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0)
“하지만 그럼…….”
그건 명백하게 자신들이 납치했다는 증명을 하는 셈이다. 1백 명이 넘는 납치라면 아무리 의뢰를 받고 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30년은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대신에 우리가 그분들을 꺼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설득해서 민사소송은 하지 않도록 하지요.”
“하지면 형사가…….”
“그 정도 각오도 안 하고 납치하셨습니까?”
애초에 남에게 해를 끼치려면 그 행동에 대한 반작용은 자신이 각오해야 하는 법이다. 우리나라 범인들은 나라가 너무 무르게 처벌하는 바람에 그걸 망각하고 있다.
“어쩌실 건가요?”
“…….”
그걸 듣고 있던 경찰은 대장으로 보이던 운전수의 뒤통수를 팍 쳤다.
“나 같으면 말하겠다, 이 새끼들아.”
“우우우…….”
여전히 주저하는 세 사람. 노형진은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어차피 당신들의 계좌는 수색될 겁니다. 그때마다 받은 돈이 있을 테니 분명히 누가 언제 어떻게 납치되었는지 다 나오겠지요. 어차피 이제 당신들의 범죄는 감출 수 없는 것이 된 겁니다.”
“…….”
“하지만 당신들이 명단을 넘긴다면 제가 최대한 편의를 봐주겠습니다. 피해자들을 꺼내 주고 그들에게 부탁해서 탄원서도 써 볼 수 있겠지요. 자발적인 증언도 하신다면 생각보다 형량이 적게 나올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물론 버티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온 사람들에게 처벌을 강하게 해 달라는 탄원서와 막대한 민사소송을 당하게 될 겁니다.”
그 말에 그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봐도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 * *
“끝내주는군.”
그렇게 노형진이 얻은 명단과 증언, 증거를 가지고 경찰은 부라부랴 각 병원으로 향해 피해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새론의 변호사들은 그들을 따라서 전국으로 퍼져 갔다.
그들은 그곳에서 바로 위임장을 써 줬는데 그 총액이 무려 300억이 넘었다.
“1년 치 총수입을 한 방에 버네.”
그동안 자잘한 사건들로 박리다매해서 돈을 벌던 송정한은 고작 1백 명가량에게서 나온 확정 수익에 입이 찢어지게 웃었다.
“이래서 대형 로펌들이 부자를 잡으려고 하는 거죠.”
“알 것 같아.”
일반 사건은 한 명당 대략 300만 원.
만일 그들로 300억을 벌려면 1만 명의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부자들은 꺼내 준다는 말에 너도 나도 3억이나 되는 금액을 약속했다.
물론 나온 후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친자 관계 부존재 소송이나 이혼소송 등은 별도로 말이다.
“이건 이제 시작입니다.”
한 뭉텅이의 서류를 들고 오는 고문학. 그는 몇 가지 서류들을 꺼내서 송정한과 노형진에게 내밀었다.
“정보 라인을 총동원해서 이런 식으로 실종된 사람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만, 못해도 1천 명은 넘는 것 같더군요.”
“천 명?”
“네, 전국적으로는 만 단위가 넘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들 모두가 3억씩 내놓을 정도로 갑부는 아닙니다만, 못해도 1억은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부자들입니다.”
“헐.”
송정한은 상상도 못 한 수치에 혀를 내둘렀다.
“아마 억이 아닌 천 단위로 내려가게 되면 그 수가 더 늘어날걸요?”
패륜아들은 널리고 널렸다. 지금 자신들이 찾는 사람들은 못해도 빌딩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들어오는 월세로 먹고살 만하다가 끌려간 사람까지 합한다면 그 숫자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도대체 왜? 다른 로펌들은 이런 걸 모르는 거야?”
“모르지는 않지요. 하지만 힘들잖습니까?”
“힘들다니?”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을 찾아서 꺼내 주고 계약하는 것보다 그들을 정신병원에 넣어 버린 사람과 계약하는 게 훨씬 편하고 빠르지요.”
그 말에 송정한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찾는 것에도 돈이 들고 그들을 만나는 것도 힘들며 그들을 꺼내는 방법도 노형진이 알아내기 전까지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자네가 오자마자 정보 라인을 만들라고 그렇게 난리를 쳤던 거구만.”
다른 로펌들은 새론처럼 정규화된 정보 라인이 없다. 보통 실장, 또는 사무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인맥 라인이 그 기능을 하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이런 범죄 관련 정보는 늦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렇게 한번 꺼내 주면 아무래도 충성도가 남다를 겁니다. 그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우리를 찾겠지요.”
“그렇겠지.”
그러면 단순히 몇백억이 아니라 수천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는 동안 벌어진 그 모든 거래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소송이 진행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노형진 자네가 또 중요해지는군. 그래, 소송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나?”
이 모든 게 완성되기 위해서는 친자 관계 부존재 소송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자칭 보호자라는 인간들이 부모를 다시 정신병원에 넣지 못하게 된다.
“일단 증인들은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준비되었구요.”
“그 녀석들은 어떻게 나올까?”
“아마 미쳐 날뛰겠지요.”
“음…….”
송정한은 불안한 눈으로 회의실 바깥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사건 이후 입구에 무려 세 개나 되는 소화기를 배치하고 심지어 보안 버튼을 만들어서 경찰서와 연결해 놓기까지 했다.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 겁니다, 분명히.”
부자로 살아온 놈들이다. 그리고 부모와 가족들을 정신병원에 가둬 버리고 돈을 막 쓰려고 할 정도로 정신 나간 놈들이다.
과연 땡전 한 푼 없이 길바닥으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는 하늘만 알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부도덕한 부자 2세들에게 상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자네도 부자잖나?”
“원래는 아니었지요.”
그나마 자수성가한 사람은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뒤에서 호박씨를 깐다고 해도 대놓고 막 나가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부를 물려받는 2세대부터다.
일부 그렇지 않은 부자 2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2세들은 원래부터 부자다 보니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하층민으로 보이는 것이다.
“분명 와서 깽판 치는 놈들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 둔 거 아닙니까?”
“거참…….”
“하이 리크스 하이 리턴이라고 하잖습니까?”
“지금 쓸 말은 아닌 듯하네만.”
어찌 되었건 안전을 확보하는 건 나쁜 건 아닌 듯했다. 최소한 미친놈들은 제어할 수는 있어야 하니까.
“그럼 하지 말까요?”
노형진이 농담 삼아 말하자 송정한은 농담으로 답했다.
“싫은데? 껄껄껄.”
후레자식 (1)
신성현은 입안이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아버지를 납치하라고 보낸 녀석들이 잡혀간 데다가 친자 관계 부존재 소송이 바로 코앞으로 닥쳐왔기 때문이다.
“형, 어쩌지? 지금이라도 가서 빌까?”
“미쳤어! 그런다고 우리를 봐주겠어?”
겁이 많은 신성민은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툭하면 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그였지만 실상은 워낙 겁이 많아서 미리 선수를 치는 게 그의 본모습이었던 것이다.
“젠장.”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라면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난다. 아니, 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감옥에 가서 엄청난 손해배상을 해 줘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유산상속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무슨 수로?”
“기다려 봐…… 내가 방법을 찾아볼 테니.”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서는 광기가 빛나고 있었다.
“내가 이대로 쉽게 물러날 줄 알아?”
그는 그렇게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 * *
“괜찮으시겠습니까?”
“부탁하네.”
신명태를 보면서 노형진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안 나가셔도 되는데요.”
“어찌 되었건 자식 아닌가? 지금이라도 용서를 빈다면 이쯤에서 용서해 주고 싶다네.”
“쩝.”
부모 자식의 관계는 하늘이 맺어 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신명태는 최후의 순간까지 그들이 반성하고 용서를 빌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재판에 함께 가겠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물론 노형진은 그들이 빌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럴 놈들이면 애초에 벌써 와서 빌었다.
“하지만 영 불안하네요.”
“뭐가 말인가?”
“너무 조용해서요.”
분명 저들도 이번 싸움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반응이 없다.
“그게 나쁜 건가?”
“나쁜 거죠. 아주 나쁜 겁니다.”
어떤 사건이든 일단 소장이 들어가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이번에는 납치과 감금까지 포함된 강력 범죄에 들어간다. 그런데 반응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일단은 그렇게 원하시니 재판에 참가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치?”
“네.”
* * *
“피고들은 신명태의 아들들로 그 보호 자격이 있는 자들입니다. 하나 피고들은 이 점을 악용하여 정상인인 신명태를 정신병자로 몰아 정신병원에 넣은 후 그 재산을 착복하였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친자 관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며…….”
노형진은 말하면서 힐끗 신성현을 바라보았다.
‘뭔가 있어.’
분명 이번 재판에서 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는 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쩐 일인지 느긋한 표정으로 이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리어 그 옆에 앉아 있는 신성민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로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지.’
바로 신성현은 잘될 거라 생각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거고 신성현이 신성민 몰래 뭔가를 준비해 놓은 경우.
하지만 그런 거라면 신성민이 신성현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게다가 신성민은 그럴 위인이 아니었다.
윽박지르면서 거친 것처럼 행동하기는 하지만, 노형진의 경험상 속된 말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작자들은 대부분 용기가 없고 겁이 많아 방어 차원에서 미리 공격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인간은 아니야.’
진짜 위험한 인간들은 신성현같이 조용히 있으면서 뒤에서 칼을 가는 인간들이다. 그런 놈들은 조용히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칼을 빼 들고 찌른다.
‘아마 이번 사건도 저 녀석의 작품일 텐데.’
노형진이 봤을 때 정신병원에 넣는 일도 신성현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고 변호인! 할 말 없습니까?”
“네? 아, 아닙니다.”
생각이 깊었던 것인지 노형진은 판사의 말에 깜짝 놀라서면서 말을 꺼냈다.
“피고 측의 주장은 이번 사건과 범죄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관련 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범죄자 집단이 지난번 사건 역시 피고들의 사주로 벌어진 일이라 자백했습니다.”
“재판장님! 원고 측의 주장은 억지입니다. 현재 원고가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고 하지만, 그건 지난 1년 6개월간의 정신병으로 인한 진료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지, 저들의 주장처럼 원래 멀쩡했던 것은 아닙니다.”
“정신병은 일반적인 세균성 질환과는 다릅니다. 한번 발병하면 실질적으로 완치될 수 없습니다. 즉, 피고 측의 주장대로 정신병이 발병한 것이라면 약을 완전히 끊어 버린 현재 어떠한 형태로든 그 증상이 다시 발현되었어야 하나, 원고는 보다시피 멀쩡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겉보기만 그런 게 아니라 대학 병원에서 정식으로 진단받아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그 증명을 위해서 진단서를 제출합니다.”
“그건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나온 직후인 약의 효과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때 이루어진 검사입니다. 그러므로 약을 끊어 버릴 합당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 변호사도 상당한 금액을 받았는지 제법 잘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형진은 그가 제출한 서류를 보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그 자신도 모르게 실수했기 때문이다.
“재판장님, 이 진단서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오류? 어떤 오류가 있다는 것이지요?”
판사는 의사가 아니다. 당연히 진단서 내부에 있는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노형진은 미리 관련 약품과 증상 처리법에 대해서 공부했기에 자세하게 문제가 있다는 건 알 수 없어도 이게 맞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백제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님인 남궁소영 교수님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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