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47)
근처에는 몇 곳의 고물상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물상들은 그런 사실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고물상 주인이 어렴풋하게 누군가를 떠올려 냈다.
“박스를 사 갔던 사람요?”
“네.”
“뭐, 많은 건 아닌데, 아예 없는 것도 아닌지라…….”
“양복을 입은 초로의 남자일 겁니다. 차는 외제 차를 끌고요. 박스도 많이 사 갔을 겁니다.”
“양복? 아하! 그 사람!”
양복이라는 말에 뭔가 생각난 듯 손바닥을 딱 치는 고물상 주인.
“기억하시나요?”
“기억하지요, 특이했으니까.”
“특이했어요?”
“네. 일단 박스 구입량도 많았고, 여기에 박스를 사러 양복을 입고 온 것도 이상했으니까.”
그의 말에 따르면 여기에서 박스를 사 가는 사람들은 보통 이사 같은 이유로 인해 뭔가를 포장해야 하는 이들이다.
그러니 양복을 입고 구두까지 신고 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러고 왔더라고. 거기에다가 가지고 간 양도 적지 않았고.”
“얼마나 되죠?”
“한…… 서른 개 넘지? 이삿짐을 싸나 했는데.”
서른 개쯤이면 빌라의 입구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노형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기에다 그 인간, 맞아, 차도 비싼 차를 타고 왔단 말이지.”
“뭐였는데요?”
“B사 모델이었어. 세상에, 그런 거에 박스를 실어 가는 인간이 어디에 있어?”
“박스를 차에 실었다고요?”
“그랬지. 그 많은 걸 싣느라 얼마나 고생했다고. 승용차에 박스 서른 개가 들어가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고물상 주인.
트렁크뿐만 아니라 뒷좌석과 옆자리에까지 박스를 그득하게 실어서 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혹시 그 사람, 결제는 어떻게 했나요?”
“현금으로 했지. 그게 얼마나 된다고.”
일반적으로 고물상에서 사는 박스의 가격은 500원 선.
그렇다면 서른 개라고 해 봐야 고작 1만 5천 원이다. 그걸 카드로 계산했을 리는 없다.
“그러면 그 당시 상황을 촬영한 건 있나요?”
힐끗 천장을 바라보는 노형진.
거기에는 분명히 촬영용 CCTV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고물상 주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가 얼마나 오래전인데. 그게 그대로 있을 리 없지.”
“끄응…….”
카메라가 있기는 하지만 자동으로 계속 덮어쓰는 식으로 되어 있는 형식이란다.
즉, 모조리 지워졌다는 뜻이다.
‘젠장, 조금만 더 빨랐어도.’
단순 삭제라면 그걸 복구하는 전문가에게 맡겨서 영상을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덮어쓴다면 아무리 복구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고급 하드 폐기 프로그램은 단순히 삭제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쓸데없는 정보를 여러 번 덮어쓰고 삭제하기를 반복한 후에 하드를 폐기한다.
혹시나 바깥에서 복구할까 봐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지금 가서 영상 운운하면 그는 의심을 할 것이다. 그리고 증거를 요구할 게 뻔했다.
“그러면 증언을 부탁해도 될까요?”
“증언?”
“네.”
“에헤, 그건 좀…….”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고물상 주인.
그렇게 법원에 가서 증언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익히 아는 모양이었다.
“내가 전에 얼마나 경을 쳤는데.”
“경?”
“고생했다고.”
단순 고물인 줄 알고 받았는데 알고 보니 절도품이었던 것이다.
도둑이 훔치긴 했는데 오래되고 비싸 보이지도 않아서 고물상에 넘긴 물건이 무려 780만 원짜리 골동품이었던 것.
“보상해 드릴게요.”
“보상?”
“네. 증언해 주시면 보상해 드리지요.”
“흠…….”
주인은 약간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얼마?”
슬쩍 대가를 물어보는 그의 말에, 노형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