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71)
“당연하지요. 개개인이 바람피우는 것을 어떻게 상관이 다 알아냅니까?”
“그런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도리어 자신들에게 수긍하고 들어오는 노형진을 보자 피고 측 변호사는 더럭 겁이 났다.
‘뭐야? 씨발…… 저거 어쩌자는 거야?’
상대방이 수그린다는 것 자체가 졌다는 걸 인정하는 거다.
그런데 그런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하다니.
“재판장님, 증인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증인?”
“네.”
“누구지요?”
“홍채아라고, 피고 양장학의 부하 직원인 서강판과 불륜을 저지르던 사람입니다.”
“홍채아?”
“그게 누굽니까?”
“나도 모르지.”
불륜 대상은 안민영으로 알고 있는 피고 측은 홍채아라는 이름에 당황했다.
사실 이들은 모를 수밖에 없다.
안민영의 경우는 같은 곳에 다니던 부하 직원이니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지만, 홍채아의 경우는 스폰을 받던 외부인이니까.
“인정합니다. 증인, 나와 있나요?”
“그렇습니다. 증인, 앞으로 나와 주세요.”
노형진이 말을 하자 뒤쪽에서 나오는 홍채아.
그녀는 쭈뼛거리면서 증인석에 올라가 선서하고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증인, 증인의 이름이 뭐지요?”
“홍채아라고 합니다.”
“직업은?”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면 서강판과는 어떤 관계였지요?”
홍채아는 잠깐 주저했다.
여기서 말하기에는 좀 창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증인, 대답하세요.”
노형진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 미소가 악마의 미소처럼 잔인해 보였다.
그렇다고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는 게, 지금 거부하면 아마도 다음번 증인으로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끌려 나오리라.
“스폰 관계였습니다.”
“스폰?”
“스폰이라니?”
피고 측도 방청객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것은 안민영뿐인 줄 알았는데, 스폰이라니?
“그 관계가 얼마나 유지되었지요?”
“3년 정도…….”
“그렇군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면서 부연 설명을 해 줬다.
“대부분의 경우 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 드리자면, 스폰이란 여성에게 남자가 금전적 지원을 해 주는 조건으로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합니다. 원래 스폰이라는 것이 후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그 의미가 일부 변질되었지요.”
그렇게 말한 노형진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증인은 서강판에게 스폰을 받는다고 했지요?”
“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상대방 변호사는 왠지 찜찜해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녀는 양장학과의 재판에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나왔단 말인가?
“재판장님, 이 재판은 피고 양장학의 관리 책임을 묻는 재판입니다. 서강판의 이혼소송이 아니라요. 제3자나 마찬가지인 그녀가 여기에서 증언할 이유가 없다고 보입니다.”
찝찝함을 떨쳐 내지 못한 상대방 변호사는 일단 일어나서 증인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아닙니다. 그녀의 증언은 필요합니다. 아주 필요하지요.”
노형진은 그런 그의 말을 예상이나 한 듯 바로 부정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음…….”
판사는 잠깐 고민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제3자인 것은 맞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는 서강판이 아니라 양장학이니까.
하지만 노형진이 쓸데없이 그녀를 데리고 왔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시간을 끌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증인을 끌어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럴 이유도 없다. 시간을 끈다고 해서 뭐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일단 증언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계속 들어 보세요. 원고 측 변호인, 증인신문을 계속 진행하세요.”
“감사합니다, 재판장님.”
노형진은 재판장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난 후에 피고 측 변호사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씨발…… 뭐가 진짜 꺼림칙한데.’
그걸 보고 피고 측 변호사는 등골이 오싹했다.
뭐가 있는 건 확실한데 그거 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피고 측 변호사가 바쁜 듯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증인, 스폰이라는 게 아까 말했다시피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는 건데, 어떤 지원을 받았지요?”
“매달 300만 원 정도 받았어요.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도요.”
“그 오피스텔의 시세가 어떻게 되지요?”
“보증금 7천에 월 85만 원입니다.”
“보증금 7천에 월 85만 원이라…….”
노형진은 거기서 잠깐 말을 멈추고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그 침묵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폰이라는 건 단순히 돈을 주고 방을 구해 주는 것에서 끝이 아니지요. 먹고 마시고 하는 것도 들어갈 테고, 선물도 받았을 텐데요. 안 그런가요?”
“네, 선물도 많이 받았지요. 명품이나 화장품도 받았고.”
“그러면 그런 것까지 합하면 매달 증인에게 서강판이 쓴 돈이 얼마나 되지요?”
“대략…… 500~600만 원 정도요.”
“500만 원에서 600만 원이라……. 재판장님, 여기 원고인 한숙자의 카드 내역을 제출하는 바입니다. 한숙자는 현재 서강판의 아내이고 이혼소송 중입니다. 그녀는 전업주부로, 그 카드는 생활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제법 두꺼운 종이 뭉치를 꺼내서 건네는 노형진.
그걸 받아 든 판사는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찌푸렸다.
“원고의 카드 내역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요?”
“보다시피 매달 원고는 생활비로 대략 400만 원 이상을 지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현재 이혼소송 중인 서강판이 납입해 왔구요.”
“그래서요?”
노형진은 판사의 질문에 씩 웃으면서 양장학을 바라보았다.
“서강판은 3급 공무원으로 알고 있는데요. 피고는 공무원이라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3급 공무원, 아니 아니, 서강판이 받는 월급이 얼마지요?”
자신들이 어떤 함정에 빠진 건지 알아챈 양장학과 변호사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건…….”
상대방 변호사가 말을 하지 못하자 노형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관련 직종 근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략 550만 원 내외라고 하더군요. 직급이나 호봉, 직책에 따라서 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형진은 천천히 주변을 보며 한마디씩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런데 증인에게 들어가는 돈만 매달 500만 원에서 600만 원입니다. 거기에다 보증금까지 있지요. 그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그거야 일단 월급으로 어떻게든 낼 수 있다고 해도, 분명히 서강판은 원고인 한숙자에게 매달 500만 원 이상의 생활비를 지급했단 말입니다. 그것도 증인을 만난 3년 내내 말입니다.”
“크윽…….”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양장학이 아니다.
그의 심장은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고 머릿속은 띵해졌다.
‘싯팔…… 싯팔…….’
속에서는 끊임없이 욕이 흘러나왔지만 그는 초인적인 힘으로 욕설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양측의 생활비를 보면 월 1천만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서강판은 도대체 어떻게 그 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아, 참고로 서강판은 현재 대출받은 내역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양장학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노형진.
“변론 내용이 아마 ‘내게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책임은 없다. 내가 책임지는 것은 오로지 공적인 영역에서의 관리일 뿐이다.’ 아니었나요?”
“…….”
“그러면 그걸 관리하는 분께 묻겠습니다. 서강판은 그 돈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그건…….”
안 봐도 뻔하다. 너무 뻔해서 뭐라고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의 직급에 그 정도 돈이 매달 들어왔다면, 그 의미는 오직 한 가지뿐이다.
“그래서, 피고는 공적인 영역에서 제대로 관리하신 겁니까?”
“그건…….”
“아니면 피고는 서강판과 커넥션이 있는 거 아닌가요?”
“뭐요!”
“그렇지 않다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하신다면서요? 이건 아무리 봐도 공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인데요?”
“…….”
졸지에 부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놈이 된 양장학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사적인 부분에서야 자신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공적인 부분에서 그 책임은 확실히 자신에게 있다.
“피고 측, 제대로 관리한 거 맞습니까?”
“그건…….”
“그러면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해도 되지요?”
“아니, 그게 왜 업무상 배임이 됩니까!”
“피고의 직책이 뭡니까? 관리관 아닙니까, 관리관! 관리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거고, 이번 재판 내내 공적인 관리가 자기 책임이라고 주장하셨잖아요? 그런데 그 관리하에서 수억대 뇌물이 왔다 갔다 했는데 그걸 몰랐다고 하면 둘 중 하나 아닙니까? 진짜 무능하든가, 서강판 씨와 짜고 뭔가 해 먹었든가.”
“크으윽…….”
물론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까지 사사건건 신경 쓰면서 해결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았다.
“과연 경찰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요.”
양장학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하지만 그의 고난은 끝난 게 아니었다.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허억!”
재판 전에는 없었던 기자들이 재판을 끝내고 나오자 득달같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스폰서를 하기 위해 부하가 뇌물을 받았다는 걸 아셨습니까?”
“혹시 그와 관련되어 같이 이야기한 적이 있나요?”
이건 대놓고 물어보지 않을 뿐이지, 서강판이 받았는데 너라고 안 받았겠느냐고 확정하는 질문들이었다.
“할 말 없습니다.”
운전기사가 다급하게 차량을 끌고 오자 후다닥 올라탄 양장학은 허공을 향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서강판! 이 개새끼! 죽여 버리겠어! 으아아아!”
* * *
“아마 서강판은 좋은 꼴은 못 보겠지, 후후후.”
노형진은 양장학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면서 말했다.
어차피 이길 거라고 생각해서 벌인 소송도 아니다. 서강판에게 망신을 주면서 동시에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한 소송일 뿐이었다.
이제 그 목적을 다한 이상, 자신들이 쓸데없이 거기에 출석할 이유는 없다.
“그러면 이제 서강판은 끝장난 거야?”
“그렇겠지. 원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정도로 끝나지 않을걸.”
“그런가?”
“그래. 대대적으로 감사가 들어갈 테니까.”
양장학이 바람피우고 배우자를 폭행해서 이혼소송을 하는 것은 양장학의 말대로 개인적인 일이다. 그러니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해도 그가 사회적으로 책임질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비리는 이야기가 다르거든. 정식으로 고발이 들어간 이상 정부에서 감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
그리고 감사 대상은 그냥 서강판만 콕 집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와 관련된 업무를 했던 사람들, 그가 했던 모든 일에 대해 감사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대상 중에는 당연히 양장학도 포함되고.
“동료들과 부하들 역시 포함될 수밖에 없지. 그럼 양장학은 뭐라고 생각할까? 부하들과 동료들은 또 뭐라고 생각할까?”
“죽이고 싶겠지.”
감사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승진에 엄청난 불이익이 되는 것이 바로 공무원들의 세계다.
“거기에다 상황을 봐서는 서강판이 뇌물을 받은 건 거의 확정적이거든. 양장학 역시 그 자리에 있는데 뇌물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아. 아마도 이번 사건으로 여럿 피를 볼 거야. 사실상 서강판이 모든 사건의 핵심이 되는 거지.”
“진짜 상황 엿 같겠네.”
안 그래도 내부 고발 같은 걸 하면 찍혀서 말도 걸지 않는 게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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