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08)
“악순환이야, 악순환. 결과적으로 외부 인력이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거지.”
“하지만 정부의 말은 다르던데? 어차피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돈을 받아 간다고.”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똑같은 돈의 기준이 뭔데? 최저임금이야.”
“음…….”
“지금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에 130만 원이나 될까?”
문제는 생활의 기반이다.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살고, 외국인들은 외국에서 산다.
물론 한국에서 쓰는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돈은 해외로 보낸다.
“여기서 차이가 나는 거야.”
정부의 발표대로 똑같이 최저임금을 주면 젊은 사람은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결혼? 그건 꿈도 꾸기 힘들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다르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5년간 일하면 파키스탄과 같은 곳에서는 집 두어 채를 사고 가게도 내며 결혼도 할 수 있다.
“똑같은 돈이더라도 한쪽은 숨 쉬는 것 말고는 못 하고 한쪽은 빌딩도 올릴 판국인데 어느 쪽이 더 유리하겠어?”
“후우…….”
“거기에다 한국인들은 노조라도 만들지.”
한국인들은 노조를 만들어서 저항이라도 해 보지만, 외국인은 노조에 속하는 순간 계약이 해지될 테니 노조 활동도 못 한다.
당연히 파업도 못 하고 사회적으로 저항도 못 한다.
“결론적으로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건비가 억제되는 부분도 부정하지 못해.”
한국인을 쓰지 못한다면 외국인을 쓰면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어떡해? 마냥 쫓아낼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마냥 쫓아내자니 그건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외국인 차별이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현실적으로 노동자의 가치를 하락시켜서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와, 이거 어느 쪽으로 가도 함정이네.”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은 젊은 사람들 위주로 노동시장을 개편하고 그 부족분을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는 그게 기본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게 아니라는 거지.’
당장 노가다만 해도, 한국인은 일당이 10만 원 이상인데 중국인은 6만 원이다.
법적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거니 불법은 아니고, 그 점을 이용해서 건설 업체들은 막대한 차익을 얻어 내고 있다.
“이건 내가 어떻게 못 하겠는데.”
“헐, 네 입에서 못 한다는 소리가 다 나와?”
“안 나오겠냐? 양쪽 의견이 다 틀린 건 아니잖아?”
이건 정치와 경제의 문제이지 법적인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노형진이 엄청난 갑부라고 해도 이걸 뜯어고칠 정도의 능력은 안 된다.
설사 있다고 해도, 그리할 의무도 없고.
“의외네. 넌 무조건 쫓아내자고 할 줄 알았는데.”
“왜?”
“그냥, 이슬람 사건도 있고.”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내가 평등주의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확실히 외국인이라고 색안경 끼고 보지 않는다고는 못 하지. 하지만…….”
“하지만?”
“인종차별에 눈이 돌아가서 쫓아내자는 소리도 안 해. 현실은 현실이야.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현실에 녹아들어 있으니 그걸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우리 책임이야. 우리가 부정하고 외면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
“그런가?”
“그래. 더군다나 남자라는 족속은 외부에서 들어온 남성에 대해서 적대적일 수밖에 없어. 그건 본능이야.”
과거에 전쟁이 터졌을 때 최대의 전리품 중 하나는 바로 여자였다.
그래서 과거에는 전쟁 중에 강간 사건이 흔하게 벌어졌고, 지금은 군법으로 막고 있는데도 사건이 일어난다.
“남자에게 있어서 자기 부족의 여자를 빼앗긴다는 것은 패배했다는 뜻인데, 대부분 그 정도로 부족이 패하면 남은 것은 노예 생활뿐이지.”
그러한 역사적 경험은 본능 수준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나라든 외국인이 자기네 부족, 그러니까 현대의 자기네 국가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유럽도 미국도 다 마찬가지야. 다만 그걸 이성으로 억누를 뿐이지.”
“흠.”
“그런 면에서 난 내 내면을 인정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싫다.
그러나 그건 본능에 기인한 것이니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한다.
“그게 현대 남자들 대부분의 마음이지.”
그냥 무조건 난 외국인 노동자를 환영한다고 하는 남자는 없다.
“묘한 감정이네.”
“인류가 발전하면서 생긴 이성과 본능의 충돌 중 하나야.”
물론 영국 사건의 경우 이성이 너무 맛이 가서 터무니없는 이상이 되어 버렸지만.
“그렇다고 그냥 둘 수는 없고?”
“그래.”
이성과 본능의 충돌이고 나발이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현실이며 또한 인건비를 억눌러 국민들의 노동력의 가치가 떨어지게 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지만 동전의 양면 같은 부분도 확실하게 존재한단 말이지.”
그들이 없으면 한국의 기본적인 3D 업종의 인력 부족도 현실이며, 젊은 사람들이 그곳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현실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인건비를 올려서 젊은 사람들에게 메리트를 제공하는 건데…….”
“될 리가 있나.”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손채림도 인정하는 바였다.
누가 봐도 그렇다.
욕심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으로 인건비 따먹기를 하는 판국에 인건비를 올려 줄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대기업이 돈을 더 줄 리는 없고.”
“완전히 골 때리네, 이거…….”
노형진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이건 해결할 수도 없고 중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이건 새론에서 직접 나서야겠는데.”
“뭐?”
“나 혼자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싸울 수는 없잖아.”
“그 말은?”
“해결은 못 하지만…… 완화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
“오오, 능력남.”
이 정도의 일을 완화하는 것 또한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그걸 할 수 있다니.
“하지만…….”
“하지만?”
“아마 팔각수랑 한번 붙어야 할 거야.”
노형진의 말에 손채림의 눈이 사정없이 찡그러졌다.
* * *
“흠…….”
송정한과 무태식 그리고 김성식을 비롯해서 주요 멤버들은 노형진과 함께 회의실에서 이번 의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건 엄밀하게 말하면 정부에서 해결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가 무슨 정부 부처도 아니고.”
“그렇기는 합니다만……. 대표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요.”
“그렇겠지.”
현 정부는 오로지 재벌만을 바라보고, 재벌을 밀어주며, 재벌을 위해서 나라를 뜯어고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들에게 뇌물을 주는 건 재벌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국민과 외국인 처우에 공정성을 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닌가? 더군다나 방사능 문제까지 끼어 있는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누가 봐도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을 탄압하면서 인건비를 깎으려고 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균형을 맞춰 주십시오.’라고 하면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다.
거기에다 방사능 건물 철거.
그건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그때 얼마나 들었지?”
“대룡 사건 때요?”
“그래.”
과거 성화가 대룡에 피해를 주기 위해서 방사능이 들어 있는 철근으로 건축자재를 바뀌치기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일찍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그걸 철거하느라 대룡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제가 알기로는 일반 철거보다 여섯 배 정도 더 들었다고 했습니다.”
“여섯 배라…….”
한 동만 해도 그 피해가 어마어마한데, 지금 전국에 이런 곳이 백 군데도 넘을 테니 작은 기업은 휘청거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일반 작업복이 아닌 방사능 차폐복을 줘야 하고, 일하다 보면 찢어질지도 모르니 여분도 넉넉히 준비해 놔야 한다.
게다가 만일에 대비해서 요오드를 지급하고 검사까지 해야 하니까.
심지어 요즘은 땅속 깊은 곳까지 파내서 지하 주차장을 만들고 건물을 올리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다 긁어내서 정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나마 그때는 철근뿐이었지요.”
이번에는 시멘트까지 방사능오염된 곳들이 발견되었으니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먼지가 외부로 비산하지 못하도록 건물 자체를 애워싸야 하기 때문이다.
“이거 안 좋은데. 이거 터트리면 한국에 있는 건설 기업들이 모조리 우리를 죽이려고 덤빌 거야. 팔각수야 더 기를 쓰고 덤빌 테고.”
안 그래도 지난번에 팔각수가 유찬성을 죽이려고 덤비려고 했다.
무려 4선 의원을 정치적으로 몰락시키기 위해서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트리려고 한 자들이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새론이 표면에 드러나는 것은 아직 위험한 일이다.
“자네도 알겠지만 아직 최재철의 권세는 끝나지 않았네.”
그의 권력은 아직 절대적이다.
일정 부분에 한해서는 도리어 현직 대통령보다 더 권력이 강한 것이 최재철이다.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나서면 그들의 관심을 끌게 될 거야.”
지금이야 그저 이름을 아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관심을 끌면 그들이 자신들을 죽이려고 덤비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고민을 좀 했는데요…….”
“또 방패를 세우려고 하는 건가?”
“네.”
“하지만 누구를? 그리고 누가 그렇게 흔쾌하게 방패가 되어 줄 거라는 건가?”
“그게…….”
노형진은 슬쩍 머리를 긁었다.
좋은 방법이기는 한데 양심에는 약간 찔린다.
‘하긴, 그쪽 입장에서는 도긴개긴일 테지만.’
노형진은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어차피 이 싸움을 하면서 좋은 소리만 할 수는 없다.
“인권 단체입니다.”
“인권 단체?”
“네.”
“아니, 인권 단체라니? 일자리에 집중하려고 하는 겐가? 하지만 이번에 더 중요한 건 방사능인데.”
송정한은 어리둥절해졌다.
인권 단체와 방사능의 관계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고민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 봤습니다.”
‘과연 정부와 기업에서 중국인과 조선족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의뢰인들이 말해 준 사건에서 이미 답이 나와 있더군요.”
“그게 무슨 말인가?”
“비계 추락 사고요.”
공사용 발판인 비계가 무너지면서 사람이 죽고 다친 죽은 사건.
그걸 설치한 사람도, 죽은 사람도 중국인이다.
“그런데 그 사고에 대한 배상은 터무니없이 낮았다고 하더군요.”
“응?”
원래 중국 인력은 인건비가 싸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가 나는 경우, 그 배상액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한국이었다면 못해도 2억 이상의 배상금이 나왔을 테지만 그들은 배상금으로 고작 4천만 원 나왔다고 했다. 그 정도면 중국에서는 큰돈이니까.
“그러니까 그 부분을 노리는 겁니다.”
“그 부분을 노린다?”
“표면적으로는 일자리를 위해서 일하는 것으로 보이게 해야 합니다. 우리를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일단 인권 운동을 해서 중국인들의 노동의 가치와 한국인의 노동의 가치를 동일하게 맞추는 거죠.”
“동일하게 맞춘다?”
“네.”
지금 중국인의 노동의 가치는 훨씬 낮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기업이 중국인 노동자를 쓰는 것이고.
“하지만 노동의 가치가 동일해진다면, 과연 대기업이 중국인을 우선해서 쓸 이유가 있을까요?”
“으음…… 그럴 이유는 없겠군.”
어찌 되었건 대기업은 돈이 목적이다.
그리고 노동의 가치가 같다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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