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88)
“역으로 의뢰를 하다니, 기가 막히는군.”
한만우는 생각도 못 했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역의뢰는 아니죠. 완전히 새로운 의뢰입니다. 의뢰 대상이 기존 의뢰인이기는 하지만.”
“자네, 진짜 머리가 좋군.”
물론 역으로 양민하가 의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민하는 그럴 성격도 아니거니와, 그랬다가 약점이 잡힐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그녀가 직접 역으로 의뢰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안종택은 전과가 많은 사기꾼이지요. 그 피해자 중 한 명이 의뢰했다고 하면 의심할 건 없습니다.”
설사 그들이 의뢰인에 대해 조사한다고 해도 나오는 것은 없다.
진짜 있는 피해자 중 한 명이니까.
물론 그는 이번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는 사기 피해를 당하고 나서 낙향해서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뢰를 맡겼다고 이야기한 건가?”
“그놈들은 상도덕이 없지 않습니까? 사실 돈 자체만 보면 안종택이 피해자보다 더 많지요. 그놈들이 안종택에게 꼰지르고, 돈을 더 주면 피해자를 죽여 주겠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군. 내가 그 부분은 간과했군.”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뢰했다고 하면, 그들이 안종택에게 이야기해서 역으로 의뢰받으려고 해도 어차피 안종택은 죽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안종택에게서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한국에서 킬러 운영하는 놈들이 동네 그저 그런 놈들은 아닐 테니까요.”
경찰에 신고해 봐야, 경찰은 시체가 나오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건 협박을 일삼는 안종택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러면 상황을 알게 된 안종택은 과연 누구에게 자신을 지켜 달라고 할까?
“일천파에 이야기하겠군.”
“네. 하지만 상대방은 킬러를 운영하는 조직입니다. 그런데 안종택에게 의뢰를 받아서 그를 지키다 보면 일이 커지지요.”
킬러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사람을 죽이고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놈들이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흔하지 않다.
거기에다 그 뒤에 있던 것도 모조리 지워야 하고 말이다.
그리고 킬러가 되면 사소한 것 하나도 통제된 삶을 살아야 한다.
캔 주스 하나 먹어도 지문이 남고, 머리 한 번 감아도 유전자가 남는다.
그리고 현대 과학기술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추적하고도 남는다.
“항쟁이라……. 그렇군. 고작 사기꾼 하나 때문에 항쟁할 생각은 없겠지.”
그러면 그 상황에서 남은 것은 단 두 가지다.
손을 털거나, 자신들이 의뢰를 받거나.
둘 중 이익이 되는 것은 의뢰를 받아들이는 것.
“멍청한 놈. 자기 꾀에 자기가 빠졌구먼.”
안종택의 미래에, 한만우는 크게 웃었다.
“그러면 이제 그냥 있으면 되나? 이제 협박은 못 하는 거야?”
옆에 있던 손채림이 갸웃하며 물어 왔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게 우리의 의뢰 내용은 아니잖아?”
“응?”
“우리의 의뢰 내용은 돈을 찾는 거야, 협박을 멈추는 게 아니고.”
“아…….”
양민하를 지키려고 하는 이유는, 그녀가 안종택을 쳐 내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 이상 그가 협박을 못 하게 되었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다.
“애초에 안종택 같은 인간은, 남을 시킬 수 없다면 자신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인간이라고.”
“그러면 어쩌려고?”
“어쩌긴. 죽여야지.”
손채림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 * *
안종택은 요즘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뭐지?’
그는 전과가 많은 사기꾼이다. 그래서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종류를 잘 안다.
경찰, 아니면 피해자.
그런데 지금 따라다니는 사람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피해자라면 벌써 멱살을 잡고 돈 내놓으라면서 울부짖었어야 정상이다.
경찰이라면?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흘린 모든 흔적을 감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따라다니는 눈빛은 오로지 자신만을 향하고 있다.
‘뭐야?’
아마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사기를 쳐 와서, 사람들에게 추적당하는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으음…….”
안종택은 신음을 흘리면서 쇼윈도를 바라보았다.
길 너머 저쪽, 한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남자를 확인한 안종택은 지금 상황이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치듯 봤으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일천파에 속한, 장애가 있는 자신의 처남을 폭행했던 사람인 것이다.
‘어째서?’
자신을 바라보다가 왠지 슬쩍 시선을 돌려서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남자.
‘이건 일이 틀어졌다는 뜻이야.’
안종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
물론 일천파가 그와 친분이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는 곳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에 관한 거지.’
더군다나 자신을 따라다닐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니.
‘아무래도 당분간은 조심해야겠어.’
왠지 모를 공포감에, 안종택은 걸음을 서둘렀다. 당장 짐을 싸서 해외로 뜰 생각이었다.
주변을 조심하면서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안종택.
막 코너를 도는 순간이었다.
끼이익!
요란한 파열음을 내면서 멈춰 서는 한 대의 봉고.
그 봉고에서 돌연 사람들이 내리더니 안종택에게 달려들었다.
“야, 실어!”
“으억! 당신들 뭐야!”
안종택은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커다란 덩치의 두 사람을 이길 수는 없었고, 결국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
“밟아!”
조수석에 있는 남자가 소리 지르자 운전사는 급가속을 했고, 차는 순식간에 그곳을 떠났다.
“당신들 뭐야! 지금 뭐 하는…… 허억!”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의하려고 하던 안종택의 눈앞에 시퍼런 칼날이 쑤욱 들어왔다.
“형님, 여기서 담글까요?”
“아서라. 세차하기 힘들다.”
“죄송합니다, 형님.”
칼을 다시 품에 넣은 남자들은 안종택을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으으으…… 당신들 뭐야?”
그들을 보면서 벌벌 떠는 안종택.
“뭐 같아? 너도 알잖아? 네가 저지른 일이 있는데 원한이 안 생기겠냐?”
‘이런 미친!’
설마 자신에게 사기당한 사람 중 한 명이 청부를 했단 말인가?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기는 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크게 당한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며, 그중에는 길바닥에 나앉은 사람도 상당수 있다.
그러니 그들 중 누가 눈깔이 뒤집어졌는지 알 수 없다.
“여기서 담그면 차 더러워지니까 가서 처리하자. 전화해서 땅 파 두라고 해. 몇 번 쑤시고 묻으면 죽겠지.”
“살려 주십시오!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르게 살 테니 한 번만……!”
이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왔다는 사실에 안종택은 벌벌 떨면서 빌었다.
하지만 날아오는 것은 차가운 비웃음뿐이었다.
“지랄. 남 죽일 때는 눈물도 안 흘리는 새끼가.”
“우리 이야기 같습니다, 형님.”
“그러네, 큭큭. 너는 네가 사기 친 새끼가 돈 달라고 할 때 그거 돌려준 적 있어?”
“…….”
“조용히 짜져 있어라. 가는 길 편안하게 모실 테니까.”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진짜 웃긴다. 이 새끼야, 너 여기서 나가도 못 살아. 일천파에서도 너한테 사람 붙였어, 이 새끼야.”
“네?”
“일천파도 네놈 모가지 따려고 벼르고 있다고. 네 모가지에 걸린 돈이 2억이야.”
안종택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2억.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
그리고 일천파가 노린다는 것은…….
‘배신인가?’
아니, 배신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같이 일하는 것도 아니고, 몇 건 처리해 준 것뿐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2억의 현상금을 걸고 자신의 목을 따 달라고 의뢰한다면?
아무리 일천파가 자신과 아는 사이라고 해도 그 의뢰를 거절할 리 없다.
애초에, 자신도 사기를 칠 때 아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노리지 않았던가?
“으으으…….”
“그냥 조용히 뒈져. 일천파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네 모가지 노리는 애들 많아.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이지만.”
“으으으…… 제발 살려 주십시오! 그 돈, 제가 드리겠습니다! 제발…… 두 배, 아니 세 배…… 아니! 전 재산을 다 드릴 테니까…… 제발 목숨만은……!”
미래가 어떻게 되든, 지금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안종택은 살기 위해 두 손 모아 싹싹 빌었다.
하지만 그를 납치한 사람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아, 썅. 개새끼, 졸라 말 많네. 우리가 병신이냐? 상도덕도 없이 너를 왜 살려 줘? 그리고 놔주면 네가 입 나불거릴 게 뻔한데, 우리가 미쳤냐?”
“안 그러겠습니다! 절대 입 안 열겠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비는 안종택.
“야, 저 썅노무 새끼 아가리에 뭐 좀 물려라. 나불거려서 귀 따거워 죽겠네.”
“네, 형님.”
“읍읍!”
일어나서 자신에게 재갈을 물리는 조폭.
안종택이 공포에 부들부들 떠는 그때였다.
쾅!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차가 빙글빙들 돌았다.
“어어?”
“으아아악!”
차가 갑자기 회전하자 조폭들은 사방에 부딪히며 나동그라졌다.
오로지 바닥에 강제로 깔려 있던 안종택만이 자세가 안정적이라서 움직이지 않았다.
“으으으.”
부딪혀서 그런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신음하는 조폭들.
그리고 바깥에서 들리는 목소리.
“어머, 오빠! 이게 뭐야?”
“아, 씨발. 사고 크게 쳤네.”
“오빠, 이 사람들 봐.”
“헉, 씨발!”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바닥에 칼도 그렇고, 딱 봐도 일반인은 아니다.
거기에다 입에 재갈이 물린 남자까지.
“아…… 음, 씨발…….”
사고를 친 남자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상황을 보고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어…… 염병. 야, 이거 블박 없지?”
“어? 어?”
“블박 말이야! 블박!”
“어…… 없어!”
“튀자, 씨발!”
보아하니 뺑소니를 할 모양이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누가 봐도 이 남자들은 조폭이고, 칼 들고 누구 하나 담가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잡히면, 증거인멸 차원에서도 추후 그와 여자를 살려 두지 않을 게 뻔했다.
“오…… 오빠!”
“야! 빨리 타! 죽고 싶어?”
남자는 여자를 강제로 스포츠카에 태우고 급가속으로 빠져나갔다.
“으으으…….”
그러는 사이에도 기절한 조폭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기회다.’
안종택은 눈을 까뒤집고 튀어 나갔다.
이대로 여기에 계속 있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그는 차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반대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리고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멋진 스포츠카가 돌아와서 차 앞에 섰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끄응…… 이거, 파스 좀 붙여야겠는데요?”
“부딪히셨나요?”
“살짝요.”
사실 이 모든 게 다 준비된 것이었다.
차가 돌아가는 것도, 그 순간 안종택을 납치한 조폭들은 서 있다가 충격을 견디지 못해 나동그라지는 것도.
그래서 겉으로는 크게 다친 것 같지만 애초에 알고 있었으니 대비한 덕에 얼마 다치지는 않았다.
“꽁지에 불붙은 것처럼 달아났네요.”
“그래야지요, 하하하.”
“그래서, 오빠라고 하니까 좋아, 오빠?”
손채림이 노형진에게 다가가서 옆구리를 슬쩍 찌르면서 물었다.
“오빠아.”
“이야…… 완전 좋다. 왜 사람들이 ‘오빠야.’라고 하면 눈 돌아가는지 알겠네. 다음부터 오빠라고 불러…… 끄억!”
쓸데없는 소리 하다가 손채림에게 꼬집히는 노형진을 보면서 고문학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이제 인생 끝났네요.”
“그렇겠지요.”
자신의 목숨에 현상금이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아마 미쳐 버릴 기분일 것이다.
“자, 다음 일을 시작하지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