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98)
그리고 다음 날 뉴스에서는 충격적인 소식이 흘러나왔다.
러시아 기업, 양채영 양에게 러시아 귀화를 조건으로 10억 제시
단순히 귀화시키겠다는 의견이 아니라 진짜로 끌어가기 위해 무려 10억이라는 돈을 쓰겠다는 의사를 밝혀 온 러시아 기업.
그 사실에 국민들은 왠지 패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역시 헬조선에 답이 있겠냐.
누군가 쓴 댓글에 아무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러시아에서는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일개 기업이 10억이라는 돈을 보상금으로 내걸었는데, 이 나라에서는 인재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뉴스가 나간 지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뉴스가 전면에 나타났다.
법무 법인 새론, 한국 잔류를 조건으로 똑같이 10억 제시. 한국의 자존심은 한국인이 지켜야 한다고 밝혀
두 집단의 싸움.
그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 * *
“하하, 자네 진짜 머리 좋아.”
송정한은 노형진의 계획에 탄성을 질렀다.
사실 러시아에서 10억을 제시한 기업은 노형진이 투자한 기업이었다.
노형진이 그들에게 10억을 줄 테니 발표만 해 달라고 했고, 그들은 그걸 받아들였다.
그런 발표를 하면 러시아에서 이미지가 좋아지니까.
“그런데 애초에 그들은 가짜 카드가 아니라는 거지.”
“네. 우리도 진짜 카드는 아니지만요.”
“하지만 두 국가가 미묘하게 싸움이 붙어 버렸단 말이지.”
송정한은 씩 웃으며 말했다.
“제가 노리던 게 그겁니다, 후후후.”
러시아는 러시아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양채영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러자 한국 입장에서는 상황이 묘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대놓고 탐내는 인재를 지키지도 못하는 무능한 나라 취급을 받게 생긴 것이다.
“러시아와 한국은 사실상 양채영 한 명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거죠.”
“그래, 후후후.”
물론 다른 기업들이 후원해 주면 좋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해외로 물품을 수출하는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밉보여서 좋을 게 없으니 몸을 사린다.
그에 반해 새론은 어차피 한국의 기업이다.
변호사라는 존재 자체가 한 나라를 기반으로 한 것이니 러시아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다.
그래서 새론이 총대를 메고 싸움에 불을 붙인 것이다.
한국 대 러시아, 그 대리전처럼 말이다.
“국뽕이 아주 파도처럼 퍼지고 있더라.”
“그렇겠지.”
국가 대항전이 되면 자국민은 자기 나라를 응원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 두 나라는 국가 대항전 중이나 마찬가지다.
상품은 양채영이라는 이름의 천재 소녀.
“그리고 양채영이 뜰수록 점점 가루가 되어 가는 분들이 계시죠.”
“가루?”
옆에 있던 손채림은 피식 웃었다.
“가루는 무슨. 분자 단위로 쪼개지고 있겠지.”
* * *
교장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한 학교의 대표인 교장이 무릎을 꿇을 일은 없다.
하지만 그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교장, 진짜 일 그렇게밖에 못합니까?”
“죄송합니다…….”
“이게 지금 죄송으로 해결될 일 같아요?”
교장이 학교의 대표라면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이다. 그는 교장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사장이 까인 것이다.
“그저께 체조협회장님께 얼마나 까였는지 압니까?”
“…….”
한국은 전통적으로 그러한 스포츠 단체장을 기업인들이 한다.
체조협회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 목에 힘줄 만한 기업의 대표라는 소리다.
아무리 학교의 이사장이라고 해도 절대 무시 못 할 존재.
문제는 한 소리 한 게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는 문체부 차관님이 전화하셨습니다. 일 어떻게 되었느냐고. 아직 연습 안 시키고 있느냐고.”
“안 시킨다기보다는, 양채영이 연습을 거부하고 있어서…….”
“그러면 러시아로 보낼 겁니까?”
“…….”
“내가 장관님들이랑 회장님한테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래요?”
교장은 할 말이 없었다.
이사장이 가루가 되도록 까이면 자신은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이사장도 교장의 입장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서해 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교장.”
“네, 이사장님.”
“어떻게 해서든 복귀시켜요. 책임지고 사직서 쓰고.”
“허억!”
“그리고 관련자들 모조리 사표 내라고 하세요.”
“이…… 이사장님…….”
교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이제 어떻게 먹고살란 말인가?
아니, 자신이야 그만둔다 치더라도, 잘리는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들은 다른 학교에서 써 주지도 않을 텐데.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되든 이사장은 상관없었다.
“허, 학교 이름에 똥칠을 하고도 계속 그 자리에 있으려고 했어요? 이야, 교장. 이제 보니 참 뻔뻔하네.”
교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반장으로 뽑힌 걸 자른 것은 자신이 아니라 담임이 알아서 한 일이었다.
출전권을 빼앗은 것도, 자신이 한 게 아니라 이사장이 시킨 대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뻔뻔하다니.
“왜?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할 말이 있어도 할 수는 없다.
이사장에게 저항하는 순간, 자신의 남은 인생은 고통 그 자체일 테니까.
‘이런 젠장.’
그는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그저 고개를 숙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