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47)
“그랬으면 좋겠지만…….”
일단 일이 터지면 언제나처럼 호들갑을 떨 테지만, 1년만 지나면 또다시 잠잠해질 건 뻔한 일.
“김 변호사님은 어떠신가요? 준비는요?”
“검찰에 있는 후배들이랑 다 이야기했네. 최대한 유기죄가 아니라 유기 치사나 유기 치상으로 해 보겠다고는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하더군.”
“정부에서 압력이 내려올 거라는 뜻이군요.”
김성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대방이 돈이 많다는 걸 감안하고 가야 하니까. 거기에다가 이게 시작되면, 자네도 알다시피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 아닌가?”
“한국 내부에 대한 단속도 하겠지요.”
노형진은 이해가 간다는 듯 말했다.
당연하다. 해외에만 버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사실 한국 내부에 버리는 인간들이 더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나 경찰이 이런 사건에 대해 추적한 적이 없지 않나. 인지를 못 하니까.”
“그건 그렇겠네요.”
경찰이나 검찰은 기본적으로 이런 사건은 추적하지 않는다.
일단 인지라고 해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는 그 신고해야 하는‘누군가’가 거의 대부분 데려다 버리는 가족, 즉 범인이라는 것.
“거기에다 경찰은 대부분 단순 실종은 수사를 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문제지.”
타지에 버리고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단순 실종으로 신고하는 경우는 흔하게 있다.
그러나 경찰은 단순 실종이나 가출은 수사하지 않는다.
치매 노인이 집을 나가서 길을 잃어버려 돌아오지 않는 건 흔하게 벌어지는 일인 데다 그 노인이 남자라면 더더욱 조사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경찰은 남자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무조건 가출로 접수하니까.
“만일 이게 제대로 수사되면 어떻게 되겠나?”
“1만? 아니, 2만 이상이 되겠군요. 시간이 지나서 더 이상 추적할 수 없는 사건은 뺀다 해도 말이지요.”
“그러니까.”
해외에 버린 사건만으로 최소 1만이다. 그런데 국내에 버린 사건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유기 치사죄로 체포될까?
“교도소 한두 개 더 지어야 하지 않을까?”
어깨를 으쓱하는 김성식.
“터무니없군요.”
“제대로 된 사법행정이 지원되지 않다가 한 번에 터지면 그런 거지. 안 그런가?”
“그건 그렇지요.”
노형진은 한숨이 나왔다.
‘이게 참…….’
나라에 도둑이 많으면 그 도둑을 모조리 잡아서 처벌해야 하는 것이 나라의 법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게 아니다.
나라에 도둑이 많긴 하지만 그들을 다 처벌하면 전과자가 너무 많아지니 처벌을 최대한 줄인다는 모토로 나간다.
‘웃긴 일이지, 법이 왜 법인지도 모르는 녀석들이 정치를 하고 있으니. 하아…….’
사람들이 법을 지키는 것은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구속력은 그 처벌 자체에 있다.
가령 중세 시대에는 소매치기를 하다가 걸리면 사형이었다. 심지어 소매치기를 사형하는 것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 사이에서 소매치기를 하다가 잡혀서 같이 사형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소매치기는 존재했다.
소매치기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면 지금은 아니다.
충분히 잡고 적당한 처벌을 내리면 막을 수 있는데,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범죄가 퍼질 수밖에 없다.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 누가 범죄를 마다하겠는가?
“실제로 그런 사건은 많지.”
“어떤 사건요?”
“버렸다가 나중에 발견되는 경우 말이야.”
“아아, 기억납니다. 그때 관련자가 열두 명이었죠?”
“그래. 자네도 기억하나?”
“그럼요. 얼마나 어이없었던 사건인데요.”
어떤 치매 할머니가 우연한 기회에 가족을 찾는 데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가족들의 행동에 의심을 했다.
실종 신고를 했으니 할머니를 찾았다면 반가워해야 하는데, 반응이 영 꺼림칙했던 것.
‘그래도 그냥 두기는 했지.’
하지만 그 할머니를 모시고 갔던 경찰은 그게 영 찝찝했는지 한 달쯤 있다가 다시 집에 찾아갔다.
그런데 집에 할머니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실종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황.
결국 그가 눈치채고 조사하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에는 강원도 쪽에다 버렸던가?’
원래 남부 지방에 버렸다가 발견되자 이번에는 강원도 산골에 데려다 버렸던 것.
최초의 실종도 실종이 아니라 치매에 걸렸다는 이유로 자녀들과 손자, 손녀까지 합심해서 버리고 온 것이었다.
다행히 노인은 찾아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그 집안은 모조리 유기죄로 잡혀 와 버렸다.
가족 열두 명이 모두 유기에 동의했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만 명이 절대 농담이 아니라니까.”
씁쓸하게 말하는 김성식.
“일단 증거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유기죄만 적용 가능하다는 게 문제야.”
“그렇겠지요.”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고인을 무죄하다고 봐야 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모든 재판이 증거로써 행해져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 증거가 없다네. 알지?”
“네. 그래서 고민 중입니다. 상대방도 그걸 적극적으로 노릴 테고요.”
유기죄는 인정될 수밖에 없다.
일단 같이 출국해 놓고 자기들끼리만 귀국을 했다는 것도 증거이고, 실종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유기 치사상은 이야기가 좀 다르죠.”
명백하게 실형이 선고되는 강력한 범죄인 만큼 법원은 명백한 증거를 요구할 것이다.
“역시 증거가 문제야.”
“네.”
“노인들의 끝이 좋을 수는 없지만…….”
“좋을 수가 없지요.”
그들이 해외에 버려진다면 굶어 죽거나 강도를 당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하는 것이 통상 벌어질 게 분명한 일들이다.
‘거기에 버려졌으나 적응해서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라는 이야기는 소설에도 나오지 않을 만큼 허무맹랑한 소리다.
“흠…….”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현상금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상금? 무슨 현상금? 설마 자네가 자비로 내걸겠다 이건가?”
“네.”
노형진의 말에 김성식은 깜짝 놀랐다.
그게 절대로 작은 돈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도 아니고 각 나라에 현상금을 걸어야 하는데, 몇백 달러 가지고 사람들이 움직일 리는 없으니 못해도 1만 달러 이상은 걸어야 할 것이다.
“그럴 필요까지야 있나?”
“그러지 않으면 다 풀려날 텐데요?”
“끄응…… 그건 그렇지.”
김성식도 이해가 가기는 했다. 후배 검사들과 대화하던 중에도 나온 이야기니까.
증거가 없으면 자신들이 아무리 분노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해도 결국 나올 수 있는 처벌은 유기죄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실형이 아니라 벌금으로 끝날 테고.
“증거라…….”
증거를 모은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증언 말고도 다른 곳에서 구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요.”
“다른 곳?”
“미국 같은 곳은 일단 부검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누군지 모르잖아?”
“그러니까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범위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한국인들이 가는 곳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진짜로 작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결국 그들이 가는 곳은 그 나라의 관광지 정도다.
그곳에서 일정 이상 나이의 동양인 시신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하긴. 결국 그 주변이라고 하면 뻔하지.”
김성식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관광지와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는 명백하게 다르다.
관광지로 가서 버리고 오지, 주거지에 가서 버리고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리고 주거지는 아무래도 눈에 띄거든요.”
어떤 동네에 갑자기 낯선 노인이 방황하는 게 보인다면 그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그 노인을 의심스럽게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관광지는 아니지요. 매일같이 낯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사람을 버리기에는 도리어 사람이 많은 관광지가 더 좋은 선택지가 된다.
“그곳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들으면 되겠군.”
“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게 이번 사건의 카드가 될 겁니다.”
“카드라…….”
“다만…….”
노형진의 표정은 약간 묘하게 변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비리가 있겠지만요.”
씁쓸하게 말하는 노형진이었다.
그러나 김성식은 이때 노형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 * *
“유민택입니다.”
“유찬성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하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서로 모르시나 봐요?”
“왜? 알 거라 생각했나?”
“네. 그래도 4선이나 되는 중진이시고, 한쪽은 회장님이시니까요.”
“하하하,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4선 의원과 거대 그룹의 회장이 만나는 것은 언론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물론 대룡은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에게 알음알음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니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은 까딱 잘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보통은 실무진이 알아서 하는 거지.”
“그렇군요.”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나는 모릅니다. 보좌관이 한 겁니다.’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압니다.”
씁쓸한 말이지만 보좌관이 독박을 쓰는 것이 정치계의 묵계다.
애초에 그렇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정치판이니까.
“그러면 이번에 만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무태식 변호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두 사람 다 대중의 관심을 끌고 다니는 이들이니까.
분명히 주변에 한 명 이상의 기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겠지. 날 따라다니는 국정원 요원도 있을 가능성도 있고.”
히죽 웃는 유찬성 의원.
무태식은 깜짝 놀랐다.
“국정원 요원요?”
“내가 누군가? 있어도 이상한 게 아니지.”
“그런가요?”
“그래.”
지금 현 정권에서 가장 큰 골칫덩어리를 찾으라고 하면 바로 유찬성일 것이다. 그러니 대놓고 따라다닐 것이다.
“아마도 도청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끄응…….”
노형진은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얼마 전에 터진 민간인 사찰 사건을 말하는 거군.’
얼마 전에 현 정부에서 민간인을 대대적으로 사찰하다가 발각되었다.
원래는 좀 더 지나서 발각되어야 하는데 역사가 바뀌면서 야권의 힘이 약해지지 않자 좀 더 일찍 제보가 들어갔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중에는 유민택을 비롯해서 현 정권에 방해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자님들께서 날 친히 따라다니는데 나야 감읍할 따름이지, 후후후.”
명백하게 빈정거리는 유찬성 의원.
그리고 그 말에 묘한 표정이 되는 유민택.
‘그러고 보니 참으로 이상한 조합이기는 하네.’
현 정권에서 대놓고 적대적으로 대하는 유찬성 의원.
반대로 대룡은 현 정권에서 바른 기업의 표상 같은 이미지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서로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다니.
“문제 될 건 없을 겁니다. 목적은 확실하니까요.”
“목적?”
“아니, 외부에 드러나는 것은 확실하다고 해야겠네요.”
이들이 오늘 모인 것은 외국에서 벌어지는 노인들에 대한 처우 때문이었다.
“얼마 후면 노인분들이 들어올 겁니다. 유찬성 의원은 공식적으로 유민택 회장님에게 노인분들의 처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유민택 회장님은 그걸 고민하는 거죠.”
“그건 알고 있는데.”
정치적인 게 아니라 금전적 지원에 대한 것이니 딱히 현 정권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설령 있더라도 티를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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