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22)
“재물 손괴라…….”
“결국 그거지. 저들에게 불리한 것을 저들은 없애려고 할 거야. 당연한 거지. 문제는, 그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말씀.”
애초에 벽에 붙인 것 자체가 미끼였다.
그들이 그걸 찢으려고 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형진의 예상대로 그들은 벽보를 찢었다.
물론 그 모습은 노형진이 몰래 설치한 카메라에 그대로 촬영되었고.
“아마 속 좀 쓰릴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두 번째 방법을 쓰는 거야?”
“후후후.”
노형진은 이번에는 벽보 대신에 다른 물건을 잔뜩 쌓아 두고 있었다.
다름 아닌 전단지.
내용은 똑같았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저들은 두 가지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해. 이걸 그냥 두든가, 빼 가든가.”
전자를 선택하면 점점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신도들이 떠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거기에다 실제로 민사소송에 들어가게 된다고 하면 얼마나 배상해야 하는지도 답이 없고.
돈 때문에 사기를 치는 사람들에게 돈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다.
“그리고 이걸 빼 가면 말이야.”
“절도지.”
손채림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나도 알아.”
“어떻게 알아?”
“제법 유명한 판례잖아. 흔하게 벌어지는 사건이고.”
“하긴.”
절도란 남의 물건을 훔쳐 가는 것을 말한다.
시중에 ‘무가지’라는 것이 있다.
이는 길거리에서 나눠 주는 빈대 시장 또는 담벼락 같은 생활 정보지를 뜻한다.
당연히 누구나 쉽게 들고 갈 수 있도록 길거리에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왕창 집어 가잖아.”
“그렇지.”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그게 공짜라고 몽땅 가지고 가서 폐지로 파는 일이 생기자 결국 회사는 그런 사람들을 신고했다.
그리고 법원에서는 아무리 무가지로서 공짜로 나눠 주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용도가 정해진 이상 다른 목적으로 대량으로 가지고 가는 행위는 절도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이들은 이걸 보고 결정해야지.”
아파트 입구에는 홍보용 광고 전단을 넣어 두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 뭔가를 넣기 위해서는 관리 사무소에 돈을 내야 하는데, 그 정도 돈을 내는 건 어렵지 않다.
“자, 그러면 저쪽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보자고.”
전단함에 두둑하게 전단지를 넣어 둔 노형진은 씩 웃었다.
* * *
“하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늘님에게 봉사하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봉사입니다. 하지만 하늘님이 모든 곳에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목사를 만들었고, 목사들은 여러분의 자발적인 봉사와 지원을 하늘님에게…….”
설교하면서도 이한울은 등골이 서늘했다.
문 바깥에 서 있는 경찰들 때문이었다.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사람들.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지만 이곳을 떠나지는 않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결국 대충 설교를 마친 이한울.
아무리 집중하고 싶어도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경찰들은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목사님, 이번에는 절도죄입니다.”
“절도?”
“네. 몇몇 신도분들이 전단지를 뭉텅이로 훔쳐 갔습니다.”
“뭐라고요?”
이한울은 멍한 얼굴이 되었다.
고작 전단지를 뭉텅이로 훔쳐 갔다는 이유로 여기까지 경찰이 오다니?
“물론 당장 구속하자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서는 우편으로 갈 테니까…….”
“그런데 왜 오신 겁니까?”
“목사님이 신도들에게 말씀을 좀 잘해 주십사 해서 온 겁니다.”
이 사건으로 수십 명이 절도범이 되게 생겼다.
그런데 상대방은 용서할 생각이 없으니 무조건 위로 올려야 한다.
당연히 전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무슨…….”
이한울도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하지만 고작 전단지 몇 장 가지고 절도라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공짜로 가져가라고 쌓아 둔 게 전단지 아닙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목적을 제외한 다른 이유로 그걸 모조리 가지고 가는 건 절도가 맞습니다.”
가령 어떤 치킨집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전단지를 비치했는데 경쟁하는 가게가 그걸 통째로 훔치면 그 행위는 절도가 맞다.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업무방해다.
“이익!”
신도들 중 상당수가 그걸 보고 화가 나서 뭉텅이로 빼내서 버렸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래서 잘했다고 칭찬해 줬는데, 설마 그게 절도가 될 줄이야.
“알겠습니다.”
이한울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 * *
“이건 방법이 없는데요?”
사기꾼이 변호사를 찾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웃긴 일이다.
물론 변론을 위해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이한울은 어떻게 해서든 노형진에게 엿을 먹이고 싶어서 변호사를 찾아가서 보복하려고 했다.
업무방해든 뭐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변호사가 한 말은 그에게 실망만을 안겨 줬다.
“업무방해가 안 된다고요? 아니, 그놈들 때문에 우리 신도가 몇 명이나 전과자가 되었는지 아십니까? 네? 백 명이 넘어요! 백 명이!”
“그게 말이지요, 그건 그쪽 잘못입니다.”
변호사는 곤란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업무방해라는 것이 문제인데……. 포교가 교회의 업무라는 것도 인정하기 참 애매하거든요. 설사 업무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이루어지는 업무는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고요. 이 경우는 법률의 해석이 바뀌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주거침입이 맞습니다.”
변호사의 말에 이한울은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허위 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이잖습니까!”
“허위 사실 유포는 안 됩니다. 일단 불법을 저지르신 게 맞거든요. 그나마 되는 게 명예훼손이기는 한데…….”
서류를 보던 변호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도 무리일 것 같네요.”
“네? 어째서요!”
“명예훼손이라는 것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 또는 진짜 사실을 유포해야 하는데요.”
그는 노형진이 쓴 전단지 중 하나를 꺼내 보이며 설명을 이어 갔다.
“여기에는 해당 교단이 사기꾼이라거나 돈을 노린다거나 하는 말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아요. 그저 해당 교단의 무리한 포교 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는 내용일 뿐이지요.”
“그게 그거 아닙니까!”
“그게 그거가 아닙니다. 사실 전혀 다른 이야기지요.”
이 전단지에는 어떠한 사실이나 의견도 없다. 그저 희망자만 모집할 뿐이다.
그러니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설령 우기고 우겨서 허위 사실 유포가 인정된다고 해도, 이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피해자들을 도울 목적으로 사람들을 모집하는 거니까요.”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는 건가요?”
“방법이 없습니다.”
변호사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한울은 이를 박박 갈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교주님?”
“그 지역은 당분간 포교 활동에서 빼놔요.”
“네? 하지만…….”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수는 없습니다.”
이쪽에서 계속 세를 확장하려고 한다면 노형진이 또 무슨 함정을 팔지 모른다.
그러면 도리어 있는 신도들도 떠날 판국이다.
지금까지 자기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럴 수는 없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곳을 다 집어삼키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당분간은 우리가 참읍시다.”
이한울은 욕심을 애써 억누르면서 침통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