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15)
“나가서 바로 샤리아 경찰을 데리고 오려고 한 겁니다. 율법상 이혼한 상태가 아니니 우리는 저 여자를 빼앗겼을 테고요.”
노형진은 아차 싶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닌 파키스탄이다. 자신의 법적 지식이 소용이 없는 곳.
그런 곳에서 방심하다니.
“그럼 아까 그건?”
“이혼하자는 말을 세 번 한 겁니다.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 놨으니 이제 완전히 이혼한 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걸 들은 여자는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것을 느끼면서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큰 실수를 할 뻔했네요.”
“여기는 파키스탄이니까요.”
아사인은 씁쓸하게 말했다.
인신매매나 해 볼까? (1)
“없다고요?”
노형진은 일단 구조한 여자를 한국 대사관에 맡기고 의뢰를 수행하러 왔다.
하지만 그 집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천연덕스럽게 여자가 이곳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을 통역한 아사인은 진땀을 뻘뻘 흘렸다.
“이혼했답니다. 그 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답니다.”
“그래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는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남자의 눈에 흐르는 탐욕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혼? 개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아마도 일이 귀찮게 될 것 같으니 어디론가 팔아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번에 부모가 왔을 때 돈을 줬다면 보내 줬을지도 모르지만, 안 주니까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요? 그러면 돌아가지요.”
노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몸을 돌렸을 뿐이다.
그러자 그 앞을 자칭 전 남편과 형제들이 가로막았다.
“기회를 달라. 시간을 주면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 주겠다.”
“기회?”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안 봐도 뻔하다.
눈앞에 있는 수십 마리의 양 떼를 보자 눈깔이 돌아간 것이다.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 알아보지요.”
노형진은 그들을 스쳐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형제 몇몇이 눈짓을 주고받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한쪽 벽장으로 쏠렸다.
노형진과 무태식 역시 그 눈빛을 알아챌 수 있었다.
“우리를 어떻게 해 보시려고요?”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
애초에 수십 마리의 양을 데리고 여기까지 왔으니 자신들을 죽이고 그걸 꿀꺽하면 모를 수 있지도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우리야 죽일 수도 있겠지만, 바깥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군인들은 어쩔 겁니까?”
“…….”
남상진이 소개시켜 준 군벌은 노형진에게 돈을 받고 무려 1개 소대를 장갑차에 태워서 보내 줬다.
이들이 어떤 무장을 하고 있든 그들을 이길 방법은 요원하다.
“군벌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저들이 멀쩡하려면 당신들의 모가지를 가지고 가야 할 텐데요?”
그냥 고용한 용병이라면 아마도 죽이고 서로 양 떼를 나누는 것으로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상급자에게서 내려온 명령이다.
그걸 지키지 못하면 군인으로서 엄청난 처벌은 피할 수가 없다.
“크음…….”
자칭 남편과 그 형제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간을 주면…….”
“필요 없습니다.”
노형진은 선을 딱 그었다.
안 봐도 뻔하다. 어디론가 팔아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멀리에 팔아먹을 가능성은 만무하다.
교통도 개판이고 차도 없으니 이 주변을 뒤지면 나올 것이다.
저들에게 양을 주고 알아 오라고 하느니 지금 남편(?)인 다른 사람에게 바로 주고 사 오는 게 나을 것이다.
“가지요.”
“그러지요.”
무태식과 함께 집에서 나오는 내내 탐욕으로 가득한 시선이 등에 꽂혀 왔지만 노형진은 철저하게 무시했다.
“어디로 팔았을까요?”
“이 주변일 겁니다.”
아사인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차가 없으니까요.”
만일 차가 있었다면 다른 먼 곳에 팔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저들에게는 차가 없다. 있는 거라고는 말뿐.
그렇다면 아무리 멀어도 하루 거리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근처의 대도시에서 팔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면 폭이 너무 넓어진다.
더군다나 이 근처라고 해서 쉬운 것도 아니다.
저들은 방목을 하면서 살아간다. 다시 말해서 한 가구가 어마어마한 넓이의 땅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한국처럼 주소 기록이 있을 리도 없으니.’
결국 남은 건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지는 것뿐이다.
차라리 평야라면 쉬울 텐데, 이 지역은 평야 지대도 아니다.
아마도 곳곳을 뒤지는 데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단 오늘은 돌아갑시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찾아보도록 하지요. 주변에 양을 두어 마리 주면서 부탁하면 안내해 줄 겁니다.”
물론 저들에게 양을 주면서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도리어 그들이 허튼짓을 할 수도 있다. 감춰 두고 더 많은 재산을 요구한다거나.
“돌아가지요.”
“네.”
노형진과 무태식은 호텔로 돌아가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누구십니까?”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없기 때문에 노형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사인은 확실하게 집에 갔고, 달리 올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문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능숙한 영어였다.
“실례합니다. 여기 노형진이라는 분과 무태식이라는 분이 계신가요?”
“그런데 누구시지요?”
“로빈 위들턴이라고 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만.”
“다큐?”
노형진은 저 사람을 아느냐는 표정으로 무태식을 바라보았지만, 그 역시 모른다는 의미로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실종된 신부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게 있어서요.”
노형진은 황급하게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건장한 남자가 서 있었다.
“노형진 씨?”
“네. 그런데 실종된 신부라는 게 우리가 찾는 그 사람이 맞나요?”
“아마도요.”
“일단 들어오시죠.”
노형진이 문을 열자 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안 그래도 사람이 사라져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아사인의 동생이 저와 함께 일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사인의 동생이 그와 함께 일하는데, 아사인에게서 노형진에 대해 듣고 마침 비슷한 일을 하는 로빈 위들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위들턴 씨가 하는 일은 뭐기에?”
“로빈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에……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다큐 감독입니다.”
“다큐?”
“네. 여행 중 실종된 여성을 추적하는 다큐를 찍고 있습니다.”
“실종된 여성요?”
“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차분히 이야기했다.
그는 여행 중 우연히 실종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을 여행하던 여성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었는데, 얼마 전 로더럼 사건을 수사하는 걸 취재하던 중 정보를 잡았다는 것이다.
‘아…… 로더럼…….’
원래 역사에서는 몇 년 더 있다가 터지지만 노형진 때문에 올해 터져서 영국이 뒤집힌 사건.
그 사건을 아마 개인적으로 추적했던 모양이다.
“그곳에 있던 파키스탄 노동자가 그러더군요, 영국인 여성 두 명을 파키스탄의 사창가에서 봤다.”
“네?”
그건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설마요!”
“설마가 아니지요. 그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치안이 좋지는 않잖습니까?”
“음…….”
무태식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거에 노형진은 여행 중 인신매매당한 여성을 구하는 작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표적이 된 건 혼자 또는 두 명 정도로 여행하는 약한 여성 집단이었다.
“영국인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겠군요.”
무태식이 그 이야기를 해 주자 노형진도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나 보군요.”
“네. 그때는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거였지만요.”
“아, 그런 경우도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서요.”
자국민 여성이 납치되어 집창촌에서 강제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이만저만 큰 사건이 아니다.
“특히 지금의 영국에는 심각한 문제일 겁니다.”
영국에서 로더럼 사건을 일으킨 주요 세력은 파키스탄인들이다.
그런데 자국 내에서 영국인을 납치해서 그런 범죄까지 저지른다면, 영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구해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그래서 그걸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돈이 떨어지기 전까지는요.”
머리를 북북 긁는 로빈.
“그러면 우리가 찾는 사람을 봤다는 건?”
“확실한 건 아닙니다. 이 지역과 이 주변 지역의 사창가를 제가 뒤졌는데, 그중에서 동양계 여성을 여럿 봤습니다.”
동양계라면 한국인일 수도, 중국인일 수도, 일본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추적해서 한 명의 영국인 여성이 여기에 있는 걸 알아냈는데…….”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벨 사이먼이라고, 사이먼 백작가의 여식입니다.”
“사이먼 백작가요?”
“네. 영국은 아직 귀족제가 남아 있으니까요.”
물론 영국의 귀족제가 과거 봉건제도처럼 철저한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영국에서 귀족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는 것은 영국 정부 내부에서 상당한 권력가라는 뜻이다.
더군다나 세습 귀족인 백작이라면 전통과 역사까지 가지고 있으니.
“사이먼 백작가에는 현 노동부 차관과 외교부 장관보가 포함되어 있지요. 만일 이 건이 제대로 터지면…….”
“골 때리겠군요.”
아마도 영국은 지난번 사건과 더불어서 파키스탄과 극단적으로 척지게 될 것이 뻔했다.
“다른 한 명은요?”
“애석하게도 제가 찾아갔을 때는 다른 곳을 팔려 갔더군요. 팔려 간 곳은 알고 있기는 한데…….”
그 말을 듣던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거라면 자신에게 와서 말할 게 아니라 영국 대사관에 신고해야 하는 일 아닌가?
“영국 대사관에 신고해서 구조 요청을 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 좋겠지만 여기는 파키스탄 아닙니까?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네?”
“영국이 직접 무력을 투사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아아…….”
영국 대사관에 이야기하면 영국 대사관은 파키스탄 정부에 항의할 테고, 파키스탄 정부는 경찰에 이야기할 것이 뻔하다.
그런데 파키스탄 경찰의 부패는 상당히 심각하다.
그러니 중간에 어디선가 이야기가 새어 나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아마 구출도 되기 전에 다른 곳으로 팔려 가거나 죽을 가능성이 큽니다.”
“음…….”
노형진은 그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군다나 영국 귀족가의 사람인 그녀가 진짜로 발견되면 파키스탄 정부로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마침 노형진 씨와 무태식 씨가 사람을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러면 같이 찾자 이건가요?”
“비슷합니다.”
“비슷하다고 하시면……?”
“혹시 인신매매해 보실 생각 있습니까?”
두 사람은 멍하니 로빈을 바라보았다.
인신매매라니? 자신들이 무슨 인신매매를 한단 말인가?
“아! 오해하셨네요. 진짜로 인신매매를 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여기에서 팔리고 있는 다수의 외국인 여성을 구하자는 거죠.”
“우리한테 팔까요?”
“그래서 여쭙는 겁니다. 아는 사람을 포섭해 놨는데 원한다면 전면에 나서 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돈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로빈의 계획은 간단했다.
직접 구하려고 하면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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