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3)
여기서 말하면 자신들이 청탁을 넣었다는 걸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된다. 그러니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 판사는 마치 모르는 척하고 있지 않은가?
“증인, 선서하세요.”
의사는 피곤한 얼굴로 와서 손을 올리고 선서했다. 그러고는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하얀 가운에 황토색의 수의를 입고 있었는데 이는 미결수, 즉 재판이 끝나지 않은 범죄자라는 뜻이다.
“피고는 직업이 뭐였습니까?
“용인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의사로 있었습니다.”
“그럼 현재 수사 중인 납치 및 감금 사건의 주요 피의자가 맞습니까?”
“맞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는 의사.
“납치 사건에서 피고가 하던 일은 뭐였습니까?”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특정인을 강제로 입원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그건 모릅니다. 저는 그냥 한 사건당 얼마의 돈을 받고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했을 뿐입니다.”
그는 힘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가 가두어 둔 사람들은 부자들이 많다. 반대로 말하면 권력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권력은 그들의 아버지 편이지, 그들을 감금한 아들의 편은 아니다 보니 스스로도 미래가 없다는 걸 알고는 포기한 듯했다.
“그럼 증인은 피고 측을 압니까?”
의사는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답하십시오. 압니까, 모릅니까?”
“압니다.”
“어디서 만났지요?”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할 때 만났습니다.”
“장소는요?”
“병원에서 만났습니다.”
“거짓말!”
신성현은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당장 달려가서 의사의 입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의사는 모든 걸 포기한 채로 사실대로 말할 뿐이었다.
“그럼 그 피해자는 누구죠? 여기 있습니까?”
“원고입니다.”
확정적인 발언이 나오자 피고 측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벽한 증언.
“관련 증거도 있습니까?”
“입원 동의서에 사인한 기록이 있습니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발악적으로 외치는 신성현. 그리고 그런 신성현을 보면서 허둥거리는 신성민.
“피고 측! 조용히 안 해요?”
“재판장님 이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부탁하신 대로 하셔야지요!”
“부탁?”
그 말에 재판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부탁이라니? 난 부탁 같은 거 받은 적이 없습니다.”
“헉!”
“그 말은 지금 내가 로비를 받았다 이겁니까?”
“그, 그게 아니라…….”
재판장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에게 로비했다니. 자신은 부탁받은 적이 없는데 말이다.
‘뭔가 사고가 있다.’
사고라는 것은 로비 과정에서 일이 틀어지는 걸 말한다. 보통은 배달 사고라고 해서 돈을 나르는 사람이 가지고 도망가는 경우가 제일 많다.
어찌 되었건 그건 이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정회하겠습니다. 저는 결코 로비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만 저쪽에서 뭔가를 시도한 이상 내가 재판을 진행할 수는 없겠군요. 재판장의 직권으로 재판 기피를 신청하겠습니다.”
“재, 재판장님…….”
피고 측 변호사는 사색이 되었다. 재판 기피라는 건 판사 스스로 자신은 이 재판에 대한 의심을 받을 사유가 있을 때 물러나는 걸 말하는데, 문제는 그걸 한 판사는 엄청나게 자존심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재판에서도 당연히 불리하게 적용된다. 한번 로비를 했던 인간이라 저쪽에서는 더욱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이게 아닌데.”
판사가 화가 난 얼굴로 나가 버리자 웅성거리는 재판정. 그리고 당황하는 사람들.
“가시죠.”
노형진은 신명태를 데리고 재판정 바깥으로 나왔다. 신명태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얼떨결에 끌려 나왔다.
“어떻게 된 겁니까?”
“보다시피요. 자폭한 겁니다.”
워낙 막 살다 보니 자신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아무리 판사에게 로비를 했다고 해도 그걸 언급하는 것은 가장 바보 같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럼 재판은…….”
“취소되는 거죠.”
“그럼 다음 재판은요?”
“다른 판사가 진행할 겁니다. 처음부터 말입니다.”
“그런…….”
노형진과 신명태가 이야기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분노한 얼굴로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이 새끼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이라니?”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이러시나?”
“뭐라고, 이 새끼가!”
“꺄악!”
신성현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노형진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을 맞은 노형진은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걸 본 법원의 경비들이 다가왔다. 누가 봐도 폭행의 현행범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씹쌔끼! 네가 이런다고 뭐가 바뀌는 줄 알아! 한번 어떻게 막았다고 다시 막을 수 있을 것 같냐고!”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았던 그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아야야야.”
노형진은 얼굴을 문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확정해 주시는군그래.”
“뭐라고?”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맞은 그가 도리어 웃는다는 사실에 신성현과 신성민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여기가 법원이라 이거냐? 그래서 뭐 어쨌는데? 벌금을 내면 땡이야!”
맞는 말이다. 어차피 벌금이라는 것은 부자에게는 거의 효과가 없는 처벌이니 말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작 벌금을 기대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무슨 말인가 하는 사이 방청석에 있던 한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심각한 소시오패스 성향을 보이고 있네요. 성격장애도 심각한 데다가 무차별적 공격성도 보이고 있고요. 사회 안전을 위해서라도 격리 치료가 필요합니다.”
“무…… 뭣!”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코너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신성현과 신성민을 양옆에서 팔짱을 꼈다.
“무슨 짓이야!”
“뭐 하는 짓이야, 이 새끼들아!”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발버둥을 쳤지만 덩치 큰 두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경비! 경비!”
다급한 두 사람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경비를 불렀지만 그 남자는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서 내밀었다.
“○○정신병원 원장입니다. 두 분에 대해서는 가족들의 부탁을 받아서 며칠 전부터 정신감정 중이었습니다. 심각한 소시오패스적 성향과 반사회적 성향 그리고 성격장애와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격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네?”
“정식 진단서입니다. 일단 입원시켜서 정밀 검사를 해 보겠습니다만, 안전을 위해서 임시 수용을 해야 할 듯합니다.”
그 말을 들은 신성현과 신성민은 머리가 멍해졌다. 마치 데자뷔 같은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때 잡혀간 건 자신의 아버지지 자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헛소리하지 마! 이 개새끼들아!”
“닥쳐!”
발버둥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미치광이라는 말에 멀어지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정신병자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 벌어진 정신병자의 묻지 마 살인은 더욱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이건 위법이야! 두 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단 말이다!”
맞는 말이다. 원래 정신병자를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가족 두 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서는 여기에 있습니다.”
의사가 내미는 동의서. 그걸 본 두 사람의 얼굴에 당혹의 빛이 물들기 시작했다. 한 명은 누군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당연히 신명태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자신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이었다.
“이…… 무슨…….”
거기 쓰인 이름은 자신들의 아내였던 것이다.
“이건 무슨 개소리야!”
“으아! 거짓말이야! 놔! 놔!”
발악하면서 끌려가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을 무슨 구경거리처럼 바라보는 사람들. 신명태는 그걸 보면서 입안이 씁쓸해졌다.
“복수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자식이니…….”
노형진은 저들이 장난치는 걸 보고 그냥 넘어갈 만큼 성격이 좋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명태에게 말해서 복수하기로 했고 그건 바로 받은 만큼 돌려주기였다.
“거기서도 정신 못 차리면 그때는 별수 없죠.”
그들의 아내, 즉 며느리들을 포섭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들은 납치의 방조범인 데다가 횡령까지 한 사람들이다. 처벌을 피할 수가 없다. 노형진은 그들을 회유했다.
고발하지 않는 대신에 그들이 협조해 주면 최소한 나가서 살 수 있는 빌라 하나 정도는 구해 주기로 말이다. 당장 재판에서 지면 빈털터리로 나가야 하는 두 사람. 거기에다가 형사처벌을 받을까 두려웠던 그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노형진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신성현과 신성민은 자신들이 짠 함정대로 그대로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 있을까요?”
“모르지요.”
일단 재판이 끝나면 친자 관계가 끊어진다. 그 후에 꺼낼 수 있는 건 아내들뿐이라는 소리다. 문제는 아내들이 과연 꺼내 줄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 꺼내 주는 순간 신명태로부터의 지원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즉, 친자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그들의 통제는 이제 신명태가 한다는 것이었다.
“고맙네.”
노형진의 손을 잡으면서 신명태가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복수는 둘째 치고 최소한 저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아들들이 처벌받는 것은 막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정신이상자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별말씀을요.”
신명태에게는 최고로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며느리를 통해서 자식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재산을 노리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은 형사처벌에서 빠져나갔다. 아버지로서도 그리고 사회인으로서도 안정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건물주님 하하하.”
노형진은 새로이 들어가게 될 건물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미래를 위한 준비 (1)
“아이고, 예뻐 죽겠어.”
“얼굴에 침 바르지 마세요.”
“하하하.”
송정한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명태는 감사의 의미로 건물 자체를 통째로 빌려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터무니없이 쌌다. 건물 통째로 해서 한 달에 500만 원이다.
실상 그 자리쯤 되면 한 층도 아니고 그 안에 있는 사무실 한 개 가격이 월 50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 그걸 통째로 500만 원에 해 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 덕분에 나온 사람들이 너도 나도 싼 가격에 건물을 빌려준 덕분에 전국에 새론의 지사를 만드는 것이 무척이나 쉬워졌다.
“이제 이사하는 일만 남았네.”
이사가 결정되자 사람들은 짐을 싸기 시작했고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지만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다른 사건들은 어떤가요?”
“잘 끝나고 있다네.”
부자들은 서로의 인맥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탈출한 부자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어 가면서 자식들에게 끌려간 사람들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그게 드러나면 주저하지 않고 새론에 연락했다.
그 덕분에 새론의 수익은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대로 가면 순식간에 커지겠어.”
새론의 가장 약점인 부자와의 인맥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자 제법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새론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작은 사건들에서 충분한 연습을 한 새론의 변호사들은 제법 좋은 승률을 낼 수 있었고 아예 몇몇 고객은 대룡처럼 전속 법무법인으로 계약을 할 정도였다.
“그나저나 미안해서 어떻게 합니까? 바쁜데.”
“아니야. 우리야 뭐, 몸이나 써야지.”
“송 변호사님, 변호사가 몸 쓰는 직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웃습니다.”
“하하하.”
송 변호사는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지만 지금 한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자네가 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뭐.”
부자들은 나오자마자 노형진에게 부탁한 것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일부는 화가 끝까지 나서 친자 관계 부존재 소송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부는 자식이라는 이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용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똑같은 일이 벌어지길 원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그들은 노형진, 아니 새론에 부탁해서 좋은 방법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다.
“이번에 잘 만들면 아마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걸세.”
송정한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은행도 아닌데 그런 게 가능하겠느냐고 생각했지만 노형진은 생각이 달랐다.
“그렇겠지요. 미국에서는 이게 로펌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노형진은 그걸 듣고 미국에서 운영하는 펀드를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은 이런 사건에 대한 대비책이 제법 확실하게 되어 있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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