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6)
“철수합시다.”
변호사는 할 말이 없었다. 이건 생각도 못 한 상황이다.
유리하게 가던 분위기가 단 하루 만에 홀라당 뒤집혀 버렸다.
“시위하라니까! 누가 시위하지 말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시위를 한단 말인가? 시위는커녕 화장실만 가려도 해도 한 명당 최소 1개 분대가 졸졸 따라다닐 판국이다.
“철수!”
황급하게 짐을 정리하는 만구파 사람들.
그때였다.
갑자기 한구석이 웅성거리는 듯하더니 전투경찰들의 대열이 옆으로 쫘악 갈라졌다.
‘혹시…….’
누군가 도와주러 온 거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진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갈라진 곳에서 시커먼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이 나타나자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특히 변호사는 절망에 빠졌다.
‘설마…….’
저런 복장을 한 사람들에 대해 짐작 가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에서 나왔습니다.”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름이 나왔다. 그리고 연이어 가장 듣기 싫은 질문이 들려왔다.
“이 새끼들, 어디서 사주받은 거야?”
“사주받은 거 아닙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 종교적 신념이 테러냐?”
“끄응…….”
이쯤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분위기를 바꿀 수 없기에 그들은 조용히 짐을 싸서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자 움직이는 그들을 따라서 수십 명의 기자들이 달라붙었다.
“소문이 진짜인가요?”
“만구파 맞습니까?”
“아이들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약혼이라는 이름으로 상위 신도에게 바치는 일이 있습니까?”
“대답해 주세요!”
하지만 그들인 탄 차는 부랴부랴 짐을 싣고서 신호도 무시한 채로 우르르 도망쳤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여러 대의 경찰차들과 전경 버스들 그리고 미군 험비들과 정체 모를 시커먼 선팅을 한 차들이 줄줄이 따라갔다.
* * *
만민구원파 의혹이 사실로.
권력 상위 20% 안의 신도 중 미혼 남자 신도의 70%는 약혼자가 미성년자.
법원, 만구파 소속 해당 부모에 대한 친권 상실 결정.
일부 신도들, 돈을 받고 상위 신도에 아이 넘긴 정황 발견.
만구파에 잡혀 있는 아이들, 새론에 구원 요청.
새론 법무법인, 아이들을 위해서 친권 상실 신청을 하기로.
유태만 경기도지사, 이런 사태에 통탄한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해.
한편 도움 요청을 거절한 구청장과 시의원, 할 말 없다며 도주.
끊임없이 나오는 뉴스들. 그리고 그 메인에 올라와 있는 사진들은 다음 아닌 강수련의 사진들이었다.
이제 막 피어나는 아름다운 소녀가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구원을 요청하자 전 국민이 벌 떼처럼 일어났고, 노형진의 예상대로 기자들은 더욱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이거…… 만구파가 작살나는군요.”
“그렇겠지요.”
이젠 아예 만구파 소속이면 법원과 경찰에서 의심부터 하고 주변 사람들이 정신감정을 받으라고 할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강제로 성 노예가 될 뻔한 아이들이 강수련의 사태에서 용기를 얻어서 탈출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만구파의 비밀들이 사방으로 퍼졌던 것이다.
“나온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보육원으로 가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저 망할 사이비 종교 집단보다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민시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최소한 그들은 강간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덜게 되었다.
“수련이는 뭐 한답니까?”
“아, 조합 소속 엔터테인먼트에서 재능이 있다고 연기자 해 볼 생각 없냐고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자기도 연기 배우는 게 재미있다고 한번 해 보고 싶다네요.”
“그래요?”
“네.”
“다행입니다.”
아마도 자신이 회귀 전이었다면 그녀는 그 만구파에게 끌려서 결국 강제로 결혼하고 암담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향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만구파는 버티네요.”
“종교니까요.”
광신에 빠진 부모들은 아예 재판에도 나오지도 않았다.
재판을 신청한 아이들은 이단이니,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마저도 어이없는 짓이었다.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자유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노형진은 창밖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미래의 비극적인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판 하오문? (1)
“후우!”
노형진은 얼굴을 문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 변호사, 오늘은 일찍 퇴근하네?”
그가 나가려는데 송정한이 그를 발견하고는 불렀다.
“아, 오늘 동창회가 있어서요.”
“동창회?”
“네.”
“뭐, 그럼 다녀와야지.”
노형진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보내 주는 송정한.
노형진은 그곳을 나와 택시에 타고는 기대앉았다.
“피곤하다.”
아무리 자초한 일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너무 바빴다. 이대로 가다가는 쓰러져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
“그나저나 준비하는 게 다 되어 가니까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동창회는커녕 집에도 못 들어갈 뻔했다.
그가 그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어느 고깃집이었다. 장소에 도착한 택시 기사는 몸을 돌렸다가 피식 웃으면서 노형진을 흔들어 깨웠다.
“손님.”
“응?”
“손님, 다 도착했습니다.”
“네? 추르릅…… 아, 죄송합니다. 피곤해서요.”
“하하하, 요즘에야 다들 그렇지요.”
노형진의 말에 흔쾌하게 웃고 마는 택시 기사. 노형진은 택시 기사에게 택시비를 내고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흐아암, 피곤하기는 한 모양이네.”
마무리하느라 며칠간 못 잤더니 많이 지치기는 한 모양이다.
노형진이 안으로 들어가자 반갑게 맞이해 주는 친구들.
“여!”
“오! 잘나가는 노 변호사 아닌가?”
“잘나간다는 말은 빼지?”
“그럼 ‘죽여주게 나가는’이라고 해 줄까?”
“그래, 차라리 죽여라.”
동창회라고 하지만 결국은 중학교 시절의 인맥이다. 거국적인 행사가 아닌 그 당시 친구들이 몇 명이 모여서 만든 것일 뿐.
“그나저나 요즘 어떻게 지내냐, 다들?”
“뭐, 죽을 맛이지.”
“그래.”
이제는 대부분 조금 있으면 군대에 가야 하는 나이다. 오늘 행사도 군대에 가는 녀석들을 환송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에…… 동창회 회장으로서…….”
“누가 저 녀석에게 회장 시켰냐?”
“내 회장의 직권으로 임명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냐? 회장이 돼야 회장 직권이 생기지, 회장도 아닌 놈이 회장 직권이 왜 생겨?”
“시끄러워. 그럼 네가 하든가.”
그 말에 슬쩍 고개를 돌리는 친구 녀석들. 노형진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하여간 이번에 군대에 가는 녀석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면서 건배!”
“건배!”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는 친구 녀석들.
“캬, 죽이네.”
“그나저나 세월 빠르다. 같이 피시방에 놀러 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군대 가는 놈들이 이렇게 늘어나다니.”
“벌써가 아니라 늦었지. 다녀들 오게나. 나와 형진이가 기다려 주마.”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
“형진이야 벌써 제대했다고 치고, 넌 안 가?”
“난 면제지롱.”
“우우우, 이건 비리야! 신고 안 되냐?”
“후후후, 어둠의 자식들 같으니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누군가 노형진을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손바닥을 딱 쳤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이규성 소식 아냐?”
“에이, 술맛 떨어지게 왜 그 새끼 이야기를 하냐?”
“맞다, 그 씹 새끼.”
‘이규성이라.’
노형진은 그 이름을 듣고는 옛날 생각이 났다.
교사면서 제자들뿐만 아니라 노형진의 친구였던 미영이마저 강간했던 선생. 노형진이 법정에서 날려 버린 최초의 인간이 바로 이규성이다.
“야. 형진이 기분 나빠한다. 그 새끼 이야기는 하지 마.”
누군가 그 친구를 말렸지만 노형진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야. 말을 꺼내는 걸 보니 그놈한테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들어 볼 만하지.”
“얼, 역시 변호사. 날카로운데?”
친구 녀석은 씩 웃더니 맥주를 쭈욱 들이켰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친구들을 바라봤다.
“내 사촌 형이 교도소 교정직에 있잖아.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녀석 이야기가 나왔거든. 그런데 그 형이 그러는 거야. 혹시 아동 성범죄자? 얼굴은 좀 통통하고? 이규성이 딱 그런 스타일이잖아.”
“그래? 그래서?”
그 소리를 들은 친구들은 그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학교를 뒤흔들었던 사건인 만큼 관심이 간 것이다. 더군다나 아는 사람이 발견했다니, 의외의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랬지. 어?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랬더니 형이 막 미친 듯이 웃는 거 있지. 왜 그러나 했거든? 그 형이 뭐라고 했는지 아냐?”
“뭐라는데?”
“아, 뜸 그만 들이고 말 좀 해 봐.”
노형진조차 그 소식은 듣지 못했기에 관심이 갈 정도였다.
“아, 글쎄, 그 녀석이 교도소에 갔는데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원래 아동 강간범은 인간 취급도 안 해 준다네?”
“헐?”
“그런 일이?”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세계가 어디일까?
군대?
물론 군대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한 곳이 바로 감옥이다.
그래서 대부분 공격적인데 그런 곳에서도 아동 성범죄자는 무척이나 싫어한다.
“자기네 교도소에서 유명하대.”
“유명하다니?”
“교도소 공식 후장.”
“쿨럭.”
“켁켁.”
“컥컥.”
듣고 있던 친구들은 기겁했고 무심결에 물을 마시던 노형진은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와서 사레가 들릴 정도였다.
“그게 뭔 소리야?”
“그거 알잖아. 비누 좀 주워 줘.”
“음…….”
그건 남자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남자들만 있는 집단에서 벌어지는 동성 강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도 소문과 달리 군대에는 그런 일이 별로 없지만 짧게는 몇 년, 길게는 평생 동안 여자를 볼 일이 없는 감옥에서는 그런 일이 무척이나 자주 있다.
“설마?”
노형진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어이없다는 듯 친구 녀석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아동 강간범이라고 하니까 복수한답시고 몇몇이 그걸 했대. 근데 의외로 이규성이 명기라서 그쪽 계열 죄수들이 놀라워했다던데?”
“명기?”
“음…… 남자한테 쓸 단어는 아닌 것 같은데.”
“하여간 그 바람에 괄약근이 상해서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더라.”
“도대체 얼마나 당했기에…….”
“나야 모르지. 치료하긴 하는데 그러면 뭐 해, 병실에서 나오면 다른 사람이 기다린다는데. 그러다 보니 괄약근이 상해서 똥이 줄줄 샌다고.”
“헐…….”
생각도 못 한 반전에 노형진과 친구들은 멍해졌다. 감옥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랐던 것이다.
“후우!”
노형진은 갑자기 술을 쭈우욱 들이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청량한 맥주의 느낌.
“형진아?”
“캬! 아주 속이 다 시원하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술맛이 기가 막히냐.”
“큭.”
“그렇기는 하네. 우하하하!”
어찌 보면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처지가 아닌가? 평생 기저귀 신세라니.
“큭큭! 하여간 그래서 아주 소문이 난 모양이야.”
“그래그래, 그럴 만하지, 하하하.”
더군다나 이규성은 남자치고는 가슴이 크다. 보통 여유증이라고 하는, 그러니까 남자치고는 가슴이 늘어진 타입이다. 얼핏 보면 가슴 작은 여자의 가슴 정도로 보일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그쪽 계열의 범죄자들이 광분했을 것이다.
“멋진걸. 야야! 일어나! 2차 가자! 2차!”
노형진은 간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쌓여 있던 피로가 확 풀린 것처럼 말이다.
“얼! 야! 노 변호사님이 쏜단다! 가자!”
“가자!”
친구들은 그 말에 기꺼이 일어났고, 노형진은 기분 좋은 얼굴로 그들을 데리고 근처 다른 술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간만에 들어 보는, 속이 시원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 * *
늦은 밤. 유흥가는 흥청거리고 사람들은 많았다.
노형진이 친구들을 데리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그때였다.
“사장님, 여기로 오세요. 잘해 드릴게.”
누군가 노형진의 손을 잡았고 노형진은 그를 바라보았다.
‘삐끼인가?’
삐끼.
손님을 끌어오는 직원.
좋게 말해서 직원이지, 직원 대우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삐끼라는 것 자체가 그 이미지와 유흥가의 서열상 가장 바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웨이터는 최소한 실내에서 술을 나르고 청소를 하지만 삐끼들 대부분은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형님, 오시라니까요. 끝내주는 아가씨들이 있습니다.”
노형진과 그 일행을 어떻게든 잡아끌려고 하는 남자.
그를 떨쳐 내려던 노형진은 어쩐지 그의 모습이 눈에 익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건의 의뢰인은 아니라는 건데…….
‘그리고 삐끼라면…….’
그가 담당한 사건 중에 삐끼를 만났던 사건은 없다.
그렇게 한참 고민하던 노형진은 그 순간 이 사람이 누군지 기억났다.
“조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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