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11)
하지만 그들은 맨손으로 간 게 아니었다. 소정의 금액이 들어 있는 봉투가 저마다 손에 들려 있었다.
그들이 제대로 일한다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 있는 봉투가 그들에게 안겨질 것이다.
“파업할까요?”
“분명히 할 겁니다.”
무태식은 확신하고 있었다.
노형진이 짠 작전이 실패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가 아는 중국인들의 특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하거든요.”
중국인의 자존심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인보다 자존심이 강한 게 바로 중국인들이다.
“한국인은 중국인을 무시합니다. 못산다고요. 하지만 반대로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무시하지요. 자기네 같은 대국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가 아는 중국인들이 그랬다, 자신들은 대국의 국민이라고.
이처럼 이들은 가장 강한 나라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난 때문에 한국에 와서 돈을 벌지만, 자존심은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 자존심이라는 것이 엉뚱하게 발현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문제지만.
“보통은 별말 없이 생활하지만 그렇게 자존심을 가지고 부딪치게 되면 중국인들은 극단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자신들이 숫자가 많을 때는요.”
“음…….”
중국인들과 그리 접해 보지 않은 손채림은 무태식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작 그걸 가지고 파업하겠느냐는 것이다.
“합니다, 확실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순간, 그들은 파업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아주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으리라.
“아직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 왜 무서운지 몰라요, 후후후.”
아마 이번 일이 끝나면 중국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 좀 많이 하게 될 것이다.
* * *
“이게 무슨…….”
팔각수의 현장 소장은 창백한 얼굴로 입구를 보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한국인들과 동일한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몇 번 보고했지만 본사에서 돌아온 말은 무시하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출근해 보니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분위기였다.
“지금 뭐 하는 짓들이야!”
“우리는 파업합니다.”
입구는 시멘트 포대를 켜켜이 쌓아서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그 뒤로 각목을 들고 지키고 있는 중국인들을 보면서, 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뭐? 파업?”
“그렇습니다. 우리를 그렇게 싸구려 노예 취급하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했을 텐데요?”
입구를 막고 있는 중국인들.
그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현장 소장은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저 새끼들 내보내!”
“소장님, 그러면 일할 사람이…….”
“이런 싯팔…….”
대부분 중국인 노동자로 대치되었기 때문에 저들을 내보내면 당장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두면 자신의 목도 날아간다.
‘아오, 무시하면 제풀에 지칠 거라고? 미치겠네.’
지금까지 중국인들이 한꺼번에 파업한 경우는 없었다.
아무래도 해외에 나와 있는 노동 인력이라 그렇게 뭉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뭉치기 시작하자 이건 도무지 답이 없었다.
“소장님! 헉헉헉!”
“또 뭔데?”
당장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현장 소장에게 한 사람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아까부터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어디 들어가든가 해야 전화를 받지!”
하필이면 내부 사무실에 휴대폰을 놓고 와서 전화도 못 받고 있는 판국이다.
“여기도 당했군요.”
“여기도 당해?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곳도 당했습니다.”
“설마?”
“다른 단지도 파업했습니다. 저 새끼들, 제대로 작심한 것 같습니다.”
현장 소장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리고 결국 언성이 높아졌다.
“당장 저 새끼들 끌어내!”
파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저들을 끌어내야 뭐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일단 파업하는 사람들을 끌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디 들어와 봐!”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각목을 꽉 잡으면서 거품을 무는 중국인 노동자들.
몇몇은 아예 싸울 각오를 하고 각목에다가 못을 거꾸로 박아 두기까지 했다.
“이런 미친…….”
얼굴이 시뻘건 색으로 변한 소장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하지만 이미 기세는 넘어갔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저쪽은 수백 명인 데 반해서 이쪽은 수십 명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저쪽은 완전무장하고 있었는 데 비해 이쪽은 무장을 하지 않았다.
“이런 염병할…….”
그는 자신의 말에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경찰에 전화해, 이 새끼들아!”
* * *
중국인 노동자들의 집단 파업 사태.
이건 역사에는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노형진이 프락치를 심고 인권 운동가들이 파업을 해서라도 권력을 찾으라고 하자 그들이 파업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중국인들의 특성.
중국인들은 생각보다 자존심이 강하며, 욕심은 그보다 더 과하다는 것을.
-중국인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서 각 재건축 및 재개발 지역의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며…….
-중국인들은 한국인과 동일한 근무 조건을 요구하면서…….
뉴스에서는 너도나도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그걸 본 노형진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떡밥을 물었네요.”
“그래도 생각보다 극렬하군.”
“그럴 수밖에요.”
송정한의 우려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저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테니까요. 뭐, 일정 부분 억울한 것도 사실이고.”
“그래도 몇몇은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양상까지 보이던데?”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은 자유를 겪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응?”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아십니까?”
“자유와 방종의 차이?”
“네, 지금 저들은 방종의 상황이지요.”
자유가 책임을 다하면서 누릴 것을 누리는 것이라면, 방종은 그 책임도 지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제대로 된 자유라는 것을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중국은 소문난 인권 탄압국으로, 공안에 걸리면 인간 취급받기는커녕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중국인들이 바로 옆에서 살인이나 강간이 벌어져도 모른 척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안 때문이다.
신고하는 순간 그를 범인으로 특정해서 끌고 가 버리는 식으로 사건을 쉽게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찍소리도 못 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니지요. 경찰이 그럴 수도 없고, 특히 지금처럼 몇십만 단위의 파업이면 정부에서도 손쓰는 게 쉽지 않아요.”
“오호라…… 그러니까 무서운 게 없어졌다?”
“그렇지요.”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경찰이 자신들을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소위 말하는 ‘미쳐 날뛰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자유를 겪어 본 적이 없으니 한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 건설 업체들은 피가 바짝바짝 마를 겁니다.”
건설 업체는 하루 쉬면 적자가 수억씩 늘어난다.
그래서 비가 오면 가급적 실내 공사라도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대부분 신도시나 재건축 쪽은 중국인들의 파업으로 인해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지금쯤이면 인건비를 주지 않아서 번 돈을 모조리 까먹고도 남았을걸요.”
“그렇겠지.”
한국인은 파업해도 저 정도는 아니다.
최소한 자기가 파업해도 다른 업무를 막지는 않는다.
업무방해로 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중국인들은 접근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협박하고 각목과 쇠 파이프를 휘두르고 있다. 한계가 어떤 건지 모르니까.
“하지만 경찰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텐데?”
워낙 숫자가 많고 그들의 국적이 중국이라 손을 대기 껄끄러워서 그렇지, 그들이 그렇게 방종하는데 경찰이 1년이고 2년이고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결국 병력을 투입해서 해산시키려고 할 것이다.
파업도 아니고 명백한 업무방해니까.
“아마 상당수는 추방되겠지요.”
“오호.”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혀를 내둘렀다.
“브레이크가 없는 인권이다 이건가?”
“네.”
저들에게는 브레이크가 없다.
그러니 한계를 넘었고, 한계를 넘은 인권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인권 타령하다가 군인보다 교도소 밥이 더 좋은 개 같은 상황이 되는 거죠.”
일단 이렇게 대대적인 파업이 이루어졌으니 기업들이 바라보는 중국인의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저들은 한번 파업해서 과실을 따먹었으니 계속해서 같은 짓을 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인과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에 거주하면서 회사에 다닌다.
그래서 회사가 망할 정도까지는 욕심을 내지 않는다.
회사가 망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들은 아니다.
이들이 망하면 다른 곳에 가면 되니까.
“아마도 지금이야 한국인들과 같은 수준의 요구를 하겠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심한 요구를 할지도 모르지요.”
“설마!”
‘과연 설마일까요, 후후후.’
노형진은 속으로 그저 웃고 말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리고 중국인의 욕심은 누구보다 많다고 소문이 나 있다.
“거기에다 이번 사태로 상당수 중국인들이 추방된다면…….”
“우리의 1차 임무는 끝입니다.”
파업하면서 깽판을 쳤다곤 해도 저들은 일용직이다.
사실 파업해도 의미가 없는 사람들이기는 하다.
저들 대신 다른 사람을 뽑으면 그만이니까.
‘그걸 알기 때문에 저들이 저렇게 극단적으로 나오는 거지.’
자신들의 숫자가 많으니 다른 사람을 뽑아서 공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저러는 것이 뻔하다.
“이쯤에서 두 번째 폭탄을 터트려 볼까 합니다.”
“두 번째 폭탄?”
“원래 이 나라가 정치적인 면에서는 좀 겁을 먹지 않습니까?”
노형진은 뭔가를 꺼내서 송정한에게 내밀었다.
그걸 받아 든 송정한은 쭈욱 읽어 보았다. 그리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건 설마…….”
“설마가 아니라 제법 큰 폭탄 아닙니까?”
“큰 폭탄?”
송정한은 얼굴이 핼쑥해졌다.
“이건 핵폭탄인데?”
“아마 지금쯤 터지고 있을 겁니다, 후후후.”
* * *
왕원은 중국공산당 회의에 출석해 있었다.
오늘따라 그는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오늘이 기점이다…….’
주변에 알아본 결과, 자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었다.
사실 부패한 사람은 자신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당의 마음에 안 든다는 것.
그걸 바꾸는 방법은 당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 주거나 또는 상당한 이득을 주는 것이다.
돈? 어차피 자기보다 돈 많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권력? 핵심 당원에 비하면 자신의 권력은 그저 새 발의 피.
그러니 오늘 들고 있는 카드가 유일한 생명 줄이다.
“친애하는 당원 여러분.”
그는 단상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자 몇몇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몇몇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왕원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불쌍하게 바라보는 저들은 자신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걸 알고 있으리라.
“저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우리 인민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피식 웃는 몇몇 사람들.
‘큭.’
안다, 자신이 요 근래에 중국인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 저들에게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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