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74)
“황상어 감독요? 그 사람, 무척 유명한 사람 아닙니까?”
노형진은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가 알기로 황상어 감독은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은, 실력이 인정된 감독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몇 안 되는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이고.
“보통은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람 영화에 출연하려고 줄 서지 않습니까?”
“보통은 그렇지요. 유명한 배우들은요.”
“네?”
“하지만 무명 배우들, 특히 신인들에게는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인생 망치는 지름길요?”
“황상어 감독이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그 사람이 조연들을 왜 자꾸 무명을 쓰는데요. 유명한 조연은 출연을 하지 않아서 그러는 겁니다.”
“네?”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유명한 사람들은 그 사람 영화에 출연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인간 영화에 출연하면 조연들 인생이 망가져요. 그 인간이랑 영화 찍은 조연 중에서 성공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거야 우연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우연이 아니에요.”
극구 부인하는 소태문.
노형진은 그런 그의 말에 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렇게 싫으시면 출연을 고사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 녀석이 매장시켜 버려요.”
“매장요?”
“네. 그 인간이 달리 거장이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영화판에서 가진 힘이 상상 이상이에요.”
“그래서요?”
“만일 출연을 고사하면 말 그대로 생매장입니다, 생매장.”
“네? 생매장요?”
“네!”
“그런…….”
방송 출연은커녕 조연 자리 하나 안 들어오게 막아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그와 영화를 찍기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출연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 하영이가 끝나면 우리도 끝입니다!”
소태문의 우산엔터테인먼트는 소규모 회사다. 돈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벌써 두 번이나 배우를 키우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이하영은 얼마 전 잭팟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터진 영화에서 조연으로 성공한 배우였다.
손익분기점이 200만인 영화였는데 전국적으로 600만 명이 들어오면서 제법 성공해서 이름을 좀 알리려고 하는 찰나였던 것.
“흠…….”
노형진은 이 상황이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상어 감독이다. 자신이 아는 황상어 감독이라면, 출연하기 위해서 돈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일단은 저도 알아보지요.”
이런 문제는 막 대할 수가 없다.
특히 양쪽의 인간이 의견이 다를 경우라면 더더욱 말이다.
소송도 아니고 단순 트러블일 수도 있는데 변호사가 설레발치면 일이 커질 수도 있다.
“제발 막아 주십시오.”
소태문은 그런 노형진에게 읍소하다시피 빌었고, 노형진 머릿속으로 이러한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런 거라면…….’
원래 노형진은 회귀 전에 영화 쪽에 관심이 많았다. 그저 보는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쪽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좀 알고 있었다.
회귀 이후에는 그다지 연을 만들어 두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라면 알겠네.’
알 만한 사람이 한 명 떠오르자 노형진은 그와 약속을 잡기로 했다.
* * *
“노형진입니다.”
“서하필입니다.”
조용한 횟집. 그곳에서 노형진과 서하필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기분이 묘하네.’
서하필은 상당한 이름을 가진 영화 평론가다.
단순히 영화를 판단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저변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모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회귀 전에는 그와 호형호제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이번 생에는 처음이구나.’
이번 생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보니 왠지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님이 연락을 주셔서 놀랐습니다. 다행히 제가 관련된 소송이 아니라고 하니 안도가 되네요, 하하하.”
“소송이 많은가 봐요?”
“뭐, 자기 영화가 망한 탓을 남한테 돌리고 싶어 하는 놈들은 수두룩하거든요.”
“아아.”
그건 회귀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다.
영화가 대차게 망하면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리려고 하는 놈들이 많은데, 그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신랄한 비평을 한 평론가라고 하던가?
그래서 몇몇 놈들은 일단 평론가를 ‘묻지 마 고소’ 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 건 아니고, 저희가 사건 하나를 담당하게 될 것 같은데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서요.”
“정확한 정보라……. 저를 부르신 걸 보니 영화 쪽인가 보군요?”
“네.”
“어떤 사건인데요?”
“황상어 감독에 관한 이야기인데…….”
노형진은 소태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적당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해 줬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서하필은 약간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음…….”
“왜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저를 만난 걸 비밀로 해 주실 수 있나요?”
“비밀요?”
“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면 좀 곤란하거든요.”
“네?”
노형진은 약간 당황했다.
서하필은 신랄하게 영화를 까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비밀로 해 달라고 할 정도면 황상어 감독의 힘이 도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비밀로 해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저한테 들었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네. 우리는 만난 적도 없는 겁니다.”
고개를 끄덕거린 서하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상어 감독, 상당히 문제가 많은 감독입니다. 이 소태문이라는 사람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네. 특히나 여자 문제가 아주 더럽기로 유명하죠.”
“여자 문제?”
“네.”
“그런데 그냥 둡니까?”
“거장이라는 이름이 그냥 붙은 게 아닙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일종의 신처럼 군림하고 있어요.”
“신요? 하지만 그는 흥행한 영화가 없잖아요?”
웃긴 일이기는 하지만 그는 거장 소리를 듣지만 흥행한 영화가 없다.
평생에 걸쳐서 그 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고작 두 개뿐이다.
다른 영화감독 같았으면 아마도 벌써 퇴출되었을 것이다.
“예술영화라고 생각하니까요. 웃긴 일이지만.”
어깨를 으쓱하는 서하필.
“소태문이라는 사람의 말이 대부분 맞습니다.”
물론 주연급은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
세계적인 영화제에 초청받아서 간다는 것이 그들의 꿈이니까.
“감독도 주연급한테는 섣불리 하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건 주연급 배우를 잘못 건드리면 골치 아프거든요.”
“그런데요?”
“그래서 대부분 조연급을 희생시키지요.”
“조연급을 희생시켜요?”
“네. 그가 예술영화를 찍는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래서 극단적인 묘사를 좋아합니다. 특히 여자 옷을 벗기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요?”
“네. 문제는, 주연급은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그는 조연급의 옷을 강제로 벗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계약할 때는 그런 장면이 없다고 하고는 정작 영화에 들어가면 갑자기 옷을 벗기거나 심지어 정사 신을 찍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연기 지도 한답시고 여배우 몸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허.”
“거기에다가 자기 자리를 이용해서 접대도 많이 요구하고요.”
“조연에게요?”
“네. 힘없는 조연 여배우들은 황상어 감독을 이길 수가 없으니까요.”
그것만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처럼 유명한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니 돈은 꿈도 꾸지 말라면서 돈도 안 주고 마구 부려 먹는다는 것 등, 그가 기본적으로 저지르는 범죄는 한두 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성희롱, 성추행, 계약 위반, 폭행, 임금 체불 등등.
“막말로 영화판에서 이루어지는 갑질의 종합판 같은 인간입니다.”
“음…….”
노형진은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런데 퇴출이 안 됩니까?”
“일단 영화판이 이런 문제가 원래 심각한 것도 있습니다.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황상어 감독이 유독 심하기는 하지만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거장입니다, 거장. 한국에서 주장하는 자칭 거장이 아니라, 인성이야 어떻든간에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의 추종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권력화되어서,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흠…….”
노형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인간이 어떻게 후원을 받아서 영화를 찍는지 말이다.
더군다나 그의 영화는 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왜 그런 인간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투자하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투자하나 보군요.”
“돈만 보고 투자하지 않는 사람도 있거든요.”
“이해는 갑니다.”
과거에서부터 돈이 아니라 가치에 투자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특히나 예술적인 부분은 당장의 돈보다 가치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화가나 음악가도 당대의 귀족이나 부자에게 지원받곤 했다.
“그런데 문제가, 그 인간이 너무 권력화되었다는 거죠.”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그가 추구하는 건 예술영화입니다. 그건 이해가 갑니다. 문제는, 시장의 파이는 한정되어 있다는 거죠.”
“파이?”
“네. 예술영화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가 투자금을 다 빨아먹고 있습니다.”
“아…….”
상업 영화야 어찌 되었건 돈만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니 계속 투자자가 생기지만, 예술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그가 그 투자금을 모조리 쓸어 가는 바람에 신인 예술영화 감독들은 영화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
“거장의 어두운 단면이지요.”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한국에서 예술영화가 씨가 마르는 시기가 있기는 했다.
물론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다기보다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해외 영화제에서 제대로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신인 감독이 없어서였나.’
한 사람이 예술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한데 그 지원을 받지 못하니까.
‘하긴…… 황상어 감독의 작품은 비슷비슷하지.’
처음에는 쇼킹하고 충격적이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비트는 작품이었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슷비슷한 코드로 영화를 만들었다.
자극적인 소재와 난데없는 베드신과 노출 신, 그리고 중간이라고는 없는 극단적 감정 상태 등등.
‘처음에는 그걸 보고 상을 줬을지도 모르지만…….’
영화제가 바보도 아니고, 매번 비슷한 영화만 들고 오는 사람에게 상을 줄 리 없다.
결국 새로운 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들고 가야 하는데, 그 영화 제작비를 황상어 감독이 모조리 빨아먹고 있다는 것.
“그래 놓고 자기 돈을 철저하게 챙겨요.”
“아까는 배우한테 안 준다면서요?”
“배우뿐입니까? 스태프 중에도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온갖 욕을 다 먹어 가면서도 묵묵히 일한 스태프들은 제대로 돈도 못 받는데, 그는 영화 제작을 할 때마다 수억에 달하는 임금을 따로 챙겨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연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요?”
“더러운 꼴은 조연이 다 당하는데 레드 카펫은 주연을 위한 자리니까요.”
“왜 그런 거죠?”
“대부분의 주연급은 파워가 있으니까요.”
그가 아무리 막장이라고 하지만 거대 소속사와 싸움이 시작되면 여러모로 골치 아프다.
그러니 거대 소속사에 속해 있는 주연급 배우에게 무리한 요구는 하지 못한다.
“대신에 조연을 약한 소속사에 요구한다 이거군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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