찍을 수 있다지만 찍어서 그걸로 신문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할까?”
“돈만 준다면 그들은 할 겁니다.”
“확실하게 몰아낼 수 있다면 당연히 하기는 하겠네만…….”
유민택은 솔직히 사진만으로 몰아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사진만으로는 안 되지요. 하지만 사진에 일상이 찍혀 버리면 이야기는 달라지지요.”
“달라진다고?”
“네. 전에 사건을 해결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지요.”
영국은 폭넓은 인권과 종교적 자유를 인정한다.
그 때문에 영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샤리아 법원, 그러니까 이슬람의 규칙에 따른 법원도 존재한다.
“그들은 샤리아에 따라 재판하도록 되어 있지요. 당연히 샤리아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들이 발각되면 문제가 됩니다.”
“호오?”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가 알기로 무슬림들에게 샤리아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 조직을 만들어서 활동하는 자들은 절대로 샤리아를 지키지 않는다.
술 마시고 여자를 품고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행동한다.
“그 사진으로 고발하라 이거군.”
“네.”
과연 그렇게 고발당했을 때, 그리고 여기에 있으면 고발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 * *
얼마 후, 파파라치 커뮤니티에서 은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어디서 시작된 소문인지 모르지만 배고픔에 허덕이던 가난한 파파라치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군침 도는 소문이었다.
“이슬람 율법을 위반하는 사람을 찍어 오면 돈을 준다고?”
“그래. 건당 400유로 준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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