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1)
“역시 졸리나야. 죽이네.”
혼이 나간 듯 바라보는 남자들. 노형진은 그걸 보고 살짝 놀랐다.
“졸리나가 왜 여기를 온 거래요?”
“직접 만든 사회단체에 지원을 하기 위해서래요.”
“아!”
지난번에 말했던 그걸 결국 졸리나가 직접 실행한 모양이다. 하긴 졸리나도 이것과 비슷한 문제로 몇 년 후 고생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말해 줌으로써 피할 수 있으리라.
“잠깐…….”
노형진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어쩌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스터 노!”
졸리나는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도 아닌 노형진을 여기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반갑습니다, 졸리나.”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제가 한국에서는 변호사입니다. 그래서 사건 조사차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래요?”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사실 미국도 변호사라고 하면 상당히 성공한 직업으로 인정된다. 물론 돈을 많이 버는 경우에만 그렇다.
“한국에서 무슨 사건이 있는데요?”
“사기입니다. 그래서 조사차 여기까지 온 겁니다.”
“범인이 여기로 도망친 모양이죠?”
“아닙니다. 여기가 범행 현장입니다.”
“네?”
졸리나는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알기로 여기는 가난한 나라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나라는 사기를 치기에 적합한 나라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사기의 피해자가 여기에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요.”
“사기의 피해자요?”
“네. 졸리나, 지난번에 만났을 때 해 준 이야기 기억해요? 종교 집단과 함께 자선사업을 하면 좋지 않다고 한 거 말입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졸리나.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슷한 일이라니요?”
노형진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주자 졸리나는 놀라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사람이니까요.”
자신의 배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서 몇 명이 굶어 죽든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단순히 사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이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지 모릅니다. 사실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얼마 안 되는 돈입니다만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가는 자선의 수준을 봐서는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돈입니다.”
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생제 하나와 영양제 하나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이 바로 이 아프리카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막을 생각인데 사실 졸리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 도움요?”
“네, 놈들이 모든 증거들을 감추고 있을 겁니다. 그걸 찾아야 합니다만.”
“그거에 제가 할 일이 뭐가 있다고.”
“졸리나는 전 세계적으로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만일 자선을 핑계로 접촉한다면 그쪽에서 거절하지는 않겠지요.”
“그렇지요.”
“저는 그사이에 증거를 좀 모아 볼까 합니다.”
“영화처럼 말이죠?”
“그런가요?”
“재미있겠네요, 영화 같은 현실이라니. 그런데 무슨 특수 장비 같은 게 필요한가요?”
“아닙니다. 그건 영화니까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졸리나가 그들과 접촉해야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졸리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제안을 수락했다. 직접 참가하는 것도 아니고 도움만 주는 거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녀가 보기에도 그런 조직은 다른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라져야 한다.
“좋습니다. 미스터 노, 아니 형진 님 말대로 하도록 하지요.”
그녀가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인 걸 알고 있는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간단하게 그들에게 한번 만나 보자고 해 주시겠습니까? 어차피 이곳에서 같이 사업할 파트너를 구하러 오신 거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계나눔이라는 곳은 대상에 없는데요.”
“상대방은 그걸 모른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후후후.”
졸리나가 연락하자 세계나눔은 바로 환영의 의사를 보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졸리나가 만나자고 한다면 어느 정도 지명이 있어야 가능한 수준인 데다가 졸리나가 함께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이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 *
“아빠! 아니, 사장님! 근데 이번 기회가 좋은 걸까요?”
“당연하지! 상대방은 졸리나야! 졸리나!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이자 자선사업가!”
그녀가 도와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에 공인된 조직으로서 막대한 돈이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돈을 관리하는 책임을 자신들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푼돈으로 아등바등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고.”
한국에서 받는 작은 돈이 아니라 전 세계적 부호들로부터 수억 달러씩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은 잔뜩 신나 있었다.
“하지만 왜 우리일까요?”
“이곳에 우리 말고 제대로 활동하는 곳들이 있어?”
“그거야 그렇지만 사실 큰 곳들은 더 많지 않나요?”
말이 구호 사업이지, 포교하고 자신들만의 땅을 사서 일종의 치외법권을 만드는 데에만 신경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거야 거기가 너무 커서 그런 거지.”
“너무 커서 그렇다?”
“그래, 규모가 있으니 아무래도 졸리나가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 그러니 자기가 어느 정도 터치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를 찾아보려고 하는 거지.”
“아!”
꿈보다 해몽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 직원들은 어떻게 졸리나를 환영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이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부터 치우도록 하지.”
“쓰레기요?”
“거지새끼들 말이야. 중요한 손님이 오는데 거지새끼들이 바글거리면 좋아하겠어?”
“그렇군요.”
“돈만 주면 깡패들은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으니까 애들 고용해서 쫓아내.”
“네!”
직원이 후다닥 튀어나가자, 홀로 남은 다른 직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 *
“반갑습니다. 졸리나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만구의 전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희와 일하고 싶으시다구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 세계의 발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도 말입니다.”
“하하하, 그저 하늘의 부름을 받아서 움직일 뿐이지요.”
“요즘은 그런 분들이 드물지요.”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그저 좋다고 웃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졸리나는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 역시 투자하고 싶지만 서로에게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확한 사용 내역과 투자처를 알고 싶은데요.”
“그럼요. 알려 드려야지요.”
상대방이 유명인이다 보니 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용 내역을 보여 줬다. 물론 그건 다 가짜였다. 졸리나도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다른 것, 즉 소유를 증명하는 증명서는 진짜였다. 그건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검토해 보고 연락드리지요.”
졸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벌떡 일어나서 따라오는 사람들.
졸리나는 그들에게 끝까지 예의 바르게 인사하면서 나와 차를 끌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형진과 무태식을 만났다.
“형진, 여기, 형진이 원한 겁니다.”
노형진은 그걸 받아 들고 휙휙 넘겼다.
“역시 예상대로군요.”
이들의 자금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다름 아닌 땅을 사는 것. 즉, 일종의 자기들의 구역을 만드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저들은 이곳을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고 신자들을 부려 먹으려는 모양입니다.”
“흔한 패턴이지.”
일정 구역을 사고 그곳에 종교 단체를 만든다. 그리고 신자들을 이주시키고 노예처럼 부려 먹는다. 그게 사이비 종교들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행동이었다.
“감사합니다, 졸리나. 그런데 이런 행동이 졸리나의 이름을 더럽힌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별말씀을요. 이런 건 영화에서 수십 번은 해 보잖아요, 호호호. 그리고 사기꾼한테서 돈을 받아 낸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서류 하나 받아 내는 데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미국에서 이런 건 문제 축에도 끼지 못해요.”
“하하하.”
미국의 별명 중에 ‘소송의 나라’라는 것이 있는 걸 아는 노형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만큼 소송이 많은 곳이 미국이다. 그래서 변호사들이 무척 공격적이다.
미국에 있을 때 들은 우스갯소리 중 하나가 천국과 지옥이 소송하면 승자는 지옥이라는 농담이 있다. 변호사들이 죄다 지옥에 있기 때문이란다.
“지난번에 절 도와줬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요.”
졸리나는 서류를 넘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받는 그녀이니 남자들과 오래 있어서 좋을 게 없다.
“그럼 나중에 뵙도록 하죠. 쪼옥.”
손으로 키스를 날리면서 멀어지는 졸리나. 노형진은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봐요! 무태식 변호사!”
“네? 으헉!”
거의 혼이 나간 듯 서 있던 무태식은 노형진의 부름에 깜짝 놀랐다.
“뭐하는 겁니까?”
“그, 그게…… 그냥…… 하하하하, 크네요.”
“그렇지요.”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는 무태식이었다.
“자, 이제 한국으로 갈 시간입니다.”
* * *
“글쎄 말입니다, 반군이 마구 기관총을 갈기는데 노 변호사님이…….”
뻥의 최고봉은 누가 뭐래도 강태공이라고 하더니 아무리 봐도 강태공보다 더 큰 뻥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전차는 안 나오냐? 이그.’
무태식의 이야기 속에서 노형진과 무태식은 반군의 폭격 속을 뛰어다니며 적들을 격멸하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물론 노형진은 그저 웃고 말았지만.
“노 변호사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아! 무 변호사, 오셨답니다.”
“아, 그래요?”
드디어 오늘은 소송 당사자들을 만나는 날이다. 모든 자료를 보여 주고 소송을 진행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안으로 들어오는 이선화를 비롯한 네 명의 사람들.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고요?”
“네.”
그들이 의자에 앉자, 잠시 후 여직원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노형진은 자신이 확인한 사실들과 증거로 쓸 사진들 그리고 인터뷰 등을 그들에게 보여 줬다.
“결과적으로 여러분들이 내신 돈들은 대부분 만구회와 세계나눔이라는 곳에서 착복했습니다.”
“헉!”
대부분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
“여기서 알아본 것은 극히 단편적인 부분이더군요. 여러분들이 기부한 대부분의 돈은 대부분 포교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정확하게는 포교 활동과 해당 지역의 땅을 사는 데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종의 종교 구역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 중이더군요. 그리고 이를 위해 해당 지역의 정치인과 고위 관료에게 상당 부분의 뇌물이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여러분들의 일은 극히 일부더군요. 만구회에서 여러분들에게 돈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투자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서 투자를 받아 착복한 흔적도 찾았습니다.”
“……!”
심지어 뇌물로도 쓰였다는 말에 그들은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개별적으로 투자까지 받았단다. 이건 실질적으로 기업으로 운영했다는 소리다.
“그러므로 소송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종교 문제이기에 재판부가 심각하게 저쪽의 편을 들어 줄 거라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종교의 편을 들어 주는 성향이 강합니다. 저쪽에서는 분명 종교의 자유를 들고 나오면서 종교 탄압이라는 주장을 할 테니까요.”
“그럼 이기지는 못한다는 건가요?”
“확신은 못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예상하셔야 합니다. 만일 소송전이 시작되면 종교 집단으로부터 테러당할 수도 있습니다.”
“테러?”
“네, 물론 총을 쏘거나 폭탄을 터트리지는 않겠지만 몰려와서 깽판을 치거나 돌을 던지고 도망치는 등의 행위가 동반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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