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55)
“이러면 쉽겠는데?”
“쉽지는 않을 거야.”
노형진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아니, 왜? 저쪽은 네가 말한 대로 그다지 능력 있는 것 같지 않던데.”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녀의 눈에도 오늘 시종일관 공격한 건 노형진이었고 저쪽은 방어조차 제대로 못하는 게 뻔하게 보였다.
“법이라는 것은 아 다르고 어 다르거든. 이번에 저쪽에서 실수한 것은 홍태섭을 공격한 거야.”
“어?”
“홍태섭은 불을 지른 장본인이야.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이용당한 사람이지. 당연히 그를 공격하는 게 기본이야. 일반적으로는 말이지.”
“일반적으로는?”
“그래.”
일반적으로는 당사자를 공격해서 손해배상을 받아 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일반적이지 않다.
“그쪽 변호사가 간과한 것은 홍태섭은 장애인이라는 거야. 대충 돈이나 받고 모른 척하려고 했으니 모른 척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그러니 홍태섭 자체를 공격하는 건 의미가 없어. 하지만 살짝 사건을 비틀면 이야기는 달라져.”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그래. 대상을 홍태섭이 아니라 부모로 바꾸는 거지.”
“부모로?”
“그래. 나였다면 아마 처음부터 부모를 공격했을 거야.”
사실 저쪽에서 제대로 공격하려고 했다면 홍태섭이 아니라 그 부모를 공격했어야 한다.
물론 돈 자체를 청구한 대상은 그 부모가 맞다.
그리고 홍태섭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서 그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그 관리 책임은 홍태섭의 유무죄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리 책임을 묻게 된다면 아무래도 이쪽이 곤란해지지.”
“헐? 그래?”
“그래. 저쪽은 사건을 너무 단순하게 본 거야.”
일단 사건 자체는 무죄가 맞다.
하지만 관리 책임이라는 것은 단순히 지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니다.
그가 이런 일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아야 하는 것, 그게 관리 책임이다.
“그러데 그걸 공격하면 돈을 줘야 한다고?”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쩔 수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
가난한 집에서 장애가 있다는 것은 단순히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으니 먹여 주고 재워 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치료비나 특수교육비 등등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추가 비용이 나가는 걸 뜻하고, 그 돈을 감당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해야 한다.
“진짜 가혹하네.”
“가혹하지.”
결국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방치하는 터무니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오늘은 일단 공격 대상을 제대로 잡지 못해 물러났지만 아마 다음번에는 제대로 공격할 거야.”
“응? 어째서? 그냥 돈이나 먹고 떨어질 타입이라면서?”
“일단 시작은 그렇지. 하지만 자기 자존심은 포기하지 못하는 타입이더라.”
“자존심?”
“그래. 저런 인간들이 있어.”
무능한 변호사다. 제대로 된 능력이 없다. 그러니 대충 돈을 뜯어내며 살려고 한다.
그런 변호사들이 없는 게 아니다. 실제로 존재한다.
“문제는 그런 인간들이 상대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는 거야.”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실력이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실력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실력을 키우려고 하든가, 아니면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돈을 벌려고 하든가.
“전자라면 이 사건을 받아들이지 않았겠지.”
“아!”
“하지만 후자라면 돈 때문에 받아들일 거야. 그런데 그런 사건에서 나한테 엄청나게 깨졌잖아.”
창피를 당하면서 깨지고 노형진을 무섭게 노려보던 상대방 변호사였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자존심은 무척이나 중요하지.”
“응?”
“자존감이 낮으면 자존심이 강해지는 법이거든.”
자신의 실력 없음을 한쪽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외부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렇게 사건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재판 당시에도 그는 노형진이 하는 공격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즉, 자기 자존심이 공격당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거기에다 그의 학벌을 보니 절대로 낮은 학벌이 아니야.”
외고나 과학고는 아니지만 소위 명문으로 통하는 강남 8학군 지역의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난 후 알아주는 세계 대학교를 나와서 변호사가 되었다.
심지어 사법연수원에 입학할 때만 해도 10위였다.
“그런데 그가 판사나 검사가 되지 못하고 변호사가 되었어. 왜일까?”
“자신이 선택한 거 아냐?”
“그런 타입은 아닌 것 같아.”
일반적으로 사법연수원을 나올 때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간다. 하지만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판검사를 지망하지 변호사를 지망하지는 않는다.
노형진의 경우가 특수한 거다.
“그런데 그는 판검사가 되지 못했어. 그렇다는 건 그가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거지.”
이런 경우가 가끔 있다. 국영수 잘하고 시키는 대로 공부는 잘하는데 이해력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경우.
“안 그래도 판사들 중 상당수가 사회적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판국이야.”
그런데 그보다 더 이해력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성적이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길 수 있어서 받아들였을 수도 있잖아? 관리 책임을 묻는다면 그쪽이 이길 수도 있다면서?”
“아닐걸. 그랬다면 처음부터 관리 책임을 묻고 나왔어야지.”
하지만 그는 관리 책임을 묻는 대신에 홍태섭을 공격했다.
즉, 케이스 바이 케이스, 그러니까 사건별 적응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에서 나한테 처발렸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하겠지.”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이 관리 책임을 묻는 방식이 될 것이다.
자신만 해도 그 방법을 선택할 테니까.
“그러면 어쩌지? 어찌 되었건 방치된 건 사실이잖아.”
노형진은 씩 웃었다.
“관리 책임이라는 건 말이지,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어.”
“뭐?”
“사고를 쳤으니 관리 책임을 지라는 게 아니야. 너희가 관리 책임을 질 만큼 방치했어야 한다는 거지. 그러니까 불가항력이라는 건 어쩔 수 없어.”
“묘하게 어려운데?”
그냥 방치한 것과 관리했는데 안되는 것의 차이가 좀 복잡스러운지 손채림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
“그건 뭐, 법원에서 보면 알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노형진은 쪽지에 뭔가를 적어서 손채림에게 건넸다.
“이게 필요해.”
“흠…… 당분간 바쁘겠는데?”
“그래도 어쩌겠어? 해야지.”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