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83)
“고작?”
“고작 물이 아니라 무려 물이다, 썅놈의 새끼야. 심장 떨어질 뻔하게 하고 욕심도 많아.”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소영민은 히죽거리면서노형진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노형진은 그에게 진짜로 물 한 잔을 딸랑 건넸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대체 여기는 왜 온 거야?”
“놀러 온 건데?”
“지랄하지 말고.”
이런저런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소영민은 절대로 놀러 온다고 갑자기 들이닥칠 놈이 아니다.
“연락도 하지 않고 온 걸 보니 아주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고, 네놈 성격을 봐서는 근처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즉흥적으로 들이닥친 것 같은데.”
“너같이 감이 좋은 꼬맹이는 사람들이 싫어한다.”
“닥치고, 왜 온 거야? 나 얼굴에 이다크서클 보이지?”
자신의 눈 아래를 가리키면서 투덜거리는 노형진.
물론 다급한 게 아니면 그냥 보내도 되기는 한다.
하지만 소영민이 여기까지 온 건, 절대로 가벼운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진지하게?”
“그래, 제발 좀 빨리.”
힘겹게 찬물을 마시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노형진.
“너 왈큐레 알아?”
“그게 뭔데?”
“넌 걸 그룹도 모르냐? 한창 잘나가는 아이돌이잖아. 아니, 잘나갔던 아이돌이라고 해야 하나?”
“왈큐레?”
멍한 머리를 애써 돌리면서 아무리 더듬어 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소영민이 힌트를 하나 던져 줬다.
“왕따 돌.”
“아…… 그 애들.”
얼마 전에 터진 사건.
걸 그룹 내에서 왕따로 인해 한 명이 나간, 아니 쫓겨난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그룹.
‘뭐, 이미지가 개판이 되기는 했지.’
노형진은 힘겹게 하품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데 왜? 네가 그 애들이랑 아는 사이도 아니잖아?”
“아는 사이도 아니긴. 이래 봬도 팬클럽 부회장이다, 이 새끼야.”
“헐, 언제는 3차원은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노형진이 아는 소영민은 덕질을 많이 하는 오덕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대부분 2차원 소녀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뜬금없이 3차원이라니?
“나이가 있으니 슬슬 2차원은 졸업해야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는 노형진.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2차원 덕질을 하든 3차원 덕질을 하든,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친구가 무슨 덕질을 하든 자신은 상관없다.
“덕질 한다고 방송국을 뒤집었던 네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우연이지.”
“그 우연을 가장한 행운 좀 우리 애들한테 써 봐. 애들 이러다 죽겠다.”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자신이 이렇게 바쁜데도 불구하고 왈큐레를 알고 있는 것은 그들의 상황이 그만큼 안 좋았기 때문이다.
“정식 의뢰냐?”
“한다고 하면 팬클럽에서 돈을 모아 주기는 할 거야. 규모가 작지는 않으니까.”
“아, 골치 아픈데…….”
연예인 문제는 법으로 해결하기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소속사도 아닌 팬클럽의 의뢰라니.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그게 말이지.”
소영민은 약간 텀을 두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왈큐레 진실 모임’이라는 그 카페장이 나보고 대신 대표를 해 달라고 하더라.”
“뭐?”
노형진은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했다.
“대표를 해 달라고 했다고?”
“그래.”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그 팬클럽의 부회장인 건 알고 제의한 거냐?”
“알고는 있어. 내가 거기에 가입해서 몇 가지 조언을 해 줬거든. 그랬더니 자기 대신에 좀 여기를 이끌어 달래. 아무래도 자신이 하기에는 좀 부담이 된다고. 알고 보니 거기 만든 애가 고등학생이더라고. 갑자기 이슈화되면서 악성 팬들이 몰려오니까 감당을 못 하는 것 같아.”
“끄응…… 그런 일이 있었냐?”
“그래.”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는 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구나.”
소영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은 침묵을 지켰다.
‘확실히…….’
노형진이 소영민과 친해진 이유를 찾으라면 바로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서 서로 비슷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성격상, 아무리 팬클럽 활동을 하고 덕질을 한다고 해도 자기들 편만 들어 주면서 상대방을 욕하거나 증거를 부정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대한 중립을 지키면서 상황을 판단하려고 했을 테고…… 그리고…….
“또 오지랖 떨었구먼.”
“그런 거지.”
소영민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가끔 인터넷에서 문제가 있으면 조언해 줘서 해결해 주곤 했다.
실제로 그의 조언은 상당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고.
그러니 상대방이 아예 통째로 카페를 맡기려고 할 수밖에 없으리라.
물론 왈큐레의 팬클럽 부회장이기는 하지만 팬클럽이 한두 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중립적으로 봐야 하니 그쪽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다.
“음…….”
노형진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잠깐 이야기한 것뿐이지만 그가 왜 고민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너 그거 감당할 자신은 있냐? 거기 모인 애들은 대부분 악플러나 싸움꾼이야. 말이 왈큐레 진실 모임이지, 대부분은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거기에 가지 않을 테니. 활동하게 되면 욕 좀 심하게 먹을 거다.”
“모르겠다.”
“지금 거기 인원이 몇만이지?”
“18만. 조만간 20만을 넘길 것 같다.”
“미친.”
아무리 떡밥을 물고 모여들었다고 하지만 어마어마한 숫자다.
‘왈큐레 진실 모임이라…….’
노형진은 회귀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왈큐레의 결말을 찾아냈다.
‘결국 흐지부지되었던 것 같은데.’
그들이 진실을 찾을 방법도 없었고, 애초에 진실을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소속사는 모든 죄를 가수에게 뒤집어씌웠고, 팬들은 가수 실드 치느라고 안티들을 도발했으며, 안티들은 진실을 찾기보다는 욕하기에 바빴다.
결국 저마다 자기 이야기만 하느라고 해결되지도 않은 채 그냥 흐지부지된 사건.
“그걸 네가 어떻게 해 본다고?”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간다.
갑자기 사건이 확 커지니 전에 있던 모임 회장은 더럭 겁이 났을 것이다. 거기에다 고등학생이라고 하니 더 겁날 수밖에 없다.
단순 안티 팬클럽이 뉴스에 오르내릴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도망가려고 하는 참에, 때마침 적절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
‘아마도 원래 역사에서는 거절했겠군.’
소영민이 그곳을 이끌게 되었다면 대충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모임이라는 곳도 현재는 기자들이 취재할 정도로 힘을 가진 곳이니 벌써 언론에 드러나서 시끌시끌해졌을 것이다.
‘거절 후 도망이라…….’
아마도 소영민이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고 그 후에 그들은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방치하는 쪽으로 갔을 것이다.
결국 점차 안티들만 많아졌을 테고, 그 후에 떡밥이 그 효과를 다 하면서 천천히 잊혔을 것이다.
“음…….”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로 소영민을 바라보았다.
그가 하고자 한다면 말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녀석이 영달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닐 테고.’
이런 사건은 영달을 바라고 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건데…….
“솔직히 말해 봐. 네가 목적이 있어서 하고 싶은 거지?”
“아닌데? 난 순수하게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어서…….”
“개소리 말고. 네가 그럴 인간이 아니라는 거 잘 알 거든? 돈을 바라는 건 아닐 테고, 네놈 오지랖에 걸리는 게 있으니 그거 뜯어고치겠다고 끼어드는 거 아냐?”
“눈치 빠른 새끼.”
“그러니까 변호사를 하지. 그러니까 까놓고 말해.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데?”
“가수들에 대한 처우.”
“처우?”
“정확하게 말하면, 가수들의 정신적 인권이라고 해야 하나? 뭐, 팬클럽 부회장쯤 되면 뻔하게 보이잖아?”
“가수들의 인권?”
“너도 알잖아. 너도 엔터테인먼트 협회 쪽 일을 하니까.”
“그렇지.”
“그런데 가수들에게 인권이라는 게 있나?”
“그거야…….”
노형진은 잠깐 말을 멈췄다.
물론 자신이 협회를 만들고 전보다 훨씬 나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다.
“네가 한 거 나도 알아. 그런데 너도 실수하는 부분이 있더라. 내가 그 부분을 커버해 보고 싶어.”
“실수라고?”
“그래. 넌 무명 가수나 연습생에게 신경 많이 쓰더라?”
“그렇지.”
돈도 없고 백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 사기당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게 노형진이 노린 것이엇다.
그런데 실수라니?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고난이 있거든. 그건 네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성공한 사람들…….”
“너만 봐도 그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 엄청 성공한 사람이야. 하지만 그래서 고난이 없어?”
노형진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맞다. 자신도 힘들 때는 죽을 만큼 힘들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힘든 게 사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수나 아이돌의 정신적 건강 때문에.”
“정신적 건강?”
“그래. 이번 사건에서 사람들은 왕따에 대해서만 떠들고 있을 뿐, 정작 그 이유는 잘 모르더라고.”
“이유?”
“그래. 이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넌 알잖아?”
“그렇기는 하지.”
“단순한 거긴 한데, 사람들은 근본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이유가 뭔데?”
“박스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사장이 이유라고? 어째서?”
“그 인간, 파산 직전이거든.”
“응? 파산?”
“그래.”
박스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마한우는 전부터 질이 안 좋은 사람이었다.
특히 욕심이 과한 사람이었는데, 그 때문에 큰 사고를 몇 번 친 것이다.
정확히는 일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곳에 손을 댄 것이 크게 틀어졌다.
“그래서?”
“그 인간이 파산을 막으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한데 말이지, 정작 그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그 회사에서 왈큐레뿐이었거든.”
“그래서?”
“소위 말해서 ‘좆뱅이’를 친 거지.”
하루 평균 취침 시간이 두 시간에서 세 시간.
부족한 잠은 차에서 쪽잠으로 메우고, 그렇게 번 돈은 대부분 회사에서 사정을 이유로 정산이 늦어지고.
“너도 알겠지만 어지간한 스타가 되기 전에는 소속사가 절대적으로 갑이야. 특히 지원이 중요한 아이돌의 경우는 더 그렇지. 아예 싱어송라이터나 배우라면 개개인의 실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이돌은 회사의 힘으로 홍보해 줘야 하거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돌이 그 정도 레벨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주변에서 듣기로는 마한우가 파산을 막으려고 사력을 다해서 돈을 긁어내는 모양이야. 당연히 돈줄은 왈큐레뿐이고. 그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건장한 남자도 버티기 힘든 스트레스를 고작 20대 여자애들이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계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갑과 을이라는 거지,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가 없는.”
“그러면 문제가 생길 텐데?”
“그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 그게 왕따로 터진 거야.”
원래 멤버도 아니고 나중에 늦게 합류한 멤버다.
더군다나 초반도 아니고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상황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낙하산으로 들어왔으니, 기존에 힘들어하던 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기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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