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24)
“콜록, 콜록.”
파리한 얼굴의 유민택.
줄줄이 링거를 꽂고 있는 그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심지어 어디서 한 건지 분장까지 묘하게 해서, 아주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파리한 얼굴조차도 진짜로 보일 정도였다.
‘안 아프지는 않을 텐데.’
물론 아무리 만성이라고 해도 몸 상태가 멀쩡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굳이 회의 석상에 나서서 회의를 주관하고 있었다.
“오늘 회의는 이쯤하고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사람이 있다.”
유민택이 힘들게 입을 연 뒤 노형진이 앞으로 나가자, 시선이 모두 노형진에게 쏠렸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거라 생각한다.”
“네, 알지요.”
“압니다.”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성화와의 전쟁에서 일등 공신.
성화의 추한 계획을 알아내고, 유일한 후계자를 지켰으며, 결국 수많은 작전으로 성화를 무너트린 사람, 노형진.
그런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왠지 묘했다.
‘이거 참, 이런 게 애증의 시선이라는 건가?’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룡은 없다.
그들은 원래 역사를 알지는 못하지만 만일 노형진이 없었다면 대룡이 지금처럼 커지기는커녕 멀쩡하지도 않을 거라는 건 잘 알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고맙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대룡을 집어삼키기 위해서는 노형진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에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몸이 이러니 정확하게 하기 위해 불렀다. 지금부터 노형진이 내 법률적인 유산 관리 변호사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회장님!”
“그건 가문에서 정해야 할 일입니다!”
“내가 왜 내 유산을 가문에서 정하는 대로 해야 하지? 물론 가문에서 도움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결국 내 명의의 재산이 제일 많은데?”
“그거야…….”
“그리고 개인의 재산을 관리하는데 변호사를 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다들 차가운 눈빛으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아까는 애증의 시선이었다면, 이번에는 명백한 적대감.
‘그래, 이게 정상이지.’
노형진은 한숨만 나왔다.
수많은 유산상속 문제를 정리하면서 마주해 왔던 바로 그 시선들이다.
혹시나 나한테 뭐 하나 떨어지지 않나 하는 기대감과, 저놈만 아니면 저 돈이 내 것이라는 헛된 생각이 뒤섞여 있는 시선들.
“다들 아신다고 하니 제 소개는 따로 안 하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유민택 회장님의 유산상속 문제는 제가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다들 불만으로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돈이 다 유영민에게 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노형진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내서 그들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일단 유언장 중 일부 내용을 발표하겠습니다.”
“뭐? 유언장의 일부 내용을 발표?”
“장난해?”
사람이 아직 죽지도 않았다.
멀쩡하게 당사자가 옆에 있는데, 거기서 유언장을 발표한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 되는 사람들.
“내가 노형진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결정한 것이니 다들 조용히 듣거라. 콜록, 콜록.”
유민택은 말을 하는 것도 힘든 듯 거칠게 기침했지만, 누구도 그런 그를 걱정하지 않았다.
시선은 오로지 노형진에게 붙박여 있을 뿐이었다.
“일단 일부 재산에 관하여 발표하겠습니다. 현금 자산 전부와 부동산 전부, 증권 자산의 30%를 손자 유영민에게 남긴다. 유영민이 만 24세가 되는 순간까지 그 대리 집행인으로 노형진과 유영민의 모 강소영을 지정한다. 24세 미만일 경우, 모 강소영은 매달 3억 이하, 1회 1억 이하의 자금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노형진 변호사 또는 그가 지정한 자산 관리사와 이야기하고 써야 한다. 그리고 유영민이 만 24세가 된 이후 매달 10억, 1회 3억 이상의 자산 사용에 대해서는 역시 노형진 또는 그가 지정한 자산 관리사와 이야기해야 한다.”
첫 번째 조항이 발표되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재산을 넘기는 것은 예상한 일이다. 현금으로만 수백억에 달하는 돈이니까.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부분, 그러니까 대룡의 주식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다.
그 가치만 해도 수천억일 텐데 말이다.
“두 번째 유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은 70%의 지분에 대해서는 유영민이 35세가 되는 순간까지 차기 회장에게 운영권을 일임한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운영권 위임이라니?”
“말 그대로입니다. 이 재산은 유영민 군이 35세가 될 때까지 공식적으로 후계자분이 대리해서 운영하는 겁니다.”
“대리해서?”
“네.”
모두의 눈에서 불이 확 켜졌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서로를 살폈다.
대리해서 70%의 주식을 운영한다?
이 말뜻은 사실상 그 사람이 대룡의 회장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유권은 유영민에게 있다고 하지만 그가 35세가 되려면 아직도 기나긴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시간이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빼돌릴 수 있다.
“그러면 그 후계자는 누가 되는 겁니까?”
노형진은 씩 웃었다.
“후계자는…… 이제부터 뽑아야지요.”
“뭐라고?”
“이런 말이 있지요, 사자는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떨군다고.”
“그게 무슨……?”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시험을 치를 겁니다. 그리고 그걸 통과하는 분이 이 대룡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시험 주제는 추후 공개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내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다들 아실 테지만 이 세계는 차가운 법이니까요. 이상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다들 많은 고민을 하는 표정이 되어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노형진은 그들을 두고 유민택을 데리고 회장실로 올라왔다.
그러자 아까만 해도 죽어 가던 유민택은 멀쩡한 얼굴로 일어났다.
“아픈 척하는 것도 힘들군.”
“아픈 척이 아니고 아프신 겁니다. 지금 상황이 정상은 아니세요.”
“날 우습게 보지 말게. 젊어서 사업할 때는 숱하게 칼을 맞아 본 사람이야.”
그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담배 케이스에 손을 뻗었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비어 있는 걸 열어 봐야 아쉽기만 할 테니까.
“이것도 이제 치우라고 해야겠군. 그나저나 자네 계획에 속아 넘어갈까?”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참가하지 않으면 계승권을 박탈한다고 못 박아 버릴 테니까요.”
“그런데 시험이라니……. 좀 전근대적이지 않나?”
노형진은 씩 웃었다.
물론 전근대적이기는 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후계자 테스트라니.
“제가 설마 진짜로 그들 중에서 후계자를 뽑으려고 하는 것이겠습니까?”
“그럼?”
“이제 저들은 서로서로 적대할 겁니다. 힘이 약한 자들은 뭉칠 테고, 강한 놈들은 스스로 해보려고 하겠지요.”
“그거야 그런데.”
“자기들끼리 아귀다툼하다가 나가떨어지는 거니 유 회장님을 원망하지는 못하겠지요.”
“아하!”
“그리고 제가 노리는 건 사실 그들 개인이 아닙니다.”
“개인이 아니다?”
“네. 그들은 개인이지만 그들 뒤에는 세력이 있으니까요. 유 회장님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게 그 부분 아니었나요?”
“음…….”
유민택은 침음성을 흘렸다.
맞는 말이다.
그들 뒤에는 가문의 자금이든 외부의 자금이든 세력이 있을 것이다.
투자해서 대룡을 집어삼킬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이득일 테니까.
“그래서 제가 이 사자의 게임을 시작한 겁니다. 승리하기 위해서, 그들은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힘을 다 까먹겠지요.”
“아! 그 방법이 있었겠군.”
자신들끼리 싸우고 자기들끼리 물어뜯다 보면 자금을 써야 할 테니, 최종 라운드에 가면 승리는 했을지언정 힘은 빠진 상황일 것이다.
“그 후에 약속 지키라고 하는 건?”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래서 제가 약속이 아니라 ‘유언’이라고 한 겁니다. 약속은 하나의 계약이지요. 그러니 승리자가 요구하면 들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유언은 대상자가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뿐입니다. 유언은 당사자 마음대로입니다. 계약을 어기는 건 불법이지만 당사자가 유언을 바꾸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허!”
단어 한마디에도 그런 함정이 들어 있는 줄 몰랐던 유민택은 탄성을 내질렀다.
“게다가 그쯤 되면 저항하려고 해도 그들은 이미 힘을 잃은 후일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미 내정자가 있습니다.”
“응? 내정자라니?”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했고 노형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평원에는 절벽이 없다
“그럴듯하기는 한데…….”
유민택은 떨어지는 링거액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노형진의 계획이 그럴듯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들은 쉽사리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쉽사리 안 움직이지요. 서로 탐색전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겠지.”
당장 움직이면 좋겠지만 저들도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여기서 지는 순간 무자비하게 숙청될 거라는 것도 안다.
그게 현실이다.
숙청이라는 것은 결코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에서 후계자가 정해지면 그 반대에 있던 사람들은 모조리 숙청된다.
“아마도 서로서로 뭉쳐서 견제하거나 파벌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을 겁니다. 사실 저들이 아무리 세력이 많다고 해도 한 세력이 대룡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하긴, 그렇지.”
대룡은 한국에서 10위권에 들어가는 거대한 기업이고, 노형진 덕분에 성화를 집어삼킴으로써 더 높은 순위까지 올라갔다.
현재 대룡의 재계 순위는 7위.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 재계 순위 7위면 어마어마한 권력이다. 어지간한 국회의원쯤은 개무시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탐탁지 않군.”
“어떤 거 말입니까?”
“그놈들이 뭉치는 거 말이야. 뭉쳐서 나중에 나한테 저항하면 어쩌려고? 사자는 자기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트린다고 하지 않았나? 반대로 말하면 그런 곳에서 살아 나온 놈은 강하다는 뜻이고.”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 말이 참 그럴듯하지요.”
“그게 무슨 말인가?”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트린다는 말 말입니다. 그럴듯하기는 한데, 사실 그거 거짓말입니다.”
“뭐? 거짓말이라니?”
“사자가 사는 곳은 산이 아닙니다. 산에 사는 건 호랑이죠. 사자가 사는 곳은 아프리카의 대평원입니다. 하지만 대평원에는 절벽이 없지요.”
유민택은 눈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절벽에서 떨어트리지 않는다는 건가?”
“네, 물론 약한 새끼는 버리고 갑니다. 하지만 절벽에서 새끼를 떨어트리지는 않지요.”
“그런가? 많이 쓰는 말이기에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군.”
“레밍하고 같은 거죠.”
“레밍?”
“네. 보통 사람들은 ‘자살 쥐’라고 알고 있지요. 나그네쥐라고도 하고요.”
레밍은 한때 사람들에게 집단으로 자살하는 쥐로 알려졌다.
종족의 수가 많아지면 집단으로 자살함으로써 종족의 수를 조절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다.
레밍은 그런 성향이 없다. 인간이 만들어 낸 상상의 산물일 뿐.
“오죽하면 과거 다큐 작가들이 조작한 적도 있지요.”
아주 오래전 다큐 작가들이 레밍이 자살하지 않자 놈들을 절벽으로 몰아서 자살하는 것처럼 연출했다가 발각된 경우도 있었다.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그럴듯하게 만든 말이 정설이 된 거죠.”
“그건 알겠는데,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
“관계가 있지요. 인간들은 결국 믿는 것만 믿거든요.”
“그런데?”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요.”
“누가?”
“전에 말한 히든카드요.”
노형진이 말을 제대로 해 주지 않자 유민택은 눈을 찌푸렸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훤칠하게 생긴 남자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늦었습니다, 노 변호사님.”
“아닙니다. 제때 오셨네요. 양반은 못 되시나 봅니다.”
“그러네요, 하하하.”
웃는 남자를 보면서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은 자신이 가진 병원의 특실이다. 그것도 최고층.
따라서 아무나 들어올 수가 없다.
앞에서 경호원이 지키고 있으니까.
그렇다는 건 이 사람의 방문이 미리 이야기가 되었다는 건데…….
“이 청년은 누군가?”
“인사하세요. 우리의 히든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창혁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그런데 히든카드라니?”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회장님 아드님 되실 분입니다.”
“으잉?”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도 모르는 아들이 있다니?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불가능하다.
아내가 바람피웠을지언정 자신은 바람피운 적이 없다.
그녀와 결혼하기 전에 만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최소한 그녀들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는 한 기업의 회장으로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질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이라니?
“노 변호사, 지금 장난하나?”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 히든카드도 맞고, 아드님이 될 사람도 맞지요.”
“난 이해가 안 가는구먼.”
다른 사람이라면 일단 소리부터 질렀겠지만 상대방은 노형진이다. 절대로 일할 때 장난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만큼 유민택은 진지하게 물었다.
“제대로 설명을 해 주게.”
“간단합니다. 이 사람은 지금부터 회장님에게 친자 확인소송을 할 겁니다.”
“하지만 난 자식이 없는데?”
“그건 회장님만 아시는 거죠. 사실 회장님 또래쯤 되시는 분들이, 그것도 한 기업의 회장쯤 되는 사람들이 과거에 방탕하게 놀았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지요. 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는 하겠지만요.”
하긴, 지금 유민택의 유일한 후계자도 그런 식으로 해서 생겨난 유영민뿐이다.
만일 자신의 아들이 그렇게 방탕하게 지내지 않았다면 진짜로 대가 끊어지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그 와중에 아드님 하나쯤 있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지요.”
“그런데? 그거랑 이번 일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이 사람이 이번 싸움에 끼어들 겁니다.”
“이번 싸움에?”
“네.”
노형진의 계획은 이랬다.
선창혁이 이번 후계 전쟁에 끼어든다.
일단 그가 친자 확인소송을 하고, 유민택은 조건부로 그가 끼어드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가 이길까? 이길 수가 없을 텐데.”
“혼자서는 불가능하겠지요.”
가문의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밀어주는 집안의 세력.
그리고 외부 세력이 붙어서 밀어주는 다른 세력들.
그들이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듯 친자가 나타난다고 해서 싸움에서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이스터가 뒤에 있다면 어떨까요?”
“마이스터? 아하!”
지금 대놓고 외부 세력을 끌어오고 있는 놈들로 넘쳐 난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노형진이 세운 마이스터 투자금융이 지원해 준다?
그야말로 폭풍의 핵 수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선창혁 씨는 성인이니까요. 애초에 이 후계자 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유일한 후계자인 유영민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
그가 클 때까지 기업을 운영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창혁은 아니다.
그는 성인이고, 충분히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나이다.
“거기에다가 마이스터를 끌어당길 만큼 능력이 있는 분입니다. 실제로도 그는 미국 시민권자이구요.”
“오호, 그래서?”
“그들은 거절하면 유언장을 고치면 끝입니다.”
선창혁이 아들로서 유민택의 후계를 이어 가는 것으로 유언장을 고친다고 하면 그들은 말 그대로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정정당당한 싸움을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 체계가 안 잡혀 있지요.”
“자네…… 그래서 히든이라고 한 거군.”
“맞습니다.”
서로 동맹도, 체계도 안 잡혀 있는 상황이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동맹하는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선창혁이 끼어든다면?
더는 뭉그적거릴 수 없다.
그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니, 손 놓고 구경만 하다가는 후보에서 탈락할 테니까.
“애초에 후계 전쟁이 시작되면 서로 눈치 볼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건 이합집산 할 테니까요.”
“우우.”
노형진은 그럴 틈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뭉치지 않는다면 자신들에게 위협은 되지 않는다.
“설사 선창혁 씨가 진다고 해도 상대방은 힘이 다 빠질 테고, 그렇게 이긴다고 하면…….”
“그러면 내가 재산을 물려줘야 하나?”
“그럴 리가요. 법원에서 친자 인정을 안 해 줄 텐데요.”
애초에 그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니 당연히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법원에서 친자 확인소송을 하는 방법은 유전자 검사.
적당히 시간을 끌다가 이기면, 그때 가서 검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동으로 계승권이 박탈되지요. 그래서 조건부 참전인 거구요.”
“하하하.”
유민택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안 그래도 어떻게 싸움을 정리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저들은 안 싸울 수가 없다.
그리고 노형진의 최대 자금줄인 마이스터가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도 있다.
마이스터가 기존 세력과 손잡으면 그에게 무게 추가 확 기울겠지만.
“애초에 선창혁 씨는 가짜니까요.”
그러니 싸움이 끝난 후에도 대룡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역시 자네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야.”
유민택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숙청을 시작하지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