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4)
“네?”
“원래 우리 대룡은 9위였지. 하지만 성화와의 전쟁에서 지면서 10위까지 떨어졌거든? 그런데 지난달 집계에 따르면 다시 9위로 올라갔어.”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축하할 일만은 아니라네. 다른 기업들도 극도로 경계하기 시작했거든.”
두 거대 기업이 싸우기 시작하면 순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성화는 11위에서 12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그런데 대룡은 한때 떨어지긴 했지만 금세 무서운 속력으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마 일부는 성화와 손잡고 우리를 견제하려고 하겠지.”
“성화와요? 전쟁 중인 걸 알면서도요?”
“그러니까 우리를 막으려고 하는 거야.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민택의 말대로 순위 안에 있던 대기업들이 대룡이 갑자기 치고 올라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어쩐 일인가? 자네가 부탁할 게 있다면서?”
“쇼를 좀 해야 하는데 대룡엔터테인먼트, 아니 한국엔터테인먼트조합의 손을 좀 빌렸으면 해서요.”
“쇼?”
“네, 이번에 좀 골치 아픈 사건을 하고 있거든요.”
“아! 그 친권 상실 청구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긴 유민택은 노형진에게 아주 관심이 많아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상태이니까.
“네.”
“안 그래도 그 만구파라는 녀석들이 아주 작정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던데, 방법이라도 있나? 자네도 알다시피 언론인이라는 놈들은 영…….”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죠.”
약자를 물어뜯기 위한 기회만 엿보는 놈들.
“반박 기자회견을 해도 되지 않나?”
“반박 기자회견을 한다고 들어나 주겠습니까? 뭐,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만요.”
아마도 반박 기자회견을 하면 오지 않는 인간들이 대부분일 테고, 설령 한다고 해도 단신으로 작게 보도할 것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이참에 영웅이나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영웅?”
“네.”
언론이 좋아하는 것이 자극적인 것이라면 그걸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싸워 본 적이 있는 노형진이 가지고 있는 그와 관련된 경험은 어쭙잖은 언론 플레이를 하는 청계보다 훨씬 뛰어났다.
* * *
“그러니까 우리가 모여서 언론 플레이를 한다 이겁니까?”
공식적으로는 엔터테인먼트조합이라고 하지만 유민택이 갑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가 나가라고 하면 막대한 돈을 들여 직접 연습실부터 부대시설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민택이 모이라고 했을 때 거절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게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죠?”
아무리 조합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이득을 위해 모인 사람들.
“간단합니다. 우리가 언론 플레이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이미지 쇄신에 있죠. 안 그렇습니까?”
“뭐, 반쯤은 맞습니다.”
언론 플레이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다.
회장님들이 법원에 출석할 때마다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병원복을 입은 채로 휠체어나 침대를 타고 들어가는 이유가 뭘까?
다 언론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풀려나기 위한 일종의 포석을 까는 것이다.
“이미 언론 플레이는 저쪽이 선점했습니다. 이쪽에서 똑같은 방식을 써 봤자 이빨도 안 먹힙니다.”
“그래서요?”
“그럼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이미지를 바꾸는 게 아닌 얼굴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면?”
“……?”
“언론 플레이의 목적은 ‘우리는 억울합니다.’라는 거지만 그건 부가적인 목적으로 쓰는 거죠. 반대로 여러 연예인들의 얼굴을 알리는 걸 목적으로 한다면?”
솔직히 이 말에 각 회사의 사장들은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하는 얼굴이 되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여러분들이 데리고 있는 가수들은 얼굴을 알려야 합니다. 반대로 우리는 진실을 알려야 하지요.”
“그렇지요.”
“그러니까 힘을 합치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얼굴을 알리고 우리는 진실을 알리는 거죠.”
“무슨 수로 말입니까?”
“콘서트죠.”
“콘서트?”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는 얼굴이 되었다.
콘서트라는 것에는 막대한 돈이 들기 마련이다. 무대를 마련하고 조명과 음향 기기 등을 설치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그걸 단순히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쓴다? 차라리 그 돈을 언론사에 뇌물로 주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콘서트 비용을 알고나 그러는 겁니까?”
“뭐, 정규 콘서트는 그렇지요. 하지만 게릴라 콘서트라면 훨씬 싸게 먹힐 겁니다.”
“게릴라 콘서트?”
“제가 간략한 이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보시겠습니까?”
노형진은 자신이 생각한 무대의 그림을 그린 뒤, 대룡의 도움을 얻어서 그걸 3차원으로 구현하는 데에 성공했다.
“무대는 두 대의 탑 차와 두 대의 트레일러로 구성됩니다.”
“응?”
3차원으로 구성된 그림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네 대의 차량이 서로 꼬리를 맞대고 서자 특수하게 설계된 고정 장치가 연결되었다. 그러고는 앞쪽에 있는 트레일러의 삼중으로 되어 있던 무대가 앞으로 나와 생각보다 커다란 공간을 만들더니 그 뒤에 있던 탑 차의 옆 뚜껑이 열리고 조명이 설치되었다.
탑 차란 뚜껑을 단 트럭인데, 그 뚜껑을 옆으로 올리면 상당힌 높이가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 난 뒤, 트레일러가 짐칸 부분을 떼어 내고 움직이자 순식간에 하나의 완벽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어?”
“어떻습니까?”
차량이 생각지도 못한 제법 커다란 무대로 바뀌는 걸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게 뭡니까?”
“이동형 간이 트레일러입니다.”
“이건…….”
“네, 행사 할 때는 끝내주죠.”
보통 행사라고 하면 무대 설치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그런데 이건 그런 비용 없이 그저 가지고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설치에 30분. 철거에 30분. 모든 장비는 그 안에 있다.
“이걸로 돌아다니면서 주요 콘서트 장소에서 사용할 겁니다.”
“그걸 지원하겠다고요?”
“일단 한번 만들고 나면 계속 쓸 수 있으니까요.”
잠시 생각에 빠지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무대는 그렇다고 치고 그 후에는 어쩌자는 겁니까? 뭐라고 콘서트를 해요? 게릴라 콘서트는 기본적으로 공짜이니 사람이야 많이 모이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쉽게 말해서 인터넷 워리어들을 자극하는 겁니다.”
“인터넷 워리어?”
“네.”
게릴라 콘서트를 관람하는 사람은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인터넷에 능숙하다. 그러니 그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콘서트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무명인 가수들의 입장에서는 공연하면 돈은 벌리지 않지만 얼굴을 알릴 기회는 얻을 수 있다. 공짜라는 점에서 상당한 수가 올 것이 확실하다. 진짜로 게릴라 콘서트처럼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공연이 끝난 후에 우리 쪽 의뢰인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거죠.”
“오호!”
대충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 되는 사람들.
막대한 사람들이 모일 테고, 젊은 사람들이 그중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런 곳에서 노형진의 의뢰인이라는 사람이 진실을 까발린다면 인터넷을 뒤흔들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신문의 위력은 과거와 같지 않으니까.
이쪽에서 뒤흔들면 신문은 그 논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럼 여러분들은 영웅이 되는 거죠.”
“영웅?”
“네, 약자를 보호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신인 가수들. 이름과 얼굴을 알릴 뿐만 아니라 좋은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닙니까?”
“흠…… 그럼 출연료는…….”
“대룡에서 지불할 겁니다. 많이는 못 드립니다.”
“뭐…… 이런 거라면…….”
단순히 1회성 행사가 아니라 언론에도 노출되는 일종의 홍보성 행사다. 그렇다면 수천만 원씩 받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 부분은 여러분이 아셔야 합니다.”
“뭐가요?”
“이걸 주기적으로 하게 된다면 여러분이 정치 세력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차량을 만드는 거구요.”
“정치 세력화!”
그 말에 사장들의 눈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정치인들이 툭하면 성 상납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신들이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룡에 기대자 그런 정치 쪽의 부담스러운 요구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대룡은 부담스러운 상대니까.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엔터테인먼트에는 세력이 거의 없는 탓이다.
정확하게는 여론을 움직일 힘이 없다.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대중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 종사자인데 정치적으로 거의 힘이 없다니?”
“확실히…… 그건 그렇지요.”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 세력화한다는 건 요란한 게 아닙니다. 정치인들에게 불리한 말을 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진짜 잘못된 것을 공론화시켜 지속적으로 정치권에 부담을 준다면 섣불리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을 겁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이야 단순히 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더욱더 큰일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정치인 하나 매장하는 건 일도 아닐걸.’
만일 정치인 한 명이 나쁜 짓을 했을 경우, 이들이 가서 공연을 하면서 사실을 까발린다. 그럼 언론과 경찰들은 은폐할 수 있겠지만 이런 사실까지 은폐할 수는 없을 테니, 전국적인 규모는 힘들겠지만 국회의원 하나를 자기 지역구에서 날려 버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게 될 것이다.
“각개격파라는 거군요.”
“네.”
그렇게 된다면 누구도 성 상납이나 정치 자금을 목적으로 돈을 요구하지 못한다. 이들이 해당 지역구에 가서 공연하며 진실을 까발리면 아무리 언론 통제를 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으니까.
“차량의 가격도 얼마 안 합니다. 다 해 봐야 10억입니다. 대룡에서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차량을 제작하는 중이고요.”
그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처음에 10억이라는 큰돈이 들어가긴 하지만 저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쓸 수 있다. 그런 정치적인 행사가 아니더라도 지방 행사 같은 필요한 때에 사용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저런 무대가 필요한 곳은 많다. 학교라든가 지역 행사라든가. 그런 곳에는 제대로 된 무대도, 음향이나 조명도 없으니까.
“어떻습니까?”
“그거…… 어떻게 신청하는 겁니까?”
누군가 돈의 냄새를 맡고 다가왔고 그게 시작이었다.
“지원은 선착순입니까?”
“공연은 최대 몇 명입니까?”
너도 나도 공연을 약속하기 시작했고 노형진은 계획이 잘되어 가고 있음을 알고는 미소를 지었다.
* * *
“제가요?”
강수련은 깜짝 놀랐다.
“그래, 이번에는 네가 좀 나서야겠다. 피해자는 나서지 않는 게 보통인데 현재 여론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가 너를 강제로 빼앗는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니, 그 사람들은 왜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인데요?”
“그게 대중이다.”
원래 피해자는 거의 나서지 않는다. 심적인 고통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어떻게 해서든 여론을 뒤집지 않는다면 정부는 언론이 부담되어서 강수련을 돌려보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강수련은 어쩔 수 없이 나이 먹은 약혼자와 결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그 녀석이 극단적인 방식, 즉 강간을 실행할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제 사연을 말하기에는 좀…….”
그녀의 사건은 개인에게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거국적으로 말해 봐야 그다지 반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연만 말한다면 그렇지. 하지만 다른 걸 함께 이야기하면 된다.”
“다른 것?”
“응, 원래 인간들은 영웅을 바라기 마련이니까.”
“영웅?”
“그래, 영웅. 자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영웅이 나서서 뭔가를 바꿔 주기를 원하거든. 그러니까 너한테 그 이미지를 덮어씌울 거야.”
“하지만 전 한 게 없어요. 누구를 구하거나 희생하거나…….”
그런 것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결국 이미지의 문제.
“그러니까 너한테 그런 이미지를 만들 거야.”
“어떻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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