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03)
“빙고!”
“이겼다!”
재판부는 깔끔하게 사실혼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게 첫 번째다.
“이제 사실혼이 인정되었으니 다른 것도 이런 식으로 파고들면 됩니다.”
사실혼이 인정되면 사실상 이혼과 같은 비율로 재산을 나눠야 한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조규헌은 재산을 증식하는 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았으니 집을 비롯한 남은 재산도 압도적으로 한소양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더 많이 받아 올 수 있다.
“헐…… 우리는 결혼하지 못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요.”
“사실혼이라는 건 아무래도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버려진 여자들이 대부분 힘없이 나가는 것이다.
하물며 일반적인 집안에서 성장한 아이들도 그런데, 고아원에서 생활하다가 나온 사회 경험이 적은 여성들은 그에 대해 더 모를 수밖에 없다.
“일정 기간 동안 동거하면서 부부처럼 지내 왔다면 결혼한 것으로 보는 것이 현행법입니다.”
“그런가요?”
“네. 물론 부부처럼 지내 왔다는 것이 참으로 애매하기는 하지만요.”
설사 성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그게 부부로서 맺은 건지 아니면 동거인들이 동의하에 관계를 가진 건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동거 중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그걸로 부부처럼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산은 다르지요. 자본주의사회니까요.”
자본주의사회에서 재산, 그러니까 돈은 친밀한 관계가 아닌 이상에야 공유하지 않는다.
같이 사는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처럼 서로 명의를 빌려주거나 대출을 갚아 주는 경우에는 사실상 부부로 본다.
“그러니 이런 사건은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해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호오…….”
안 그래도 이런 사건들이 적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해결책이 생각보다 손쉽게 나오자 소아진은 즐거운 표정이 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겠네요.”
“아직은 안 끝났습니다.”
“아직 안 끝났다니요?”
“3년 이하의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피해자 비율로 본다면 그 부분이 제일 많을 텐데요.”
“아…… 그렇기는 하지요. 대부분이 3년 이하죠.”
사실혼 부부로 보기에는 기간이 짧은 사람들, 그리고 아이를 가지지도 못한 사람들.
그들이 이런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그런 아이들을 꼬셔서 데리고 가는 놈들은 목적이 뻔하니까요.”
노형진은 구역질이 난다는 듯 말했다.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성욕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리고 1~2년쯤 지나서 지겨워지면 내보내고 또 다른 여자를 노린다.
“맞아요. 그래서 대부분 그런 여자들은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서 나오죠.”
소아진 역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게 만난 남자들이 첫 남자니까요.”
몸도 마음도 다 바쳐서 잘해 줬지만 시간이 지나니 지겨워졌다고 차 버린다. 그리고 다른 여자를 노린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그 과정에서 옛날 여자는 떠나지 않으려고 할 테니, 남자는 여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해 가면서 온갖 패악질로 상처를 준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 처벌할 수가 없잖아.”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민사가 있잖아.”
“민사?”
“그래. 애초에 혼인빙자간음죄가 사라진 게 문제이기는 한데…….”
한때 혼인빙자간음죄라는 것이 있었다.
결혼을 전제로 하여 남성과 여성이 관계를 맺었는데 그게 거짓말인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죄목이었다.
“그게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라는 이유로 없어진 후로는 통제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지.”
그 전에는 이런 짓을 하는 놈들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명백하게 현행법 위반이었으니까.
“아쉽네요. 그게 있었으면 재판이 쉬웠을 텐데.”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쉽지는 않아요.”
“네?”
“혼인빙자간음죄라는 게 나쁜 짓이기는 한데, 재판을 할 때 그걸 증명하는 건 여자 측 책임이거든요. 남자야 당연히 단순하게 사귀는 사이였다, 또는 결혼 의사는 없었지만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니까요.”
“아…….”
“그게 없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남자에게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는 걸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다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시에는 카톡이니 뭐니 하는 게 없던 시절이라 문자도 시간이 지나면 용량이 차서 지워야 했던 시절이니까.
“그러면 단기간 벌어진 사건은 대책이 없나요?”
“없지는 않아요. 형사는 사라졌지만 말했다시피 민사는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네?”
“혼인빙자간음죄는 형법입니다. 그게 사라졌다고 해서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받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하지만 사실혼이 아니잖아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혼과 동거는 좀 미묘하지요.”
“그거야 지난번 재판에서 말씀하신 거고.”
“네. 그런데 사실혼이 아니라고 해도 성적인 희생양이 된 건 사실이거든요.”
“전 조금 이해가 안 가는데…….”
“아!”
약간 이해하지 못하는 소아진과 다르게 손채림은 노형진이 뭘 노리는지 알아차렸다.
“손해배상! 맞지?”
“정답.”
“손해배상요? 사실혼과 뭐가 다른데요?”
“사실혼은 말 그대로 혼인에 준해 판단하는 겁니다. 하지만 손해배상은 좀 다르죠.”
사실혼에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부부로서 관계를 가졌고 공동의 생활을 영위하였으므로 재산을 분할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에 사실혼이 아니라 기망에 의한, 즉 결혼을 하자고 속여서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피해자인 여성을 일종의 성 노예처럼 취급한 셈이 된다.
“그러니 그건 명백하게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지요.”
“우음…… 좀 미묘한데…….”
“법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법이지요.”
결국 돈을 받아 내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사실혼의 재산 분할이냐, 아니면 피해로서 손해배상이냐가 다르다.
“손해배상이라……. 하지만 손해가 있다는 건 어떻게 입증하지요?”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이런 짓을 하는 놈은 계속한다고.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주 강력한 우군이 있지요, 후후후.”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