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0)
“네, 이번 일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겁니다.”
“그거야 그렇지.”
농담이 아니라 나라가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다른 곳도 아닌 군대에서 간첩이라니.
“국정원에서는 아마 이참에 국방부에 최대한 타격을 주려고 하겠지요. 그러니까 군수 비리 문제를 개인의 비리나 착복보다는 계획적인 사보타지로 몰고 가려고 할 겁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유민택 역시 국방부와 국정원이 사이가 안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이걸 대세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이참에 언론 플레이를 적당하게 하면 군수 비리를 간첩으로 규정하여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그 뒤를 캐면 당연히…….”
“성화가 나오겠지! 옳거니!”
노형진의 말을 자르면서 먼저 말하는 유민택.
한국 최대 군수 기업이 성화다. 국정원이 조사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성화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성화에서 보급한 모든 물건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가 이루어질 테고 질이 낮고 비싸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이다.
“그때를 틈타서 대룡이 치고 들어가는 거죠.”
“그래서 우리 보고 준비하라고 한 거구만.”
그런 식으로 엮이게 된다면 아무리 성화라 할지라도 내년도 군용품 보급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지금까지 공급하던 비싸고 질 낮은 물건들은 공급하기 어려워지니 단시일 내에 질을 높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대룡은 노형진의 조언대로 중소기업 중 실력이 좋은 곳을 선점한 상태다. 즉, 입찰에 들어가면 바로 성화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이라면 뇌물을 받은 장군들이 지켜 줬겠지만 그때는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한번 피바람이 불었고 내부에 간첩이 발견된 데다가 군수 비리를 이용해서 국방부에 타격을 준 국정원이 먹잇감을 찾듯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댈 테니 말이다.
“허허허허.”
물론 대룡은 그다지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 자체 제작 공급하는 성화와 다르게 중소기업의 물건을 받아서 검사하고 공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화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군납 분야를 빼앗게 된다는 것이 중요했다.
“성화 녀석들, 지금쯤 난리가 났겠군.”
“그렇겠지요.”
노형진은 모르고 있었지만 간첩으로 잡힌 한 명이 성화의 주요 관리 대상이었고 성화에서 돈이 흘러들어 간 걸 발견한 국정원은 성화를 털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안 성화는 이만저만 난리가 난 게 아니었다.
“어찌 되었건 이번 건은 임시적인 겁니다.”
“임시적인 것?”
“3년만 지나면 다시 과거의 시스템이 돌아올 겁니다. 아무리 국정원이라고 해도 영원히 불편하게 지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때는 분명 다시 뇌물로 질 낮은 물건이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준비한 함정이 잘 작동되어야 합니다.”
“잘하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서 이건 그냥 부가적인 현상인 거지, 진짜 함정은 아닙니다.”
“뭐라고?”
유민택은 깜짝 놀랐다.
지금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이게 그저 부가적인 현상이라니.
“아마 제대로 된다면 그 후부터는 군납 비리라는 건 존재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군납 비리 경험이 있는 성화보다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대룡이 유리해질 겁니다.”
“고작 이게 부가적 현상이라니……. 진짜 큰 거 한 방이구만.”
* * *
은지훈은 국정원에 끌려갔다 와서는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 씨팔…….”
몰락하는 건 순식간이라는 이야기처럼 그의 몰락은 거의 광속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휘하에서 간첩이 나온 데다가 그걸 본 다른 장교들이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는 게 두려운 나머지 너도 나도 조작하라고 지시한 사람을 까발리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 사람이 그였던 것이다.
결국 은지훈 중장에 대해 사보타지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결정이 나든 국보법위반을 한 수사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그의 커리어는 끝장났다는 뜻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속속 드러나는 비리들.
그리고 그걸 증언하겠다며 자신들은 절대 간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부하들.
전 국민이 들고일어나는 사회 여론.
자신의 집 앞에서 버티고 있는 기자들까지.
평생을 장군이랍시고 떠받들어지며 살아온 그에게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들뿐이었다.
“여보, 할 말 있어요.”
힘겨운 얼굴로 들어오는 아내.
“시끄러워! 입 좀 닥쳐!”
아무런 말도 듣기 싫었다. 지금은 모든 게 다 귀찮았다.
하지만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는 말하는 대신에 뭔가를 툭하고 그의 앞에 던졌다.
“이혼 소장?”
“이혼해요, 우리.”
“뭐라고?”
“이혼해요. 이런 식으로는 더 못살아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야!”
“그럼 애초에 잘하든가요. 온갖 패악질은 다하고 이게 무슨 꼴이에요?”
“이런 개년이!”
그는 성질이 났다. 자신이 비리로 벌어 온 돈으로 잘 먹고 잘 살던 여자가 상황이 다급해지니까 이혼하자니.
“죽을래!”
“꺄아악!”
그가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어디선가 주먹이 날아왔다.
“크헉!”
바닥에 나뒹군 은지훈은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른 녀석을 바라보았다.
황당하게도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들이었다.
“무슨 짓이야? 죽을래?”
“죽여 보시죠! 아예 살인죄까지 뒤집어쓰시게요?”
“뭐?”
“입으로만 나라를 지키네 어쩌네 하면서 뒤로는 나라를 팔아먹어요? 그래 놓고 주먹질까지 해요?”
돈이 있고 백이 있다는 이유로 한평생 자신들을 억누른 아버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망해 가는 판국에 가족에게까지 주먹질이라니.
“재주껏 혼자서 잘 살아 보세요.”
아들이 아내를 데리고 집을 나가 버리자 은지훈 중장은 텅 비어 버린 그곳에서 멍하니 그들이 나간 입구를 바라보기만 했다.
* * *
“피고 은지훈은 군사법원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처벌받은 경력이 있습니다. 피고는 군인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군화를 뇌물로 받고 불량 군화를 지급받아 공급하여 실질적으로 전투 능력을 하락시키고 북한에 유리한 사보타지 행위를 하였으며…….”
“사보타지가 아닙니다!”
은지훈의 변호사는 다급한 마음에 노형진의 말을 막았다.
“피고 측 변호인! 원고 측 변호인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변호사를 차갑게 바라보는 판사였다.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는 피고 측 변호사.
노형진은 그를 잠시 보다가 계속 입을 열었다.
“사보타지에 준하는 행위를 하였으며 그 결과, 막대한 뇌물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하여 원고 말고도 수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봉와직염부터 관절염까지 불량 군화로 인하여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군 생활을 포기하거나 제대 후에도 휴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피고의 범죄행위로 인해서 발생한 것이니만큼 피고 측은 원고 측에 1인당 최하 30만 원부터 최대 300만 원의 진료비 및 손해배상 비용을 청구하는 바입니다.”
무려 115억에 달하는 엄청난 청구비다.
비교적 단순한 봉와직염은 둘째 치고 다른 질병들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까지 있었기에 그런 진료비까지 포함하자 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가 한때 잘못된 생각으로 부정한 거래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일 뿐, 지금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렇지. 과거지. 지금은 국가에 대한 사보타지가 큰 문제.”
“큭큭큭.”
그 순간 방청석에서 들리는 비웃음.
“조용! 조용히 하세요!”
결국 판사의 경고를 듣고 다시 조용해지고 나서야 은지훈의 변호사는 입을 열수 있었다.
“더군다나 피고가 불법행위를 한 대상은 국방부였지, 일반 군인이 아닙니다. 즉, 군인들 개개인은 청구권이 없다 할 것입니다.”
변호사의 주장은 이렇다.
군 비리 물품을 납품한 것은 국방부이고, 군인 개개인에게 직접 납품한 것이 아닌 만큼 그 배상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대상은 개개인이 아닌 국방부라는 뜻이다.
“원고 측, 할 말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납품되어 공용으로 사용되는 물건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군수품인 전투화는 개개인에게 납품되어 사용되는 것이므로 그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손해는 그 범죄자 개개인이 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아닙니다. 가령 전철에 공급되는 의자가 고장 났다고 전철 제작자가 그 의자의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요. 하지만 그런 의자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공공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투화의 종류는 1인 1족 지급이 기본이며 타인과 돌려 쓰거나 재판매되는 물건이 아닌 만큼 개개인에 대한 비리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볼펜을 볼까요? 산업용으로 생산된 볼펜은 기업에 대량으로 납품됩니다만, 결과적으로 해당 직원이 보급받고 난 후에는 지속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그 볼펜이 불량일 경우, 개개인이 볼펜 제작 업체에 소송해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볼펜이 불량이라고 할지라도 그저 색이 나오지 않는다는 수준이지, 군용품처럼 신체나 전투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노형진은 계속 반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송정한은 그걸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손해배상이란 상대방이 어떤 피해를 입을 걸 예상하거나 상대방을 특정했을 때 생기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경우 피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인 만큼 그게 특정한 사람에게 가도록 통제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즉, 손해배상의 기본 목적인 특정인의 손해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손해배상에는 분명 고의나 과실이 있습니다. 피고는 분명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로 불량한 품질의 군화를 지급하도록 위력을 행사하였으니 이로써 충분한 손해배상의 규정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손해배상의 규정에 따르면 그 대상에 대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가령 자동차 사고 중 다중 추돌 사고의 경우, 그 사고를 유발시킨 사람이 그 피해자들 전부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또?’
송정한은 그가 느끼는 게 뭔지 한참 고민하고 나서야 대충 알 것 같았다.
뭔가 어설펐다.
노형진의 공격에는 날카롭게 약점을 뚫고 들어가는 정확함이 있다.
그런데 이번 재판은 그런 게 아니었다.
마치 잘 모르는 변호사가 준비한 재판처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더군다나 이 재판은 노형진이 제대로 한 방 먹이겠다고 공격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두루뭉술하고 약한 공격이라니.
“아닙니다. 원고 측은 분명 피해를 입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그것은 그 아이템을 공급한 기업의 책임이지, 그걸 통과시킨 피고의 책임이 아닙니다.”
뻔뻔하게 나오는 피고 측 변호인.
그는 솔직히 잔뜩 신나 있었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새론.
그것도 분쇄기라 불리는 노형진 변호사가 상대라는 말에 잔뜩 긴장하고 나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제대로 공격도 못하고 허둥거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 잘났나? 역시 난 실력이 부족한 변호사가 아니었어.’
그가 그렇게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 판사는 몇 가지 서류를 확인하다니 결국 다음으로 기일을 넘겼다.
이런 재판은 어차피 한두 번에 끝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기일을 정하겠습니다.”
* * *
“왜 그러는 건가?”
“네?”
“자네 공격 말이야. 뭔가 어색해.”
“그런가요?”
“그래, 과거의 날카로움이 전혀 보이질 않잖나.”
작은 허점 하나 놓치지 않는 것이 그의 공격이다.
송정한도 노형진의 재판을 보면서 과연 자신이 방어할 수 있을까 하고 몇 번이나 고민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번 재판에서는 너무 두루뭉술하고 약한 공격을 하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고작 할 말이 ‘그렇구나.’뿐인가?”
“네, 지금 전 제 목적에 합당하게 하고 있는 중이라서요.”
“합당?”
“네, 때로는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도 필요한 법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