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7)
“야, 이 씨팔 새끼야!”
노형진의 사무실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개를 내민 노형진은 난리를 피우고 있는 인간들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또 왔네, 저 새끼들.”
아무래도 법률 쪽의 일을 하다 보면 기본도 안 된 안하무인 인간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저 녀석들은 딱 그 짝이었다.
“우리 아빠는 정신병자라고! 너희가 무슨 권한으로 대행하는데!”
“여기 사장 나오라고! 그래, 여기 사장!”
마구 소리를 지르며 집기를 집어 던지고 난리를 피우는 두 사람. 신명태의 아들인 신성현과 신성민이었다.
“저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여직원은 안절부절못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혹시나 문제가 될까 봐 다른 변호사들 역시 거리를 둔 채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지랄한다.’
변호사 사무실을 하다 보면 저런 미친놈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지금까지 새론에서 저러는 녀석은 없었다. 새론이 워낙 큰 집단이라 부담스러우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난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안 봐도 비디오군.’
돈이 있어 고생이라고는 해 본 적 없이 떵떵거리면서 살았던 인간들이니 다른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는 것이다. 더군다나 자기 아버지까지 정신병원에 넣을 정도로 막 나가는 녀석들이니 말이다.
‘한번 교육해야겠군.’
노형진이 화가 난 건 그들의 그런 행동 때문이 아니었다. 로펌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녀석들을 만나기 마련이니까.
그가 화가 난 건 다른 곳도 아닌 법무법인의 직원들이 그들의 행동에 겁먹고 피해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들조차 어쩔 줄 몰라 한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분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것에 대한 대처법은 송정한과 남상주가 알고 있겠지만 그 둘은 다른 사건의 재판으로 인해서 자리를 비운 상황.
“하아!”
노형진은 물품실로 가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다. 그러고는 슬쩍 그걸 내밀어서 코너에서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5분쯤 지났을 때였다.
“이 개새끼들아! 뒈질래?”
유리로 된 탁자를 박살 내면서 깽판을 치던 신성민은 코너에서 삐쭉 나와 있는 카메라를 보고는 멈칫했다.
“저건 뭐야?”
노형진은 그들이 카메라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코웃음을 치면서 몸을 드러냈다.
“다 하셨나요?”
“뭐 하는 거야, 이 개새끼야!”
“보다시피 채증 하는 겁니다.”
“뭐? 채증?”
“무단 침입, 재물 손괴, 협박, 업무 방해. 더 말씀드릴까요?”
“뭐라고? 이 씹 쌔끼가! 그거 안 내놔?”
일단 죄목이 나오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그들은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노형진은 뒤로 스윽 물러났다.
“싫습니다.”
“뒈질래?”
“빼앗으시려구요?”
“내놔, 이 개새끼야!”
“이거 빼앗으면 강도랑 증거인멸도 붙을 겁니다.”
“윽.”
지금까지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법보다는 돈이 우선이었고 자신에게 겁먹은 녀석에게 돈을 던져 주면 그만이었다.
“너 이 개새끼, 우리가 작정하면 너 하나쯤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거, 일도 아냐. 알아?”
그 말에 노형진은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웃기네.”
“뭐?”
난데없는 반말에 어이없다는 얼굴이 되는 두 사람.
“그래서 두 사람의 재산을 합쳐서 얼마나 되는데? 200억? 300억? 아니, 애초에 그건 너희 재산이 아니라 부모님 재산 아닌가?”
“이 개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인마, 내 재산이 지금 4천억이 넘어. 뭐? 날 매장시켜? 해 보시지.”
“…….”
그 말에 바로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두 사람.
‘이런 녀석들이야 뻔하지.’
그들은 돈으로 사람을 찍어 누르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돈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말이다.
그런 그들이 아버지에게 빼앗은 재산은 고작해야 몇백억대다. 그에 비해 노형진의 재산은 벌써 4천억을 넘겼다. 손대는 영화마다 막대한 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말 그대로 일하지 않고 영화에 투자만 해도 엄청난 수익이 나는데 돈이 안 모일 리가 없다.
“…….”
“왜? 더 해 보지?”
“이런 씨팔.”
눈치를 보던 두 사람은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사실 새론이 이렇게 큰 곳이라는 곳을 알지 못한 채로 와서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자는 깡.’이라는 헛소리를 머리로 새기면서 깽판을 쳤는데 상대방은 자신보다 거물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은 제대로 취업도 못 한 백수인데 저쪽은 한창 잘나가는 변호사.
“너 이 새끼, 두고 보자!”
몸을 돌려서 뛰쳐나가는 두 인간을 노형진은 딱히 말리지 않았다.
“노 변호사님, 대단해요.”
“어떻게 그렇게 말 몇 마디로 쫓아내신 거예요?”
그 말에 노형진은 한숨이 다 나왔다.
“여러분들, 여기 어딥니까?”
“네?”
“여기는 로펌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요. 검찰이나 법원에서 저런 깽판 치는 녀석들, 봤습니까?”
“그거야…….”
그런 곳에서 깽판 치는 녀석은 없다. 그곳에서 깽판을 치면 속절없이 잡혀가기 때문이다.
“거기나 여기나 결국은 법을 집행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왜 그걸 두고 봐요? 일반 상가도 아니고 말입니다. 제정신입니까?”
“…….”
그 말에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사람들.
“저런 인간들은 안하무인입니다. 이쪽에서 인간 대우를 해 주거나 무서워하면 더 깽판을 칩니다. 그걸 아셔야지요. 일단 일반 직원들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니 몰랐다고 칩시다. 변호사분들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노형진이 아무리 상급자이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하기 때문에 보통 변호사들에게는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문제는 심각했다.
“변호사라는 사람들이 깽판 치는 녀석들을 보고 도망쳐요?”
“하지만…… 저희는 싸움 같은 건…….”
“지금 제가 싸웠습니까?”
“…….”
“그리고 싸움의 문제가 아니라 도망갔다는 거 자체가 문제입니다.”
변호사는 변론하다 보면 이런저런 압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 건 자신들이 쳐 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직접 그 압력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사건을 맡았다가 누가 압력을 넣으면 꼬리를 말고 도망칠 겁니까?”
“…….”
그게 문제다. 단순히 깽판 치는 게 무서워서 도망치는 변호사들이 과연 중요한 사건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일하다 보면 압력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압니까? 동네 상인회부터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심지어 대법관에게서 압력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그때마다 꼬리 말고 도망갈 겁니까, 의뢰인은 냅두고?”
“…….”
그게 사실이었기에 변호사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안 겪었다 뿐이지, 여전히 그런 위험성은 존재한다.
새론이 대룡과 대검찰청 중수부장이라는 백이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어지간해서는 압력을 넣지 못한다.
그러니 그걸 무시하고 압력을 행사할 정도라면 상당히 큰 최소한 국회의원 이상급이라는 거다.
“더군다나 몇 분은 여기서 배워서 나가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는 게 꿈이라고 하셨는데 그때도 도망가실 겁니까? 도망가는 사람한테 일을 맡길 사람이 있겠습니까?”
법적으로 변호사들은 고용할 수 없다. 월급 변호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사실 편법이고,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변호사들은 소속 변호사라는 일종의 평등 개념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즉, 누군가는 나가서 새로운 로펌을 만들거나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나가시면 분명 새론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실 게 뻔한데 그렇게 도망치면 우리 새론의 이름을 더럽히는 겁니다. 아십니까?”
무패의 신화까지는 아니겠지만 압도적으로 높은 승률, 그리고 체계적인 변론 방법과 경험론에 근거한 실전적 전술까지, 새론은 하나의 시류가 되어 가고 있다. 당연히 변호사들이 나가면 그 새론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쓰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사건에서 도망치면 사람들이 새론 출신을 무시하게 될 건 뻔한 일.
“…….”
그 말에 변호사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노형진의 말 중에서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서 생각 좀 해 봐야겠군요. 일단 사진을 찍어서 증거 채증들 하십시오. 그리고 여기에다가 소화기 두 대 사다 놓으시고요.”
“소화기요?”
“세상은 미친놈투성이입니다.”
실제로 회귀 전에 어떤 놈이 노형진의 사무실에다가 화염병을 투척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타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노형진이 소화기를 비치해 두지 않았다면 아마 타 죽었을지도 모른다.
“돈 많이 벌고 싶어서 변호사 한 거 아닙니까? 세상에 쉽게 벌 수 있는 돈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변호사들은 서둘러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기 있는 변호사들은 최소한 눈치가 없는 변호사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들 새론의 등장과 더불어 법률계의 움직임을 보고 새론이 미래를 이끌 거라는 걸 확신하고 왔기에 적응하는 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여전히 변호사입네 하고 목에 힘주는 사람들은 조만간 로스쿨이 열리고 변호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아마도 죽을 만큼 고생하게 될 것이다.
“쩝…… 그나저나 저 병신들을 어떻게 할까?”
안하무인으로 저렇게 날뛰는 녀석들은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것은 당연한 일. 노형진이 봤을 때 그들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뭐, 한번 끝까지 가 보자고.”
걸어온 싸움은 노형진은 피할 생각이 없었다.
* * *
“경찰을 부를까요?”
“그게…….”
간호사는 죽을 맛이었다. 노형진이 정신병원에 와서 신명태를 만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자식들과 의사는 절대 만나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자식들은 돈을 다시 빼앗기는 것이 두려웠고, 의사는 자신이 범죄에 연루된 것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일단은…….”
시간을 끌려고 했지만 그에 당할 노형진이 아니었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아니, 잠시만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야…….”
“여기 용인에 있는 ○○정신병원인데요. 의사가 의뢰인을 감금한 채로 만남을 막고 있습니다.”
“열어 드릴게요. 네, 열어 드릴게요.”
간호사는 다급하게 문을 열었지만 노형진은 전화를 끊은 뒤였다.
“괜찮아요. 경찰이 오면 그때 같이 들어가겠습니다.”
* * *
“아주 난리가 났던데?”
“뭐, 그런 거죠. 저들은 한번 길들여 놔야 알아서 깁니다.”
경찰이 오자 노형진은 담당 간호사와 의사를 업무방해로 고발했고 경찰은 증언과 증거를 챙기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고발했으니 아마도 저들에게 상당한 벌금이 나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아마 갈 때마다 하염없이 기다려야겠지요.”
“그렇겠지.”
아마도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면 저들은 그가 찾아올 때마다 신명태에게 상당한 양의 진정제를 투여할 테니 매번 기다리든지 다시 오든지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노형진에게도, 신명태에게도 좋지 않았다.
“오늘은 운이 좋았습니다. 아마 다음번에는 바로 진정제를 투여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겠지.”
아무리 변호사라고 할지라도 법적으로 규정된 면회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만날 수가 없다. 의사가 진정제를 투여해서 그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면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최대한 이야기해야겠습니다. 다급한 상황이니 좀 노골적이라도 이해 좀 부탁드립니다.”
“아니네. 자네가 여기서 꺼내만 준다면 반말해도 상관없네.”
무려 1년 반을 정신병원에 있었다. 꺼내 달라고 해도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총재산은 어느 정도 되십니까?”
“1,200억쯤 될 걸세.”
“우와.”
생각보다 많은 재산에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한 건 언제부터입니까?”
“그런 행동?”
“아드님들이 돈을 요구한 거 말입니다.”
“아드님은 무슨, 개자식들이지.”
그의 말에 따르면 아들을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운 것이 실수라고 했다. 제대로 사회생활이라고는 해 본 적도 없이 돈만 쓰면서 자라다 보니 사회에 대해 제대로 모른 채 성격만 버려 놔서 남의 아래에서 일도 못 하게 되었다고 한다.
몇 번 사업을 한다고 해서 돈을 주기는 했는데, 문제는 사업이라는 게 남에게 고개를 숙일 줄도 모르는 사람이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무려 네 번이네. 네 번이나 10억씩 줬는데 다 말아먹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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