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75)
“그래도 기회를 잡으면 좋지 않나요?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옷을 벗어서라도 성공하려고 하는 아이들은 있는데.”
노형진이 기본적으로 성 접대를 막았다고 하지만 본인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까지 막아 낼 수는 없다.
물론 그런 아이들의 생명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렇게 자발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거야…….”
서하필은 약간 주저하다가 말을 꺼냈다.
“이미지 문제지요.”
“이미지요?”
“툭 까고 말해서, 누군가에게 로비해서 성공한다고 하면 외부에 그게 보이겠습니까?”
“그건 그렇군요.”
“하지만 이건 영화거든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요한 건 돈입니다. 그런데 황상어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면 이미지가 말 그대로 박살 납니다.”
그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자극적이고 극단적이다.
특히나 조연의 경우 필수적으로 누드 신이나 베드신을 집어넣는다.
“그런 장면을 찍은 여배우를 누가 써요? 주연급이라면 이해라도 하지.”
“하긴…….”
주연급이라고 해도 그런 장면을 찍는다는 것은 아주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런 장면을 찍는다는 것은 그 작품이 아주 대단하거나 자기가 이제 보여 줄 게 없는 끝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뜻이기 때문이다.
“당장 배우들한테 가장 돈이 되는 게 CF예요. 그리고 주변에 여자 배우나 아이돌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베드신을 찍은 여배우를 CF에 기용하겠습니까?”
“아아.”
배우로서의 자신이 완성된 이후에 연기 변신을 위해 찍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벗는 거라면 그 사람의 이미지는 그렇게 고정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연 여배우 중에서 성공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 거군요.”
“네.”
연예인은 이미지를 소비해서 먹고사는 존재다.
그런데 누드 신이나 베드신을 찍는다는 것은 이미 볼 거 다 보여 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거기에다 그 감독이랑 영화 한번 찍으면 버릇이 더럽게 들어요.”
“네?”
“황 감독이 버릇이 안 좋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의 영화는 절대로 정극이 아니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이며, 소위 말하는 멘붕으로 가득 찬 세계관이다.
“그래서 그 사람한테 연기 지도 받고 다른 영화 제작 팀에 가면 ‘발 연기’ 취급받습니다. 거기서 하는 연기는 상을 받기 위한 연기지, 한국 상업 영화용 연기는 아니거든요.”
정적인 연기가 불가능해져서 극단적인 감정만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걸 고치려면 못해도 1년 이상 걸리는데…….
“여배우들로서는 치명적이군요.”
“네.”
그것도 주연도 아니고 조연급이면, 치명적이다 못해 사실상 은퇴하는 꼴이 된다.
매년 연기 지망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기에다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전향하는 숫자만 생각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조연으로 황상어 감독 영화 한번 찍으면 인생 끝’이라는 말이 있죠. 그게 사실이고.”
연기 버릇은 개판으로 들어 버리고 이미지는 버려진다.
그렇다고 해외에 가서 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연 배우를 해외 영화제에서 부르지는 않으니까.
“말 그대로 쓴물 단물 다 빨아먹고 버리는 겁니다.”
“흠…….”
“거기에다 영화 촬영 기간 동안 더러운 꼴을 어마어마하게 당하지요.”
툭하면 불러서 술 접대 시키고 여기저기를 더듬는다. 온갖 욕과 희롱은 기본이고.
“소문으로는 성 접대도 요구한다고 하더군요.”
“소문이라…….”
소문이라고 하지만 서하필쯤 되는 사람이 그냥 지라시에서 도는 이야기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노형진이 회귀 전에 친해지지도 않았을 테고.
아마도 소문이라고 무마한 것은 황상어가 찍은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미래가 있으니까 돌려 말하느라 그런 것일 거다.
“음…….”
“간단하게 말하죠. 황상어 그 새끼, 재능 넘치는 씹 쌔끼입니다.”
“골치 아프군요.”
재능이 없는 놈이라면 묻어 버리는 게 쉽다. 하지만 재능이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남게 된다.
그런데 황상어는 누가 봐도 천재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다.
‘그런데 성격은 지랄 같단 말이지.’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좀 고민해 봐야겠네요.”
노형진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 * *
“구역질 나.”
영화를 잘 모르는 손채림이 황상어의 영화를 보고 한 첫마디였다.
“좀 그렇지?”
“이런 게 거장이라고?”
“그래서 거장인 거야. 인간은 원래 부정적인 것에서 시선을 돌려 버리고 싶어 하거든. 그걸 눈을 돌리지 않고 표현해 내는 게 거장이지.”
“그런데 꼭 이렇게 구역질 나게 표현해야 해?”
“그게 문제야. 거장 취급받기는 하지만 다른 방식을 모르는 거지.”
“끄응…….”
인간이 눈을 돌리고 싶어 하는 부분은 많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걸 위트 있게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이 웃으면서 보면서도 끝난 후 여운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황상어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끝까지 자극적이고 부담스럽게 만든다.
그 바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고.
“영화의 촬영 방식은 그렇다 쳐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문제야.”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면 퇴출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러지를 못하니 문제인 것.
“그냥 거절하면 매장당한다고?”
“그래. 전화 한 통이면 되니까.”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이하영쯤 되는 조연 여배우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감독들이 황상어의 부탁을 받고도 그를 무시하고 이하영을 출연시켜 줄 이유는 없다.
“그러면 어쩌지? 네가 이하영을 밀어줄 거야?”
“아니. 그러면 형평성 문제가 심해져. 아마 죄다 나한테 밀려들걸.”
이하영이 성공하면 아무리 황상어라고 해도 그녀를 섣불리 대할 수는 없다. 그러니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부작용이 심하다.
소문이 나면 다들 노형진에게 와서 매달릴 테니까.
게다가 그건 해결책이 아니다.
그저 다른 표적으로 황상어의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일 뿐.
“그러면 그 녀석을 퇴출시키는 건 어때? 너한테 그 정도 힘은 있잖아.”
사실 연예계에서의 힘으로 보면 노형진 역시 약하지 않다.
아니, 원하면 황상어쯤 압살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투자가 바로 영화였으니까.
영화를 좋아해서 어떤 영화가 뜨는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
“나도 그 방법을 생각해 보기는 했는데, 쉽지는 않을 거야. 일단 그 녀석이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가 다르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녀석은 예술영화, 난 상업 영화.”
노형진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예술영화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황상어 감독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고.
“내가 투자자로서 이름을 가진 쪽은 상업 영화야. 예술 쪽에는 전혀 없지. 그리고 예술영화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상업 쪽은 관심이 없어.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예술가를 지원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돈보다는 작품성을 추구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같은 영화판이지만 다르다 이거구나.”
“그래.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지.”
노형진이 투자를 막으려 한다고 해도 투자하는 사람들이 속한 세계가 다르니 노형진의 압력이 제대로 들어가기 힘들다.
설사 어느 정도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도, 황상어의 힘을 생각하면 기존에 있던 자칭 예술을 한다는 예술 감독들이 뭉쳐서 저항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군다나 그는 한국이 낳은 거장이 맞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한국의 고질병이 있지. 성공하기 전에는 모르는 인간이지만 성공한 이후에는 한국인이라고.”
“성공하면 한국인?”
“쉽게 말해서, 내가 싸움을 걸면 정부와 관계된 단체 역시 엮일 거라는 거야. 그들 입장에서는 거장이라고 불리는 황상어 감독을 보호해야 하니까.”
“그 범죄를 알면서도?”
“그 인간들이 몰라서 황성어가 지금까지 잘나가는 거겠어?”
모를 수가 없다.
그냥 혼자 숨어서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영화 촬영장에서 대놓고 그 지랄을 해서 파다하게 소문이 날 정도인데 과연 정부 관계자가 모를까?
“학교에서 학교의 명예를 위해 강간범을 처벌하지 않는 거랑 비슷한 거지. 일단은 한국의 거장 감독이라는 존재를 보호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가 범죄를 저질러서 처벌을 받게 되면 그 이름은 더러워지니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상이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와, 더럽다.”
“원래 그래.”
희생자들이야 어찌 되었건 유명인을 보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유명해져라. 그러면 네가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야.”
“그러면 고발을 해도 제대로 된 처벌은 못 받는다는 거네?”
“그렇겠지. 그가 찍은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닌데 지금까지 고발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겠어?”
“아…….”
그런 꼴을 당하고 나서 뜨기는커녕 사실상 매장당했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예 영화판에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고발한 사람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것은 그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것.
“기자들 역시 대부분 그와 친할 테니까.”
그가 몰락하는 단계도 아니고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를 고발하는 기사를 쓰는 사람도 없을 테고…….
‘그리고 효과도 별로 없겠지.’
애초에 그가 만드는 영화는 상을 받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 국민들이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자기들만의 세계일 테니까.’
그러니 국민들이 불매운동을 해 봐야 아무런 효과도 없다.
실제로 예술영화 감독이 다른 문제로 추문에 휩싸였을 때 국민들 중 그를 욕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자기들끼리 물고 빨아 주면서 거장이니 어쩌고 하면서 칭찬하느라 바빴으니까.
애초에 국민들이 보는 영화도 아니니 국민들을 마치 개돼지 취급하면서 그들은 자신이야말로 뛰어난 선각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니 불매운동을 해 봐야 의미도 없을 테고.”
“사생활을 까발리는 건?”
“주변에서 그걸 몰라서 지금 이러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최소한 영화제에서 상은 받지 못하게 할 수 있잖아.”
“그게 불가능해.”
“응?”
“해외 영화제가 왜 공신력이 있는데. 외부에서 어떤 압력이 들어가도 오로지 영화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야.”
“이것도 하나의 압력이 된다는 거야?”
“그래.”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영화 그 자체이지 영화를 만든 사람의 추문이나 사회적 문제 또는 인격 그리고 정치적 신념 등이 아니다.
웃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어쩌지?”
“글쎄다. 그게 문제야. 법적으로 하자니 이하영은 매장당할 거야. 소태문은 망할 테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황상어가 이런 짓거리를 얼마나 더 해 댈지 모르는 일이고.”
노형진이 알기로는 황상어는 매년 한 번씩 영화를 낸다.
그리고 앞으로 족히 10년은 넘게 활동한다.
벌써 20년째 활동하고 있으니 그 피해자만 스무 명이 넘을 것이다.
‘아니지, 더 될 수도 있지.’
이런 녀석이 출연을 미끼로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해 보자고.”
“어쩌려고?”
“겁을 한번 줘 봐야지.”
그걸로 안 된다면 그의 기억에서 약점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노형진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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