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32)
‘전에 M 버스 사건이 있었지.’
‘M 버스’는 광역 버스다. 기본적으로 좌석 버스이고, 입석은 그 당시에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버스 회사는 수익을 이유로 그러한 규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입석을 받았다.
문제는 그걸 보고 누군가 신고했다는 것.
그리고 다음 날, 그 지역의 버스마다 어디 사는 누구 씨의 신고 덕분에 입석이 금지되었다고 떡하니 붙이고 다녔다.
입석이 금지되면서 출퇴근이 힘들어진 사람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버스 회사의 꼼수였다.
‘우리나라 고발자의 현실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지.’
명백하게 익명으로 신고했다.
그런데 신고한 메일을 추적해서 개인 정보를 버스 회사에 준 것이다.
“음…….”
“우리도 그 생각은 못 했는데.”
다들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직 후에 복직하고 나면 전혀 상관없는 사건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엄밀하게 말하면 관련이 없는 거 아닌가?”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부 고발과 팔각수의 대출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닌가?
“상관이 있지요.”
“왜?”
“보복에 대한 보복을 할 테니까요.”
“보복에 대한 보복?”
“과연 관련자들이, 그냥 바로 윗선에서 알아서 한 걸까요?”
“아하!”
그런 일을 하려면 최소한 이사진급 이상의 보복 명령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는 애초에 이루어질 수가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장급에서 명령이 떨어질 테고.
“공익신고자보호법 30조와 31조. 이건 명백하게 존재하는 법이지만 사실상 적용되지 않고 있지요. 왜냐하면 고발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음…….”
“그걸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30조와 31조는 벌칙 조항이다.
30조에 따르면 공익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31조는 관련 조사에 불응하면 과태료를 내는 규정인데, 3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무서운 것은 벌금과 과태료는 전혀 다른 거라 두 가지 조항이 동시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재수가 없으면 동시에 6천만 원의 벌금을 낼 수도 있다.
“아래에서부터 영혼을 털면서 올라가는 거죠.”
“호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상부가 걸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 따른 손해배상은 따로고요.”
“제대로 내부 고발 한번 하면 아주 땡잡겠는데?”
송정한은 노형진이 노리는 게 뭔지 알고는 탄성을 질렀다.
“결국 회사는 계급사회니까요.”
가령 대리가 내부 고발을 하면 그 위에 있는 주임이 불이익을 주는 걸 실행하고, 그걸 명령한 것은 과장일 테고, 그 과장에게 명령을 내린 것은 부장일 것이다. 당연히 그 부장에게 그 명령을 내린 것은 이사일 테고.
“역으로 숨통을 끊어 버리자 이거군.”
“정확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고발하면서 그들에게 정신적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윗선의 비리는 드러날 테고.”
“경찰이 보복만 조사할 리 없으니까요.”
결국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괴롭히는 행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어 내부 고발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된다.
“내부 고발이 진행되면 팔각수 같은 곳에 부정하게 대출해 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군.”
“그럼요.”
그걸 실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진행하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좋은 생각이군.”
송정한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내부 고발자를 구하는 건 어려운 거 아닌가?”
“바꿔서 생각하면 됩니다.”
“바꿔서 생각하자고?”
“이미 찍혀 있는 사람을 내부 고발자로 구하면 됩니다. 그가 막대한 돈을 벌고 회사에서도 저항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면, 과연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다들 씨익 미소를 지었다.
* * *
“이 사람이 적당할 것 같아.”
얼마 후, 손채림은 노형진의 부탁을 받아서 적당한 후보를 골라 왔다.
“한상은행의 도한영 과장.”
“이 사람이 적당하다고?”
“그래. 현재 5천억의 팔각수 대출금 중에서 2,500억을 한상은행에서 빌려준 거야. 팔각수의 주거래은행이기도 하고, 남은 3천억의 대출금 중에서도 한상은행에 2천억을 신청한 상태야.”
“흠.”
즉, 그곳이 거부하면 다른 곳들 역시 자연스럽게 거부한다는 소리다.
주거래은행에서 거부당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는데?”
“담보물에 대한 의심을 품었거든.”
“담보?”
“그래.”
도한영은 대출 담당 과장이었다.
그녀는 서류를 확인하던 중 팔각수에서 담보로 제시한 땅에 매겨진 가치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땅의 가치는 아무리 높게 봐도 고작해야 500억 이하야.”
“그런데?”
“회사에서 보고가 올라갈 때는 무려 1,200억이라는 가치가 측정되었어.”
순식간에 두 배가 넘는 가치가 측정된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기 때문에 그녀는 이걸 파고들었다.
“그러다가 경고를 받았지, 건드리지 말라고.”
“그 경고를 무시한 거군.”
“그래.”
그녀는 그걸 조사하다가 결국 비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발했다.
“그랬다가 해직당한 거야?”
“그래. 그 후에 다른 변호사를 통해서 복직 소송을 했어.”
“흠…….”
새론에 맡긴 게 아니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기는 하다.
“그래서? 복직 이후에는?”
“지금은 면벽 수행 중.”
“면벽 수행?”
“응.”
“고전적이면서도 치사한 수법이네.”
“그렇지?”
면벽 수행이란 어디다가 처박아 두고 일거리도 주지 않는 방법이다.
보이는 것은 벽뿐인지라 ‘면벽 수행’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거 의외로 치사하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러면 그냥 다른 거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여기서 치사한 게 뭐냐면 감시자가 붙는다는 거다.
책을 읽는 것도, 핸드폰을 보는 것도, 화장실에 가는 것도 업무 태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증거들을 모아서 업무 태만으로 해직시켜 버린다.
그러니 당사자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고 하루 종일 모멸감을 버티면서 벽만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치사한 새끼들이지.”
인간의 바닥을 치게 만드는 행동이지만 대부분의 내부 고발자들이 복직 이후에 겪는 일이며, 다시 해직당하거나 스스로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현재 그렇게 4개월째 혼자 싸우고 있어.”
“대단하다.”
보통 그 정도면 모멸감을 참지 못하고 그만두는데 벌써 4개월이라니.
“여자지만 대단한 강단이야.”
“하긴, 그런 사람이니까 당당하게 내부 고발을 했겠지.”
노형진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자신들이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우리가 가서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고, 후후후.”
* * *
“후우…….”
도한영은 한숨을 푹 쉬면서 퇴근하고 있었다.
오늘도 간신히 버텼다는 느낌.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들.
‘그만둘까?’
불쌍하다는 시선부터 독한 년이라는 시선까지.
다들 자신과 거리를 둔다.
회사에서 찍혔기 때문이다.
‘아니야…….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어.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물러나?’
그녀는 스스로 뺨을 두들기면서 독하게 마음먹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대출해 주고 문제가 생기면 회사의 손해다.
문제는 회사가 그 손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쥐어짜야 한다는 것.
직원이자 회사의 고객인 그녀는 절대로 그들의 비리를 인정할 수 없었다.
‘버티자. 이 악물고 버티는 거야.’
그녀는 내일을 다시 버티려고 스스로 다독거리면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다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도한영 과장님! 헉헉헉.”
“누구세요?”
웬 낯선 사람이 헉헉거리면서 따라왔다.
“걸음이 빠르시네요. 헉헉헉…….”
“누구세요?”
“몇 번이나 불렀는데, 헉헉……. 아…… 일단 소개 좀……. 전 이런 사람입니다.”
노형진은 자신의 명함을 그녀에게 건넸다.
도한영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변호사?”
“네.”
“아니, 왜요? 회사에서 나한테 소송이라도 한대요?”
“그런 게 아닙니다, 헉헉……. 잠깐 숨좀 돌리고…… 후우…….”
한참 숨을 돌린 노형진은 그제야 헐레벌떡 뛰어온 손채림을 보고 피식 웃었다.
“운동 좀 해라.”
“네가 할 말은 아니다, 헉헉.”
“저기요.”
“아, 죄송합니다, 하하하.”
노형진은 도한영이 부르자 아차 싶어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사실은 도 과장님을 도와 드리고 싶어서요.”
“저를?”
“네. 회사에서 고통받고 계시지요?”
그녀는 눈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속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눈빛을 알아챈 노형진은 두 손을 흔들었다.
“무슨 속셈이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은 우리가 이번에 공익 제보자를 위한 변론을 개시해서요.”
“공익 제보자를 위한 변론?”
“네.”
“무슨 소리죠?”
“말 그대로입니다. 복직 후에도 고통받고 있는 분들을 도와 드리려고 하는 거지요.”
“그게 소송거리가 되나요?”
“되지요, 충분히.”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괜찮으시면 잠깐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요?”
“음…….”
도한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서 근처에 있는 커피숍을 바라보았다.
“저곳에서라도 괜찮다면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잠시 후 그들은 커피숍에서 예상과 다르게 상당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 간략하게 시작된 설명에 그녀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게 가능한가요?”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을 뿐이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왜 다들 신경을 쓰지 않죠?”
“사실상 이렇게 파고든다는 건 기업이랑 싸우자는 거거든요.”
“흠…….”
“거기에다 이건 엄밀하게 말하면 형법에 가까운 쪽이라서요.”
“그 말은?”
“변호사에게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의뢰를 받아서 공방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고발하면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나설 게 없다.
그러니 수입료가 터무니없이 낮다.
그러면서도 이렇게까지 한다면 기업에 싸움을 거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일은 엄청나게 많아진다.
“그랬나요? 어쩐지…….”
“전에 했던 변호사에게서 이런 설명은 못 들으셨지요?”
“네.”
복직이 가능하다는 소리만 듣고 소송해서 복직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 벌어진 일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만 했다.
“이러다가 또 해직당하는 거 아닌가요?”
“어차피 저쪽은 도한영 과장님을 해직하려고 덤비는 것 같은데요.”
“부정하진 못하겠네요.”
애초에 고발한 그 순간부터 자신을 자르려고 덤빈 것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전 퇴직할 생각이 없는데요.”
“압니다. 퇴직할 생각이 있다면 벌써 하셨겠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최소한 저쪽에서 도한영 과장님을 괴롭히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보너스를 얻을 수도 있지요.”
아무리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너스라는 말에 그녀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건 현대는 자본주의사회니까.
“하지만 동료가…….”
“감시하고 보고하는 사람들이 동료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야기 들었습니다. 화장실에 갔다는 이유로 질책을 받았다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