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45)
“이거 미친 새끼 아니야?”
손채림은 광진만에 대해 조사한 기록을 주며 말했다.
“그렇게 제정신이 아니야?”
“아니, 나이 차가 이렇게 나는데 어떻게 고백을 해? 아버지와 딸도 아니고 할아버지와 손녀 수준이라고.”
나이가 무려 64세.
일찍 결혼한 사람은 진짜로 손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나이 차다.
“확실한 건 아니니까 일단은 혐의만 두자고.”
“고백한 건 사실이잖아?”
“그건 그렇지.”
톡으로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말을 보냈는데 마음을 받아 주지 않자 나중에는 엄청난 분노를 폭발시켰다, 욕설과 협박까지 하면서.
“이런 게 구질구질한 거라고.”
“하긴, 그렇다. 교수쯤 되면 상식이라는 게 있어야지.”
나이야 어찌 되었건 교수도 남자다.
그러니 여자에게 반할 수도 있고, 고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동은, 해서는 안 되는 거지.”
내게 상대방을 좋아할 자유가 있듯이 상대방 역시 거절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협박하고 괴롭힌다면, 그건 인간으로서 실격이다.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뭔데?”
“그 새끼, 유부남이야. 손자까지 있다고.”
“그다지 놀랍지는 않은데.”
“뭐?”
“그 나이에, 국제대학교 교수가 미혼인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으으으…….”
결국 자기 감정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노친네 한 명이 뻘짓을 한 것이다.
‘그냥 그러고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거기서 멈추었다면 그저 흑역사로 남았을 일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을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뭐, 좀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확실히 광진만 교수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아.”
그라면 자기 학생의 주소야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함정을 팔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거기에다가 자신이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지.”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거절당한 남자는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버리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면 그는 잃어버릴 게 너무나 많다.
“결국 간접적으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거든. 전에도 말했지만 남자는 직접적인 방법을 선호하지 간접적인 방법은 선호하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간접적 방법을 선택했다.
“거기에다 나이를 먹으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은 확실하지. 오죽하면 나이 먹으면 애가 된다는 말이 있겠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안 되면 땡깡을 부리는 것이, 아이들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걸 경험이라고 우기는 거지.”
“그 가스통 할아버지들처럼?”
“그래.”
세상이 바뀌었지만 그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로지 ‘빨갱이’라는 말 하나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기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빨갱이로 못 박아 버린다.
“그 사람들이 젊을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잖아.”
“쩝.”
“나이 먹는다는 건 그런 거야, 슬프지만.”
심지어 그중 일부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광진만 교수 그 사람이 범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간단하지.”
노형진은 손을 까딱거렸다.
“우리에게는 라이터가 있잖아?”
* * *
노형진과 손채림은 광진만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라면 광진만이 홍태섭에게 라이터를 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그렇다면 광진만은 그린그린에 다닐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저거 봐.”
바깥으로 나온 광진만을 바라보던 손채림은 잠깐 다른 데 신경을 쓰고 있던 노형진을 쿡 찔렀다.
“뭔데?”
“담배를 피운다.”
“호오?”
광진만은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쭈욱 빨아들였다. 그리고 허공으로 길게 연기를 뿜었다.
“저거로군.”
“뭐가?”
“너 화면에서, 기억나? 이상하게 불이 빨리 커졌잖아.”
“그렇지. 하지만 기름 흔적은 발견이 되지 않았잖아.”
“그래.”
그랬다면 아마도 경찰이 주변 주유소를 확인해서 기름을 사 간 사람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경찰은 홍태섭의 단독 행동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이유라니?”
“저 사람이 쓰는 라이터를 봐 봐.”
“라이터가…… 아!”
그가 쓰는 라이터는 일회용 라이터가 아니었다.
그는 어느새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지포 라이터를 꺼내서.
“라이터 기름은 일반적인 기름보다 훨씬 휘발성이 강하지. 흔적도 안 남고.”
라이터 기름은 마트에서 현금을 주면 쉽게 살 수 있다.
거기에다 휘발성도 강해서 금방 증발하기 때문에 증거도 남지 않는다.
“거기에다 가격도 얼마 안 돼. 박스 몇 개 정도 적시는 건 어렵지 않지.”
노형진은 두 번째 그림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거기에다 담배를 계속 피우잖아.”
“응?”
“벌써 세 번째 담배야.”
아무리 퇴근 시간이라고 하지만 광진만은 벌써 세 번째 담배를 물고 있다.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 저렇게 피우는 것이다.
“아무리 골초라고 해도 이렇게 연속해서 담배를 피워 대지는 않아.”
“그렇겠지.”
물론 특수한 경우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딱히 술을 마셨거나 하지도 않았다.
퇴근 시간인 걸 감안해 보면 더 이상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리 한 대 피우고 어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 때이니까.
“아이고, 교수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때였다.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광진만에게 접근했다.
“아닐세. 연락은 받았네.”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요, 하하하. 어서 타시지요.”
차에서 내린 남자는 굽신거리면서 광진만에게 인사했고 광진만은 익숙하게 차량에 올라탔다.
“뭐지? 차 안 가지고 가나?”
“보아하니 접대인 모양인데.”
“접대?”
“광진만의 기록을 생각해 봐.”
“아!”
그는 제법 유명한 사람이다.
특히나 정부 관련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접대가 안 들어오겠어?”
광진만이 탄 차는 점점 멀리 움직이고 있었다.
한참 도로를 달려서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그린그린.
그걸 본 노형진은 씩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우연 아니야?”
“우연이 아니야. 여기로 오는 동안에 접대할 만한 술집이 단 하나도 없었을까?”
“그건 아니지.”
“그런데 왜 콕 집어 여기로 왔을까?”
“그건…….”
“간단해. 상대방이 원하니까. 너도 알다시피 접대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아부를 떠는 행동이야. 당연히 그가 가고자 하는 곳이 최우선 장소 아니겠어?”
“아하!”
“그리고 그린그린에 왔다는 것은, 광진만이 여기 단골이라는 소리지.”
아마도 내부적으로는 ‘지명’이라고 해서 그가 찾는 여자가 따로 정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근데 우리가 안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
“안에는 들어갈 수 없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쪽으로 아주 강력한 아군이 하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