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23)
“어?”
이른 아침, 일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원자재의 확인이다.
그런데 그 원자재를 확인하러 온 사람들은 그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당황했다.
“누구십니까?”
“법원에서 나왔습니다.”
“법원?”
“네.”
“아니…… 법원에서 왜……?”
“가압류하러 왔습니다.”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들이라고 산재가 발생한 것을 모르겠는가?
동료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은 것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처지다.
“가압류라고 하면…….”
누군가 노형진에게 물었다.
가압류를 한다면서 왜 원자재 창고에 있단 말인가?
“당연히 압류를 하기 위해서지요.”
“뭐라고요? 뭘요?”
“당연히 원자재를 압류할 겁니다.”
“네에?”
다들 입을 쩍 벌렸다.
원자재를 압류하다니?
“기계나 장비가 아니고 원자재를 압류한다고요?”
“네.”
“아니, 하지만 이건 얼마 하지 않는데요? 솔직히 이거 다 압류해도 그 금액에 못 미칠 텐데요.”
“압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다. 그리고 알기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다.
“아마 여기에 있는 거 말고 추가로 오는 것도 압류해야 할 겁니다.”
“차라리 공장 안에 있는 걸 압류하시지요. 장비가 더 비싼데.”
그래도 같이 일했던 동료였기 때문에 그들은 애써 돈이 되는 것을 알려 줬다.
하지만 노형진은 씩 웃었다.
“돈 필요 없습니다.”
“네?”
“오늘은 푹 쉬세요. 아니, 당분간은 푹 쉬셔야 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법적으로 가압류라는 것은 임시로 압류하는 겁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그걸 마음대로 쓸 수가 있지요.”
“그런데요?”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 물건의 가치를 변동시켜서는 안 될 것.”
“변동시키면 안 된다고요?”
“네.”
“그러면?”
“기계는 쓴다고 해서 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아!”
사람들은 그제야 노형진이 뭘 노리는지 알아차렸다.
가치가 변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
만약 기계를 가압류하면 그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계를 돌린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원자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공할 수밖에 없으니 모양도, 가치도 변동된다.
당연히 법적으로 그걸 가공할 수는 없다.
“기계에 붙여 봐야 공장이 돌아가는 걸 막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원자재는 다르다. 그건 훼손할 수가 없으니 당연히 공장이 멈춰야 한다.
그리고 공장이 멈추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가서 사장님한테 말씀드리세요, 개싸움 한번 거하게 하겠다고.”
* * *
“뭐라고!”
창선의 사장은 당혹감에 되물었다.
“공장이 멈춰?”
“네, 지금으로서는 자재가 없어서 움직일 수가 없답니다.”
“뭔 개소리야! 자재 들어온 지 몇 달이나 지났다는 거야, 뭐야?”
“들여온 자재가 가압류로 묶여 버렸습니다. 그래서 공장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사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장이 하루 멈추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못해도 하루에 3억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다.
그런데 원자재를 못 써서 공장이 멈추다니?
“당장 빼다 써!”
“그게, 법원 관리관이 아예 지키고 있습니다.”
“큭.”
그렇게 마음대로 하면 자신들에게 처벌이 내려온다.
그러니 마음대로 빼다 쓸 수도 없는 노릇.
“당장 그거 풀어! 이럴 때 쓰라고 우리가 변호사 두는 거지! 우리 변호사는 폼이야? 어? 폼이냐고!”
“그게…….”
상무는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말해 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가압류를 빨리 풀려고 해도 일주일은 걸릴 거라고…….”
“뭐? 일주일?”
“네.”
가압류를 풀어 달라고 한다고 해서 법원에서 오냐, 하고 당장 풀어 주는 게 아니다.
그 요청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문제가 없을 때 풀어 주는 데, 그 심사 기간만 일주일은 걸린다.
“뇌물을 적당히 쓰면 빨라질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써! 일주일이나 회사를 멈출 거야? 우리 회사 망하게 할 생각이야!”
“회장님, 상대방은 새론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도 뇌물 쓰다가 한두 번 걸린 게 아닙니다.”
“크윽.”
그랬다.
새론은 그 거대하다는 성화와 싸워서 이긴 곳이다.
당연히 성화의 로비력은 자신들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제대로 로비도 못 하고 몰락했다.
새론은 기업전에 들어가면 뇌물을 쓸 것을 예상하고 판사에 대해서도 지극히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씨발, 그러면 어쩌자는 거야? 공으로 일주일 기다리면 되는 거야?”
“그게…….”
상무는 아무래도 말해야 하나 말아아 하나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이의신청을 하면 재판을 해야 한답니다.”
“뭐?”
“저쪽에서 이의신청을 하면 재판으로 싸워야 한답니다. 그러면 못해도 2개월은 걸릴 거라고…….”
“지금 장난해!”
공장이 멈추면 하루 피해가 3억이 넘는다. 그런데 2개월이나 멈추면, 기업더러 망하라는 꼴이다.
“이런 개새끼들이! 뭐야, 저 새끼들 왜 저래!”
“그게…….”
지금까지 변호사를 상대해 보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말려 죽이겠다고 덤비는 변호사는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그저 협상 자리에서 말 몇 마디 하고 재판정에서 몇 마디 하는 게 끝이었지, 이런 식으로 덤빈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런 뜻이었나.’
상무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노형진이 했던 말이 있다.
자기는 개싸움 잘한다고, 그러니 개싸움 한번 해 보자고.
거기에 있는 직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젠장.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노형진이 노리는 바는 정확하다.
나 돈 받는 거 안 급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줘야 하는 돈보다 더 많은 피해를 너희에게 입힐 수 있다.
그게 노형진의 행동이 전하는 의도였다.
‘이거 어쩐다…….’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합의를 파투 내라고 해서 낸 죄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장기화되면 그 책임은 합의를 파투 낸 자신이 지게 되어 있다.
기업이란 그런 곳이다.
“회장님, 그냥 합의를 적당히 진행하시는 게…….”
그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뭔 개소리야! 내가 누군데! 고작 변호사 새끼 하나 때문에 거지새끼들에게 돈 뜯겨야겠어?”
“그건…….”
이런 경우 대표의 자존심이 더 문제가 된다.
기업이 작으면 어떻게 해서든 합의하려고 한다. 그래야 피해가 줄어드니까.
하지만 창선은 작은 기업이 아니다.
그리고 그 정도 되면, 오너는 기업의 피해보다는 자기 자존심을 세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끝까지 가자고 해! 개자식들, 단돈 한 푼이라도 못 줘! 말라 죽든 뭐 하든 내 알 바 아냐! 당장 변호사한테 저거 풀라고 하고! 소송을 하든 말든 끝까지 가!”
“하지만 대표님, 그러면 피해가…….”
“씨발, 그러면 저런 거지새끼들한테 고개 숙이고 들어가야겠어!”
자존심 싸움이 되어 버리자 상무는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그 끝이 뻔하게 보였다.
‘젠장…….’
그는 끝까지 민사를 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자신의 입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