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
그제야 구 팀장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노형진은 그들이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 예상했기 때문에 모든 대비책을 준비한 것이다.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블링블링한 모양의 커피숍으로 약속 장소를 잡고 근처에 있는 여고의 교복을 미리 구매해서 간 것이다. 예상대로 그들은 변호사를 따라왔고 그는 그곳 커피숍에 있던 여고생들에게 5만 원씩 주고 여고생 옷으로 갈아입은 강소영을 전철역까지 데려다줄 것을 부탁했다.
생각지도 못한 공돈에 여고생들은 당연히 승낙했고, 그사이 순식간에 교복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지운 강소영은 원래 어려 보이는 얼굴인 데다가 교복을 입어서 누가 봐도 여고생이었다. 그렇게 강소영이 무사히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노형진은 강소영이 남기고 간 옷을 입고 냅다 뛴 것이다. 다른 사람을 시키기에는 위험한 행동인 데다가 중 2에 호리호리한 체형을 가진 노형진이 그렇게 뛰니 멀리서 봤을 때는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을 것이다. 당연히 옷만 보고 따라올 수밖에.
“이 썅.”
“어쩌죠?”
“일단 저 새끼부터 잡아!”
저 남자, 아니 남학생이 누군지 모르지만 일단 강소영을 위해서 변장까지 한 이상 친밀한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끌어다가 강소영을 유인하는 데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회할 텐데?”
“웃기지 마! 너 같은 새끼는 그년을 꼬셔 낸 다음 죽여 버리면 그만이야!”
“후회한다니까.”
웃으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앞으로 내미는 노형진.
“긴급전화 기능이라고 알아? 요즘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자동으로 112 경찰 신고 전화에 연결해 주거든. 그리고 전화기의 위치까지 알려 주지.”
그 말에 얼굴이 사색이 되는 남자들.
애애애앵.
저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그들은 도망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지만 벌써 하나뿐인 입구는 경찰차 한 대가 들어오면서 틀어막고 있었다.
“손들어! 꼼짝 마!”
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그들에게 총을 들이밀었고, 그들은 몰려오는 경찰의 숫자를 보고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멍청한 것들!”
유상호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강소영을 잡아 오라고 보낸 것들이 함정에 빠져서 도리어 경찰에 잡힌 것이다. 아니, 경찰에 잡힌 게 문제가 아니다. 이 멍청한 놈들이 112 신고 전화에 대고 납치하네, 돌림 빵 하네, 패 죽이네 등등 오만 말을 죄다 지껄인 덕분에 납치 미수 현행범으로 체포당했을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까지 나온 것이다. 게다가 신분증까지 가지고 있었고 차마저 대룡그룹의 법인 차를 끌고 가는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다. 설마 이런 함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엄마, 이제 어쩌죠?”
“일단 우리는 모르는 사건이다. 딱 잡아떼는 거야. 구 실장이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이걸 말하지는 않을 게다.”
“그래도 말하면 어떻게 해요?”
“변호사를 보냈으니 우리의 뜻이 뭔지 알아서 판단하겠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제 대룡그룹이 연관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게 될 것이다. 최대한 로비하고 막으려고 하고 있지만 경찰에서 대룡그룹을 수사하는 것은 시간문제고, 그렇게 되면 언론을 타는 건 막을 수 없게 된다.
“일단 그년을 찾는 건 포기하자. 눈이 너무 많아졌어.”
경찰이 확실한 의심을 가지게 된 상태에서 그 여자를 죽이는 건 무리수가 되었다.
“하지만…….”
“일단은 막아야 한다. 최대한 돈을 퍼부어. 어떻게 해서든 이게 외부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김화자는 격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대답했다.
“미안해.”
“미안하면 나중에 모른 척하기 없기예요.”
노형진은 인천의 호텔에 숨어 있는 강소영과 변호사들을 만나서 툴툴거렸다.
“경찰서 한복판에서 여장하고 미친년, 아니 미친놈 취급받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거든요?”
112에 신고가 들어왔고 녹음 중인 112에 대놓고 납치하고 죽이겠다는 소리를 하고, 심지어 제3자의 납치에 대한 미끼로 쓰겠다는 소리를 했으니 자신을 따라온 녀석들은 구속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자 옷을 입고 대로변에서 뛰어다닌 남자를 좋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잘 어울리던데?”
“누나!”
“호호호.”
“끄응.”
어찌 되었든 더 이상 대룡, 아니 유상호는 강소영에게 손대지 못할 것이다. 경찰서에 가서 무슨 사건이 진행 중인지에 대해 말했고 조사 결과 추적자들이 대룡 소속이라는 게 드러났으니 당장 유상호를 잡아 오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대룡이 납치에 관여했다는 의심은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이제는 기다리면 그만인가?”
“아닐걸요?”
“뭐라고?”
“분명 시간 끌기로 갈 겁니다.”
“하지만 법원 출석 명령서가 날아가잖아?”
“그건 빼돌리면 그만이죠.”
“그래도 출석 안 해?”
“부자잖아요. 아래에서 빼돌리고 나중에 가짜 위임장 하나 넣어서 변호사가 대신 나가면 그만이라구요.”
“음…….”
노형진이 봤을 때 유민택은 여전히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모를 가능성이 높다. 유상호가 어떻게 해서든 정보를 감추려고 노력 중이니까. 하지만 이상한 것은 여전히 있었다.
‘단순히 재산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자신이라면 제거하는 대신에 접근해서 사라져 주는 조건으로 협상할 것이다. 한 20억 정도면 충분히 협상이 가능하고, 강소영의 성격상 그 정도면 만족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걸 모를 유상호가 아니었다. 그런데 개인적 접촉이나 협상은 전혀 없이 제거만 하려고 하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뭔가 있어.’
노형진이 봤을 때 그가 그렇게 발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발악의 이유는 아마도 소문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어떻게 유민택에게 접근하지?”
그들이 법원에서 오는 서류를 죄다 중간에서 차단한다면 유민택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모르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건 어렵지 않아요.”
“어렵지 않다고?”
“특별송달이 있잖아요.”
“아!”
‘아놔, 좀! 이 사람들아, 당신들 변호사라고!’
특별송달이란 법원에서 따로 사람을 보내서 당사자에게만 송달하는 제도이다. 보통 송달은 등기우편으로 가지만, 당사자에게만 전달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특별송달로 한다. 하지만 거의 쓰지는 않는데, 그 이유가 일단 등기로도 대부분 가족이나 본인에게 가는 데다가 특별송달은 따로 금액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쓸 만한 제도다.
“특별송달을 하면 본인 확인하고 직접 건네주니까 중간에 차단 못 할 겁니다.”
“그렇지.”
특별송달은 말 그대로 본인만 받을 수 있다. 비서나 가족, 또는 변호사라고 해도 그걸 대신 받아 줄 수는 없다.
“특별송달을 하면 사건이 끝나겠네.”
변호사들이 안도하는 걸 보면서도 노형진에게는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혹시 말이죠. 그 사고 차량을 알 수 있을까요?”
“사고 차량?”
“사고로 죽은 유상민의 자동차 말입니다.”
“찾아볼 수는 있지만 왜?”
“아니, 그 소문 있잖아요?”
노형진의 말에 왠지 묘한 표정이 되는 변호사들.
소문. 그것은 유상호가 돈을 노리고 형제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물론 증거도 없었고, 미래에 수사가 시작되려 하자 유민택이 급사하면서 그가 그룹의 총수가 되어 흐지부지되었지만 말이다.
“증거가 있을까?”
“찾아봐야지요.”
“하지만 국과수에서도 찾아봤을 텐데?”
브레이크 절단이나 기타 테러 행위였다면 국과수에서 모를 리가 없다. 그냥 일반인도 아니고 기업 계승권을 가진 재벌의 사건이니.
“그냥 확인 차원에서 알아보고 싶은 거예요. 찾아볼 수 있어요?”
“그래, 찾아보마.”
노형진은 이번 사태의 이유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졌다.
“이거라구요?”
“그래.”
다행히 차는 경찰서 증거실에서 나와서 폐차장으로 온 상태였다. 폐차 대기 목록이 길어서 아직 폐차되지 못한 것을 변호사들이 찾아낸 것이다.
“자신 있는 거냐?”
기대하는 듯한 시선의 변호사들. 그들은 노형진이 보여 준 뛰어난 능력에 반한 상태였다. 사실 나이가 많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끌어들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중 2라는 게 문제였다.
“뭐, 알아봐야지요.”
천천히 차로 다가간 노형진은 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정신을 집중했다.
‘이건 쓸데가 없고…….’
몇 개의 시간이 나타났고 그 후에 드디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기억을 읽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호오?’
그리고 노형진은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방식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좋은 건가?’
천하의 무능한 놈이라 생각했던 놈이 의외로 이런 기상천외한 방법을 쓸 줄이야.
“왜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 기억을 읽는 행위는 차를 살펴보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재미있군요.”
“뭐가 말이냐?”
노형진은 ‘탕’ 소리가 나게 반쯤 찌그러진 차의 지붕을 내리쳤다.
“이건 사고가 아니에요. 살인이지.”
“뭐라고?”
“살인이라고?”
“네, 이런 트릭은 난생처음 봅니다. 대단하네요.”
노형진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마지막 정리를 할 때가 온 것이다.
“석공석!”
허름한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 유상호였다.
“네가 이러고도 멀쩡할 것 같나!”
얼마 전 유상호에게 온 한 통의 메일.
돈이 더 필요합니다.
석공석
단 한 줄의 문장이었지만 그걸 본 그는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련님. 저도 돈이 급했습니다.”
“이익.”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나타난 석공석의 모습에 그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네가 날 협박하고 무사할 거라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국 돈을 가지고 오지 않으셨습니까?”
“…….”
그 말에 유상호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이번 한 번만이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는 거다.”
“한 번이 될지, 두 번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요.”
“뭐라고?”
“제가 도련님 대신에 차를 고장 낸 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입니다. 그럼 최소한 두 번의 기회는 주셔야지요?”
“지금 네가 나랑 협상하자는 거냐?”
“협상이 아닙니다. 저도 돈이 급하단 말입니다. 부탁대로 형님들을 죽여 드렸습니다. 한두 푼도 아니고 1조가 넘는 재산과 기업을 통째로 삼키셨잖습니까?”
“닥쳐! 그렇다고 해도 네놈한테 줄 건 없어!”
“너무 욕심이 과하십니다.”
“웃기지 마! 너 같은 새끼들한테 주려고 내가 형님이라고 지껄이던 두 놈들을 죽인 줄 알아? 그리고 그때도 한 번에 2억씩 줬는데 그거면 된 거지, 뭘 더 바라?”
“하지만…….”
“네놈의 도박 중독 따위는 알 바 아니다. 받고 꺼져!”
“미안합니다. 그럴 수는…….”
“네가 결국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선택하는구나.”
철컥.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드는 유상호였다. 그걸 본 석공석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부산에 가서 돈을 조금만 주면 러시아제 권총 정도는 구할 수 있지.”
“도, 도련님…….”
“시끄러워. 난 이제 도련님이 아니라 회장님이야.”
“회, 회장님, 그래도 제가 회장님의 부탁으로 형님들까지 처리해 드렸는데 이렇게까지…….”
“그래, 네놈의 트릭은 마음에 들었어. 경찰도 깜빡 속더군. 그래서 더 문제야. 그 트릭을 아는 건 너뿐이거든. 네가 입을 잘못 놀리면 큰일 나니까. 미리 막아 두는 게 좋겠어.”
“회, 회장님…….”
“먼저 뒈져 버린 두 형님한테 내 안부나 전해 달라고.”
총을 들고 다가가는 유상호.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그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는 게, 그 트릭을 아는 건 이제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거야.”
“누구냐!”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둠 속에서 나오는 한 사람. 바로 노형진이었다.
“좋은 생각이었어. 빈 콜라 캔 모양으로 얼음을 얼려서 운전대 바로 아래 매달아 두다니. 고정 장치가 끊어지면 브레이크 페달 아래로 떨어지고 페달에 끼어 버려서 결국 브레이크가 듣지 않게 되지. 결국 가속만 하다가 꽝! 경찰이 올 때쯤이면 그건 다 녹아 버리고 남는 건 물밖에 없게 되는 거지. 진짜 공들인 트릭이야. 고정 장치야 뭐, 적당히 전선을 쓰면 잔해들과 뒤섞일 테고 말이야.”
“누, 누구냐!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어떻게 알긴. 설치하는 걸 다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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