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17)
노형진이 경찰을 부르자마자 포교하던 사람들은 후다닥 도망갔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들이 간 후에 나와서 경비실로 향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까 전의 일이 기억났는지 경비원은 곤란해하며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소리였으니까.
분명히 노형진이 한 소리 하려고 온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에게 캔 커피를 내밀었다.
“한잔하시겠습니까?”
“네?”
“담배를 태우시는 것 같던데, 제가 담배를 안 피워서요. 커피나 한잔하시죠.”
“아…….”
“뭐라고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무슨 일인지 알고 싶은 것뿐입니다.”
“하아…….”
결국 경비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경비실로 노형진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노형진이 들은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해직요?”
“네. 경비원들이란 파리 목숨 아닙니까?”
하늘님을 믿으라는 종교 단체는 이 근처에서 세를 불리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 아파트에도 신도들이 상당수 살고 있고, 그들이 들어와서 포교하는 것도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 저희가 막으면 회사에 지랄하나 봅니다.”
“왜요?”
“지금 아파트 부녀회장이 그 교단 소속이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옆 동에 경비원 한 명이 잘렸어요.”
“미친.”
포교를 한다는 건 결국 잡상인이 물건을 팔러 돌아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잡상인은 최소한 생계를 위해 그러는 거라지만, 포교는 그마저도 아니다.
그런데 그걸 막는 경비원을 잘랐다고?
“처음에는 막아도 괜찮았는데, 계속 막으니까 부녀회랑 교단에 속한 사람들이 막 항의해서 잘리게 만들어요.”
“으음…….”
상황을 알게 되니 입에서 절로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경비원들이 아무리 통제하고 싶어도 생계가 달려 있으니 할 수가 없었으리라.
“그래서 그러신 거군요.”
“죄송합니다.”
“아니요. 죄송할 건 없구요.”
생계가 달렸는데 누가 그런 선택을 안 하겠는가?
“그들이 세력이 큽니까?”
“크죠. 원래도 큰 곳이었는데 요즘 더 공격적으로 나와요. 사실 변호사님이 모르신 것뿐이지요.”
“제가 몰랐다고요?”
“변호사님이야 늘 바쁘시지 않습니까?”
“아아…….”
노형진은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너무 바빠서 집에 있는 시간이 무척이나 짧다.
집에 오면 보통 밤 10시 정도 되는데, 그 시간까지 포교 활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옆 동의 경비원이 잘릴 정도라…….’
교단에서 나서서 그런 일까지 할 수 있을 정도면 확실히 세력이 상당히 크다는 소리다.
거기에다가 경비원이 그렇게 극렬하게 그들을 막았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들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포교한다는 뜻이고.
“많이 심한가 보군요.”
“아주 많이 심하지요.”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가관이었다.
노형진이 늘 집에 없어서 모를 뿐,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그들의 포교 때문에 시끄러워서 항의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요?”
“네. 하루에 두세 번은 기본이고 어떨 때는 대여섯 번씩 와서 포교하러 돌아다녀요.”
“헐?”
아무리 포교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몇 번이나 이야기해 봤지만 말도 안 통하고 위세도 세고…….”
몇몇 사람들이 나서서 항의하기도 했지만, 그런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더 강력한 포교였다.
“더 강력한 포교요?”
“네.”
“보통 그러면 안 오지 않나요?”
“포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해당 교단에서 발급한 문패요.”
“문패?”
“네. 교단에서 만들어서 자기 신자라고 붙여 주는 거요.”
“아아, 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최근에 ‘하늘님 교회’라는 문패가 붙어 있는 집이 늘어난 듯했다.
그걸 보고 골라 가면서 없는 집에만 포교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없으면 공격적 포교의 대상이 되지요. 그래서…….”
“더는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 것 같네요.”
일단 포교 대상으로 찍으면 좋게 말하면 설득, 나쁘게 말하면 괴롭히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나간다.
그리고 항의할수록 더욱 공격적으로 괴롭히는 것이다.
‘종교의자유라는 게 참으로 지랄 같지.’
이런 건 경찰에 신고해 봐야 종교의자유 운운하면서 터치하지 않는다.
아파트 주민 입장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경비실에 항의하는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부녀회장이 그 교단 소속일 정도라면 주요 아파트 내 권력은 이미 그들에게 넘어갔을 거야.’
방해하는 경비원을 자르는 것은 일도 아닐 테니, 당연히 더욱 공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뭐, 많이 보던 방식이네요.”
“네?”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노리는 건지 모르겠네요.”
“돈이지요.”
“돈?”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돈 없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노형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역시 여기에 살아서 이 아파트의 조건이 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위치도 좋고, 시설도 좋고, 아파트도 잘 지어져 있다.
이런 곳에 살려고 하는 사람은 단연 많을 테니, 그중에서도 돈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군요.”
하긴, 이 아파트 단지에 신도들을 두고 있다고 하면 매달 거둬들이는 수익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아파트에서 살려면 연봉 1억은 가뿐하게 넘어야 하니.’
연봉이 1억이라고 하면 십일조만 한다고 해도 매년 1천만 원이다.
그런데 이곳의 아파트는 한 층에 여섯 가구씩, 총 30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기에다 많은 이들이 돈 때문에 종교 시설에 다니지.’
돈을 벌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다.
그 교회에 부자들이 많으면 그 인맥을 이용하기 위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은 대체로 사업하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 역시 부자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점점 사람이 뭉치다 보면 소위 말하는 초대형 교회라는 것이 생기는 것이다.
“변호사님이야 잘 모르시겠지만요.”
“대충 알 것 같네요.”
그러면 이런 공격적인 포교를 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말이 포교지 사실상 괴롭힘이고, 거기서 벗어나려면 같은 교회를 가든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경비원은 계속 노형진의 눈치만 살폈다.
안 그래도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까지 그러면 자신도 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노형진은 그런 경비원을 다독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지만 제법 머리를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노형진이다.
그는 싸움을 걸어온 인간에게 자비를 보여 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