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87)
“이미 알고 있지. 하지만 여기는 중국이야. 한국에서 그렇게 시끄러워도 그다지 문제 될 게 없는 동네지. 그리고 그래서 뭐? 상품성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노형진은 왠지 쓴웃음이 나왔다.
‘참으로 아이러니군.’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다. 그런데 가장 자본주의적인 말을 한다.
상품성만 있으면 다른 건 다 필요 없다니.
하긴, 중국에 펑오룬 같은 재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공산주의에서 재벌, 아니 부자는 죄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류의 힘은 대단하지. 자네도 알 거야, 왈큐레 팬이 중국에 얼마나 많은지. 난 차라리 이번 일이 기회라고 생각하네. 왈큐레가 중국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 그러면 그 쪼그만 대한민국 같은 곳에서 버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
자신감을 내보이는 펑오룬.
노형진의 예상대로 마한우가 그렇게 주변을 도발하면서 자신 있게 행동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왈큐레를 데리고 온다는 계획에는 변경이 없는 거군요.”
“내가 말하지 않았나, 기회라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고, 아예 중국 활동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기회인데 내가 왜 마다하겠나?”
펑오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형적인 자본주의의 미소다.
그러나 그가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노형진이 그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그룹에서 전쟁이 나도 상관없다는 뜻이군요. 알겠습니다.”
“뭐라고?”
눈을 찌푸리는 펑오룬.
그리고 그 표정을 보고 노형진은 속으로 씩 웃었다.
‘걸렸다.’
중국에서는 왈큐레의 한국 사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 상관없다.
그 말은, 펑오룬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서의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는 뜻이다.
물론 사업인 만큼 어느 정도 조사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조사 수준이지, 내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고 봐야 한다.
특히나 이런 연예계적인 문제는 외적인 부분이 많이 보이는 게 보통이니까.
그러니 그 내적인 부분을 살짝 건드려 주면 된다.
그리고 그때 가장 좋은 방법은 사업 파트너의 믿음을 완전히 박살 내는 것.
“마한우가 이야기하지 않았나 보군요.”
“마 사장이? 무슨 이야기?”
“마한우 사장이 지금 전쟁 중인 거.”
“언론과 전쟁 중인 건 이미 알고 있네. 그래서 중국으로 오겠다는 의사를 비쳐 왔고.”
“언론이 아닙니다.”
“그럼?”
“마이스터와 전쟁 중이지요.”
펑오룬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마이스터가 장인을 뜻하는 독일어이기는 하지만 장인과 전쟁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머릿속에 생각나는 마이스터는 하나뿐이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마이스터가 맞나?”
“펑 회장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펑 회장님은 제가 어디를 말하는지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으음…….”
펑오룬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이건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사실 모를 수밖에 없다. 없는 일을 그가 어찌 알겠는가?
중요한 건 몰랐다는 거다.
그리고 마한우가 말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고.
‘당연히 배신감이 들겠지.’
그리고 그 배신감은 모든 일을 망치는 주범이다.
“증거가 있나?”
“증거요?”
“그래. 그 말에 대한 증거 말이야.”
“아무것도 없는 게 증거겠지요.”
“뭐?”
“생각해 보세요. 멀쩡하던 그룹에서 갑자기 왜 왕따설이 튀어나왔을까요? 마 사장은 화선 양이 그 전부터 수차례 문제를 일으키고 단독 행동을 하면서 내부 분열을 일으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전에는 안 걸리다가 이번에는 걸렸을까요?”
“으음…….”
“그리고 왜 마 사장은 화선 양을 내보낼 수밖에 없을까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모르고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으음…….”
인간은 적당한 뼈대만 그려 주면 알아서 거기에 살을 붙인다.
그리고 노형진은 대답하는 대신에 몇 가지 뼈대를 펑오룬에게 던져 줬다.
자연히 펑오룬은 머릿속에서 거기에 몇 가지 살을 붙였고 말이다.
“화선이 마이스터 쪽에 붙은 거군. 그리고 그게 문제가 된 거고. 그랬다면 모든 게 이해가 돼.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가 그렇게 나가 버린 것도 그리고 마 사장이 그애를 내보낸 것도…….”
“정답입니다.”
“그러면 마이스터도 왈큐레를 노리고 있단 말인가? 기업도 아니고?”
“현재의 연예인들은 어지간한 기업들보다 더 많은 돈을 굴리지요. 그에 반해서 투자 비용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고요.”
“으음…….”
“거기에다가 마이스터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데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군.”
실제로 마이스터의 투자 대상 중에는 사람도 있다.
이미 그곳에서 투자를 받은 수많은 천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그래서 다른 기업들도 부랴부랴 천재들을 찾아 헤메고 있다.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투자한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게 마이스터다.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아나?”
“제가 마이스터의 한국 담당 변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는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신분을 알려 주는 노형진.
당연히 그는 알아볼 테고, 그쪽에서는 맞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펑오룬은 그쯤 되는 사람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할 테고.
“마한우는 마이스터와의 싸움을 대신 치러 줄 사람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회장님을 선택한 겁니다. 몸빵이라고 하지요.”
“이런 개 같은 새끼가.”
펑오룬의 얼굴에 은은한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자신을 고장 사냥개 따위로 생각하다니.
그것도 자신의 집에서 기르는 개만도 못한 녀석이 말이다.
“아마도 회장님이 나서면 마이스터가 손을 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마이스터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어째서?”
아무리 마이스터라고 하지만 고작 아이돌 때문에 그렇게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데…….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소문에 따르면 마한우 사장이 미다스에게 아주 큰 실례를 했다고 하더군요.”
“미다스에게?”
이번에는 펑오룬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자신이 상당한 재력을 가진 부자라고 하지만 미다스를 이길 수는 없다.
그의 재산은 초 단위로 증식한다고 해도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가지고 있는 재산만 해도 수십조라는 말도 있고, FBI가 만든 가공의 인물이라는 말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를 건드리면 좋은 꼴은 못 본다.
“싸우시겠습니까?”
“아니.”
펑오룬은 깔끔하게 선을 그었다.
“고작 계집 몇몇 때문에 미다스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네.”
이건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다.
자신은 미다스의 정체조차도 모르는데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정도 되는 이라면 중국에도 사람을 심어 놨을 테니, 자신의 약점 또한 이미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쯤에서 물러나지.”
“잘 생각하신 겁니다.”
“그나저나 그 인간이 제대로 미다스를 열 받게 했나 보군. 이렇게까지 하다니.”
“회장님은 열 받지 않습니까?”
“당연히…… 열 받네. 중국이었다면 그는 죽었을 게야.”
자신을 이용해서 미다스와 싸우려고 했다는 사실에 그는 진심으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인간이면 미다스의 신경을 거스를 만하군.’
그런 인간들이 있다.
자신이 잘난 줄 알고 있는데, 그게 너무 심해서 자신이 누구라도 도구로 사용하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마한우 그 새끼가 그런 인간인가 보군.’
그런 인간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자기보다 더 성공한 사람들까지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지도 말이다.
“그러면 기회가 되면 나중에 뵙지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곳에서 나왔다.
* * *
“그래서 중국 진출을 안 도와준다고?”
“안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당분간은 중국에 입국도 못 하게 방해해 주기로 했어.”
“헐, 미친. 그쪽에서 알면 어쩌려고?”
“과연 이미 뒤집힌 계획에 돈을 들여 가면서 조사할까?”
“아.”
“기껏해야 내 신분에 대해 알아보는 정도겠지.”
사실 그는 이미 마이스터 쪽을 통해 노형진의 신분에 대해 확인 요청을 했다.
그리고 담당자인 로버트는 해당 사항은 마이스터의 보안 사항이라 말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 버렸다.
‘보안 운운하는 것에서부터 이미 확정적인 거지.’
개인적 보복을 대놓고 떠드는 사람은 없으니까.
당연히 펑오룬은 노형진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중국 진출은 물 건너간 거야. 아니, 이미 나가 있는 것도 완전히 막힌 셈이지.”
소영민은 노형진의 스케일에 기겁했다.
설마 이 정도로 규모 있는 싸움을 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거 일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아니야. 장기적으로 봐서 내가 도와주는 거야. 네 말이 맞으니까.”
한국 그룹에는 7년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인기가 있고 실력이 있어도 7년이 지나면 그룹이 해체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잊힌 것도 아니고 한창 신나게 활동하다가 갑자기 해체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는 이유는 간단해. 성공하는 순간 장기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울궈 먹기 위해 과도할 정도로 돌리기 때문이야. 그러니 정작 연예인 본인은 탈진하는 거지.”
물론 탈진은 훨씬 전에 온다.
하지만 7년이라는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중요하다.
“보통 그때가 2차 계약이 끝날 때쯤이거든.”
갑자기 ‘나 안 해!’라고 해 버리면 가수는 소속사에 적지 않은 돈을 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 해지 이후에 재계약을 안 해 버리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서 해체한 그룹의 활동량이 확 주는구나.”
“그래.”
그때쯤이면 돈을 벌 만큼 벌었다. 무명으로 7년씩 활동하는 그룹은 없으니까.
방송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해도 느긋하게 활동하는 거지, 미친 듯이 하루에 세 시간 이하로 자면서 활동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쉽게 말해서 정신적으로 쉴 틈이 필요하다는 거야.”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다.
성공하면 끝이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하지만 성공하고 나서도 나름의 고민이 있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다.
‘나만 해도 그런데 말이야.’
노형진 스스로도 가끔 정신적으로 지치는데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스타들의 정신적 피로도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마음대로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게 그들의 현실이니.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도와주는 거야.”
“그러면 이제 어쩌지?”
“어쩌긴, 기다려야지. 과연 마한우가 무슨 소리를 할지 참 궁금한데?”
* * *
같은 시각.
“상무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네. 감히 회장님에게 거짓말을 해? 중국 진출은 없던 걸로 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아닙니다. 전 거짓말한 거 없습니다! 진짜입니다!”
-이미 다 알아봤어! 너 같은 새끼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 하여간 중국 진출 건은 없는 줄 알아! 아니, 아예 중국에 발도 못 붙이게 할 테니 그리 알아!
“헉! 상무님! 상무님!”
그러나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끊은 후였다.
마한우는 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걸쭉한 중국 욕뿐이었다.
“이럴 수가…….”
마한우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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