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71)
늦은 밤, 컴컴한 공간에서 몇몇 사람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이야?”
“그래, 이곳이야. 이곳에서 행사 준비를 한다고 했어.”
경기도에 있는 커다란 공터.
그곳에서 무속 행사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래도 그런 행사를 하려면 대형 조형물이 필요하니까.”
그걸 만들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도심지에서 만들기에는 덩치도 크고, 조형물을 도색하거나 하는 작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딱히 보안 시설이 있는 건 아니지?”
“이미 확인했다니까.”
도심지도 아닌 다른 이런 공터에 보안장치가 있을 리 없다. 오는 길에 CCTV도 거의 없었고 말이다.
“여기야.”
그들이 도착한 곳은 커다란 창고였다.
전에는 뭘 쌓아 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비어 있는 곳이었다.
“이 안에서 만든다고 하더라고.”
“보안장치는?”
“카메라가 입구에 있기는 한데…….”
그는 히죽 웃으면서 커다란 절단기를 들었다.
“이미 배선이 어디인지 알아 뒀지.”
그는 배선이 있는 곳으로 접근해서 카메라 선을 가차 없이 끊었다.
이제 카메라는 먹통이다.
“이거 문이 잠겼는데?”
카메라가 멈춘 걸 확인한 그들은 입구로 갔다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입구는 무식할 정도로 큰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아무리 밀어도 문은 꼼짝하지 않았다.
“통째로 불을 질러?”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고작 카메라 배선이나 자르자고 이렇게 큰 절단기를 가지고 온 거라고 생각해?”
“아하!”
남자는 다른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서 절단기로 자물쇠를 잘랐다.
자물쇠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철커덩’ 소리와 함께 힘없이 끊겨 날아갔다.
“들어가자.”
드르륵 하고 문을 옆으로 밀자 커다란 입구가 드러났다.
한 발짝 들어서니 제작 중인 듯한 조형물이 넓은 창고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양인데?”
“그렇지?”
색을 입힌 것도, 모양이 제대로 잡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게 행사에 쓰일 물건이라는 것이다.
“차 가지고 들어와.”
“오케이.”
잠시 후 차가 후진해서 들어오자 남자들은 트렁크를 열고 그 안에서 망치와 곡괭이 등을 꺼내 들었다.
“모조리 부숴 버려!”
아무도 없는 공간.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들은 조형물들을 가차 없이 부수기 시작했다.
콰직!
뿌드득!
콰드득!
조형물이라고 해 봐야 결국 모양만 잡고 색을 입힌 수준이다. 그러니 그렇게 강한 물건이 아니다.
강한 물건은 도리어 가공이 힘들어서 한 번 쓰고 마는 데에는 쓸 수가 없다. 단가가 비싸지니까.
“오, 예!”
“스트레스가 팍팍 풀리는구먼.”
“망할 이단 놈들, 죽어라!”
“사탄의 물건이야!”
신나게 물건을 부수는 사람들.
그렇게 조형물이 거의 다 부서졌을 즈음이었다.
“오케이, 거기까지.”
“응?”
“뭐야? 아직도 부술 거 많은데?”
누군가 말리자 사람들은 당연히 자기네들 중 한 명인 줄 알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대로 우뚝 멈춰야 했다. 유일한 입구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었던 것이다.
“허억!”
“어, 어떻게……?”
분명히 이곳에는 사람이 없다고 그랬다.
그런데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경비원도 없었는데 어떻게 알고?
“보셨죠? 현행범 맞지요?”
노형진은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불법 침입에 재물 손괴의 현행범이네요.”
그러면서 자신의 뒷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 들었다.
“내려와서 조용히 차실래요, 아니면 총격전 한번 할까요?”
“초…… 총격전?”
경찰 신분증과 총을 꺼내서 흔드는 남자를 보며 부수러 온 사람들은 질끔했다.
아무리 그들이 용기 있게 왔다고 해도 총격전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요. 손에 저렇게 위험한 물건을 들고 있는데.”
다른 경찰이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물건을 가리키자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
“아…….”
망치와 곡괭이.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물건이니 이런 경우에 자신들이 그걸 휘두르면서 저항한다면 총을 쏠 수밖에 없다.
한 방만 머리를 맞으면 그대로 죽는데 다가가서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와우! 엄청나게 부쉈네요?”
“씨발…….”
경찰들 뒤에서 웃고 있는 노형진을 보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상대방은 자신들이 올 줄 알고 모든 준비를 다 해 둔 상태였던 것이다.
“아, 도망갈 생각은 마세요. 입구는 이것뿐이니까.”
이 창고에 다른 출입구는 없다.
물론 쪽문이 하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겨 있는 데다 경찰과 경호 팀이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큭.”
차량 자체도 바깥에 있으니 이들은 차량을 타고 튈 수도 없다.
이들이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 자신들의 네 배가 넘는 숫자의 경찰들과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차를 타고 가는 것뿐이다.
“아, 차는 이미 견인 중입니다.”
“큭.”
노형진은 혹시나 그들이 도망칠 가능성조차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 안에 카메라가 많거든요? 얼굴이랑 범죄 사실이 모두 찍혀 있습니다. 그러니 도망쳐 봐야 어디 못 가세요.”
“뭐…… 뭐라고?”
그제야 그들은 ‘아차.’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노형진은 안쪽에 붙어 있던 등에 불을 켰다.
“크윽…….”
잠시 후 밝은 빛에 적응한 그들은 구석구석에 있는 보안용 CCTV들을 보면서 신음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족히 열 대가 넘는 카메라들이 자신들을 추적하고 있었던 것.
“정확하게는 열여섯 대입니다. 당신들이 부순 건 별개의 업체의 물건이고요. 아마 신고가 들어가도 그들이 천천히 올 거라 생각했겠지요.”
시골이고, 도심지에서도 멀다. 그러니 보안 업체가 온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생각한 그들이었다.
그런데 이미 관련자들은 모든 준비를 다 마친 후였던 것이다.
“여러분 중에 그 민원을 넣은 분들도 계실 텐데? 안 그런가요?”
“크윽…….”
“이 개자식!”
이러면 자신들이 법적으로 불리해진다.
아니, 불리한 정도가 아니다. 이건 현행범으로 빼도 박도 못한다.
“자, 그러면 결정하시죠.”
노형진은 선심 쓰듯 결정하라고 말했지만 사실 결정은 이미 나 있었다.
저항해 봐야 도망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설혹 도망간다 해도 이미 카메라까지 있으니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교단에서도 저들을 감춰 줄 수는 없다.
‘그래, 그래 봤자다.’
어차피 자신들이 부순 것은 제대로 완성도 되지 않은 물건들이다.
처벌도 그다지 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범인들은 한두 명씩 장비를 내려 두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오케이. 그렇게 한 명씩.”
내려오는 대로 수갑을 채우는 경찰들.
그중 한 명이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피해가 크겠는데요?”
“크지요. 이 정도면 10억 이상 피해가 발생했겠는데요.”
“헐.”
“뭐, 잠깐! 10억이라니!”
수갑을 찬 채로 경찰차로 끌려가던 범인 중 한 명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경찰이 그를 위해 기다려 주지는 않았다.
“어허, 머리 조심. 궁금하면 나중에 변호사 불러, 변호사. 넌 일단 감방에나 가자고.”
“아니! 10억이라니……! 그런 터무니없는!”
그러나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경찰차 안으로 강제로 구겨 넣어졌고, 그 이후로는 그가 떠들든 말든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면 이 피해를 어떻게 복구하시게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참, 답이 없네요.”
노형진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경찰들이 가고 난 후, 그 걱정스러운 표정은 마치 마법처럼 사라졌다.
“10억? 거참…… 100만 원도 안 썼으면서!”
“그건 너와 나만의 비밀로 남겨 두자고, 후후후.”
사실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물품은 폐자재들이다.
즉, 좀 그럴듯하게 보일 뿐 공사 현장에서 가지고 온 폐자재와 나무와 스티로폼 같은 것들이라는 것이다.
완성되지 않고 어수선한 건 부서진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러한 대부분의 폐자재들 사이에 적당히 스티로폼을 쌓아 두고 적당히 조각하던 것처럼 꾸며 놓으면 미완성된 조각품으로 보이는 것이다.
“피해액이 커지면 당연히 처벌도 커지지. 처벌이 커지면 손해배상액도 커지고 말이야.”
“저 녀석들, 행사를 방해하러 왔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기부금 내고 가는 꼴이네.”
“알면 속이 뒤집어지겠지?”
노형진은 방금 전 억울하다고 울부짖으면서 끌려가던 사람들을 생각하고는 미소 지었다.
“그러면 이제 해결된 거야?”
“일단 저들이 내 경고를 알아들었다면 말이지.”
방해하려고 들면 확실하게 응징하겠다는 경고를 방금 보낸 셈이다.
그걸 알아들었다면 이제 모든 게 끝난 것이다. 자신들은 행사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가 않단 말이지.”
노형진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