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57)
“그러니까 개별 법인을 만들자 이건가?”
“네.”
노형진의 말에 김성식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새론의 지점을 뜻하는 건 아닐 테고…… 개별 법인이라……. 왜? 그럴 이유가 있나? 물론 우리 새론이 무섭게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확장하면 되는 거지, 굳이 개별 법인까지 필요한가?”
송정한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도 그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데.”
김성식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니까요.”
“어떤 면에서?”
“로스쿨 출신이 나오기 시작할 테고, 점차 사법시험을 폐지하자는 쪽으로 갈 겁니다. 아시지요?”
“그거야 알지.”
사법시험의 폐지는 어쩔 수가 없다.
앞으로 5년 내에 사법시험을 폐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많은 준비를 했지요.”
“그렇지. 능력 있는 사람들을 선별하고, 등록금을 지원해 주고, 우리 쪽에서 일하도록 해서 경험을 쌓아 주고. 그런데 왜 갑자기 개별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가?”
“일단 현재로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뭐?”
“아직은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사법시험 사람들과 변호사 시험 출신의 대립은 분명히 나타날 겁니다.”
“흠…….”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노형진의 말에 동의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욕심과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겠지. 기존 변호사들은 선민의식이 있을 테고, 로스쿨 출신들은 자격지심이 있을 테니.”
둘 다 좋은 게 아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건 현실이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게 한다고 해서 제대로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그렇지.”
“거기에다가 기존 변호사들이 그들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시지요?”
“알지.”
로스쿨 출신들이 변호사 시험을 본다고 해서 다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 민간 기업에서 연수를 받아야 제대로 인정된다.
문제는 기존에 있던 곳들, 그러니까 사법시험 출신들이 자리 잡고 있는 로펌들이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쪽은 다른 곳보다 그런 것에 대해 별로 저항이 없습니다. 방학 때마다 로스쿨 출신들이 와서 일을 도와줬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연수생을 늘리려고 하자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좋아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결국 기존에 있던 사람들만 연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건 그래.”
송정한도 생각난다는 듯 끄덕거렸다.
로스쿨 출신 중 능력이 있는 사람을 새론에서 키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연히 그들은 시험에 합격하고 난 후에 연수하러 새론으로 왔었다.
그런데 각 로펌에서 연수를 거부하자 정부에서 협조를 요청한 것이 문제였다.
그것 때문에 새론도 어쩔 수 없이 추가로 로스쿨 출신 연수생을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기존 변호사들이 심한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지금 로펌에서 말이 많은 거 아시죠? 아니, 의뢰인들이 로스쿨 출신을 거부하는 것도 아실 테고.”
“알지.”
돈이 좀 있는 의뢰인들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변호인으로 포함시키지 말라고 할 정도로 그들에 대한 불신이 크다.
심지어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다수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개인 변호사로 나가지.’
하지만 돈도, 백도 없는 일반인들은 모조리 나가떨어지고 돈과 백이 있는 사람들만 로펌에 들어가서 활동한다.
노형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을 모아서 로펌을 만드는 겁니다.”
“로스쿨 출신의 로펌이라……. 우리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지?”
“두 번째 킹콩이 되는 거죠.”
“두 번째 킹콩?”
“어차피 사법시험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사법시험이 사라지고 난 후에는 로스쿨 출신만 나오게 되죠. 그러면 승기가 어떻게 될까요?”
“그건…….”
약간 소름이 돋는 표정이 되는 송정한.
한참 침묵이 흐르고,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국 천하는 그들에게 가겠군.”
“네.”
이쪽은 병력이 추가되지 않는데 저쪽은 매년 몇천 명씩 추가 인원이 들어온다.
그러면 미래의 승기를 누가 잡을지는 뻔하다.
“하지만 지금도 중요하지 않나? 어찌 되었건 지금 권력을 잡은 건 사법시험 출신들일세.”
“네, 맞습니다. 그래서 개별적인 업체를 만들자는 겁니다. 기업으로 보면 자회사인 겁니다.”
“자회사라…….”
“제 계획은 간단합니다. 자회사를 만들어서 로스쿨 출신을 흡수합니다. 동시에 그들을 교육시켜 실력을 향상시킵니다. 몇 년 안에 검사든 판사든, 결국 로스쿨 출신이 자리 잡게 됩니다. 다른 로펌들은 그때까지 전관이니 뭐니 매달리겠지만 결국 나중에는 오로지 로스쿨 출신이 다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설마…… 그들을 모조리 집어삼키려는 건가?”
“정답입니다.”
“헐…….”
“자네…… 미쳤군.”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요.”
실력 있는 로스쿨 출신들을 모조리 쓸어 와서 키워 준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서 그들이 판검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이미 주요 전관은 새론에서 모조리 집어삼켜, 그제야 전관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다른 로펌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로스쿨 출신이 뭉쳐서 만든 곳인 만큼 다른 로스쿨 출신들이 오려고 하겠지요.”
“당연히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충원될 테고.”
“네.”
“교육이야 자네가 시스템화해 둔 사건이 있으니 단시간 내에 실력을 올릴 수 있겠군.”
그렇게 된다면 10년쯤 지난 후부터는 대한민국에서 법을 논할 때 새론이라는 이름을 빼고는 논하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법률계는 ‘새론 대 나머지’라는 구조가 될지도 모른다.
“흠…….”
송정한은 침묵을 지켰다.
사실 그도 사법시험 출신이고 전관 출신인 만큼 로스쿨 제도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돈이 있어야 다녀서,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노형진이 로스쿨 하나를 지원하자고 할 때 찬성한 거고.
“제가 로스쿨 하나로 만족할 리 없죠.”
실력 있는 사람을 도와줘서 백민대학교 로스쿨로 보냈다고 하지만 다른 로스쿨에 실력 있는 사람이 없을 수가 없다.
“실력 있는 사람들은 우리 쪽으로 오고, 실력 없고 백 있는 놈들은 다른 로펌으로 가라 이건가?”
“네. 그렇게 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실력 차가 커질 겁니다.”
현재로서는 로스쿨생이 로펌에 왔다는 것 자체가 백이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기존 변호사가 그런 그를 가르치거나 참견하려 들기에는 부담스럽고 힘들 것이다다.
그사이 이쪽은 무섭게 실력이 올라갈 테고.
“무섭군.”
송정한은 소름이 돋았다.
그가 수년 전부터 준비한 모든 것이 다 하나로 완성되는 느낌이다.
웃기지만 새론은 생수를 팔아서 적잖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매년 일본에 어마어마한 생수를 수출하는데, 벌어들이는 돈이 사실 새론이 여기서 소송을 대행해서 버는 돈보다 많다.
그런데 방사능 사태가 터진 이후 수십 년간은 이러한 상황이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이면 그런 초대형 로펌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다.
“갑자기…… 청계가 생각나는군. 설마 비슷한 건가?”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음…….”
한때 새론의 라이벌이었던 청계.
그들은 사건을 조작하고 범죄를 설계해 주면서 범죄자들을 도와주고 그걸 약점 삼아서 권력을 쥐려고 했었다.
그러다 노형진과 새론에 망했지만.
“하지만 전 합법적인 방식을 선호하죠.”
이런 식으로 변호사를 집어삼키고 그들에게 정치적 지원을 하면 그들은 정치권으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었군.’
김성식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도 중수부에 있으면서 정치적 감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은밀하게 준비하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노형진은 정치와 거리를 두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정치 쪽에서 매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자기가 들어가기 위해 읍소하는 게 아니라, 들어와 달라고 말이다.
“이러다 나한테 국회의원 하라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송정한은 장난삼아 말했지만 노형진이 대답은 하지 않고 씩 웃기만 하자 왠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도 사람일세. 야망이 없는 건 아니지.”
“그럼?”
“어차피 흘러가는 역사라면 내 쪽으로 끌어당겨야겠지.”
거기에다 불법도 아니고 합법이다.
바른 사람이 권력을 쥐면 세상이 좋아지는 법이다.
자신들이 무조건 올바르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정의롭다고는 생각하는 그였다.
“다른 지역 이사들과 이야기는 해 보겠네. 본사에서 결정해서 하달할 사항은 아닌 것 같군.”
“하지만 절대 기밀인 거 아시죠?”
“아네. 적당하게 핑계를 대도록 하지.”
핑계를 대는 거야 어렵지 않다.
돈을 벌려고 한다고 해도 되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해도 된다.
권력 같은 것은 지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권력을 쥐게 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있네. 그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건가?”
지금 로스쿨 출신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쪽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만큼 거대한 로펌을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쪽으로 오리라는 법은 없다.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제가 적당한 먹잇감을 골라 놨습니다.”
“먹잇감이라고 하면…… 잠깐, 설마…….”
노형진의 얼마 전 사건을 생각한 김성식은 그 먹잇감이 어딘지 알 것 같았다.
“태양 말인가?”
“네.”
현재 한국에서 서열 2위. 그리고 손채림의 아버지 손하균이 운영하는 로펌.
“그곳을 밟겠다는 건가?”
“그곳을 밟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겁니다.”
“뭐? 시작을 그곳에서 한다니, 무슨 말이야?”
“그들이 제대로 변론하지 않은 사건이 한 건만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사건들은 대부분의 변호사들에게 있다.
“그런 사건들을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겁니다.”
“으음…….”
그런 사건들은 변호사들이 서로 상대를 봐서 받아들이지 않거나 대충 해서 그렇지, 명확하게 준비만 한다면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르겠지요.”
사법시험 출신 로펌을, 그것도 대리인도 아니고 원고로 해서 족족 처발라 버린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로스쿨 출신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는 훨씬 희석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사람이 몰리겠군.”
“네.”
대형 사건은 여전히 들어오지 않겠지만 작은 사건들은 그쪽으로 쏠릴 것이다.
그것만 해도 한국에서 쓸어 올 수 있는 사건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면 그곳은 점점 규모가 커질 테고요.”
그때 거기서 입사를 조건으로 장학생을 선발한다면 능력 있는 예비 변호사들은 한 번에 쏠릴 게 뻔하다.
“하하하.”
송정한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저 그런 판사 출신 변호사가 아니라, 한국의 법률계를 좌지우지하는 그런 변호사가 되는 미래가.
“좋네. 자네에게 일임하도록 하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마 이번 일은 상당히 재미있을 겁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