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69)
안 그래도 승진이 불안해서 좀 더 잘 보이려고 직속상관이었던 그와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다른 사람도 아닌 1급 공무원인 관리관까지 재판에 휘말렸다는 말에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요즘 뭔 일 있어?”
“아니야.”
남편의 질문에 안민영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요즘 피곤한가 봐. 식은땀도 많이 흘리고.”
“그래……. 좀 피곤하네.”
그녀는 애써 말을 돌렸다. 그리고 남편의 표정을 살폈다.
‘아직은 모르는 것 같다.’
그녀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남편과 아이들이 자신이 바람피웠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신이시여…… 제발…… 한 번만 넘어가게 해 주세요. 그러면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을게요.’
그녀는 매일같이 신을 찾으면서 기도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하늘이 알았는지, 상황은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당신들, 뭐야?”
안민영의 남편은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들어오다가 낯선 남자들을 보고 순간 얼어붙었다.
그들이 그의 집 입구에서 기웃거리면서 집 안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 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온 거야!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안 꺼져?”
“경찰에 신고하시는 건 의미가 없을 텐데요.”
“뭐?”
“법원에서 나왔습니다.”
노형진은 싱글거리며 사람들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섰다.
법원이라는 말에 안민영의 얼굴은 새파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법원? 아니, 법원에서 왜?”
신분증을 받아 들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안민영의 남편.
노형진은 그런 그에게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가압류를 하려고요.”
“가압류? 무슨 가압류요? 우리는 빌리거나 한 게 없는데.”
“아, 모르셨나요? 가정 파탄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인데요.”
“뭐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가정 파탄의 책임이라니?”
남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노형진은 스윽 안민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간 남편의 눈에 보인 것은, 새파랗게 변한 얼굴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그의 아내였다.
“자세한 것은 저희가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
“뭐라고?”
“저희는 그냥 법에서 정한 대로 압류를 진행할 따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서 떠들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법대로 하면 된다.
‘뭐라고 변명하든 내가 알 바 아니지.’
물론 안민영의 얼굴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시험 준비 해 가머 죽어라 고생해서 승진하려고 노력하는데, 편하게 승진하려고 애까지 있는 유부녀가 상관과 놀아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노형진이 아니었다.
“문을 따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열쇠공을 부를까요?”
빠드득…….
남편의 입에서 이빨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열쇠공을 부르면 그 비용도 여러분들이 나중에 내셔야 합니다. 두 분 다 고위 공무원들이시니 잘 아실 테지만요.”
노형진이 히죽거리면서 웃자 남편은 차가운 표정으로 문으로 다가가서 번호 키를 눌렀다.
“여…… 여보…….”
“오늘은 이야기하기에 적당하지 않을 것 같군.”
남편은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또 이야기를 듣게 되면 누구 하나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는 데에만 온 힘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겠지.’
그냥 손해배상이 아니라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가압류다.
일반적인 사건으로 혼인 파탄이라는 이름이 붙지는 않는다.
“여보…… 오해야……. 이건 뭔가 잘못된 거야……. 진짜 오해야…….”
안민영은 바들바들 떨면서 남편에게 매달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가차없이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고는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
“아이들은 일단 어머니 집에 데리고 가겠어.”
“여보!”
하지만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들을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멀어져 갔고, 안민영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당혹스러워서 눈물조차 안 나는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그녀에게 노형진이 다가가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
“가압류하는데 거기에 계시면 방해되는데요.”
* * *
“진짜 잔인하다.”
혼이 나간 여자에게 비키라는 말을 그렇게 잔인하게 할 줄은 몰랐던 손채림이 말했다.
“자업자득 아니야? 애초부터 그럼 바람피우지를 말든가. 더군다나 불같은 사랑을 한 것도 아니고, 승진하고 싶어서 바람피운 거잖아.”
“하긴, 맞는 말이기는 하다. 애들이 불쌍하지.”
“그렇지.”
상황도 이해하지 못한 채 아빠에게 반강제로 끌려가던 아이들의 눈에는 공포와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 아이들도 불쌍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법은 법이야. 아이들 때문에 적당히 봐주다 보면 끝이 없어.”
“하긴.”
손채림도 안다, 범죄자들이 걸리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 중 하나가 바로 가족들을 파는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가족을 팔면서, 나는 불쌍하니까 봐 달라는 식으로 말한다.
“자기 인생 자기가 끝장내겠다는데, 뭐. 알아서 하겠지.”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부탁받은 의뢰는 복수다. 그러니 그걸 확실하게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 나락으로 떨어뜨려 보자고, 후후후.”
* * *
“친애하는 재판장님, 피고 양장학은 1급 공무원으로서 관리관의 자리에 있는 자입니다. 그는 부하를 관리하고 업무를 통제하며 또한 부하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는 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그 업무를 태만히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부하 직원인 서강판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도록 방치하여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입니다.”
이혼소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 것이 바로 관리 책임에 대한 재판이었다.
현재 피고석에 앉아 있는 1급 공무원인 양장학은 말 그대로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재판장님, 이건 피고와는 아무련 관련도 없는 사항입니다. 애초에 피고는 공무원으로서 그 관리 책임은 공정인 부분에 한하여 존재하는 것이고, 피고의 부하인 서강판의 불륜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었던 사항입니다.”
“알지도 못한다고요? 같은 부서 내부에서 수년간 불륜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불륜이 달리 불륜이 아닙니다. 쉬쉬하면서 몰래 만나는데 상부에서 알 수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노형진과 상대방 변호사는 잔뜩 독이 올라서 싸우고 있었다.
“재판장님, 이번 사건은 터무니없는 소송입니다. 애초에 관리 책임도 없는 사람에게 그 배상을 하라고 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
“직책이 관리관이지요. 그런데 관리를 하지 않으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요?”
“그거야 공적인 부분에서의 관리지요!”
“그러면 고위 공직자의 추문이 사적인 영역인가요? 그 정도 고위 공직자라면 사적인 부분도 공적인 영역에 포함되어야 할 텐데요?”
“고작 3급이 무슨…….”
“고작 3급이라고 하시지만, 3급이면 지방에서 부시장급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자리입니다. 그러면 부시장은 사적인 영역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불륜을 저질러도 책임을 묻지 않나요?”
“그거야…….”
이번 싸움에서 애매한 부분은 바로 공적인 영역의 한계였다.
확실히 재판부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경우 사적인 영역이 공적인 영역에 들어간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3급 공무원이 과연 그러한 영역에서 포함되는 고위 공직자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과연 관리관이라는 존재가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업무에 영역에 한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의 사생활 역시 포함되는 것인지의 문제도 있었다.
“고소인이 그동안 고통받은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그들의 혼인 관계의 파탄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준 것은 없습니다. 피고가 당사자인 서강판과 안민영의 상관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공적인 부분만 연관이 있을 뿐입니다.”
상대방 변호사는 딱 잘라서 말했다.
물론 노형진 역시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범죄가 벌어진 장소가 문제입니다. 불륜이 벌어진 장소는 업무가 진행되는 청사 내부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대한 관리 책임은 피고인 양장학이 지고 있었고요.”
“공간에 대한 책임까지 물을 수는 없습니다. 개개인의 업무에 관한 책임이 피고의 영역 내부일 뿐입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싸우는 두 사람.
그리고 그 싸움은 확실히 피고 측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변론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변론 기일은 추후 지정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원고 측은, 피고 측의 관리 책임을 묻고 싶으면 추가적인 증거를 제출하세요.”
누가 봐도 이건 양장학의 잘못이 아니다, 개인적인 범죄일뿐.
그러니 판사의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그걸 증명할 증거가 필요했다.
가령 양장학이 양측이 둘 다 결혼한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소개했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알겠습니다.”
결국 끝을 보지 못하고 첫 번째 변론 기일은 끝났다.
그리고 명백하게 유리한 자신들의 위치를 생각하면서 상대방 변호사는 이죽거리며 그곳을 떠났고 말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전혀 아쉬운 표정이 아니었다.
“개새끼.”
서지아는 멀어지는 양장학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개새끼는 아니지요. 애초에 이번 재판이 무리인 겁니다. 그가 잘못한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조직이라는 곳은 개개인의 사정을 봐주는 곳이 아닙니다. 그러니 양장학도 당신 아버지가 바람피우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을 수밖에요.”
설사 안다고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현행법상 바람을 피우도록 돕거나 주선한 게 아니라면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입니다.”
“알아요. 안다고요.”
애초에 이 재판을 한 이유는 명예훼손 등의 고발 가능성을 피해 가면서 상부에 서강판이 바람피우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기지 못할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 인간이랑 같이 살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좋게 볼 수는 없네요.”
“뭐, 다 그런 거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원하시는 대로 회사에 소문은 나지 않았습니까?”
“그렇겠지요.”
1급 공무원, 그것도 상관이 바람피운 사실을 알았으니 내부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수는 없다.
사실상 서강판의 승진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고작 승진만 막혔다고 좋아할 수가 없어서 그래요. 엄마가 그 개새끼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압니다. 그래서 복수하겠다고 한 거구요.”
노형진이 이렇게 체계적인 복수를 준비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조금만 있으면 불륜 죄가 사라지지.’
불륜으로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민사로 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민사에서는 터무니없이 낮은 손해배상만을 물리기 때문에 사실상 불륜을 저지른 인간들이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 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