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36)
“헉헉.”
노형진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호텔은 아수라장이었다.
9층에서 경찰과 경비원 그리고 장신여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이 새끼들아! 내가 누군지 알아! 내 전화 한 통이면 사람들이 다 튀어나와! 허, 참! 뭐? 미성년자 강간? 그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는 누가 하는 거야?”
“그걸 확인하기 위해 잠깐 보자는 겁니다.”
“개소리하지 마! 여기에는 아무도 없어!”
소리를 지르는 장신여.
노형진은 그를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안쪽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사람은 없었다.
“아이는요?”
“안 보이는데요?”
“미성년자 강간 맞습니까?”
경찰도, 호텔 매니저도 곤란한 표정이었다.
하긴, 장신여는 상당한 힘을 가진 사람이니까.
그러니 지금까지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뭉기적거리고 있었지.
하지만.
‘여기에 있는 게 확실하군.’
호텔 로비에서 자신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몸을 피하는 홍수선을, 노형진은 분명히 봤다.
잡을 틈도 없어 급하게 올라오느라, 그 여자는 노형진이 자기를 못 본 모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개소리하지 말라고 해.’
노형진은 슬쩍 문안을 다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정말 사람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까 꺼져!”
장신여는 언성을 높였다.
“안 들어갑니까?”
“영장이 없어서…….”
경찰은 곤란한 듯 말했다.
“하지만 이 건물은 건물주인 호텔 거지 저 사람 게 아닐 텐데요?”
“그건 그런데…….”
호텔 매니저는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하긴, 장신여 같은 사람을 건드리면 뒤끝이 심할 거라는 걸 알 테니까.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러는 사이 손채림도 소속사 사장도 다 몰려왔다.
그리고 투숙객들 역시 무슨 일인가 하고 나와서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아…… 난 몰라! 꺼져!”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장신여.
하지만 그의 말문은 다음 순간 막혔다.
“너, 너…….”
“허억!”
엘리베이터에서 다가오는 중년의 여성을 본 장신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너 이 개 같은 새끼가!”
언성을 높이는 여자를 보면서 노형진은 포효하는 암사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 그녀가 누군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마누라, 아니 마눌님이군.”
마눌님이라고 한다면 이 자리에서 장신여보다 훨씬 높은 사람이다.
“여…… 여보…….”
“너 이 개 같은 새끼야! 지금 뭔 짓을 하는 거야!”
“아니, 억울하다니까! 난 그냥 여기서 쉬려고…….”
“씨발, 호텔에 남자가 혼자 와서 쉰다고? 오늘 철야라며!”
“…….”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장신여.
노형진은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문이 안 열린다고 하지 않았나?’
예상대로 문은 바깥에서 잠기지 않는 문이다.
그렇다면 역시 누군가 바깥에서 버티고 문을 못 열게 했다는 건데.
“혹시 말입니다.”
“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누가 있었나요?”
“아니요.”
가장 먼저 온 것은 다름 아닌 호텔의 경비와 직원.
“그러면 빠져나간 사람은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압니까?”
“CCTV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입구에 있던 사람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혹시 호텔에 다른 방이라도 잡았다면 움직이는 게 찍혔을 것이다. 그런데 없다는 건…….
“잠시만요.”
“누구 마음대로 들어가래!”
들어가려고 하는 노형진을 다급하게 막아서는 장신여.
그리고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 같은 얼굴로 노려보는 그의 마누라.
물론 그녀가 노려보는 대상은 노형진이 아니라 장신여였다.
“하긴,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뭐?”
노형진의 말에 움찔하는 장신여.
노형진은 그런 그를 무시하고 안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지금까지는 감금죄입니다! 뭐, 이 정도는 집행유예가 나오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채영아 양을 구하러 왔고, 계속해서 채영아 양을 잡고 풀어 주지 않으면 지금부터는 감금죄가 아니라 인질극입니다. 그 형량이 같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분명 노형진은 텅 빈 공간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다음 그 순간.
끼이익…….
구석에 있던 작은 문이 열렸다. 옷장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는 채영아와 건장한 남자.
“허억!”
장신여는 그걸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두 손을 들었다.
채영아는 당장 달려 나왔다.
“변호사 아저씨!”
“그래, 괜찮아? 별일 없지?”
별일이 없다고 믿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옷은 그나마 멀쩡했다. 하지만 다리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얼굴은 주먹에 맞았는지 시퍼렇게 부어 있었다.
“이…… 개자식이!”
손채림은 장신여를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았다.
안 봐도 뻔하다.
장신여는 아마 손채림의 말에 따라 침대 밑에 숨은 채영아를 끌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당연히 채영아는 발길질을 하며 저항했을 테고, 그래서 저렇게 발에 상처가 가득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결국 힘에 못 이겨 끌려 나온 다음에는 두들겨 맞았을 테고.
“야, 이 개자식아!”
그 순간 장신여의 얼굴이 휙 돌아갔다.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내가 두고 보자 두고 보자 하니까 사람이 무슨 병신으로 보여?”
“어어억!”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너 죽고 나 죽어!”
“아이고, 아줌마, 진정하세요!”
“사모님, 진정하세요!”
또 한바탕 시끄럽게 난리가 났다.
하지만 누구도 진짜로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진짜로 말리고 싶다면 당장 두 사람을 떼어 놓을 텐데, 누구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입으로만 열심히 진정하란다.
“어억!”
장신여의 아내는 들고 온 수천만 원짜리 명품 백을 마치 흉기처럼 휘둘러 댔다.
장신여는 몸을 돌돌 말아 웅크린 채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기, 변호사님.”
“네?”
경찰이 갑자기 노형진을 불렀다.
“저거 명품 백, 흉기에 속하지는 않겠지요?”
“네? 아아.”
노형진은 그가 왜 물어보는지 알 것 같았다.
만일 저것을 흉기로 본다면 경찰은 당장 그녀를 말려야 한다. 하지만…….
“저거 아무리 봐도 흉기는 아니네요. 저 수천만 원짜리 명품이 걸레짝이 되는 건 가슴 아프지만.”
“아, 네.”
경찰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 말리는 시늉만 했다.
“아이고, 아줌마, 진정하세요!”
“진정? 지금 이게 진정할 일이야!”
그들의 뻔한 모습을 보던 노형진은 손채림에게 가 있는 채영아를 데리고 뒤로 빠져나왔다.
“일단 채림이 언니랑 병원부터 가.”
“흑흑…….”
따귀를 맞았는지 뺨은 부어 있었고, 눈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미친년.’
상황이 이런데도 홍수선은 여기에 없었다.
안 봐도 뻔하다. 다급하게 도망갔을 것이다.
“넌?”
채영아를 넘겨받은 손채림은 그녀를 다독거리면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일단 병원이야 자신이 함께 가야 하겠지만 노형진 역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난 여기서 상황이 무마되면 의뢰를 받아야지.”
“의뢰?”
노형진의 시선이 어느 곳으로 향했다.
두들겨 맞는 장신여와, 그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아내.
“아아.”
손채림은 즉각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알았어. 병원에서 전화할게.”
아이를 데리고 가는 손채림.
노형진은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타자 싸우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자, 자, 진정하세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매달려서 떼어 내는 노형진.
당연히 아내는 눈이 돌아가 있었다.
“너는 뭐야, 이 새끼야!”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그래서 뭐!”
노형진은 그녀에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이혼 전문입니다, 흐흐흐.”