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30)
“음…… 그렇지.”
“그리고 계파로 따지면 손연난 계파입니다. 아니, 그 계파였다고 보는 게 맞지요.”
“어째서?”
“만일 진짜 동일 계파였다면 지금 손연난과 세력을 나눠서 싸우고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
“도중에 사이가 틀어진 거죠.”
이유가 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현아라는 여자는 어떤 이유로 손연난과 연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신만의 세력을 가지고 그녀와 대립하면서, 현재로서는 세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맨 처음에 들어온 사람이 손연난입니다. 그리고 상당수 사람들은 그녀의 입김으로 들어온 거지요.”
“그럴 걸세. 아무래도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녀의 추천이 상당히 영향을 주기는 했지.”
유민택은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말했다.
분명히 자신이 여성 단체에서 가장 먼저 추천받은 게 손연난이었고, 그 후에 사람을 뽑을 때 상당수 그녀의 추천을 믿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세력이 나뉘었지요. 왜일까요?”
“글쎄…….”
“사실 이유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한때 손연난의 세력이었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떨어져 나왔다는 거죠.”
“흠…….”
“반대로 말하면 손연난과 다른 두 세력은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손연난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배신자라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들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추천하라고 한 게 그래서였나? 드러나지 않는 파벌을 드러내기 위해서?”
“네.”
투서 사건으로 일단 그들의 사이를 흔들고, 추천하라고 해서 그들의 갈등을 수면 위로 올린다.
그게 노형진이 짠 함정이었다.
“그들이 대립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들의 내부를 흔들 수는 없으니까요.”
외부에서 그들을 흔들려고 했다면 그들은 똘똘 뭉쳐 저항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한정된 이권.
그 이권은 그들의 내부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정작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외부적으로 대룡은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상의 그 어떤 기업이 양성평등 관련 부서를 만들고 상무급 인사까지 배치하겠는가?
“물론 그로 인해 터지는 분란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지요.”
노형진은 싱글거리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제 우리가 손연난을 상무로 하는 거야?”
“아니.”
손채림은 가장 세력이 큰 손연난이 당연히 상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면서 부정했다.
“추천하라고 했지, 그걸 절대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지는 않았어.”
“뭐? 그러면?”
“우리의 상무는 이현아 이 사람이야.”
“뭐? 하지만 그 사람은 세력이 약하잖아.”
“알아.”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 때문에 자신들을 지킬 수 없지. 그리고 손연난의 입장에서는 이현아를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어. 만일 그녀가 배신을 때린 것도 부족해서 자신의 이권까지 빼앗아 간다면, 손연난은 어떻게 대응할까?”
“혐오하겠군.”
그녀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자면 그 결과는 단연코 혐오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합리적 의심이나 해결 방책 도출 노력이 아니라,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일단 혐오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의 최종 목적이지, 후후후.”
* * *
얼마 후, 이현아가 상무로 승진하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지만 유민택은 시대에 맞는 여성운동을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이현아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축하드립니다, 이 상무님.”
“고마워요, 호호호. 부장님도 축하드려요.”
“부장이라니요.”
이현아의 말에 아부를 떨던 여자는 얼굴이 환해졌다.
“아니, 왜요? 최 부장이라는 직함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에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유민택은 상무에게 해당 부서의 발령 권한을 줬고, 당연히 이현아는 자신과 자신의 세력을 부장과 과장 등 주요 보직에 배당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직원들의 분노를 샀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요?”
“배신자 같으니라고.”
회사 내부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손연난은 졸지에 평사원이 되었다.
그나마 대리 직함도 간신히 달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꼬리를 말고 아양을 떨던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높은 직함을 가지게 되자 그녀는 분노로 부르르 떨었다.
“이 치욕을 언젠가는 그대로 돌려주겠어.”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분노를 속으로 삼켰다.
‘이제 네가 어쩔 건데?’
이현아는 분노에 떠는 손연난을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자신은 상무인 반면 저쪽은 고작 대리다.
직급 차이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뒤통수를 치고 싶어도, 이미 대세는 자신에게 기울었고 다들 자신에게 줄을 서기 바쁘다.
심지어 손연난의 세력 중 일부도 이제 와서 자신에게 아양을 떨고 있었다.
“여러분.”
이현아는 웃으면서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오늘은 우리 부서 첫날이니 같이 회식이나 하지요.”
“회식요?”
“이 법인 카드로 말입니다.”
“와!”
마치 승리의 보상인 것처럼 법인 카드를 높이 들고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손연난은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수밖에 없었다.
* * *
얼마 후, 이현아는 자신에게 배정된 차량을 타고 출근했다.
“좋은 아침.”
그녀는 들어오면서 인사하다가 움찔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회사 내부에서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 상무님.”
“응?”
사무실에 들어가자 건장한 사내들이 직원을 에워싸고 있었다.
“당신들 뭐야?”
“이현아 씨? 경찰입니다.”
“경찰?”
그들은 신분증과 함께 종이 한 장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수색영장과 체포 영장입니다. 같이 서로 가시지요.”
“뭐?”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이 서로 가 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왜?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다짜고짜 영장을 들이미는 경찰에게 이현아는 어떻게 해서든 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경찰이 물러날 리 없었다.
“같이 조용히 가시든지 아니면 체포 영장에 따라서 강제로 구인되시든지, 결정하십시오.”
“체포 영장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건 잘못된 거야!”
“잘못된 게 아닙니다. 우리는 고발이 들어온 대로 처리할 뿐입니다.”
“고발?”
뭔가를 느낀 이현아는 고개를 획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경찰이 데리고 가려고 잡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세력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을 제외한 세력, 특히나 손연난의 세력은 좀 떨어진 곳에서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행하시지요.”
“이, 이, 이…….”
이현아는 분노로 눈이 뒤집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체포 영장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 * *
“업무가 정지되었다고 하더군.”
“애초에 하던 업무도 없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성 평등 부서는 시작도 하기 전에 와해되어 버렸다.
상무를 비롯해서 부장, 과장 등 고위 임직원들이 모조리 체포되어 갔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가 고발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겠지?”
유민택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요. 애초에 우리는 투서를 무마하려고 했으니까요.”
투서를 무마하고 추천받아서 그중 한 명을 뽑은 게 대룡이다.
그러니 외부적으로 보면 대룡이 고발할 이유는 없다.
이 상황에서 고발해 봐야 좋은 건 하나도 없으니까.
심지어 유민택은 다른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 평등 부서를 만들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딱 이현아의 파벌만 고발이 들어갔으니까.”
그들의 행동은 이미 오랜 조사와 투서를 통해 알고 있었다.
노형진은 그 안에서 딱 이현아의 파벌만 골라서 고발을 넣었는데, 워낙 심각한 사건이 많았던 탓에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아마도 이현아의 입장에서는 손연난이 고발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누가 봐도 그런 상황이겠지.”
당장 대룡은 당황해서 회사 변호인을 보내는 등 허둥지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이현아가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요?”
아마도 복수한답시고 손연난 파벌이 벌였던 일을 낱낱이 까발릴 것이다.
“자연스럽게 정리되겠군.”
다른 파벌이 하나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세력 자체도 작거니와 이 와중에 주변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을 테니 기도 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이 사건에서 한 게 없지요, 후후후.”
직접 고발했다면 모를까, 두 파벌이 서로 치고받고 해 버리는 상황에서 기업만 피해를 입은 꼴이기 때문에 아마도 대룡에 대한 공격은 없을 것이다.
이미 언론에서도 대룡은 좋은 일을 하려다가 뒤통수 맞은 이미지로 비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내가 기자회견만 하면 되는 거군.”
“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기자회견을 한 다음에 문제가 된 성 평등 부서를 없애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 후에는 제대로 된 감찰부를 만들어야지요.”
“그래야지. 안 그래도 다 이야기해 놨네. 이번에는 양쪽의 이야기를 공정하게 들을 수 있도록 남녀 비율을 맞추고 감수할 변호사를 고용하라고.”
“잘하셨습니다. 실수한 건 인정하고 고치는 게 정답이지요.”
이번 사건으로 아마도 회사 내부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하던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모두 해직될 것이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셔야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습니다. 끊임없이 조사하고 고쳐 가야만 합니다. 실제로 여성 혐오 주의자도 있고, 반대로 남성 혐오 주의자도 있습니다. 그런 녀석들이 다시 감찰부에 들어가면 아마 또다시 전쟁이 날 겁니다.”
“말도 말게나.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까.”
지금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두 혐오 주의자들이 대대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부딪친다는 생각을 하자 유민택은 절로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런 일은 걱정하지 말게. 두 번은 안 당하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면 다행이구요.”
“그래. 그리고 회장인 내가 나가서 사과까지 하는데 아래에서도 잘하겠지.”
유민택은 씁쓸하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있으면 기자들이 욕하겠구먼, 하하하.”
“아마 웃으면서 사과하러 가는 분은 회장님뿐일 겁니다.”
“이런 사과라면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네, 하하하.”
내부 고발자 (1)
“팔각수가 타격이 큰 것 같더군요.”
아무도 없는 회의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퇴근한 새론의 사무실에서 노형진과 다른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하고 있었다.
“그렇겠지요.”
최재철과 팔각수.
노형진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는 곳.
그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형진은 뒤에서 조용히 전쟁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번 방사능 사건 이후에 팔각수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애초에 체급이 다른 기업들과 달랐으니까.”
한국에 수많은 건설 업체가 있지만 팔각수는 큰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최재철의 지원을 받아서 대형 건축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적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었다.
‘우리가 방사능 사건을 터트리기 전에는 말이지.’
팔각수에서 만든 아파트와 강의 보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말이 터져 나온 이후에, 그걸 철거하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방사능 차단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적발되자 그걸 무마하는 데 들어간 돈이 어마어마했다.
그 탓에 원래 다른 업체들보다 체구가 작았던 팔각수는 다른 기업과 다르게 감당할 능력 또한 되지 않아 내부에서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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