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84)
“양민하. 나이는 42세. 사기꾼 안종택의 아내.”
손채림은 노형진의 말대로 아내에 대해 조사했다.
물론 기존에 이루어진 조사 내역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는 단순한 신분 조사였다면, 이번에는 그녀 인생 전반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결혼한 지 12년 되었어.”
“그러면 서른 살에 결혼했군.”
“그래.”
“안종택이랑 나이 차이가 좀 있네. 아니, 많네.”
안종택의 나이가 현재 60세다. 그러니까 열여덟 살 차이.
“아무리 사랑으로 모든 걸 뛰어넘을 수 있다지만 이건 차이가 좀 심한데?”
결혼할 때 양민하는 서른 살. 요즘 기준으로 보면 딱 결혼 적령기다.
“캬, 미인이네.”
노형진은 보고서에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선천적 동안이라고 해야 하나? 분명히 나이가 42세인데 30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게 다 돈의 힘이지.”
“엄청 관리했나 봐?”
“그랬겠지.”
왠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중얼거리는 손채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돈이 그녀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아닌 것은 뻔한 일이니까.
“딸은 이제 열 살이라……. 애엄마로도 안 보이는데.”
“그래. 하여간 현재 경기도 모 도시에 있는 빌라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어. 돈은 통장에 있고 말이야.”
“공식적으로는 이혼했고.”
“그래.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점은 없는데.”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전혀 없다. 그야말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이럴 때는 사기꾼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도 중요해. 색안경을 벗고 생각해 보자고.”
“응?”
“양민하를 피해자로 가정하고 접근하자는 거야. 너는 지금 양민하를 가해자로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잖아.”
“가해자가 맞잖아.”
“협박을 당해서 범죄를 저지르면 가해자일까, 아니면 피해자일까?”
손채림은 살짝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숨을 쉬면서 천천히 서류를 살폈다.
“그렇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데. 팔자 좋은 여자야. 서른 살에 결혼하고, 자기 관리하면서 편하게 살아왔다고.”
“그건 기록상에 있는 이야기지.”
노형진은 씩 웃었다.
이미 노형진은 이 서류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후였으니까.
“기록상?”
“그래.”
“나이 차이 때문에?”
“그건 아니야. 나이 차는 사랑으로 넘어설 수 있다니까.”
“그러면 뭐가 문제인데?”
“남자에게, 그것도 성공한 남자들에게 여자란 뭘까?”
“응?”
“아내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보지 말고 그 객체 자체를 본다면?”
“성공한 남자들에게 여자의 가치라…….”
“힌트는 무척 예쁘다는 거. 이 정도 외모면, 젊어서 아이돌로 데뷔했어도 먹혔을 텐데?”
“확실히, 어릴 때 잠깐 연습생을 했다고 해. 재능이 없어서 그만뒀지만.”
과거에 음악 실력보다는 외모로 아이돌을 뽑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연습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제야 손채림은 노형진이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
“트로피.”
“정답.”
성공한 남자들, 특히 성격이 나쁜 남자들일수록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자신의 트로피처럼 여기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런 자들은 여자를 자랑하기 위해 옆에 둔다.
“너는 아까 피부 관리받으면서 사는 팔자 좋은 여자라고 했지?”
“그래.”
“하지만 반대라면? 피부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면?”
인생의 트로피를 받은 사람은 그걸 어디 창고에 처박아 두지 않는다.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매일같이 닦으면서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면…… 관리받은 게 아니라 관리받을 수밖에 없었던 거구나.”
양민하는 안종택의 일종의 트로피.
즉, 그녀의 임무는 자신을 최대한 관리하여 그가 자랑스워할 수 있게 하는 것.
“우엑…… 구역질 나.”
“현실은 그렇지.”
“어떻게 안 거야?”
“뭐…… 경험이지.”
한국에서야 이런 다차원적 문제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사기꾼의 아내는 사기꾼일 뿐이라고 매도한다.
아니면 아예 신경을 쓰지 않거나.
‘하지만 미국에서 보면 그런 것도 아니지.’
범죄자의 아내나 가족 또한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특히나 아내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다른 가족은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아내는 외부에서 들어온 존재니까.
“피해자로서 관리당해야 했고 또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고 가정하면, 그다음은 왜 그럴까가 문제가 되겠지.”
“협박……이겠네.”
피해자라고 가정하고 움직이자 그림이 그려진다.
협박. 이런 상황에서조차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
“생각을 해 봐. 수십억을 사기 친 놈이야. 그 돈으로 정치권에 로비해서 처벌도 면했지. 아내와 딸은 돈을 가지고 이혼했어. 그런데 빌라에 살겠어?”
“아…….”
일반적인 심리로 생각한다면 빌라가 아니라 보안이 좋은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이 정상이리라.
“돈이 있는데 남편이 범죄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두려움 때문에라도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지.”
“으음…….”
“고정관념이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거야.”
가해자의 가족이니까.
가해자가 친 사기의 이득을 누렸으니까.
그러니 ‘적’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던 것들.
하지만 반대로 그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자 보이는 것들.
“그러면 협박당하고 있을 거라는 거네. 애정 때문이라고는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던 거야?”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있다. 일부는 말이다.
하지만 안종택의 카드 내역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 카드 내역을 봐 봐, 얼마나 많은 룸살롱을 다니는지.”
“아…….”
“그렇게 서로에 대해 철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부부인데, 남편이 과연 아내를 버리고 룸살롱에 다니면서 돈을 쓸까? 그것도 걸릴 수밖에 없는 카드로?”
“…….”
그렇다.
차라리 현금으로 결제한다면 이해라도 한다. 남자는 그런 존재니까.
하지만 대놓고 현금이 아닌 카드를 쓰고 다닌다?
아무리 이혼했다고 해도 터무니없다. 정말 믿음으로 상대방과 연결되어 있다면 말이다.
“늑대는 자기 반려가 죽으면 다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고 하지. 뭐, 그런 정도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끔찍하게 믿고 있는 부인에게 수십억을 맡긴 인간이 이렇게 대놓고 바람을 피우고 돌아다닌다고?”
“끄응.”
“아마 좀 더 조사해 보면 안종택이 재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걸.”
“뭐?”
손채림은 깜짝 놀랐다.
전처에게 돈을 맡겨 두고 재혼을 준비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노형진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트로피.”
“아…….”
양민하는 이미 나이를 먹었다. 42세.
관리를 해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티가 안 날 수는 없다.
그런데 안종택은 여자를 트로피처럼 여기는 놈이다. 그런 놈이 나이 먹은 조강지처를 가만둘까?
“더군다나 안종택은 양민하와 재혼했어.”
그것도 세 번째 아내가 양민하다.
그렇다는 것은, 그 전에 아내가 두 명이나 있었다는 소리다.
“그들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하지 않았지?”
“그렇지……. 전혀 남남이니까. 이혼한 지도 오래되었고.”
“하지만 그는 사기 전과 5범이고.”
“후우, 확실히 실수했네.”
타이틀임과 동시에 돈을 빼돌리는 방식이다.
이혼하고 명의를 아내 이름으로 돌렸다가 잠잠해지면 그 돈을 찾아오고 다시 사기 치고…….
“결국 아내는 버려지는 거지.”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한 가지뿐이네.”
“그래. 의심을 확인하는 거지.”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외투를 들었다.
“한번 만나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