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56)
“왜 안 터트린 거야?”
“뭐?”
“동영상 말이야.”
“아아, 그거.”
노형진은 미국에 터트릴 때 동영상은 터트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싸우는 중이기는 하지만 이쪽이 유리한 건 아니었다.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세 가지 이유?”
“그래. 첫 번째는, 처음부터 너무 충격적이면 여당에서 아예 차단할 수도 있다는 거.”
“아…….”
여당은 언론을 꽉 잡고 있다.
미국에서 사건을 공론화했다고 하지만 그걸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번역해서 내놔야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사건을 크게 터트리면 여당과 정부는 그걸 철저하게 막을 것이다.
“하지만 증거도 없고 그냥 흑색선전쯤 되는 거니 막을 이유가 없는 거지.”
“하지면 여당에서는 사실을 알잖아?”
“그렇지. 하지만 알아 봤자 얼마나 알겠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사건 당사자인데.”
“내가 말하는 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아는 깊이가 아니라 숫자야. 이런 일을 개나 소나 다 알게 떠들고 다닐까?”
“아하!”
무려 20년을 안에서 은밀하게 키운 스파이다.
그 사실을 당원들이나 실무진이 다 알았다면 사방팔방으로 새어 나갔어야 정상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핵심 멤버 몇 명만 안다는 거지. 그리고 그들이 일일이 언론에 나갈 뉴스를 거르지는 않거든. 20년이나 당의 핵심에 있던 인간들이 그걸 다 관찰하고 있겠어?”
“그렇구나.”
그걸 골라내는 직급은 그걸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별로 통제하지 않았을 테고 말이다.
그냥 흑색선전 취급하면 되는 헛소문쯤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찌 되었건 국민들에게 관련 사실이 알려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걸. 물론 흑색선전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두 번째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서.”
“뭐?”
“만일 증거와 함께 사실을 터트리면 어떻게 될까?”
“극렬하게 싸우겠지.”
“그렇지?”
어떻게든 상황을 바꾸고자 반대파는 극렬하게 저항하게 된다.
“하지만 증거가 나중에 발견된다면?”
“응?”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중에 발견된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전혀 모르겠는데?”
답이 있을 텐데, 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사람은 변명하지.”
“뭐?”
“신념과 변명 중 어느 게 앞서느냐의 문제야.”
만일 동시에 터트린다면 사람들은 신념을 우선한다. 뭔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내민 증거를 본 척도 안 하고 조작이라고 밀어붙인다.
“하지만 의심을 먼저 심고 나중에 증거를 들이밀면? 그러면 신념보다 변명이 더 앞으로 나오지.”
“아!”
자신도 의심하고 있었을 수밖에 없으니 인간은 합리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럴 줄은 몰랐다고, 또는 내가 속았다고 변명하는 식으로 말이다.
“자신도 의심한 이상 순수하게 편을 들어 주기는 애매해지거든.”
“그래서 안 터트린 거야?”
“그래. 이게 나중에 터지면 종복만과 여당을 편들어 주던 사람들은 쪽팔림에 입을 다물 거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입을 다무는 순간 여론은 뒤집어지기 마련이지. 아마 처음부터 터트렸다면 어떻게 해서든 저쪽은 반전 여론을 만들어 내려고 했을걸.”
“허얼.”
하지만 순차적으로 터트리면 반전 여론을 만들어 내고 싶어도 사람들에게 이미 의심이 생겼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리고 증거가 나가는 순간 의심은 확신이 되어 버린다.
“마지막 세 번째는 분노야.”
“분노?”
“아까도 말했다시피 증거 없이 의혹만 터트리면 종복만과 여당이 어떻게 하겠어?”
“당연히 부정하고 흑색선전으로 몰아가겠지. 그건 물어볼 이유조차 없잖아? 지금 그러고 있으니까.”
현재 여당은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고 비웃고 있고, 종복만은 반대파의 흑색선전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은 그런 그들의 논조를 그대로 전달하는 상황.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들이 거짓말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아…….”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바로 거짓말이다.
“우리가 처음부터 공개했을 경우 우리가 사람들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분노가 50 정도라고 본다면, 이렇게 순차로 공개해서 저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을 경우에는 최소한 70 이상은 뽑아낼 수 있지.”
명백하게 국민들에게 거짓말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대놓고 거짓말한 사람들에게 국민들은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함정을 판 거구나.”
“그래. 일단 한번 부정해 줘야 사람들이 더 열받지.”
“무서운 놈.”
손채림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그러면 이제 터트리는 거야?”
“그래야지. 이번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두고 보자고.”
노형진은 CD를 들어 올리면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