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2)
“아예 재산을 모두 바치고 그 아래로 들어갈까 하는 생각까지 하는 모양이에요.”
“무슨 소리예요, 그게?”
“집단화. 그리고 사교화되는 거죠.”
재산을 모두 바치고 그 아래로 들어간다. 그 대신 그 선지자라는 인간이 먹여 주고 재워 준다.
어디서 많이 보던 형태가 아닌가?
바로 노예다.
종교라는 이름하에 스스로 노예화되는 것이다.
“이 꼴이니 아이가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고 하죠.”
어쩐지 나이에 비해서 아이가 강단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사진은 이쯤이면 된 것 같네. 다음 장소로 이동하죠.”
“네.”
노형진과 민시아가 그다음에 간 곳은 다름 아닌 주변 마을이었다.
“수련이? 불쌍하지. 맨날 라면을 외상으로 가져가긴 하지만.”
“외상요?”
“그래, 돈이 어디 있어, 애가. 그러니까 맨날 외상이지. 그래서 알바한 돈이 나오면 갚고 그 후에는 다시 외상이고…… 쯧쯧.”
“부모님은요?”
“아, 그 미친놈들? 말도 마. 일 끝나면 집도 안 가고 바로 만구의 전당인지 뭔지에 가서 기도한다우. 집에 들어오는 꼴을 못 본다니까. 제대로 된 인간들이 아녀.”
“그럼 집은 잠만 자는 곳?”
“그것도 아녀. 수련이만 자는 거지. 그 인간들은 일주일에 한 번 오나? 내가 놓친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밤 12시까지 가게에 있는데 그 안에 집에 들어가는 걸 거의 못 봤어. 이 자리가 오거리라 어딜 가든 다 보이거든.”
조금 떨어진 가게에 있던 아줌마는 수련이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뿐만 아니라 집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련요? 저도 도와주고 싶죠. 근데 말이 통해야 말이지요.”
다음으로 노형진이 찾아간 사람은 2학년 때 담임이었던 사람이었다. 그 남자는 수련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고개를 흔들었다.
“그 부모? 아니, 두 쓰레기는 완전 미쳤습니다.”
“그 정도입니까?”
“우리 학교가 미션스쿨 아닙니까? 기독교 계열.”
“네.”
“사실 미션스쿨이라고 해도 딱히 포교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기도문 방송하는 게 다인데 그걸 가지고 이단에 물든다고 애를 끌고 간 게 몇 번인지. 한 번은 2주 가까이 학교를 못 나가게 했다니까요.”
“이단에 물들어요?”
“네, 그러면서 학교에서 배워 봤자 얼마나 배우냐면서…….”
배움의 장인 학교에서 그렇게 말한다는 게 좀 웃긴 일이기는 하지만, 하여간 그 두 부모의 상황은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았다.
애초에 광신이라는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 중에 과연 정상적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일반 사람들같이 믿음을 갖고 종교 생활을 하는 것과 광신은 전혀 다르다.
“좋아, 증언은 이쯤이면 된 것 같은데.”
주변의 증언과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확보한 노형진은 다음 과정을 생각하자 한숨부터 나왔다.
“이제 문제입니다. 다음에 만날 사람들은 말이 안 통해서요.”
“아니, 누군데요?”
“구청장하고 시장하고 도지사요.”
그 말에 민시아는 입을 쩍 벌렸다.
“이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원래 법이라는 게 연계되는 경우가 많잖습니까?”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구청장과 시장, 도지사는 아동의 피해가 극도로 클 경우 법원에 친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형진의 기억 속에서 그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단 모든 공직자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질 수도 없거니와 그런 일이 이슈화될 때쯤에는 해당 자격을 가진 사람 중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인 검사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건 좀 무리이지 싶은데요.”
구청장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거북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요즘 잘나간다는 새론의 변호사들이라고 해서 만난 건데 심각하게 부담스러운 내용을 말하다니.
“아니, 어째서요?”
약간 어이없다는 얼굴이 된 민시아 변호사
“집안 내부의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건 좀…….”
결국 또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서의 잘못된 통념처럼 남의 가정사에 자신이 나서기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형진은 그 속내를 알 수 있었다.
“표가 아까우신가 보군요.”
“그렇다기보다는…….”
구청장은 말을 흐렸지만 안 봐도 뻔했다.
“표가 아깝다니요?”
“아무래도 종교라는 것이 주변으로 퍼져 가는 성향도 있고 집단행동도 잘하니까, 아무리 사이비라는 소리를 들어도 교인들 중 누군가가 피해를 입으면 만구파는 행동에 나설 겁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의 말을 듣고 제재하면 표가 떨어질 테니 저러는 겁니다. 안 그런가요?”
“크흠…….”
구청장은 대번에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노형진이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러니 누가 신청하겠냐고?’
부모가 양육하지 못할 정도의 쓰레기인 경우는 의외로 많다.
하지만 그걸 고발해야 하는 구청장이나 시장, 도지사는 남의 가정을 파탄 냈다는 부담스러운 말을 듣기 싫기도 하고, 종교와도 연관되었다면 해당 종교 단체에서 떨어질 게 뻔한 표 때문에 못 본 척하는 경우가 많다.
“알겠습니다.”
노형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오자, 민시아는 일어나서 구청장을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다가 바깥으로 나왔다.
“저럴 줄은 몰랐어요.”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습니까, 분명 말이 안 통할 거라고?”
“그래도 그렇지.”
분명 노형진이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이라고 말은 했다.
그때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확 와 닿지 않았는데 겪고 나니 노형진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은 시장에게 다시 가 봐야겠네요.”
“그러지요.”
* * *
시청으로 간 노형진.
하지만 역시나 시장은 난색을 표명하면서 자신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개소리나 지껄였다.
“이런, 이런…….”
민시아 변호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시장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만나서 이야기해 보겠지만 다음 대상은 도지사다. 자신들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어쩌죠, 방법이 없는데?”
“아뇨, 방법은 있습니다.”
“네? 어떻게요?”
“도지사쯤 되면 그런 사이비 종교로 인한 표 이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업적을 보여서 아동에게 이렇게나 신경을 쓴다고 자랑하고 싶을 수 있지요.”
“그럼 잘될 수도 있다는 뜻?”
“네, 한 가지 문제만 빼면 말이죠.”
“한 가지 문제?”
“과연 도지사가 우리를 만나 줄 것인가라는 거죠. 그를 만나려고 하는 사람들은 사방에 널려 있으니까.”
“우우우…….”
여전히 길이 안 보이는 상황에 민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만날 자신이 있었다.
* * *
“유태만 도지사님, 반갑습니다.”
민시아의 얼굴이 어리벙벙해졌다. 도지사쯤 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해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노형진이 전화를 걸어 바로 약속을 잡은 것이다.
“오랜만입니다, 노 변호사.”
“잘 지내셨지요?”
“나야 뭐, 잘 지내고 있지요.”
유태만은 노형진을 보고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그가 군대에서 벌인 일 덕분에 도지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그 당시 도지사의 비리를 캐내 준 덕분에 유태만은 압도적인 차이로 도지사가 되었다.
“그래, 부탁할 게 있다고요?”
“사실은 이런 일이 있습니다.”
노형진은 애초부터 구청장과 시장이 거절할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도지사에게 부탁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안면이 있고 자신에게 빚이 있는 도지사가 그의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은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 부탁이군요.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형진은 미소로 웃으면서 대답하더니 민시아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민 변호사님, 잠시 나가 계시겠어요?”
“네?”
“이제 할 말은 상당히 정치적인 이야기라서요. 나중에 민 변호사님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민 변호사님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네……. 아, 네…….”
민시아는 변호사이기는 하지만 정치 쪽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조용히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형진은 이야기를 끝내고 바깥으로 나왔다.
“벌써 끝나신 거예요?”
“네, 힘든 일은 아니니까요.”
“아는 사이라면 그냥 처음부터 이쪽에 부탁하지 그러셨어요?”
그랬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고 쉽게 처리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구청장과 시장을 거쳐서 여기까지 오다니.
그 말에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원래 이런 건 거래거든요.”
“거래?”
“네, 유태만 도지사님은 제게 빚이 있습니다. 아주 큰 빚이죠.”
“그런데요?”
“그런 걸 이번 기회에 쉽게 갚게 해 버리면 저희가 나중에 그걸 써먹기 힘들어집니다. 더군다나 그 빚에 비하면 이번 건은 너무 작은 거라서요.”
“그래도 부탁한 거 아닌가요?”
“아니요. 부탁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거래?”
‘거래라고 하면 뭔가를 주고받았다는 건데 과연 거래할 만한 게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민시아 변호사는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거래할 만한 게 없었다.
“그 거래가 뭔데요?”
“한 개의 구청장 자리와 한 개의 시장 자리입니다. 그 정도면 이런 작은 부탁을 하는 데에 충분하고도 남는 조건이죠.”
“네?”
민시아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노형진이 능력이 있다곤 하지만 선출직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는 없다.
“어려우실 겁니다. 아무래도 정치니까요.”
“솔직히 그러네요.”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죠. 유태만 의원은 선국당 소속입니다. 그리고 앞에 만난 사람들은 라이벌 정당인 새헌당 소속이구요. 전 그들이 우리와 나눈 대화에 관한 정보를 알려 드렸습니다. 제가 유태만 도지사를 알면서도 왜 그들에게 먼저 갔겠습니까? 쓸데없이 놀러 간 거 아닙니다.”
“아!”
그 순간 민시아는 노형진이 노린 바를 알아챘다. 그들이 거절할 건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에야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 관련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걸 가지고 있다가 선거 때 써먹는다면?
“그들은 나름 잘 버텼습니다. 아마 특이한 이변이 없는 한 재임할 수도 있겠지요.”
맞는 말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구해 달라는 한 어린 소녀에 대한 요청을 대놓고 거절한 걸 그걸 다른 반대 정당의 정치인이 알게 된다면 과연 이변이라는 게 없을까?
“어찌 보면 유태만에게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소속 정당에서는 최소한 한 개의 구청장 자리와 시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쥐게 된 것이지요.”
유태만 개인에게는 상관없겠지만 정당에는 큰 이익일 테니, 그걸 확정시킨 유태만의 입김이 정당 내부에서 커질 건 자명한 일.
“이 정도면 충분히 거래할 만하죠.”
“대단하세요.”
“대단할 건 없습니다. 정치계의 생리만 알면 말이죠. 바로 공짜는 없다는 것 말입니다.”
“공짜는 없다라…….”
유태만은 확실하게 고발할 테니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소송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에는 안전하게 그 아이를 빼낼 수 있다.
“자, 그럼 수련이한테 갈까요? 어릴 때는 잘 먹어야 하니까 맛있는 거나 사 주러 가죠. 든든하게 먹어야 싸울 수 있는 법입니다. 이제 힘든 싸움을 해야 할 때니까요.”
분명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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