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39)
“뭐라고? 연락이 안 돼?”
“네,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큭.”
최재철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미친놈들이 갑자기 민간인에게 총을 갈겨 대는 바람에 수십 년간 감춰 둔 비밀 금고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없습니다. 주변에 전파방해 장치가 깔려 있는 데다가 인터넷이고 전화고 모조리 끊어 놨습니다. 개미라도 한 마리 들어가면 총알이 날아올 판국입니다.”
“미친…….”
최재철은 그답지 않게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정부에 뭐라고 해 볼 수 있겠어?”
“안 됩니다. 여기서 그들을 구하려고 하면 우리가 도리어 독박을 씁니다.”
이미 그들은 정부에 의해 빨갱이로 못이 박혀 버렸다.
안 그래도 현 정부는 안보 장사로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어서 사방팔방에 빨갱이 타령을 해 놨다. 이제 와서 무마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진 상황.
“현재 정부에서도 아차 싶었는지 어떻게 해서든 무마하랍니다.”
“내가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나도 한계가 있다고!”
자신이 아무리 방송을 쥐고 흔들고 있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인터넷이고 팝 캐스트고 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 대는데 정부와 언론만 그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더군다나 정부에서 제일 좋아하는 북한 관련 사건인데 말이다.
“전에 통제하려다가 실패한 거 몰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지만 당에서는…….”
“씨발, 그러면 제대로 일을 처리하든가! 미친놈을 데려다 두고 사고 쳤으니 나한테 처리하라고 하면 나더러 뭘 어떡하라는 거야!”
당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은폐하라고 하지만 이건 은폐될 만한 성향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번에는 은폐하려고 하려다가 도리어 야당 국회의원들이 냄새를 맡고는 북한에 동조하는 것이냐며 방송국 사장을 국정원과 검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일이 크게 틀어질 뻔했다.
“염병할…….”
사실 그 돈에 대해서는 그도 몰랐다. 현직 대통령과 극히 일부 수뇌부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모르고 당한 최재철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당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연락해 보랍니다.”
“미친 새끼들! 내가 대통령이야! 대통령이냐고!”
아무리 자신이 어둠 속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군 통수권자도 못 하는 것을 자신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설사 어떻게든 한다 해도, 그랬다가 걸리면 자신에게 뒤집어씌워지는 것은 빨갱이라는 누명뿐이다.
‘그러니 자기들이 나서지 못하는 것이겠지.’
혹시라도 알려지면 자신들이 그들과 동조했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그들은 최재철을 방패로 세우고 몸을 사리는 것이다.
그 아래에 있는 놈을 동원하자니 힘이 부족하니까.
‘미치겠네.’
최재철은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일단은 최대한 내부의 사정을 알아봐.”
* * *
최만순은 미치고 팔짝 뛰는 기분이었다.
잘 자고 일어났더니 졸지에 자신이 북한군이 되어 있었다.
지금도 문 바깥에서는 군인들과 국정원 그리고 심리 전단에서 계속 투항을 종용하고 있었다.
“사장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하들도 잔뜩 긴장한 채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훈련을 받고 경비에 동원되기는 했지만 이들은 북한군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군으로 오해받고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리라.
“본사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어?”
“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고 싶어도 모든 수단이 차단되었다.
인터넷도 전화도, 심지어 나가는 것도 안 되는데 무슨 수로 연락을 주고받는단 말인가?
“사장님, 그냥 투항하는 게 어떨까요? 오해라고 하면…….”
“씨발, 그걸 말이라고 해!”
최만순은 그렇게 놔둘 수 없었다.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그럴 수가 없다.
그는 벌써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다.
만일 나가서 투항하면 당연히 이 주변의 실종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죄는 자신이 뒤집어쓰게 된다. 아니, 자신이 저지른 것임이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가 아니니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바깥으로 나가지는 못할 것이 뻔했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 여기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그래? 오해라고 말한다고 한들, 그게 풀릴 것 같아?”
“…….”
“그리고, 보면 몰라? 저들은 우리를 이미 빨갱이라고 못을 박아 놨어. 어찌 되었건 나가면 죽어!”
“하지만 사장님…….”
“닥쳐! 기다리면 본사에서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만들 거야.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해서든 부대를 물리겠지.”
“…….”
부하들은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마음 한편으로는 그 말을 믿었다.
현 정부를 이끄는 정당이 설마 자신들 하나 못 꺼내 주겠냐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식량은 충분하고, 저들도 당장 쳐들어올 생각을 하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런데…….”
“한 일주일 정도 버티면 오해 풀고 물러날 테니 입 닥치고 있어!”
바깥에서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모르는 그들은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들은 노형진이 촬영해서 공중파와 인터넷에서 때려 버린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러니 총소리에 군대가 움직인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어차피 한두 번 겪어 보는 거 아니잖아. 입 닥치고 있으면 한국 놈들 오래가는 거 봤어?”
“네.”
그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렇게 놔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 * *
“시간 끌기?”
“그래.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고 주변이 잠잠해지면 어떻게든 물러나게 할 모양인 것 같더군.”
“그렇겠지.”
노형진은 느긋하게 말하면서 서류를 옆으로 내려놨다.
그 모습에 남상진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예상한 듯한 모습이군.”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들의 행동 패턴은 뻔한 거 아냐?”
“뭐?”
“어찌 되었건 현 여당이야. 일단 시간을 끌면 과연 그들을 구하지 못할까?”
“음…….”
“아마 조만간 연예인들에게서 엄청난 스캔들이 터져 나오겠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은 그쪽으로 향할 테고, 정부에서는 보안 시설에서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 정도로 몰아서 무마하겠지.”
거기까지 들은 남상진은 눈을 찌푸렸다.
그동안 거창하게 작전을 짜더니,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고?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노력한 건 의미가 없지 않나?”
“의미가 없기는. 일단 당에서는 난리가 났잖아.”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라는 걸 알 텐데?”
자신이 관련된 모든 기록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알아. 그러니까 느긋한 거고.”
“뭐?”
“지금 양쪽이 무서워하는 건 뭘까?”
“응?”
“그렇잖아. 양쪽 모두가 두려워하는 게 한 가지 있어. 그게 뭘까?”
“글쎄…….”
남상진은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곧 두려워하는 것을 알아냈다.
“투항이군.”
“딩동. 정답.”
투항하면 결국 최만순은 사실대로 말하게 될 테고, 그러면 사실상 당은 와해될 것이다. 무너지지야 않겠지만 자신들의 가장 큰 힘인 비자금을 빼앗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투항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최만순은 버려진 꼴인 셈이지. 양측 다 절대로 감안하지 않는 카드일 거야.”
“그래서?”
“하지만 그 둘은 서로 소통을 못 하지. 그중 누가 배신할지 누가 알겠어?”
남상진은 얼굴에 썩소가 올라갔다.
“경찰이 공범을 취급할 때처럼 완전히 격리시키고 붕괴시키겠다 이거냐? 애초부터 노린 거고? 재미있군.”
“후후후.”
노형진은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저들이 지금 상황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시간을 끄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당에서 정부에 한마디 했을 테니 군대는 절대로 저들을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는다.
하나 그렇다고 저들을 풀어 주자니, 당장 보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애초부터 시간을 끌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겠지.”
그리고 관심이 무뎌졌을 때쯤 해서 적당히 핑계를 대고 무마할 것이다.
전원 투항 후 귀순이라는 형태를 하든가 알고 보니 각 부처 간 오해라든가.
하여간 거짓말할 건수는 많으니까.
“그러면 어쩔 생각이지?”
“경찰들이 그 방법을 많이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경찰은 공범들을 구분해서 가둬 두고 심문한다.
따로 심문을 받기 때문에 서로의 상황에 대해 잘 알 수가 없어, 결국 누구 하나는 먼저 입을 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게 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무슨 수로?”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해?”
“어떤 말?”
“나 CIC야.”
“엉?”
그게 이번에는 어떤 효과를 발휘한다는 건지, 남상진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