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52)
-저희 대룡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특히 갈 곳이 없어서 여인숙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노인분들의 처지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룡에서는 준비 중이던 노인 요양 시설을 전면 개방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무상 입주를 진행하고 추후 자녀들에 대한 소송을 통하여 입주비를 받는 쪽으로…….
방송에서 나오는 발표를 보던 유민택은 텔레비전을 꺼 버렸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이쯤이면 된 건가?”
“네, 충분합니다. 그나저나 손실이 큰가요?”
“그다지 크지 않다네.”
어깨를 으쓱하는 유민택.
사실 어느 정도의 초반 손실은 사업하는 데 있어서 각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초반 손실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여기저기서 돈이 들어왔거든.”
“아, 그 기부금 말씀이군요.”
“그래.”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린다.
물론 지금은 그런 흔적만 남아 있지만, 그래도 이런 문제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들이 기부금을 모아서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
“많지는 않을 텐데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기부금을 모아서 준다는 것.
그건 그 기부를 한 사람들이 대룡을 믿는다는 뜻이다.
“광고비가 적지 않게 아껴지는 모양이야. 대부분의 상품들 판매량도 쭈욱 올라갔어.”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올라갈 것이 있어요?”
“뭐, 우리라고 없겠나? 후후후.”
아무리 대룡이 성공했다고 해도 모든 시장을 다 석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분명히 올라갈 곳이 존재한다.
“거기에다 그 땅은 워낙 싸게 구입한 곳이라.”
진짜 깡시골이고 아무것도 없는 동네다.
주민이라고는 노인 열 명이 다였던 동네였으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상승분으로 어떻게 메꿔지더군.”
유민택은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자식들에게 강제로 받아 오면 그때부터는 순수익이 될 것 같네.”
“다행이네요.”
“그런데 자네는 어때? 일단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 준 것 같은데.”
대룡이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남은 것은 법적인 문제뿐.
“일단 유기범들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에서 형사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뇌물죄로 한꺼번에 들어갈 테지만 말이다.
“이제 진짜 핵심으로 접근하는 거군.”
“네.”
애초에 이 사건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놈들은 다름 아닌 살인범들이다.
“그들도 외국에서 고발할 건가?”
“그래야지요.”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 같은데.”
살아 있는 분들의 경우는 사건 발생지가 외국이고 거기에다가 피해자도 외국에 있으니 외국에서 고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망 사건의 경우는 피해자가 죽은 상황이니 그 나라에서 받아 주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해결책이 있으니까요, 후후후.”
“그래도 처벌이 쉽지는 않을 텐데. 누가 증언해 줄 것도 아니고.”
“아니요. 해 줄 겁니다.”
“뭐?”
“제가 떡밥을 이미 던져 놨거든요.”
“자네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군 줄 알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요.”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중요한 건 증인이 있다는 겁니다.”
* * *
노형진은 사건 초기에 각국에 떡밥을 뿌렸다.
사망한 노인분들에 대해 증거가 있거나 혹은 증언해 줄 수 있는 분들을 찾는다고, 그에 대한 사례를 하겠노라고.
그리고 그 떡밥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그렇다니까요. 그 노인분은 약간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어요.”
한 여자가 열변을 토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배가 고파 보이기에 제가 햄버거를 사 드렸거든요.”
“그래요?”
“네. 그걸 허겁지겁 드시더라고요.”
“그 후에는요?”
손채림은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계속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인사하고 저희랑 멀어졌는데요, 한 시간쯤 있다가 근처에서 난리가 난 거예요. 그래서 가 봤더니 그 할머니가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여자는 그때가 생각나는 듯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선혈이 낭자한 것이…….”
“진정하세요. 그걸 다 기억해 내실 필요는 없으니까.”
“하여간 기분이 안 좋았네요. 나중에 알고 보니 길을 건너다가 교통사고가 나셨다고 하더라고요.”
“아…….”
“딱 봐도 치매가 있어 보이셨는데…….”
“안타까운 일이네요.”
몇 가지 추가적인 확인을 한 손채림은 여자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거 진짜로 증언하실 수 있는 거예요?”
“그럼요.”
현상금이 무려 1천만 원이다.
고작 200만 원 들여서 갔다 온 여행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1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하니 당연히 거절할 리 없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가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네.”
여자가 나가고 나자 손채림은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런 그녀에게 노형진이 다가왔다.
“어때?”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아. 그 당시 상황도 맞고.”
그 나라에서 사망한 노인에 대한 부검 기록을 가지고 왔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것, 치매가 있다는 것, 그리고 위장에 미처 소화되지 않은 햄버거로 보이는 음식물이 있다는 것 등등.
“의외로 증인이 많네.”
“결국 그들이 버리는 곳은 관광지니까.”
그러니 한국인이 제법 많았던 것이다.
몇몇은 현지 주민이기도 했고, 몇몇은 이민 간 사람이었으며, 가끔은 방금 전에 나간 여자처럼 관광객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건 아니야. 대부분은 가짜야.”
손채림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지금 온 사람의 경우는 진짜로 본 것이 거의 확실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무려 1천만 원이라는 보상금에 눈이 멀어서 가짜로 연락해 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한 거지. 1천만 원이 적은 돈이냐?”
한국에서도 1천만 원이 작은 돈이 아니다.
하물며 동남아에서는 가히 팔자를 고칠 만한 돈이다.
그러니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래서는 의미가 없잖아. 다 가짜 같은데.”
노형진이 피식 웃으면서 손채림의 앞에 의자를 거꾸로 두고 앉았다.
“의미가 왜 없어?”
“뭐?”
“그거 가짜인 걸 누가 알아?”
“무슨 소리야?”
“그렇잖아. 그게 가짜인 걸 누가 아느냐고.”
“우리야 알지.”
“다 아는 건 아니잖아.”
“그거야…….”
지금처럼 확실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정황도, 사건도, 기록도 명확한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확실하게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 그러니까 상황 자체가 애매한 경우도 많다.
강도에게 죽었는데 증인이 없다거나 이미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거나.
“그런데 그 증언들 중에서 관련 사건과 비슷한 증언이 없을까?”
“어…….”
의외로 인간의 상상력은 풍부하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노인이 강도에게 칼로 찔려서 죽었다는 증언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지역에 실제로 그런 노인도 존재한다.
“확실하지 않지만 증언은 증언이지.”
“허어?”
손채림은 노형진이 노리는 게 뭔지 바로 알아차렸다.
“중요한 증거가 없어? 그러면 압도적인 증언으로 압살해 버리는 거야.”
유기 치사가 성립되는 조건은 간단하다.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 보호 대상을 유기, 즉 버려서 그 사람이 위험을 피하지 못하고 그 위험 때문에 죽든가 굶어 죽으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람이 왜 죽었느냐다.
안전한 상태에서 죽은 거라면, 가령 호텔에 있다가 호텔 수영장에 빠져 죽거나 집에서 자연사하는 식으로 죽은 거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칼에 찔리거나 총을 맞거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바깥에서 굶어 죽는다면 유기 치사가 맞다.
“그런 증언은 넘치잖아?”
넘쳐 나다 못해서 사망자보다 증언이 더 많을 지경이다.
“물론 가짜도 있기는 하지만.”
돈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노형진은 그걸 노린 거다.
“그걸 우리가 알 수는 없지.”
“허얼.”
그리고 자신들은 그걸 가지고 고발하면 그만이다.
상황이 얼추 맞는다면 경찰이나 법원도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경찰이 열심히 현지에 가서 조사할 것도 아니고.”
“미친……. 그거 위증 아니야?”
가짜 증언이라고 해도 걸러 내지 못하면 결국 진실이 된다.
그리고 그 증언을 기반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말이다.
“아, 위증은 아니야. 우리가 증언하는 게 아니잖아? 그렇다고 거짓말해 달라고 교사한 것도 아니고.”
손채림의 걱정에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다만 우리는 그 사람이 거짓말한 것을 몰랐을 뿐이지. 안 그래?”
“그건 그러네.”
자신들이 증언한 것은 아니니 위증도 아니고, 자신들이 현상금을 걸기는 했지만 어떻게 증언하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니 위증 교사도 아니다.
즉, 걸리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하고, 걸려도 자신들에게 피해는 없다.
“물론 걸리는 놈도 있겠지. 하지만 어쩔 건데? 잡아 올 거야?”
“아…….”
현행법상 범죄인을 인도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의 금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정도로 1년 이상의 금고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설사 나온다고 해도 이미 한국의 교도소는 포화 상태다.
거기에다 1만이 넘는 살인범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들을 데려와서 수감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은 흐지부지되는 거지.”
먹혀들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그리고 내가 노리는 건 단순히 그런 게 아니야.”
“응?”
“원래 재판이라는 것은 공방이잖아.”
몸을 빙글 돌려서 의자에 기대앉는 노형진.
그는 삐딱한 자세로 싱글벙글 웃었다.
“우리가 증언을 공개하면 그걸 뒤집는 건 상대방 책임이지.”
“아하! 증명의 책임이 바뀌어 버리는구나!”
“정확한 지적이야.”
자신들은 증언을 내밀었다.
이후 그걸 깨는 것은 상대방의 책임이 된다.
“상황이 반전되는 것이지.”
그들은 자신들이 버린 부모가 그곳에서 비참하게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응?”
고개를 갸웃하는 손채림.
왜 불가능하단 말인가?
“난 그 인간들을 현지에도 신고할 거거든.”
“뭐?”
“경찰의 조사와 법원의 판결은 완전히 다르지. 구속은 절대로 처벌이 아니야, 사람들은 가끔 착각하지만.”
“그렇지.”
“마찬가지로 고발 자체는 불가능한 게 아니야. 명백하게 유기 치사니까.”
“그런데?”
“우리가 유기 치사범을 거기에 고발하지 않았던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야.”
범죄 현장이 해외이기는 하지만 피해자는 이미 죽었고 가해자는 한국에 있다. 그러니 고발해 봐야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거기에 들어가는 순간 상황은 바뀌는 거지.”
사건 현장이 존재하며 가해자가 그곳에 있으니 당연히 경찰에 고발할 수 있고, 이 경우 해당 국가는 가해자가 한국으로 도주할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다.
그리고 증언도 있고 법도 한국보다 강하니 처벌은 피할 수 없을 테고.
“와…… 진짜 너, 잔머리 죽인다.”
“잔머리라니. 계획이라고 말해 줘.”
저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은 노형진이 미리 만들어 둔 함정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하지만 다른 사람을 보낼 수도 있잖아? 가령 변호사라든가.”
“누구?”
“그러니까…… 아…… 그렇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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