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00)
얼마 후 임명학의 친척들은 어마어마한 세금을 두들겨 맞았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세무조사 나왔습니다.”
영장을 꺼내 들고 당당하게 말하는 세무 공무원들 앞에서 친척들은 당황했다.
“어…… 어째서요?”
“어째서라니요? 증여세를 안 내셨잖습니까?”
“네?”
“증여세를 내신 기록이 없으시던데.”
“하지만…….”
다들 입을 꾸욱 다물었다.
증여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다. 그래서 편법으로 증여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증여세를 내라며 날아온 것이다.
“탈세액이 어마어마하던데요?”
세무 공무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탈세액이 무려 20억이 넘으니 원, 도대체 무슨 깡인지.”
영장을 가진 직원은 서류를 비롯한 모든 것을 챙기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고요!”
“이야기가 없었다고 해서 내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신고했으면 이런 식으로는 안 되지요. 하지만 신고하지 않으셨잖아요.”
어깨를 으쓱한 공무원.
그 뒤에서는 다른 직원들이 집안과 사무실에 있는 서류란 서류는 모조리 챙기고 있었다.
“억울하시면 행정심판을 거세요. 저희는 조사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재산에 대해 압류도 진행하겠습니다.”
“어억!”
사실 임명학이야 성공한 사람으로 상당한 돈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한데 내야 하는 돈은 무려 1인당 세금이 20억.
전 재산을 다 털어도 내지 못하는 돈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항변하려고 하는 그들에게 공무원은 더 무서운 소리를 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탈세 시도를 하셨으니 50%가 더 나올 겁니다. 거기에다가 과징금도 나올 테구요. 아마 형사 고발도 들어갈 겁니다. 20억 탈세 시도인 만큼 구속될 수도 있겠네요.”
“네?”
“어억!”
“여…… 여보!”
20억도 많아 죽겠는데 그걸 훌쩍 넘는 돈을 내야 한다는 소리에 남자는 뒤로 고꾸라졌다.
가족들은 그런 그에게 매달렸지만 공무원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저 서랍도 뒤져! 종이 한 장 놓치지 마라!”
* * *
“불쌍해라.”
구급차로 실려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손채림은 혀를 내둘렀다.
“세무조사라니.”
“세무조사를 제대로 안 해서 그렇지, 제대로 하면 엄청 무서워.”
오죽하면 정치인들이 기업인들을 협박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세무조사겠는가?
“그런데 어떻게 한 거야?”
“당연한 거니까. 임명학은 돈이 아까워서 명의를 다른 사람 앞으로 돌렸어. 그런 녀석이 제대로 세금을 냈을까?”
“그래서 네가 신고한 거구나.”
“그래.”
상황을 봐서는 충분히 신고할 만한 대상이다.
거기에다 노형진이 적당한 백을 움직이자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금은 30% 정도니까 수십억을 내놔야 하지. 그런데 말이야, 그걸 저들이 내놓을 방법이 없거든.”
“하지만 건물이 있잖아.”
“그게 문제야. 건물이 있으니 그걸 담보로 잡아서 내놓으면 되기야 하겠지. 문제는 그 건물이 자기 물건이 아닐 거라는 거야.”
이면 계약을 했을 게 뻔하니 그걸 담보로 잡기 위해서는 임명학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임명학이 그에 동의해 줄 리 없다는 거다.
“아마도 임명학은 자기가 죽으면 그 건물을 가지라면서 꼬셨을 거야.”
자신이라도 그런 선택을 할 테니까.
“하지만 정작 그때까지 먹고살 수 없는 문제가 터진다면 상황은 돌변하게 되지.”
있는 돈은 모조리 털리고 재산은 건물뿐이다.
그런데 그 건물에서 나오는 돈은 죄다 임명학이 가지고 가게 된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노형진은 씩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
“자, 우리의 새로운 고객님들을 만나 보자고.”
* * *
“주택이 다 압류되셨다고요?”
“…….”
“생계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노형진이 임명학의 친척들을 만나러 갔을 때, 그들은 혼이 나간 얼굴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당혹스러운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여러분들은 당하신 겁니다.”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다들 고개를 들어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이 건물들을 여러분 명의로 돌린 건 임명학이 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였지요. 안 그런가요?”
“…….”
“하지만 그 와중에 그쪽에서 말해 주지 않은 게 있네요.”
“뭐라고요?”
말해 주지 않은 게 있다는 소리에 그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물론 그들은 노형진이 임명학이 사고를 친 여자들을 위해 싸우는 변호사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임명학이 거짓말을 했을 거라는 의심이 너무 강했다.
‘미안하지만 말이야, 흐흐흐.’
사실 임명학과 그 변호사는 편법 증여를 통해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다.
복잡하게 흔적이 남아 봐야 유리할 게 없으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이미 그걸 예상하고 그들이 탈세를 했다는 적당한 증거를 수집한 후였다.
그러니 그들이 아무리 깔끔하게 했다고 해도 고발하는 데 아무런 지장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임명학은 그걸 모르겠지만.
“이 양도는 기본적으로 불법입니다.”
“뭐라고요? 불법?”
“네.”
“이걸 양도받은 게 도대체 왜 불법이라는 겁니까?”
“재산 분할을 이유로 싸우는 상황에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는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재산을 가지고 갔다고 한들 그 계약은 원천 무효니까 그 재산은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물론 선의의 제삼자라는 조항으로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들은 선의의 제삼자가 아니잖습니까?”
“…….”
친척들은 말문이 턱 막혔다.
선의의 제삼자가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가령 자신들이 임명학에게 건물을 샀다는 기록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양도세로 폭탄을 맞은 상황이다 보니 선의의 제삼자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여러분들은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건물은 건물대로 빼앗길 겁니다.”
“뭐요?”
“물론 그 세금을 돌려 달라고 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본인이 선택한 양도인 만큼, 과연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말문이 턱 막힌 사람들은 혼이 나간 듯 멍해졌다.
그러니까, 자신들은 돈은 돈대로 빼앗기고 빌딩은 빌딩대로 가질 수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제 말은 믿기 힘드시다면 어떤 변호사든 만나서 물어보세요. 같은 말을 할 겁니다.”
“크윽…….”
노형진의 확답에 절망한 듯 고개를 숙이는 친척들.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이지.’
신고가 안 들어갔다면 모를까, 신고가 들어갔다면 저들로서는 지금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면…… 우리는 망하는 겁니까?”
전 재산을 빼앗길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다.
물론 방법이 없다면 노형진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
“방법은 있지요. 자수하시는 겁니다.”
“자수?”
“네. 자수하면 이건 세법의 문제가 아니라 형법의 문제로 넘어가거든요.”
그리고 그로 인해 부여된 세금은 다시 취소될 것이다.
왜냐하면 명의가 원상 복귀될 테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처벌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자수한 점도 정상참작이 될 테니 벌금이 잘해 봐야 1천만 원 정도나 나올 테지요. 이런 범죄에 대해 자수까지 했는데 실형이 나올 가능성은 낮을 거고요.”
“…….”
“여러분들의 선택입니다. 자수해서 여러분들의 재산을 지키고 벌금을 조금 내고 말 것이냐, 아니면 입 다물고 있다가 전 재산을 빼앗기고 길거리로 나앉을 것이냐.”
“…….”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다들 눈치만 살폈다.
“고민이 되신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어떤?”
노형진은 망설이는 그들에게 슬쩍 떡밥을 던졌다.
“여러분들이 임명학 씨의 자녀들을 돕는 거죠.”
“네?”
“어차피 임명학은 건물을 빼돌리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걸 감안해서 재산 행사에 제한을 걸 겁니다. 당연히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임명학에게서 땡전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허억!”
“어쩔 수 없어요. 법이 그러니까.”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자녀분들을 도와준다면 상황이 좀 달라지겠지요.”
“달라진다고요?”
“네. 임명학이 죽은 후를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그 재산은 결국 자녀들이 갖게 될 겁니다. 사실 그 자녀들은 나이가 어려요. 그리고 세상을 모르죠. 그런 애들이 자기들을 잘 대해 준 친척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다들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우리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여러분들이 이쪽에 붙어서 아이들을 가문의 사람으로 인정하는 거죠.”
“뭐라고요?”
“어차피 임명학은 개털 됩니다. 그리고 그가 죽고 나면 그 재산은 아이들에게 가요.”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아이들을 가문의 사람으로 받아들이면 그 돈은 가문의 돈이 됩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잘해 준 만큼 그 아이들도 여러분들의 자손에게 잘해 줄 겁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에게 잘해 준 건데, 어떻게 은혜를 잊겠어요?”
“…….”
“그에 반해 임명학은 여러분에게 막대한 빚을 남길 겁니다.”
“크흠…….”
“여러분들이 이쪽에 붙어서 그가 재산을 집행하는 걸 방해할수록 점점 여러분들이 추후에 받을 혜택이 늘어나는 거지요.”
노형진은 싱글거리면서 웃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절대로 웃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거절하신다면 어쩔 수 없구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일어났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는 손해 볼 게 없거든요.”
“으음…….”
친척들은 신음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할 카드는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