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7)
바닥 여기저기 있는 물이 말라붙어 있는 흔적. 그건 분명 사흘 전에 누군가 와서 그녀와 가족들까지 데리고 갔다는 뜻이다.
“그리고 살려 달라고 온 건 오늘 오전입니다. 그러니까 그사이에 큰일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게 무슨 일일까요.”
“글쎄요…….”
노형진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 단순 보복?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상황에서 보복한다고 해도 사태가 수습되는 것은 아니니까.
‘영사해 볼까? 그건 무리야.’
순식간에 들이닥쳐서 끌고 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영사할 만한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어디로 갔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 볼까요?”
“수사하지 않을 겁니다.”
집 안이 난장판으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끌려갔다고는 하지만 일단은 자의로 나간 이상 경찰이 수사할 리가 없다.
‘그 녀석들이 흘리고 간 뭐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애석하게도 녀석들은 말 그대로 딱 왔다가 바로 나간 건지 아무것도 없었다.
“음…… 경비원에게 알아보는 게 어떨까요?”
“경비원?”
“네, 이런 아파트 경비원은 보통 들어오는 차들은 모두 확인하거든요.”
“그래요?”
“모르셨어요?”
“아파트에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일단 알아보죠.”
노형진은 무태식의 의견대로 경비실로 향했다. 경비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주민이 사라졌다는 말에 부랴부랴 출입 기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날 들어온 외부 차령은 열네 대이긴 한데, 어떤 건지 모르겠는데?”
“작은 차는 빼 주세요. 아무래도 남자들이 온 것 같으니까.”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가려고 들이닥친 건데 여자가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왔다는 것이니 아무래도 큰 차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다섯 대가 남는데?”
경차나 소형차 그리고 작은 세단류를 빼고 나자 남은 건 다섯 대.
“그건 제가 알아보도록 하지요.”
노형진은 협조 요청을 해서 자동차 번호를 적고는 바로 고문학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급하게 차량 번호를 확인하려고 하는데요.”
“지루하군요.”
고문학이 바로 번호를 알아보겠다고 확인해 줬기에 노형진은 그 답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다린 지 벌써 두 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안감이 강해지고 있었다.
삐리리.
“여보세요!”
벨 소리가 울리자마자 전화기를 받아 든 노형진.
“고문학입니다. 주신 번호에 관해서 좀 알아봤는데 좀 의심스러운 차가 있더군요.”
“의심스럽다니요?”
“차 중 한 대가 어제 불법 주차로 견인된 걸로 나왔습니다.”
“불법 주차?”
“네, 그런데 차주가 우리가 그때 보았던 만구키드 중 한 명입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이구요.”
“……!”
그 말에 노형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구키드 중 한 명이라니? 그렇다는 건 만구파가 끼어들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어디 있나요?”
“사흘 전에 실종되었습니다.”
“실종?”
“네, 사흘 전에 실종되었답니다. 직장에서 신고받고 집에 갔는데 집도 비었구요.”
“집도 비었다고요?”
“네.”
노형진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곳이 어디인가요?”
“서울 자동차견인보관소요.”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바로 전화를 끊고는 무태식을 데리고 뛰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서두르세요?”
무태식은 갑자기 노형진이 이렇게 서두르자 고개를 갸웃했다.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갑시다.”
차에 올라탄 노형진은 바로 급가속했다. 그리고 옆에 탄 무태식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노 변호사님! 신호! 신호!”
신호를 어기고 튀어나가는 차 때문에 그는 기겁했고 다른 차들도 빵빵거리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말할 틈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끼이이익!
도착하기 무섭게 차에서 내려서 뛰어가는 노형진. 그는 직원에게 물어서 해당 자동차를 찾을 수 있었다.
“본인이 아니면 못 가지고 가는데요?”
직원은 귀찮다는 듯 말했지만 노형진은 그 차를 가지고 오려고 온 게 아니었다.
“잠시만요. 차를 가지고 가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노형진은 제발 자신의 생각이 틀렸기를, 그래서 별일이 벌어지지 않았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살려 달라는 마지막 문자. 그리고 갑자기 가족이 전부 사라진 사람들.
이런 경험은 미국에서 한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노형진의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을 뒤흔든 사건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변호사들은 공부하면서 한 번은 접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헉헉헉…… 변호사님, 도대체 왜 그러세요?”
무태식이 제대로 주차하고 헉헉거리면서 따라왔지만 그때쯤 노형진은 기억을 다 읽어 낸 상태였다. 그리고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이런 씨팔!”
자신이 생각하던 가장 최악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뭐라고? 집단 자살?”
“네, 그런 징후가 보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압니다. 제가 언제 틀린 이야기 했습니까?”
“으음…….”
한국은 집단 자살 사건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그런 사건이 가끔 벌어지는데 그런 징후가 이번 사건에서 발견된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데?”
“모르겠습니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하지만 이건 그냥 아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사건이 아닙니다. 살려 달라고 문자가 왔다는 건 시행 시간이 임박했다는 뜻입니다.”
“고작 문자 하나가 왔다고 집단 자살까지는 좀…….”
이런 사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송정한은 노형진이 좀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노형진의 생각은 달랐다.
“그런 거면 좋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집단 린치나 보복을 가하려면 당사자의 가족이 한꺼번에 사라질 리가 없지 않습니까?”
“으음…….”
이번 사건을 진행한 것은 만구파, 정확하게는 만구파에 속해 있는 집단인 세계나눔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곳의 가족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도피를 목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도피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전 재산을 가지고 도망가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재산은 만구파의 재산이더군요.”
“그렇지.”
만구파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에 대한 평등을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의 모든 재산은 성직자가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 성직자란 자기들 표현을 빌리자면 유일하게 하늘의 역사하심을 받은 성만구였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송정한은 너무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면서 노형진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 순간 고문학이 다급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송 변호사님, 큰일 났습니다.”
“왜 그래요?”
“노 변호사님의 부탁으로 이번 사건의 해당 당사자들의 집에 갔는데…… 하나같이 텅텅 비어 있습니다.”
“뭐라고요?”
동시에 그 많은 집이 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 송정한이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 목적을 대충이나마 알 것 같았다.
“애들은 얼마나 됩니까?”
“대략 열두 명 정도 됩니다.”
“설마…….”
애들 이야기가 나오자 송정한의 얼굴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새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집단 자살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집단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확인해 봤습니까?”
비록 여러 곳에 학교가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들은 근처 학교에 다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근처를 확인해 봤냐는 질문에 고문학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단 한 명만 확인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개인 정보라고 안 주더군요. 우연히 다른 피고 한 명의 집에서 아이의 담임선생님이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사흘 전부터 아이가 학교도 나오지 않고 연락도 안 돼서 직접 찾아왔답니다.”
“이런 미친!”
송정한도 이쯤되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민시아 변호사의 얼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창백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지금 상황에서, 광신에 빠진 그들에게는 이게 최선이니까요.”
만일 재판에서 지면 모든 책임은 성만구가 져야 한다. 즉, 그가 이룩해 놓은 모든 재산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들이 그 죄를 뒤집어쓰고 죽게 되면 아무리 노형진이라고 해도 방법이 없다.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송 자체를 취하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 만구파는 신도들의 목숨을 걸고 협박하는 셈이었다.
“막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열두 명이라면 그 아이들의 부모 두 명씩만 해도 스물네 명이다. 즉, 최소 서른여섯 명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슨 수로…….”
“만구파가 모일 만한 곳이 어디 있죠?”
“만구파 재산은 전국에 퍼져 있습니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고문학은 바로 대답했다.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방에 알아봤지만 계획을 실행할 곳이 너무나 많았다.
“아마…… 가까운 곳은 아닐 겁니다. 먼 곳이고, 대형 시설일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집단 자살의 경우 저항자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생각하는 여자들 중에서는 더욱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하려고 할 게 뻔합니다. 더군다나 차를 놓고 갔다는 것은 집단으로 이동했다는 건데 집단으로 이동한 게 맞는다면 멀리 간다는 뜻입니다. 따로, 게다가 멀리까지 이동하면 통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음…….”
고문학은 열심히 가능성이 있는 곳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송정한은 주저하지 않고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그는 최대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욕설을 하면서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
“이런 싯팔!”
원래 그런 식으로 욕하는 타입이 아닌 걸 아는 사람들은 뭐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난 전화하지 말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면 고발하겠단다.”
“이런 무능한 새끼들.”
경고해 주는데도 이 꼴이다.
“중수부장님한테 해야 할 것 같군요.”
“중수부장님?”
“네, 김성식 중수부장님이라면 어떻게든 해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지!”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검찰 중앙수사본부 중수부장이라면 경찰에서 찍소리도 못할 수밖에 없다.
“그게 좋겠습니다. 장소가 많지만 우리가 아니라 각 지역의 경찰들을 보내서 확인하면 금방일 겁니다.”
노형진은 그 말에 더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이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김성식은 그 어느 때보다 깜짝 놀랐다.
“뭐라고? 집단 자살?”
“집단 타살일 수도 있습니다. 하여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무리 광신도라고 해도 그렇지…….”
“농담이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그거야.”
한국은 이런 사건이 흔하지 않다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건이 없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흔하지 않았다는 소리는 최소한 한 번은 이런 미친 짓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해야 하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네.”
“제가 메일로 바로 주소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경찰을 보내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알았네. 바로 부탁하네. 내 전국 경찰망을 이용해서 수색해 보지.”
“감사드립니다.”
노형진은 바로 메일로 주소를 보냈다.
“그럼 우리는 기다려야 하나요?”
“아닙니다.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른 가능성이라면…….”
“저들은 지금 자신들의 종교를 위해서 일종의 순교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자기네 시설에서 순교하게 된다면 자기네 시설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며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거야 그렇지.”
“그렇다면 다른 곳을 찾아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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