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44)
“성격도 참 나빠요.”
“네가 먼저 하자고 한 거다.”
“그렇기는 하지만, 킥킥.”
사실 녹음기를 보여 주면서 공포에 떨게 만든 건 손채림이지만 그걸 유지시킨 것은 노형진이었다.
“진짜 번개같이 떴다.”
“어차피 할 게 없잖아.”
독일에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접촉하려고 할 것이다.
사실 대사관에서 찾으려고 한다면 자신들을 찾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그걸 알고 있는 노형진은 바로 호텔로 가서 짐을 싸 들고 나와 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를 잡아타고 귀국해 버렸다.
어차피 자신들이 거기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거기에 있어 봐.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같이 찾아와서 읍소를 할걸.”
“그렇겠지?”
“그러니까.”
당연히 다급하게 찾던 대사관에서는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간 걸 알았을 테니 이제 수습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생각에 똥줄이 타고 있을 것이다.
“과연 대사가 알고 있을까?”
“아직은 모를걸. 설사 안다고 해도 어쩔 건데? 애초에 기대도 하면 안 되는 거 알잖아?”
“그건 그렇지.”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위에 있는 대사가 제대로 된 인간이면 참사관이 막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눈치가 보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그렇게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걸 아니까 참사관이 막나가는 것이다.
“이걸 기자들한테 줄까, 말까?”
“일단은 나중에 줘야지.”
“나중에?”
“일 터트린 다음에.”
“거봐, 네가 더 잔인하다니까.”
“그래야 일할 거 아냐.”
지금 터트려 봐야 적당히 욕먹고 적당히 무마되어 흐지부지,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공무원들은 욕 한번 제대로 먹어야 일하잖아.”
“그거야 그렇지. 다만 그게 얼마 가지 않으니까 문제인 거지만.”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그게 어디야? 우리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 조사할 수는 없잖아.”
“맞아.”
“그러니까 그때 이용해야지.”
“역시 잔인해.”
만일 그렇게 되면 이 참사관의 인생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터트리면 적당히 징계로 끝나겠지만 그때는 100% 해직이다.
“뭐, 자기 인생 걸고 일하기 싫다고 주장하는데 원하는 대로 해 줘야지.”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때마침 문이 열리면서 고문학이 안으로 들어왔다.
“좋은 일이 있으신가요?”
“아뇨, 그냥 웃긴 일이 생각나서요. 그나저나 어쩐 일로?”
“아, 전에 부탁한 일을 조사해 왔습니다.”
“아! 그래서 어디에 살던가요?”
노형진은 한국에 오자마자 박말례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
다행히 한세영이 박말례에 대한 정보를 줘서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박말례 씨 가족이 한국에 없어요.”
“뭐요?”
“캐나다에 살고 있어요.”
“캐나다?”
노형진은 당혹했다.
캐나다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캐나다로 이민 갔습니다, 다섯 달 전에.”
“다섯 달 전이라고 하면……?”
“버려진 날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다섯 달 전이라고 했으니 한 달 이내죠.”
그렇다면 애초에 이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버리려고 작정한 거야?”
“보아하니 그런 것 같은데.”
“그러면 어떻게 하지? 신고해?”
“일단은 다른 것 좀 알아보고. 박말례 씨 재산은요?”
“일단…… 집이 한 채 있었고 땅이 조금 있었습니다, 시가로 따지면 대략 6억 4천 정도 되는.”
“그게 목적이었군.”
안 봐도 뻔하다.
부모를 타지에 버리고 재산은 대리인 자격으로 팔아 버린 후에 해외로 튄 것이다.
“급매로 팔았겠군요.”
“네, 5억 2천에 팔았더군요.”
“금방 팔렸겠군.”
시세보다 무려 1억 2천이나 싸니 당연히 금방 팔렸을 것이다.
“이거 곤란한데.”
“응? 곤란하다니? 못 이기는 거야?”
“아니…… 못 이기는 건 아닌데 이런 경우는 시간이 제법 걸려.”
일단 한국으로 모시고 오는 것부터가 일이다.
비행기야 많으니 돌아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가족들이 전 재산을 가지고 도망갔으니 생활과 숙식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모르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살 수는 없는 상황이니 안정된 곳을 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걸 노형진이 마련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명 정도야 뭐 어떻게 된다고 하지만…….’
문제는 소송은 지금부터라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조사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올 텐데, 그들을 죄다 노형진이 먹여 살려 줄 수는 없다.
“할 수 없지.”
노형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럴 때 쓰라고 유 회장님이 있는 거지.”
“엉?”
마치 유민택과 대룡을 도구처럼 말하는 노형진의 태도에 손채림과 고문학은 기겁했다.
“아니, 이 일이랑 유 회장님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요?”
“원래 이런 일은 힘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해결되는 법이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룡이 나서 줄까요? 돈이 안 되는데.”
“안 되면 되게 해야지.”
일단 한국으로 들어올 사람들의 숫자를 대충 계산하면서 노형진은 가볍게 말했다.
“싫다고 하면 내가 하는 것도 방법이고.”
“그 정도로 자신이 있어?”
“뭐, 돈이 안 되어서 망할 일은 없을 거야.”
다만 번거로울 뿐이지.
하지만 개인이 하면 번거롭겠지만 기업이 하면 업무일 뿐이다.
“일단 난 여기서 사건 전반을 처리할 테니까 채림이 넌 독일로 다시 돌아가서 박말례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와.”
“응.”
“그리고 고 팀장님은 나이가 예순 이상인 사람들 중에서 비입국자를 찾아보실 수 있을까요?”
“음…… 항공사나 공항 쪽은 안 될 것 같고…… 출입국 사무소를 알아봐야겠는데요. 돈이 좀 들 겁니다. 아직 그쪽에는 라인이 없어서.”
“뭐,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한번 만들어 두면 좋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빨리빨리 진행하죠, 해외에서 고생하는 노인분들을 계속 그리 놔둘 수는 없으니.”
노형진은 이때까지만 해도 이번 사건이 얼마나 나라를 뒤흔들게 될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 * *
“몇 명요?”
노형진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이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동남아 쪽에 사오백 명 정도 있고, 독일에는 열 명 정도 있답니다. 러시아에도 열일곱 명 정도 있다고 하고, 일본에도 쉰 명 정도. 전부 합하면 현재까지 칠팔백 명 선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인들이 잘 가는 주요 국가만 찾아본 결과니까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만.”
“이런 미친…….”
기껏해야 백 명 정도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버려진 노인들이 많았다.
“그나마 근 10년 안에서만 추적한 겁니다.”
“10년요?”
“네. 그 이상은 살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낮으니까요.”
“끄응…….”
노형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건 생각보다 큰일이다.
“주요 국가만 팔백 명이라……. 그렇다면 몇백 명쯤 더 늘어날 수도 있겠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노형진의 말에 고문학은 고개를 갸웃했다.
“만일 노인을 버리려고 한다면 어디에 버리는 게 좋을까요?”
“아…….”
가능하면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곳, 즉 가능하면 한국인이 없는 곳에 버리는 게 유리하다.
그래야 다시 찾아올 수가 없으니까.
물론 그런 곳에 가기가 쉽지 않으니 동남아 쪽에 많이 버리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 없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
못해도 1천 명. 어쩌면 그 이상.
“추적은 어떻게 한 겁니까? 나이를 가지고?”
“네. 일정 나이 이상, 출국하고 난 후 입국하지 않은 사람을 추적한 겁니다. 이민을 가거나 한 경우는 배제했고요.”
일정 연령 이상의 사람이 출국은 했는데 입국을 하지 않은 기록만 가지고 따진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노형진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일이 커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겠지만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커지더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그러면 그걸 25년으로 늘릴 수 있을까요?”
“네? 무려 25년요?”
“네.”
“아니, 왜요?”
“유기 치사상죄라는 게 있지요.”
“아…….”
고문학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법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이 경우는 그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해당될 수밖에 없다.
“유기죄는 형법 271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가족, 그것도 직계존속을 버린 거니 10년 이하 징역이지요.”
“처벌이 약하지는 않군요.”
물론 벌금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죄에 따라서 그런 것이다.
국내에서 생존이 가능한 환경에 버리는 경우, 그러니까 양로원에 버리거나 하는 건 그나마 벌금으로 끝낼 수 있지만 해외에 버리는 건 절대 벌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는요.”
“공식적으로는?”
“경찰이 제대로 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해외에다 버렸으니 경찰이 수사도 못 한다. 그게 그들이 노리는 거고.
“그리고 만일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했다면 무조건 2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10년 이하 징역과 2년 이상의 징역 중 무서운 게 뭐냐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10년 이하 징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10년 이하 징역은 2년을 넘어가는 처벌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그에 반해 2년 이상의 징역은 최대 30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니 처벌로서의 무게감만 따지만 당연히 2년 이상의 징역이 더 무거운 것이다.
“그리고 유기 치사상, 그러니까 다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에는 275조 2항입니다. 상해는 징역 3년 이상, 만일 사망했다면 5년 이상의 징역이지요.”
“허억!”
고문학의 눈이 은은하게 떨렸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노형진이 하는 일이 제대로 진행될 경우 수천 명이 살인으로 처벌받는다는 소리다.
“최소 2천 이상, 최악의 경우 만 단위가 넘을 겁니다.”
“네? 어째서요?”
“이건 부부가 합심하지 않고서야 벌어질 수가 없는 일이니까요.”
“끄응…….”
고문학은 신음을 냈다.
“거기에다가 부모가 사라졌는데 다른 형제들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가십니까?”
“형제들도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네.”
물론 실종 신고 같은 게 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형제나 자매까지 모두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재수 없으면 손자?손녀까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겁니다.”
“그렇겠지요. 1년에 살인자가 1천 명 이상 생긴 적이 있던가요?”
“없지요.”
한국에서 매년 살인 사건이 대략 사백 건 정도가 일어난다.
엄청나게 많은 숫자 같지만 전 세계의 통계를 보면 상당히 적은 숫자다.
“하지만…….”
만일 여기에 조사가 들어간다면, 그리고 피해자가 확실하게 사망했다면 아내와 남편 모두 유기 치사로 체포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들뿐만 아니라 형제 역시.
“교도소가 대폭발할 겁니다.”
“은폐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렇지요. 천성계 병원 사건 때 처벌받은 가족들의 숫자가 몇 명이었지요?”
“그 당시에 처벌받은 수가 서른 명 정도일 겁니다.”
천성계 병원은 외적으로는 ‘병원’이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에 설령 자식들이 부모를 죽이기 위해 입원시켰다 하더라도 살인에 직접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미처 지우지 못한 증거 때문에 잡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환자의 가족들 중에서 처벌받은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지요.”
자신들이 직접 부모를 데려다 버렸고 그 기록이 남아 있으니 최소한 유기죄, 최악의 경우 유기 치사죄에 해당된다.
그것도 수천 명이.
“이거, 아무래도 모두와 이야기 좀 해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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