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02)
“재판장님! 조규헌은 원고 한소양에게 돈을 주고 재산을 분할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상대방 변호사는 노형진을 보면서 격하게 외쳤다.
노형진은 옆에 앉아 있는 한소양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반격을 시작했다.
어차피 순순히 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피고가 재산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는, 피해자이자 원고인 한소양은 피고와 사실혼 관계였기 때문이지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는 조규헌.
“뭔 개소리야! 우리는 동거한 거야, 동거!”
노형진은 그 말을 들으면서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역시 알고 있었군.’
사실혼이라는 것은 동거와 외부적으로는 비슷하게 보인다.
하지만 동거와 사실혼은 엄연하게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동거라는 말로 자신의 책임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피고, 소리 지르지 마세요. 여기는 신성한 법정입니다.”
“하지만 재판장님!”
“피고, 경고합니다.”
그러자 변호사가 그를 쿡 찔렀고, 조규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조규헌의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변론을 시작했다.
“재판장님, 한소양과 조규헌이 같이 살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소양과 조규헌은 부부로서 생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동거 관계에 있었을 뿐이고, 그 동거 관계가 정리됨으로써 따로 나가 살았던 것뿐입니다.”
동거와 사실혼은 미묘하게 다르다.
모든 것이 비슷하지만 결혼의 의사 없이 함께 사느냐와 결혼의 의사가 있어서 함께 사느냐가 두 가지를 구분하는 관건이 된다.
재산이나 성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거의 비슷하지만 결혼의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 서로가 갈라선다고 해도 한쪽에게 그 책임을 지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동거다.
‘그리고 동거를 주장한다는 것은…….’
애초에 조규헌이 그러한 규정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재판장님,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조규헌은 한소양과 혼인신고를 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고 한소양 역시 피고 조규헌에게 혼인신고를 요구할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무려 5년이나 같이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원고는 한 번도 그러한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거야 피고가 원고에게 혼인신고가 되어 있다고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그렇게 단순한 삶을 산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동사무소에 가면 관련 서류를 다 떼어 주는데?”
‘그게 힘들다는 거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그것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서류를 떼러 다니는 것은 쉽지 않다.
만일 같이 사는 부부 사이에서 그렇게 의심하기가 쉬웠다면 아마 대부분의 부부는 이혼할 수밖에 없으리라.
“원고는 19세에 고아원을 나왔습니다. 그 후에 바로 피고를 만났고, 사회적인 경험을 쌓거나 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습니다. 그러니 그녀가 동사무소에서 그런 서류를 뗄 수 있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취업하면 각자 의료보험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혼인한 가족이라면 의료보험이 통합된다는 걸 알기에는 그녀가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설사 통합된다고 해도 그건 희망에 한해 그런 것이지 개별적으로 의료보험이 나가는 것도 틀린 것이 아닙니다.”
노형진이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자 원고 측은 어떻게 해서든 사실혼이 아닌 동거를 주장하고 나왔다.
그런데 이 경우 사실혼을 주장하는 노형진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혼은 뭔가를 증명해야 하지만, 동거는 뭔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
더군다나 법률은 뭔가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혼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네?”
“금전적으로 경제 공동체였지요. 원고 한소양의 카드 기록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 기록에 따르면 생활에 필요한 비용 전반을 그녀의 카드에서 지출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건 조규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당하게 반박하는 변호사의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러면 조규헌 씨의 카드 기록을 제공할 수 있습니까?”
“그건…….”
그러자 변호사는 망설이며 조규헌을 바라보았다.
조규헌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겠지.’
이미 한소양에게서 조규헌의 생활에 대해 들었다.
그는 자신의 돈을 대부분 자기를 위해 쓰고, 생활비는 대부분 한소양이 버는 돈으로 충당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걸 알면서도 자신을 받아 준 것이 고마워서 아무런 소리도 하지 못했고.
‘너무 순진해.’
세상을 모르니 그렇게 당하는 것이다.
“카드 내역을 주실 수 없는 이유가 있나요?”
“…….”
“그렇겠지요. 대부분의 월급을 술과 룸살롱 등으로 날렸을 테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재판장님, 원고 측 변호인은 증거도 없이 허위 사실을 날조하고 있습니다.”
재판에서 이미지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의뢰인의 이미지가 박살이 날 위기가 되자 피고 측 변호사는 다급하게 변명했다.
하지만 이미 노형진은 한소양에게 관련 이야기를 다 들은 후였다.
“피고 측 주장에 따르면 단순 동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순 동거라고 한다면 개별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면서 각자의 자산에 터치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원고의 증언에 따르면 피고는 생할비를 일절 제공하지 않아 원고가 공과금과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 전반의 비용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건…….”
“피고는 생활비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그 결제 내역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모텔과 룸살롱 등 유흥으로 대부분의 가산을 탕진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기대어 생활하는 생활공동체로서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뜻인데, 이는 일반적인 동거의 한계를 한참 넘어선 행동입니다.”
노형진이 생활공동체 부분을 지적하자 피고 측 변호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의뢰인을 바라보았다.
‘그랬겠지.’
척 봐도 조규헌이 변호사에게 거짓말한 게 보였다.
애초에 동거라면 이런 소송을 해도 이긴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인간이었다.
그런 만큼 변호사에게 이야기할 때는, 처음에는 단순 동거였는데 갑자기 돈을 요구한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으리라.
“재판장님, 동거를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그 생활비가 한꺼번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피고 조규헌은…… 남자로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곳에서 돈을 쓸 수도 있는 겁니다.”
“남자로서 그런다는 건 참 전근대적인 사고입니다.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불법이 아니던가요?”
“그…… 유흥이지 성매매는 아니지 않습니까?”
‘눈 가리고 아웅이라더니.’
딱 보면 어떤 가게인지 모를 수가 없다. 그런데 성매매가 아니라니.
물론 그걸 가지고 따져 봐야 의미가 없다.
변호사나 판사도 결국 그런 곳에서 접대받으니, 그들이 그걸 인정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결혼이 아니라 동거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증명요?”
“그렇습니다. 만일 결혼을 전제로 함께 사는 것이었다면 그런 곳에 당당하게 다닐 수는 없지 않았겠습니까?”
나름 다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반격하는 피고 측 변호사.
확실히, 결혼을 약속하고 같이 사는 상황에서 남자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 관계를 유지하려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요?”
“그렇지 않다?”
“네. 원고는 이미 결혼하고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건 그쪽의 착각이지요.”
“착각이 아닙니다. 원고가 고아원에서 나올 때 수중에 있던 돈이 얼마였는지 아십니까?”
“수중에 있던 돈?”
그게 왜 중요한지 모르는 피고 측 변호사는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벌써 5년 전 이야기이고, 금액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500만 원입니다. 그걸 가지고 세상으로 나왔지요.”
“그건 그쪽 사정이지요. 도리어 사정이 다급하니 그걸 메꾸기 위해 원고에게 엉겨 붙은 거 아닙니까?”
졸지에 돈 때문에 남자에게 엉겨 붙은 여자가 된 한소양의 눈에서 분노에 찬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상대방 변호사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러면 피고의 카드값이 오버된 것도 알고 있겠네요.”
“네? 그게 무슨……?”
“피고는 자신의 월급 대부분을 유흥으로 날렸습니다. 때로는 카드값을 훨씬 넘기기도 했지요. 대출까지 받아 그걸 막아 준 것이 바로 한소양 씨입니다. 그건 모르셨습니까?”
“그…….”
“일반적인 동거라면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돈을 줄 이유가 없지요. 안 그런가요?”
생활비야 자기도 써야 하는 것이니만큼 지출한다고 할 수도 있다.
서로 간의 약속에 따라서 남자인 조규헌이 집을 제공하고 한소양이 생활비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출까지 해 가며 빚을 갚아 준다?
절대로 일반적인 동거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거야 빌린 거지요!”
“빌린 거라고요, 무려 4천만 원이나 되는 돈을?”
총액을 들은 조규헌은 당황했다.
조금씩 계속 빌린 거라서, 그렇게 큰 금액이 되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무려 4천입니다. 그걸 무조건 빌려주는 사람은 없지요.”
“그냥 빌린 거라고요! 빌린 거!”
“그렇다면 갚으셔야지요. 당연히 생활비를 포함해서요.”
조규헌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돈이라는 돈은 모조리 유흥으로 탕진했으니 돈이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자기 명의의 집 하나.
“재판장님, 일단 그 비용에 대해서는 피고 조규헌이 채권을 인정했으므로 재판이 끝나는 대로 가압류를 신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뭔 개소리야! 그건 내 집이야! 내 집이라고!”
“하지만 당신은 돈을 갚지 않았지요. 생활비까지 합하면 족히 1억은 넘을 것 같은데. 안 그런가요?”
“내가 집을! 그년은 생활비를! 그게 조건이었어!”
“증명할 수 있습니까?”
“뭐?”
“증명할 수 있느냐고요.”
법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증거를 내야 한다.
그리고 조규헌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당연히 조규헌은 억울했지만, 그런 증거가 없으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채권 부분은 이번 사건과 별개인 만큼 원고 측 변호인이 원하는 대로 하셔도 됩니다.”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내 집인데……!”
“정확하게는 당신 명의의 집이지요.”
“그래!”
“그런데 그 집을 산 게 2년 전이지요?”
“그런데?”
조규헌이 대답하자 조규헌의 변호사는 그를 끌어당겨서 강제로 자리에 앉혔다.
당장 그 때문에 재판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집을 사는 조건은 어떤 것이었나요?”
“뭐?”
“제가 듣기로는 20년간 장기 분할 대출하고 5년간 이자만 낸 뒤 원금과 이자를 균등 분리 상환하는 거라고 하던데요.”
“그런가요? 그건 확인해 봐야겠네요.”
“확인해 보실 필요 없습니다. 은행에 질의해서 답변서를 가지고 왔으니까.”
노형진은 서류를 내밀었다.
미리 준비한 서류를 본 변호사는 등골이 오싹했다.
그걸 미리 준비했다는 건 자신들에게 심각하게 불리한 게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간 이자만 열심히 납부하셨지요.”
“그랬겠지요.”
변호사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자만 내는 거야 흔하게 하는 대출 방식이니까.
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런데 이자는 어떻게 내셨습니까?”
“네?”
“아까 제가 카드 내역에 대해 말씀드렸지요? 피고 조규헌은 대부분의 임금을 유흥비로 날렸습니다. 때때로는 월급을 넘어서는 카드값을 갚기 위해 원고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지요.”
“그…….”
“그런데 기록에 보면 그는 단 한 번도 이자가 연체된 적이 없습니다. 이자가 적은 것도 아닌데요. 그리고 그 출금 계좌는 조규헌이 아니라 한소양 씨의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여자가 결혼도 하지 않을 남자의 집값을 대신 내주나요?”
집 문제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피고 측 변호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고 해도 남자 명의로 된 집의 빚을 여자가 갚아 준다는 것은 결혼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 말고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조규헌 씨는 그 집에 대해 단 한 푼도 돈을 내지 않은 셈입니다. 더군다나 조규헌 씨 스스로 자신은 집을, 한소양 씨는 생활비를 제공하는 계약이라고 하셨는데, 조규헌 씨와 한소양 씨가 함께 살기 시작할 당시에는 현재의 집이 아니라 월세를 살고 있었습니다. 즉, 계약이 종료된 후에 조규헌 씨는 그 계약을 어긴 셈이 되지요.”
“그거야…….”
변호사는 무슨 말이든 해 보려고 하다가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즉, 현 상황은 조규헌 씨에게 한소양 씨가 엉겨 붙어서 사는 것의 정반대입니다. 조규헌 씨가 한소양 씨에게 들러붙은 상황인 거지요. 자신에게 들러붙는 남자를 먹여 주고 재워 주는 여자의 행동. 결혼이 목적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목적인 걸까요?”
“그건…… 그년이 집을 사기 위한 대출을 못 받으니까…….”
“그러면 조규헌 씨는 범죄를 인정하시는 거군요.”
“뭐라고?”
“대출을 받지 못하니까 대신 받아 줬다, 그게 요점인가 본데, 그건 범죄를 인정하신 겁니다. 명의를 빌려주는 게 금융실명제 위반인 거 모르셨습니까?”
“…….”
“그리고 그렇게 명의를 빌려서까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면, 그 또한 결혼이 목적인 게 아닐까요?”
노형진이 핵심을 찌르자 조규헌과 그 변호사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