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9)
“그럴 겁니다. 군대에 있는 군화는 질이 안 좋기로 악명이 높으니까요.”
농담이 아니다. 그 제작비의 대부분을 중간에서 빼돌리니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짓이지.’
군대에는 3대 하체 질병이 있다. 봉와직염과 뒤꿈치 파열 그리고 무릎에 물이 차는 것.
이것들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봉와직염은 신발을 날림으로 만들다 보니 군화 자체에 거의 통기성이 없어서 생기는 질병이다. 물론 내구성을 챙기면서 환기도 가능하게 만들 방법이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돈이 들기 때문에 안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질병인 뒤꿈치 파열은 원래는 제대로 무두질된 가죽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무두질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제대로 가공되지도 않은 가죽을 사용해서 일어나는 질병이다.
마지막으로 무릎에 물이 차는 경우는 최소한의 충격 완화 장치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이다.
깔창조차 없는 게 군화다.
결과적으로 못 막는 게 아니라 중간에서 해 먹는 게 많아서 생기는 질병이다.
오죽하면 이 3대 질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제대하는 놈은 군인도 아니라는 말이 있겠는가?
“군대가 모든 남자들의 무좀의 근원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 암.”
“유 회장님도 그러셨습니까?”
“지금도 이런데 우리가 있을 때는 어땠겠나?”
“하하하하.”
유민택은 의외로 현역병 출신이었다. 그 덕분에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고소했으니 그쪽에서 어떻게 나올 것 같나?”
“뭐, 뻔하지요.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덮으려고 할 겁니다.”
당장 고소 동참자만 1만 명이다. 노형진은 어떻게 해서든 동참자를 모으고 있었는데 그 수가 2만 명은 될 거라 예상하고 있다.
1인당 30만 원씩만 청구해도 그 금액은 60억에 달하는 거금이 된다. 그런데 만일 휴유증으로 치료받게 되면 그 비용은 터무니없이 높아진다.
그 장군이라는 작자가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지만 60억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범죄 사실이 인정되었다는 것이다. 군사법원에서 처벌을 약하게 했다 뿐이지, 범죄 자체는 인정했으니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그래도 빠져나갈 방법이 있지 않겠어요?”
“그렇겠지요. 아마 빠져나갈 겁니다.”
“뭐라고!”
“네? 빠져나간다고요!”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과 이은영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열심히 한 이유가 그들에게 응징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태연하게 빠져나간다니?
“왜들 그렇게 놀라세요?”
“놀라지 않게 생겼나?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했는데!”
“왜 하기는요. 성화를 날리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아…….”
순간 유민택조차도 목적을 착각했다.
그만큼 대한민국 군대 조직의 부패에 실망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어떻게 나올지 압니다. 그리고 아마도 빠져나가겠지요. 하지만 그건 착각일 겁니다. 자신들은 빠져나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깊은 늪에 빠지는 꼴이라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후후후.”
“으음…… 자네, 무섭구만.”
안 빠져나가도 손해 보는 건 없다. 그때를 대비해서 다른 방법도 준비해 놨다.
“그 준비를 하기 위해 제가 그동안 움직인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한 뭉텅이의 서류를 꺼내는 노형진.
“그건 뭔가?”
“고발장입니다. 어디 보자…… 한 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딱 이백쉰 명이네요.”
노형진의 말에 그를 도와 서류를 정리하던 이은영이 깜짝 놀랐다.
“무슨 고발요?”
“국가보안법 위반.”
“네?”
“당연한 거 아냐? 군인으로서 이 나라에 해를 끼치고 북한을 이롭게 한 행위를 빨갱이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한단 말이야? 안 그래?”
“그거야 그렇지만…….”
“그럼 아무나 붙잡고 빨갱이라는 헛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빨갱이 사냥을 해 봐야지, 후후후후.”
* * *
남희상 대위는 죽을 맛이었다. 등골이 오싹하고 똥구멍이 서늘한 느낌이었다.
자신이 올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몇 번이나 일어났다 앉았다 하던 그는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마저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휘유, 많이도 해 먹었네.”
남희상 앞에 털썩 앉은 남자는 비릿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쉽게 가자. 누구한테 사주받았어?”
“사주라니요?”
“몰라? 진짜 몰라?”
“모릅니다.”
“하! 그래서 대한민국 장교라는 작자가 뇌물을 받고 부품을 사용도 못 할 재활용품을 받냐?”
“그게…….”
자신의 아래 있던 부사관들과 운전병들이 몽땅 증거를 들고 가는 바람에 뭐라고 부정할 수가 없었다.
“배후가 누구야?”
“베후는 없습니다.”
“배후가 없다…… 후우!”
앞에 있던 남자.
즉, 국정원 요원은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그를 차 버렸다. 수갑에 묶여 있던 그는 저항도 못 하고 의자와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야, 이 빨갱이 새끼야! 군사 물품을 훼손하고 뭐? 사주받은 게 없어? 이거, 엄밀하게 말하면 사보타지야, 사보타지. 알아? 그런데 뭐? 이런 미친 빨갱이 새끼를 봤나!”
“커헉!”
발길질에 몸을 움츠리는 남희상.
“사방에서 빨갱이가 득실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빨갱이 새끼가 군대에까지 기어들어 와?”
“잠시만요! 난 빨갱이가 아니라 군인…… 커헉!”
“그런 놈이 대한민국 군용 차량에 사보타지를 해? 이 빨갱이 새끼가 어디서 구라질이야!”
강제로 남희상을 일으킨 국정원 요원은 그의 뺨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크헉!”
그렇게 두들겨 맞던 남희상은 순식간에 코피를 흘리며 축 늘어져 버렸다.
“후우, 쉽게 가자. 이거 국보법 위반이다. 사주받지 못했다는 개소리 하지 말고 뒤 까라.”
“모릅니다.”
“햐, 이거 진짜 독한 빨갱이 새끼네.”
우드득거리면서 목을 꺾던 요원은 일어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뒈져 봐라, 이 씨발 새끼야.”
* * *
쾅!
국방부 장관은 눈앞에 있는 국정원장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단 일주일 사이에 무려 이백쉰 명에 달하는 장교가 그들에게 끌려갔기 때문이다.
“무슨 짓입니까!”
“무슨 짓은요. 빨갱이 때려잡는 중입니다.”
“빨갱이? 그들은 대한민국 장교 입니다!”
“웃기는 소리. 당신이 증거 봤어요? 대한민국 주요 군수품을 횡령하고 군사물품에 불량 재료를 써 가면서 사보타지 했는데 그 녀석들이 장교라고?”
비웃는 국정원장의 말에 국방부 장관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관련 증거를 받은 기억이 분명 있었던 것이다.
“으윽…….”
“당신들이 제대로 안 하니까 우리가 나서는 거 아닙니까?”
국정원장의 말에 국방부 장관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원래 국방부 쪽과 국정원은 사이가 좋지 않다. 둘 다 정보 라인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견제해 왔는데, 서로 비밀주의를 지키기 때문에 공격할 건더기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들은 빨갱이가 아닙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요.”
엄밀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은 휴전 국가, 즉 전쟁 중 국가에 들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군수 비리는 어떤 식으로든 생산 능력이나 작전 수행 능력을 직간접적으로 타격하는 것을 뜻하는 사보타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 점을 노린 노형진은 그 장교들을 검찰이나 군대에 고발하는 대신, 사이가 좋지 않은 국정원에 증거와 함께 사보타지 및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고발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국방부라면 이를 갈던 국정원이 이참에 길들이겠다면서 달려들어서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이보시오, 국정원장. 이거 함정인 거 아시지 않소?”
자신들이 밀리는 상황인 걸 아는 국방부 장관은 조용하게 말했다.
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승기를 잡은 국정원장은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부 단속을 잘하셨어야지요. 군인이라는 자식들이 국가에 대해 사보타지를 하게 두면 됩니까?”
“이건 그냥 단순한 비리라니까요.”
“글쎄요…… 우리 국정원에서는 이런 비리가 생기면 잘라 버리지, 보호하지는 않아서요. 국방부가 이런 빨갱이 새끼들을 보호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 않습니까?”
“이보시오, 원장.”
국방부 장관은 속이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그들이 불쌍해서?
아니다.
노형진이 고발한 인간들은 비리의 최일선, 즉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잡혀간다면 그들은 빨갱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뒤에 있는 장성들을 까발릴 게 뻔하니 다급한 것이다.
“말씀하십시오.”
“그만합시다.”
“글쎄요, 전 이참에 빨갱이들을 박살 낼 거라 힘들 것 같은데요?”
물론 그건 국정원장도 알고 있다. 국정원쯤 되는 곳에서 노형진의 목표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가 준 건 그들 역시 뒤에 있는 배경이 빨갱이가 아니라 군 장성들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참에 장성들을 날려 버리고 승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국정원장!”
결국 보다 못한 국방부 장관이 소리를 지르는 찰나.
따르릉.
울리는 전화기에 두 사람의 시선이 향했다.
“잠시만요.”
몇 마디 듣더니 전화기를 든 국정원장의 얼굴에 미소를 떠올랐다.
“이런, 이런, 회사에 일이 있어서 가 봐야겠습니다.”
“회사?”
국정원 사람들은 보통 국정원을 회사라고 부른다. 그런 곳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국정원장을 직접 부른다는 것은 큰일이 터졌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오?”
“나쁜 소식과 더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으실래요?”
“크윽.”
국정원장의 얼굴에 가득한 승리의 쾌감을 발견한 국방부장관은 낭패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국정원장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고발이 추가로 들어왔네요. 증거랑 같이 삼백 명이랍니다. 우리, 바빠지겠어요.”
“크흑.”
그 소리를 듣고 국방부 장관은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저게 나쁜 소식이라는 것. 즉, 더 나쁜 소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사해 봤는데 말이죠. 진짜로 빨갱이 세 명이 나왔다지 뭡니까?”
“뭐라고!”
국방부 장관은 벌떡 일어났다.
이건 듣던 중 최악의 소식이었다. 그 말인즉슨 북한의 전력이 대한민국 군대 내부에까지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무려 세 명입니다. 두 명은 북한 공작원에게서 자금을 받으면서 활동했고 한 명은 원래 북한 공작원으로 신분을 조작해서 들어갔답니다. 멋지군요. 이래서 국방부란…… 훗.”
이는 즉, 이제는 국방부 장관이라고 할지라도 국정원의 행동을 막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걸 막는다는 건 국방부 내부에서 암약하고 있는 간첩을 보호하겠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하실 말씀 있습니까?”
“없소이다.”
“그럼 가 보도록 하지요.”
“…….”
국정원장이 나가고 난 후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명패를 잡아서 집어 던졌다.
“으아아아! 이런, 젠장!”
* * *
“자네, 알고 있었나?”
“뭘요?”
“간첩이 숨어 있는 거 말일세.”
다른 함정을 준비했다기에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이런 핵폭탄급 일이 터질 거라는 것은 유민택은 예상하지 못했다.
“뭐, 예상한 건 아니지만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최소한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는 것?”
“네.”
노형진이 봤을 때 간첩은 생각보다 여기저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어디 있는지 모를 뿐이다.
그래서 고발을 넣으면서 ‘운이 좋다면 한 명쯤 걸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세 명이나 걸린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을 이용할 때입니다.”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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