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5)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알았지?”
“네.”
“일단은…… 연기 수업부터 시작하자.”
“네?”
이해할 수 없는 노형진의 말이었다.
* * *
한국 사람들의 성향을 표현하는 속담은 많다. 그중 하나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 말은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거…… 해도 1만 명은 넘겠는데요?”
심지어 가수들조차 긴장할 정도로 이번에 빌린 학교 내부 운동장은 꽉 차 있었다.
“게릴라 콘서트 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
“그때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때도 인터넷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에게 빠르게 퍼질 수 있는 인터넷이 다 보급된 상태다.
‘SNS가 생기면 더 그렇겠지.’
SNS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타겟팅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기업. 노형진은 그 기업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막말로 좀 더 투자하면 운영권까지 집어삼킬 수 있는 수준까지 말이다.
앞으로 최소 10년간 타겟팅은 엄청난 이득을 가지고 올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안 남았네.’
얼마 후면 한국에 와이폰3이 들어오면서 한국에도 대대적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릴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열렸음에도 한국에서 열리지 않는 이유는 거대 전자 기업들이 대부분 피처폰이라는 구형 폰을 만들다 보니 와이폰이 들어오면 몰락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부에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뭐, 그래 봤자 옴레기.’
그러나 모 회사가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드디어 정부에서도 시장을 열었는데 결론은 시궁창이었다. 대응은커녕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자동차 같은 경우는 해외에서 아무리 좋은 안전장치가 개발되어도 정부에서 한국 내 발매를 허락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이 개발할 때까지는 말이다.
문제는 그런 상황이라 국내 기업은 안전장치 개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은 정부에서 개발할 때까지 못 들어오게 막으니까. 그래서 한국 차의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네? 아닙니다. 그나저나 가능하겠습니까?”
“뭐, 해야지요.”
몇몇 신인들은 벌써부터 떠는 것이 보인다. 그래도 뜨지 못했을 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좀 덜하지만 말이다.
“이런 무대를 전국을 돌면서 한다는 거죠?”
“네.”
“확실히 이런 식이면 팬층이 확 늘겠는데요?”
확실히 그럴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 준다는 것은 기회니까.
“물론 페이가 넉넉하다는 점이 제일 만족스럽습니다.”
더욱 만족스러운 것은 열정 페이가 아니라는 것.
대룡에서는 생각보다 넉넉한 자금을 지원해 줬다. 지난번 투자 이후 나눔과 베풂은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들이 유명해지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수익도 늘어나니까 대룡이 손해 보는 것도 없는 셈.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무대 바깥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이제 쇼를 시작할까요?”
“우와!”
사람들의 환호성은 대단했다. 아직은 유명하지 않아 방송에서 보지 못한, 그러나 실력 있는 사람들의 콘서트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열광이 끝나고 한 시간이 좀 지난 시점.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왔다.
“될까요?”
민시아 변호사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잔뜩 흥분한 사람들에게 과연 말이 통하겠냐는 것.
“될 겁니다.”
“왜요?”
“저 사람들은 지금까지 즐겼으니까요.”
“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는 민시아 변호사. 그게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노형진은 빙긋 웃으면서 설명해 줬다.
“한창 잘 놀았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 콘서트의 목적이 뭔지도 알고 있지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민시아 변호사.
“이제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무겁고 슬프며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그럼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일 겁니다. ‘재미있게 놀았는데 막판에 기분을 잡쳤다.’라는 것과 ‘나는 재미있게 놀았는데 저 아이는 저렇게 절박했구나.’라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 전자는 어차피 버리는 패입니다. 우리가 뭘 해도 그 애들은 관심도 없어요. 따라서 우리가 노리는 건 후자입니다. 분명 그 죄책감을 덜어 심적 안정을 얻고자 할 테니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수단은 당연히…….”
“인터넷이군요!”
노형진이 다 말하기도 전에 민시아 변호사는 빠르게 알아챘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여론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노 변호사님은 정말…….”
“후후후…….”
전혀 생각지도 못한 형태의 언론 플레이다. 극단적 감정 두 개를 충돌시켜서 양심의 가책을 만들어 내겠다니.
“그런데 수련이는 왜 그렇게 연습시킨 거예요?”
“아무래도 어느 정도 진실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가짜도 필요하니까요.”
좀 더 또박또박 말하면서 감정에 호소할수록 유리해지는 싸움이다. 당연히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렁 위로 올라가는 건 의미가 없다.
‘연기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
의외로 연기에 재능이 있었던 강수련은 빠르게 배웠고 이제는 감정 연기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올라왔다.
“여러분! 여러분들도 이 콘서트의 목적을 아실 것입니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수많은 가수분들이 모이셨고…….”
사회자가 능숙하게 분위기를 몰아가자 사람들의 시선은 무대로 쏠렸다. 그리고 그 무대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오는 여자아이.
민시아는 그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거…… 수련이 맞아요?”
아무리 준비했다지만 교복을 입고 단정하게 나온 수련의 외모는 평소보다 훨씬 더 빛나고 있었다.
발육이 좋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 보니 어지간한 연예인에 밀리지 않을 정도.
“돈 좀 들였습니다. 피부 관리도 하고 머리도 다듬고 무대 화장도 좀 하고.”
“아니, 왜요?”
“그래야 사람들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니까요.”
“네?”
“미국에는 앰버 경고라는 게 있습니다. 아동 실종 시 걸리는 일종의 비상사태인데, 그걸 분석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앰버 경고는 미국에서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전 언론이 총동원되는 시스템이다. 앰버라는 아이가 실종되었을 때 지역이 합심해서 방송했던 것이 유래로 알려져 있다.
“백인, 금발에 아이가 예쁠수록 앰버 경고가 훨씬 빨리 걸리고 훨씬 잘 퍼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네?”
“즉, 아이가 아름다울수록 사람들의 보호 본능을 쉽게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씁쓸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네.”
만일 수련을 후줄근한 모습으로 올려 보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느 정도 이슈는 될 테지만 언론에서 원하는 떡밥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수련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고작 중 3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중 3의 아주 예쁜 아이가 자신과 함께 있던 아이들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비리 척결에 나선다? 과연 이 떡밥을 거절할 언론이 있을까?
‘없지.’
아마도 이 떡밥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들이 만구파라는 소문도 퍼질 것이다.
“우와!”
아니나 다를까, 몇몇 사람들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걸 위해서 알게 모르게 모든 노력을 다했다.
“안녕하세요. 전…… 강수련이라고 합니다. 전…… 만구파라는 사이비 종교에서 탈출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수련의 고백.
세상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 * *
“망할 사이비 종교 놈들!”
평소처럼 시위 준비를 하고 있던 만구파 사람들은 갑자기 날아온 날달걀에 깜짝 놀랐다.
“뭐야?”
어제만 해도 힘내라며 망할 정부 새끼들이라고 욕하던 사람들이 돌변한 것이다.
“무슨 짓입니까!”
준비를 함께하던 청계의 변호사는 어이없다는 듯 항의했다. 하지만 그는 오늘 주변의 시선이 어제와 다르게 무척이나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
카메라부터 마이크까지, 누가 봐도 그들이 기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당신들, 뭡니까?”
“취재 나왔습니다. 어제 새로운 증언이 나와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얼마 전 미군에 대한 테러를 자행한 그 만민구원파의 신도분들이 맞는지요?”
그 말에 준비하던 신도들의 얼굴이 무척이나 딱딱하게 굳었다. 시위하는 동안 만구파라는 사실을 절대 언급하지 말라고 해서 실제로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그럼 아닌가요?”
“그…….”
지금까지 만구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광신도들뿐이다. 그런 그들이 만구파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가 없다. 말하지 않는 것과 말로 부정하는 건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만구파라고 해 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만구파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 언론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 사정입니다. 그런 소리를 하는 인간이 누굽니까?”
“그럼 이 아이는 압니까? 자기 말로는 당신들이 되찾기 위해서 싸우는 그 아이라고 하던데요.”
잽싸게 노트북을 들이미는 기자. 거기에는 하나의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수련이…….”
자신도 모르게 딸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엄마.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은 이 아이가 저들이 찾고자 하는 그 아이가 맞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동영상 속에서 강수련은 최대한 불쌍하게, 하지만 용기를 낸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 만구파에서 탈출한 강수련이라고 합니다. 제 부모님은 만민구원파의 광신도로 저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만민구원파는 선지자라는 사람의 명령으로 약혼 대상이 정해집니다. 저 역시 그의 명령으로 나이 서른아홉 살 먹은 약혼자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전 그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 이상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약혼이 정해진 아이들은 부모가 만구파의 신도라는 점과 약혼했다는 점 때문에 성 노예 취급을 받으면서 살게 되고, 실제로 이미 그렇게 된 아이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위험을 겪었지만 목숨을 걸고 저항하여 제 몸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새론의 도움으로 그들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곳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고 그들을 성 노예로 바라보고 농락하는 타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세요. 제 친구들이 그리고 동생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자들의 성 노예로 팔려 가지 않도록 구해 주세요. 물론 이 말을 한 이상, 제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만 구할 수 있다면…….
그걸 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인터넷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철저한 통제 상황에 있어서 그걸 몰랐던 만구파 신도들은 크게 당황했다.
“저 말이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미성년자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상위 신도에게 넘기는 행동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저 아이가 말한 이야기는 뭔가요?”
“저 이단은 거짓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단? 그럼 당신들은 만민구원파가 맞다는 소리네요?”
“헉!”
함정 질문에 빠진 변호사는 당황했다.
그 순간 다시 날아오는 계란들.
“개새끼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인간이냐!”
아예 계란을 판째로 들고 온 건지, 바닥에 놓인 계란을 든 사람들이 마구 집어 던지고 있었다.
“으으으…….”
변호사는 할 말이 없었다. 저 비디오에서 나온 말은 조금 과장되어 있을지언정 거짓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작 중 3짜리를 성 노예로 팔아?”
“이 씨팔 새끼들아! 너희들이 위안부를 운영하던 쪽발이 새끼들이랑 뭐가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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