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8)
“으음…….”
워낙 큰 사건이니 부정은 할 수가 없었다. 분명 저들은 뭔가 그런 계획을 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찾습니까? 대한민국 어디든 될 수 있을 텐데.”
그게 문제다. 관련 서류라도 남아 있다면 노형진이 기억을 읽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쉽지 않았다.
“정보…… 정보…….”
정보를 더듬거리던 노형진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치고 지나갔다. 핸드폰.
“핸드폰?”
“그 살려 달라고 온 문자 있잖습니까? 최소한 그걸 보낼 시점에는 그 시간에 그 위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운이 좋다면 그 장소일 수도 있고 운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그쪽으로 이동하는 중일 수도 있는 겁니다.”
“아!”
“일단 부장님한테 말씀드려서 이야기해 봅시다. 위치 추적이 나올 테니까요. 아니. 일단 출발합시다. 서울은 벗어나야 할 것 같으니까.”
노형진은 마음이 다급했다.
“경찰입니다. 그곳에서 사람은 못 찾고 부서진 핸드폰만 발견했답니다.”
“젠장!”
노형진은 내려가면서 욕설할 수밖에 없었다. 발견된 장소는 고속도로였다. 누군가 핸드폰을 바깥으로 던져 버린 듯하다고 했다.
“아마도 누군가 문자 보내는 걸 발견했겠지요.”
그러고는 그걸 낚아채고 바깥으로 집어 던졌을 것이다.
“그쪽 도로에서 갈 수 있는 장소가 몇 군데요?”
“아홉 군데쯤 됩니다.”
‘너무 많아…….’
노형진은 이를 빠드득 갈다가 문득 핸드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래. 그 핸드폰에는 장소가 있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빠르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걸 봐서는 분명 사전에 계획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그곳에 가면 죽는다는 걸 알고 살려 달라고 문자를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경찰서로 갑시다.”
“네?”
“그 경찰서로요.”
“하지만 반대인데요?”
“그래도 가야 합니다.”
노형진이 다그치자 무태식은 바로 차를 돌렸다. 노형진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서로 들어가서 증거를 보여 달라고 성화했다.
중간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기는 했지만 김성식의 전화 한 방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고 노형진은 그 핸드폰에서 기억을 읽을 수 있었다.
고장 난 전화기를 살피는 그의 행동에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지만 그걸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이런 염병…….’
다행인 것은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떠올리고 있었던 덕분에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지만 불행한 것은 그곳이 현재 새론과 검찰에서 찾는 곳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곳이라는 것이었다.
즉, 각 지역에 있는 경찰이 전혀 엉뚱한 만구파의 건물을 뒤지는 사이, 이들은 다른 곳에서 일을 끝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대구입니다.”
“뭐라고요?”
“대구입니다. 이런 미친 짓을 할 거라고는…….”
대구에 있는 작은 별장. 그곳은 새로 생긴 신입 신도들을 교육시키는 장소였다. 더군다나 이곳은 신도의 명의로 되어 있어서 기록에 나와 있지도 않았다.
“빨리 갑시다!”
노형진은 뛰어가려다가 무태식의 손에서 자동차 키를 빼앗았다.
“노 변호사님!”
무태식은 말리려다가 포기했다. 자신이 아무리 밟아도 노형진처럼 빨리 가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기다리세요!”
그는 다급하게 노형진을 부르며 뛰기 시작했다.
“…….”
노형진이 사력을 다해 과속해서 해당 장소에 도착했을 때 미리 연락받은 경찰들이 그곳에 들이닥친 후였다.
그러나 그들이 발견한 것은 결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이럴 수가…….”
노형진은 멍하니 그 안을 바라보았다. 하얀 천으로 덮여 있는 수많은 시체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의사.
“산 사람은 없습니까?”
경찰은 그를 힐끗 보다가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온다던 그 변호사님이신가 보군요…… 아쉽게도…… 없습니다.”
“어…… 없습니까…….”
노형진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네.”
“도대체…… 얼마나…….”
“아이들을 포함해서 마흔여섯 명입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생각하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자네 잘못이 아닐세…….”
김성식은 자신이 직접 변호사 사무실까지 와서 노형진과 다른 변호사들을 위로했다. 외부에서 이상하게 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사건이 너무 컸다.
“고작 그걸 가지고…….”
“자네는 몰랐나 보군. 고작이 아니야. 자네 말고도 엄청난 소송이 걸렸다네. 아무래도 사고를 쳐도 좀 크게 쳤던가.”
“그렇습니까?”
“그래.”
투자 명목으로 빌린 돈부터 비슷하게 복지한다고 받은 돈까지, 수사 중인 사건의 총액만 벌써 150억을 넘는단다.
“몰랐습니다.”
“알면 그게 이상한 거지.”
다른 사건들은 외부에 전혀 알려 줄 수가 없다. 물론 노형진이 알아보려고 한다면 못 알아볼 것은 없지만 노형진도 그렇게까지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사건이 끝나면 원금만 150억에 더 많은 돈을 토해 내야 하는 상황이었네.”
“그래서…….”
“그래.”
안쪽에서 발견된 서류들. 그건 자신들이 몰래 한 짓이라며 만구파에서는 전혀 모른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이미 기타 증거도 그렇게 짜여 있었고 말이다.
“아마도 가짜 증거겠지만…… 재판부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무려 마흔여섯 명이 죽은 사건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재판하면 과연 얼마나 더 죽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걸 노리는 것일 테고 말이다.
“피해가 얼마나 됩니까?”
“아이들이 열다섯 명에 어른이 서른한 명일세.”
“이런 싯팔! 도대체 저항도 안 하고 뭐 했대요!”
무태식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었다. 그로서는 이런 미친 짓을 이해할 수가 없었으리라.
“부검이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몇몇 남자들이 주동을 한 듯하네. 그들이 마신 걸로 보이는 음료수에서 동물성 마취제가 나왔네. 아이들에게 그걸 먹게 하고 먼저 목을 졸라서 죽인 모양이야. 그 후에는 여자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목을 매달았네.”
가장 흔하게 쓰는 방법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이라는 거다. 미국 같은 곳에서는 아예 방에 넣고 수류탄을 던지거나 총으로 쏴 버리기까지 하니 말이다.
“정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대대적으로 단속이야 하겠지만…….”
안다.
방법이 없다.
정부에서 온갖 탈세부터 잡다한 것까지 다 수사하겠지만 어찌 되었건 종교다.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그걸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쯤 그들은 다시 나타날 것이다.
“미안하네.”
“저에게 미안하실 건 없습니다…….”
노형진은 우울하게 말했다. 그러나 모든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미래를 위한 계획(1)
노형진은 뉴스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왜 그러나, 노 변호사?”
“이거 때문에요.”
노형진이 내민 것은 다름 아닌 법률저널이라는 법조계 사람들에게만 나가는 일종의 직업 신문이었다. 그곳에는 로스쿨 관련 법률이 통과되었다고 시끌벅적하게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이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
“있지요, 심각하게.”
노형진은 미래에 대한 기억 속에서 로스쿨에 대한 폐단을 온몸으로 느낀 사람이었다.
애초에 로스쿨을 계획했던 대통령은 이걸 만든 이유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평한 법률적 지원을 한다는, 쉽게 말해서 노형진과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계획한 거였다.
하지만 그걸 만들게 된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권과 욕심을 주저하지 않고 투영했고 그 결과, 미래의 로스쿨은 돈 스쿨, 또는 쩐 스쿨이라고 불리면서 온갖 문제점의 골칫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완전 개판이었지.’
로스쿨의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돈이었다.
공식적으로 로스쿨의 기간은 3년. 그리고 그 기간 동안 학비만 1억이 살짝 넘는다. 문제는 그 기간 동안 실질적인 학비만 1억이라는 소리고 생활비나 기타 교재비 등등을 합치면 최소 3년에 2억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즉, 돈이 있는 사람에게만 그 교육이 돌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과거의 사법시험처럼 절대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두 번째, 졸업자들의 부족한 실력이다. 로스쿨 출신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공부한 사법시험 출신과 다르게 지속적으로 교육받는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스스로 한 것과 남이 한 것의 차이가 커서 그 실력이 좋다는 소리를 못 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인성의 부재. 로스쿨 출신 검사가 강간 피해자를 강간하거나 판사가 대놓고 돈을 요구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가 바로 청탁.
로스쿨이 생기자 온갖 청탁을 통해서 돈 가진 자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아이들이 로스쿨에 들어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서는 로스쿨이 공평한 법률 지원을 위한 법조인들의 양성이 아닌 빈익빈 부익부, 부와 계급의 계승을 목적으로 이용될 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긴…… 내가 봐도 이건 미친 짓인 것 같기는 하더군.”
노형진은 미래의 경험을 그저 가능성으로 해 줬지만 송정한은 그걸 부정하지 않았다.
“법률이라는 게 단순한 게 아닌데 말이야.”
당장 사법시험의 구조만 해도 일반적으로 법대 4년에 사법시험 준비하는 기간이 최소 2년 그리고 사법연수원이 2년이다. 즉, 8년이나 걸린다.
물론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제대로 된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3년? 그건…….”
재판이라는 것은 자신이 법조문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런 거라면 일반인도 인터넷에서 법조문을 찾아서 할 수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게 법이라는 것처럼 해석과 판례 그리고 그걸 논쟁하는 능력은 별개란 말이다. 실제로 어떤 법이 존재하면 그걸 파훼하는 법률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적으로 자네 말에 공감하네. 새로 나온 사람들이야 실력이 부족한 건 당연하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 공평한 게임이라고 할 수 없지.”
새론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수많은 변호사들을 선발하고 있다. 주로 아직은 때에 물들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이다. 문제는 그들이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노형진이 이런 시스템을 만든 거고 말이다.
“아마 이게 실행되면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가속될 겁니다.”
“분명히 그럴 테지.”
그건 단순히 변호사들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은 이제 막 변호사 자격증을 딴 로스쿨 졸업생에게 일을 맡길 테고 부자는 전관이나 최소한 아주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맡길 테니 이건 시작도 하기 전에 승패가 난 것이나 마찬가지.
“사법연수원 제도와는 다르게 아예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바깥으로 나갈 테니까.”
“그렇지요.”
원래 사법연수원의 목적은 이론으로만 배운 것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로스쿨이 생기고 나서 그것은 로펌에서 짧은 기간 연수를 받게 되는 걸로 바뀌었다.
‘문제는 그게 아주 개판이었다는 거지.’
돈 있고 권력 있는 집 자식은 유명한 로펌에서 연수하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좀 덜 유명한 곳에서 연수한다. 문제는 그보다도 못한, 즉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연수 자리조차 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연수받아야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할 수 있는 조건조차 채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정부에서는 변호사 협회와 연수 교육이라는 형태로 자리를 만들기는 했지만 한 회당 수백 명씩 배우는데 그게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 역시 권력의 계승으로 나타났다.
“사법시험은 존치시켜야 하는데 말이지.”
“그럴 리가 있나요.”
사법시험은 권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아무리 집이 부자고 권력이 있더라도 사법시험은 결국 성적이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가라고 해도 사법시험 성적을 조작할 만큼 간땡이가 부은 사람은 없으니 당연히 사법시험 출신이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서 로스쿨은 원하는 대로 조작하기 쉽다.
면접에서부터 서면 구술이나 가산점 등등 결국은 뽑는 사람 마음이니까. 당연히 가진 사람이 들어가기 쉬운 게 현실이고 그 후에 그들이 로스쿨 출신의 사람들과 부딪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원안대로 갔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제안했던 원안은 상당히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 거의 난도질해서 넘겨 버렸다.
‘나중에는 통과시키지 않느니 못하게 되었다고 탄식할 정도였지.’
농담이 아니다. 애초에 로스쿨은 가진 자 그리고 권력자의 자식들이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된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뭘 어쩌겠나, 법이 그런 걸.”
“그래서 우리가 지금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