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99)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그만두셨어요.”
교장과 교감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 책임지고 사표를 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양채영에게 불이익을 줬던 선생님들을 모조리 잘라 버렸다.
“의외네. 나는 그냥 버틸 줄 알았는데.”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노형진이 아무리 함정을 판다고 해도 선생님이라는 자리가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해직하다니?
“작은 잘못이라면, 그리고 개인의 잘못이라면 자르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그들이 한 행동은 위를 위태롭게 만들었어.”
“그래서?”
“조직은 아랫사람이 얼마나 죽든 신경도 안 쓰지만, 윗사람이 티끌만큼이라도 다치면 돌변하거든.”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교육부에서는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 감사를 하겠다고 했고, 체조협회에서는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할 수밖에.”
“아하! 그러면 그 선생님들은 제물로 바쳐진 셈이구나.”
“그래. 이건 고한서의 말대로 수사할 사건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책임자로서 해직당했다.
그 말은, 그 모든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는 뜻이다.
“자신들의 죄를 그들에게 전가한 거지.”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그다지 불쌍하지는 않아.”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 역시 이용당하고 버려진 것은 마찬가지지만 부당한 상부의 명령을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가 그들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는 놈들이라는 거다.
“그러면 이제 끝난 건가?”
“마무리는 지어야지.”
“마무리?”
“그래. 여기서 손을 털어도 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일이 흐지부지될 것이다.
“일단은 우리 쪽에서 계속 손써야지.”
“어떻게?”
“채영이는 지금 양쪽 다 끌어당기는 중이잖아?”
“그렇지.”
“그러면 계속 줄을 끌어당기면 어떻게 되는데?”
“팽팽해지지.”
“팽팽해진 줄은?”
“그거야…….”
“위로 올라가.”
팽팽하게 당겨진 줄은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당기는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 서게 된다.
“그러니 사람들이 좀 더 강하게 당기게 해 줘야지, 후후후.”
* * *
마이스터에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부서가 있다.
기업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이 성공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기업이 아무리 잘해 봐야 300% 내외의 이익률을 거둔다면, 사람은 터지면 수천 퍼센트의 이익률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부서의 주요 업무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양채영 양을 지원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투자의 조건은 기존 사람들과 같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평등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마이스터의 투자 결정.
그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장 10억씩 투자할 것을 약속한 새론과 러시아의 기업.
그런데 이제는 마이스터까지 끼어들면서 삼파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양채영의 아버지는 지금 상황이 너무 곤혹스러웠다.
갑자기 수십억이 왔다 갔다 하는 데다,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건지…….”
러시아를 선택하면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서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노형진의 말대로 승부 조작, 도핑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이미 받은 메달조차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한국을 선택해야 하나.’
물론 한국을 선택해도 상당한 돈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녀를 좋게 보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이야 국민들이 밀어준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들이 어떻게 돌변할지는 알 수 없다.
‘남은 것은 마이스터.’
마이스터는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추후 성공하면 갚아야 하는 돈이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빚을 지는 것도,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다.
양채영의 아버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고민되었다.
“마이스터를 선택하세요.”
“네? 어째서요?”
“러시아가 안 되는 이유는 전에 설명해 드렸지요?”
“네. 하지만 새론은 노 변호사님이 다니는 곳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새론은 땜빵으로 들어온 겁니다. 마이스터를 선택하신다고 해서 저희가 도움을 드리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간은 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죠.”
“아…….”
한국을 선택하면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차단된다.
“걱정하신 대로 잡은 고기라고 생각한 체조협회나 주변에서 그 돈에 손대려고 할 겁니다.”
“…….”
“흔한 일이지요. 엄밀하게 말하면 양채영이 받아야 하는 돈인데 말이지요.”
현직 선수를 밀어줘야 하는 체육협회가 후진 양성이니 어쩌니 하면서 돈을 빼앗아 가는 건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무려 10억이다. 과연 그들이 욕심을 내지 않을까?
“아마 좀 잠잠해지면 그 돈에 욕심을 낼 겁니다. 후진 양성이니 어쩌니 하면서 기부하라고 하겠지요. 안 주면 그들은 지금보다 더 집요하게 괴롭힐 겁니다. 출전권도 주지 않을 테고, 국내 대회에서 부당한 판정을 내릴 겁니다.”
“…….”
“아무리 저라고 해도 심사 위원들의 부당 판정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건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이니까요.”
국제 대회의 출전권은 한정되어 있다.
그들이 부당 판정으로 양채영이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하면 당연히 그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이스터는요?”
“마이스터는 돈을 주는 게 아닙니다. 돈을 투자하는 거죠. 투자를 하고, 일정 이상의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분할상환 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빌려주는 거죠.”
“빌려준다?”
“네. 그리고 빌려준 돈이니, 아무리 체육협회라고 해도 달라는 소리는 못 할 겁니다.”
“아하!”
하지만 양채영의 부담은 덜하다.
명백하게 ‘투자’다.
진짜로 그녀가 재능이 폭발해서 성공하면 당당하게 갚으면 그만이고, 그러지 못한다 해도 마이스터에서 투자한 것인 만큼 그들의 투자 손실로 기록될 뿐 양채영이 갚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한국도, 러시아도 선택한 게 아니게 되지요.”
마이스터는 명백하게 미국 기업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녀에게 오라고 한 것도 아니었으니 제삼자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노형진의 손을 꽉 잡았다.
물론 다른 나라의 돈을 선택한 것보다는 덜 누리고 살아야 할 것이다. 투자된 돈은 관련 비용으로만 써야 하니까.
하지만 자신의 딸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다.
“감사의 인사는 나중에 하세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어차피 그 돈은 받을 돈이었으니까요.”
“네?”
아버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