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
아들이라는 말에 형사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유민택이 후계자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지라시에서 유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사업에 재능이 있었지만 너무 일찍 죽었다. 둘째인 유상민은 사업에 관심 없이 흥청망청 노는 녀석이었지만 관심이 없다 뿐이지 재능 자체는 막내보다 나았다. 한다면 하는 타입이랄까? 문제는 시작하는 게 힘들다는 점이었지만. 하지만 셋째는 욕심은 많은데 게으르고 극단적으로 무능력한 데다 남의 말을 들어먹질 않는, 사업하는 놈들이 가져서는 안 되는 네 가지를 몽땅 가진 놈이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주식시장에 태풍이 몰려올 뉴스였다. 그는 형사로서 지라시에 형사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다 보니 그 정보가 가지는 위력을 판단하는 것이 누구보다 빨랐다.
“혹시 그 사람, 만날 수 있을까?”
“누나요?”
“그래.”
“글쎄요. 딱히 연락처를 받은 건 아니라서. 뭐, 어디서 보는지는 대충 알지만요.”
“끄응.”
그러면 자신이 가면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은 일단 그 여자의 얼굴을 모른다. 설사 안다고 해도 경찰이라는 특성상 그다지 좋게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럼 그 사람을 찾으면 연락 줄래? 그땐 5만 원을 더 주마.”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 되는 노형진. 그걸 보고 형사는 말을 덧붙였다.
“그 소송이라는 걸 도와줄 사람 찾는다면서?”
“네.”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연락하라고 해라. 여기 명함이다.”
“일단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못 만날 수도 있어요.”
“알았다.”
노형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형사 역시 오랜만에 큰 건을 찾았다면서 만세를 불렀다. 이 정도면 못해도 정보료로 1천만 원 이상은 나올 일이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유상호는 지라시에서 나온 뉴스를 보고 발끈했다. 자신들도 찾아내지도 못한 상황인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후계자설이 튀어나온 것이다.
“대체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어디서 정보가 샌 거냔 말이야!”
“죄송합니다……. 도무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에게는 단단히 입단속을 시켰다. 그런데 어디선 샌 건지 지라시에 유상민의 아들이 있다는 소리가 떡하니 나왔던 것이다. 물론 믿을 사람은 믿고 믿지 못할 사람은 안 믿는 게 지라시라지만, 이런 뉴스는 타격이 크다. 벌써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어떻게 해서든 일이 커지기 전에 막으려고 했는데 지라시로 터졌으니 아무래도 일이 커지는 걸 막는 건 무리인 듯싶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적당히 겁만 줘서 쫓아내고 싶었다. 아직 돌도 안 지난 애를 죽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커지면 자신에게 선택 사항이 별로 남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직 모르십니다.”
“철저하게 숨겨. 지라시나 뉴스에 올라갈 만한 건 다 막아.”
“뉴스는…….”
“뉴스도 막아야지. 혹시 모르니까 단단히 이야기해 둬.”
이런 확인되지 않은 걸 뉴스에서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확실하게 선을 그어서 누가 갑인지 알려 두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이 이야기가 올라가면 절대 광고는 없을 줄 알라고 그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애들을 끌어모아.”
“설마…… 하지만 대상은 아이일 뿐인데…….”
“지금 내가 급한데 그런 것까지 따질 정신이 어디 있어?”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찾아. 일이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해.”
다 된 밥에 코도 아닌 재가 뿌려지자 그는 마음이 다급해지고 있었다.
“변호사님, 이거 사실일까요?”
“글쎄.”
같은 시각, 어느 변호사 사무실에선 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제대로 물면 대박이기는 한데…….”
“하지만 아니면요?”
“뭐…… 쪽박까지는 아니겠지.”
그들이 보는 것은 지라시였다. 그걸 본 소속 변호사 중 한 명이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뭐, 가짜라고 해도 그다지 큰 손해가 없긴 해.”
“하지만 성격을 보면 그냥 넘어갈 놈이 아닌데요?”
“그때는 회사를 날리고 다시 모여서 새로 법인을 만들면 돼. 아무리 유상호라고 해도 우리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할 수는 없을 테니.”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들. 그들이 대화하는 주제는 다름 아닌 유상민의 아들이라는 존재에 관한 것이었다.
“만일 이걸 제대로 터트려 주면…… 대룡그룹과 긴밀한 관계가 될 수 있겠지.”
“실패하면 유상호와 척을 질 테지만요.”
친자 확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이들이 몰려든 이유는 간단하다. 만일 친자 확인 소송을 도와줘서 진짜로 유상민의 아들로 판결이 난다면 자신들은 대룡그룹의 회장 유민택과 아주 긴밀한 관계가 될 것이다. 유민택이 후계자가 될 만한 손자를 얼마나 원하는지 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여자가 일종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쇼를 한 것이거나 멍청해서 사기를 치려고 벌인 일인 거라면 유상호에게 제대로 찍힌다는 것이다. 유민택이야 합리적이고 변호사라는 게 이런 업무를 한다는 걸 이해하니 별말은 안 하겠지만 유상호는 그 성격을 생각했을 때 절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모, 아니면 도네.”
회장과 친밀해지면 그는 손자를 찾아 준 자신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해 줄 것이다. 은혜와 원한은 확실하게 갚는 타입이니 말이다. 안 그래도 그가 내심 막내아들의 무능에 지쳐서 그를 쳐 내고 전문 CEO를 들이려 한다는 소문도 있고 말이다.
“어차피 모험은 한번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끙, 그렇기는 하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땅히 돈이 벌리질 않았다. 물론 개인적인 사건도 처리해 주지만 수십억짜리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기업과 관련된 사건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한번 도전해 보죠.”
“도전이라…….”
고민하던 변호사들은 결국 마음의 결정을 했다. 어차피 조만간 돈이 없어서 세를 내지도 못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 까짓거 한번 해 보자. 죽기밖에 더하겠냐?”
예상치 못한 바람들(1)
“진짜 급하기는 한 모양이네.”
경찰을 만나고 온 지 2주째. 노형진은 차분하게 공부하면서 신경을 끄고 있었다. 지라시로 터질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이 지라시를 볼 수 없지만 출렁거리는 대룡그룹의 주가를 보면 각자 생각이 많은 상황일 것이다.
딩동.
또다시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노형진은 문자를 확인하고 그걸 닫았다. 그 형사였다. 아직까지 그 여자를 찾지 못했느냐는 내용이었다.
‘하긴…….’
유상호가 지라시를 죽이려고 덤벼들지도 모르는 일이니 다급할 수밖에.
‘뭐, 이쯤이면 되려나?’
바로 데리고 가면 의심받을 게 뻔해서 노형진은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2주면 충분히 시간을 끌었다고 봐도 된다. 괜히 더 끌었다가는 세간의 관심이 식어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변호사 생활을 할 때는 법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언론 플레이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래서 재판 잘하는 변호사는 2등이고 언론 플레이를 잘하는 변호사는 1등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전처럼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중학생 흉내를 내는 노형진. 그걸 들은 상대방은 슬쩍 그를 찔렀다.
“그 사람 만났니?”
“아, 그분요? 만났기는 했어요. 커피숍에서 알바하더라구요.”
“커피숍에서 알바를 해?”
“네, 뭐, 애기 분유값이 없다나?”
“음…….”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렇게 스스로 벌어서 살려고 하는 사람은 최소한 사기를 치고 등쳐 먹으면서 다니는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나 볼 수 있을까?”
“물어봤는데 도움을 주시겠다면 한번 만나 보겠대요.”
“그럼 어디로 가면 될까?”
“일단 직장은 안 된다고 했고요. 장소는 제가 다시 한 번 말해 봐야 해요.”
“그래, 알았다.”
애써 모른 척하면서 전화를 끊는 형사. 하지만 그 안에서는 엄청나게 애가 바짝바짝 타고 있을 것이다. 이게 허위 사실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가짜 정보를 뿌린 셈이니 잘못하면 정보원에서 잘릴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하려는 건 바로 돈 때문이었다.
‘2천만 원이라니, 후후후.’
지라시 쪽에 접근해 온 한 변호사 사무실. 그들은 소개해 준다면 1천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정보료 1천만 원까지 합치면 2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된다.
‘확실하겠지? 확실할 거야.’
그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다독거렸다.
“잘하는 걸까?”
“일단 정보는 흘러갔으니까 저쪽에서 섣불리 손대지는 못할 거예요.”
물론 커피숍에서 일한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심지어 장소조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으로 골랐다. 유상호의 감시가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저기 오네요. 제 말대로 하세요.”
고개를 끄덕거리는 강소영.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 그래. 안녕? 이분이시니?”
“네.”
형사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게, 자신이 알고 있는 유상민이라면 어떻게 해 보려고 할 만했다.
‘아이가 있단 말이지?’
그런데 여기에는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당연한 건가?’
그 역시 벌써 정보 라인을 통해서 관련 사건을 뒤져 봤고 유상민에 대한 친자 확인 소송이 있다가 기각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게 그가 만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더군다나 유상호가 알고 있을 테니.’
유상호가 알고 있다면, 정재계에 도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아이와 함께 이런 공개된 장소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고 시작한 대화. 말이 대화지, 취조에 가까웠다.
“일단 도움을 드리기 전에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은 사기가 많다 보니.”
“네.”
“기억하시는 유상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녀가 거짓말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반대로 유상민이 아닌 자가 자기가 유상민이라며 사기를 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아야 했다.
“오른쪽 한쪽에 피어싱을 했구요, 차는 재규어 레드를 주로 끌고 왔어요. 고기류는 좋아하는데 생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잘은 모르는데 알레르기가 있다면서 복숭아를 안 먹더라구요.”
몇 가지 정보가 나오자 형사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과 상당히 근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자세했다.
‘일단 유상민 본인을 만난 건 사실이군.’
그렇다면 남은 주의 사항은 하나다. 과연 그를 만나면서 다른 남자와 놀아난 적이 있느냐는 것. 하지만 행동거지나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걸 보면 그런 타입의 여자는 아닌 듯했다.
“일단…… 이 사건에 대해서는 도움을 주실 분이 있습니다.”
“도움을 주실 분요?”
“네, 로펌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곧 들어올 1천만 원을 생각하면서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가 본인의 아이가 맞는지는 자신이 알 수 없다. 하지만 1천만 원은 확실하게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전 돈이…….”
변호사도 무려 800만 원이나 요구했다. 그런데 로펌이라면 더 큰 돈이 필요할 것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상으로 해 준다고 하더군요.”
“무상으로요? 어째서?”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생각지도 못한 물고기가 걸렸네? 그렇게 된다면 내가 편해지지.’
자신은 원래 이 사실을 사방에 알려서 유상호의 공격을 차단할 생각이었다. 원래 가진 놈들이 보는 게 지라시인 만큼 후계 문제가 가진 놈들에게 알려지면 아무리 유상호라고 할지라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않게 다른 건수가 걸린 것이다.
“왜 저를…….”
“아, 그곳에서는 불우한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무료 변론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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